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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에 취하는 야외 음악 페스티발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야외 락 페스티발이었던 ‘인천 트라이포트(tri-port) 락 페스티발의 시작 은 불운하기 그지 없었다. 폭우를 이기지 못해 관객도 밴드들도 하루 만에 공연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 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4년이 흐름 지금, 2013년 올 여름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을 비롯 해, ‘지산밸리 락 페스티발’, ‘슈퍼소닉 페스티발’, ‘지산 월드락 페스티발’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밴드들을 앞세운 야외 음악 페스티발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무슨 일이 일 어났던 것일까?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보자.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발’ 의 실패 이후 인천은 한동안 이 행사의 재추진력을 상실한 듯했다. 그러나 인천이 기존의 트라이포트 전략에 비즈 니스(Business-port)와 레저(leisure-port)를 추가해 국제적 허브시티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펜타포트 (Penta-port)라는 신도시 전략에 담으면서, 한동안 잠들어 있었던 락 페스티발은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 발’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 이 기념비적인 공연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플라시보 (Placebo), 수에이드(Suede), 프란즈 퍼디난드(Franz Perdinand)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들은 물론 국내 락밴드 들 이 대거 참여해 성공리에 개최되면서 국내 락음악 페스티발 성장에 불을 붙이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오현민 (자유기고가)| 한반도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더 길고, 더 뜨거워진 여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를 넘어 잘 즐기느냐를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전력난 이야기가 초여름부터 이미 불거지는 마당에 선풍기나 에어컨에만 기대어 지내기엔 여름은 무궁무진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문화 산업의 각 영역에서는 더위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착안해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한여름을 단순한 휴식의 시간이 아닌 자신의 감성과 취향을 살린 특별한 경험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오늘날의 적극적 문화 소비자들 은 어떤 여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여름 콘텐츠로 여름 나볼까? 2013 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 + 07·08 110 한국콘텐츠진흥원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4.0 Special Issue : 세계의 창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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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여름 콘텐츠로 여름 나볼까? - KOCCA€¦ · 열기에 취하는 야외 음악 페스티발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야외 락 페스티발이었던 ‘인천 트라이포트(tri-port)

열기에 취하는 야외 음악 페스티발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야외 락 페스티발이었던 ‘인천 트라이포트(tri-port) 락 페스티발의 시작

은 불운하기 그지 없었다. 폭우를 이기지 못해 관객도 밴드들도 하루 만에 공연장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

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4년이 흐름 지금, 2013년 올 여름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을 비롯

해, ‘지산밸리 락 페스티발’, ‘슈퍼소닉 페스티발’, ‘지산 월드락 페스티발’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밴드들을 앞세운 야외 음악 페스티발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무슨 일이 일

어났던 것일까?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 보자.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발’ 의 실패 이후 인천은 한동안

이 행사의 재추진력을 상실한 듯했다. 그러나 인천이 기존의 트라이포트 전략에 비즈

니스(Business-port)와 레저(leisure-port)를 추가해 국제적 허브시티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펜타포트

(Penta-port)라는 신도시 전략에 담으면서, 한동안 잠들어 있었던 락 페스티발은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

발’이란 이름으로 화려하게 컴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된다. 이 기념비적인 공연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플라시보

(Placebo), 수에이드(Suede), 프란즈 퍼디난드(Franz Perdinand)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들은 물론 국내 락밴드 들

이 대거 참여해 성공리에 개최되면서 국내 락음악 페스티발 성장에 불을 붙이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라 이 프

|오현민 (자유기고가)|

한반도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는 더 길고, 더 뜨거워진 여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를 넘어 잘 즐기느냐를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전력난 이야기가 초여름부터 이미 불거지는 마당에 선풍기나 에어컨에만 기대어

지내기엔 여름은 무궁무진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문화 산업의 각 영역에서는 더위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기호에 착안해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을 개척해내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한여름을 단순한

휴식의 시간이 아닌 자신의 감성과 취향을 살린 특별한 경험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오늘날의 적극적 문화 소비자들

은 어떤 여름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여름 콘텐츠로

여름 나볼까?

2013월간 창조산업과 콘텐츠 + 07·08

110 한국콘텐츠진흥원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4.0 Special Issue : 세계의 창조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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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더불어 양대 락 페스티발로

손꼽히는 밸리락페스티발의 관객

규모는 2009년 5만5천명에서 시작

해 매년 꾸준히 늘어나서 영국 대표

밴드인 라디오 헤드를 앞세운 작년

에는 11만 명에 육박했다. 작년에만 10여 개가 넘는 야외 음악 페스티발이 성행할 정도였으니 이쯤 되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봄직하다. 이렇게 야외 음악 페스티발이 활성화된 연유에는 미국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영국

의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등과 같이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음악축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동경과 관심이 축적되어 온 점, 글로벌화로 다양한 문화적 체험에 대한 욕구가 빠르게 퍼진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음

반 산업이 사양화 되고 음원 중심의 수익구조가 형성되는 시점에서 공연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체험 위주의 음악 비

즈니스 저변을 크게 확대시키는 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버스터의 홍수를 파고든 영화제의 낭만

여름은 흔히 블록버스터의 계절로 통한다. ‘블록버스터(blockbuster)’란 원래 2차 세계대전 때 쓰인 폭탄의 이름이다.

말 그대로 구역(block)을 파괴(buster)시킬 수 있을 만한 폭탄이니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무기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들이 대체로 각 나라의 영화 매출을 싹쓸이 하다시피 하니 적절한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3D용으로도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관객들의 시각적 경험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고자 애니

메이션의 경우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기존에 큰 사랑을 받았던 2D 작품이 3D 버전으로

재탄생하여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최근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히어로 물

이 강세다. 배트맨, 슈퍼맨, 아이언맨, 엑스맨 등이 시리즈로 연이어 나오는 것도 모자라 작년에는 여러 히어로들이 한

꺼번에 등장해 팀을 꾸려 지구를 구하는 <어벤져스> 같은 영화도 등장하여 흥행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가 여름에 인기를 끄는 것은 더운 날씨의 스트레스를 보다 자극적인 시청각적 경험으로 해소하

려는 관객의 욕구에 부응한 결과이지만 대작 위주로 상영관을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 측의 배급

전략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관객들은 독립 영화나 비영어권 영화들을 가까

운 극장에서 쉽게 접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내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컨

셉으로 열리고 있는 영화제에 가면 이러한 영화들을 배불리 즐길 수 있다.

여름철 열리는 영화제로는 97년부터 시작하여 올해 17회째를 맞는 부천

국제판타스틱 영화제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제는 호러, 미스터리, 스릴

러, SF 장르를 중심으로 더위를 잊게 해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볼거리

가 담긴 에너지 넘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음악을 테마로 열리는 제

지산 밸리락 페스티발 공연장 지산 밸리락 페스티발 관객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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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음악영화제는 무더위에 지친 관객들을 시원

한 음악으로 달래주는 영화제로 영화팬은 물

론 음악팬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전세계에서

온 음악 영화 상영은 물론 빼어난 경관을 자랑

하는 의림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실력파 밴

드들의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다

편안하게 관람하기 원하는 가족이나 연인 관

객이라면 자동차 극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만 해

도 ‘잠실 자동차극장’, ‘덕소파랑새 자동차 극장’ 등 8개의 자동차 극장이 성업중이다. 관람객이 각자의 자동차 안에서

라디오로 주파수를 맞추어 소리를 들으며 영화를 감상하기 때문에 다른 관객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영화제를 가든 야외 공간을 찾든 한여름 영화를 만나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 영화 관람을 둘러싼 체험이 특별

해질수록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신선한 이야깃거리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휴가에 읽고 휴가에 쓴다

여름은 출판계에 중요한 대목이다. 휴가와 방학이라는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질 때 독서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혹은 위안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이 되면 지

역별 도서관에서는 방학 시즌을 맞아 학생들을 위해 ‘여름방학 권장도서’ 리스트를 배부

하고,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기관들은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리스트를 발표해 휴가

철 독서를 권장하고 있다. 쉽고 빠르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

만 깊이와 통찰을 중시하는 독서의

힘은 여전히 각광받고 있기에 이

시기의 출판 마케팅이 활발해

질 수밖에 없다. 휴가철 각광

받는 여행책의 봇물도 큰 이슈

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1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스터

2012년 여름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포스터

2012 삼성경제연구소 선정 CEO가 휴가때 읽을 책들

일반인들이 쓴 여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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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남미>, <스페인 너는 자유다>, <스위스 스케치>, <한 달쯤 라다크> 등 여행 에세이가 전성 시대

를 맞고 있다. 놀랍게도 이 전성시대를 이끄는 것은 유명 여행전문가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지극히 평

범한 사람들이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서 자신의 글과 사진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익숙해진 20~30

대들이 새로운 작가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도 고품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술의 발전도 이러한 변화를 거들었다. 이번 여름휴가에 어디로든 떠날 계획이라면 책 한권은

쓰는 마음가짐으로 나서보면 어떨까. 블로그를 만들든 출판을 하든 이제 누구나 준비와 노력만 있다면 콘

텐츠 제작자가 될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은 충분히 갖추어진 사회적 기반이 만들어졌으니.

무서운 TV는 가라

여름철 TV 프로그램들은 으레 ‘납량특집’을

준비하곤 한다. 토크쇼 같은 경우 야외로 나가

흉가나 폐교를 배경으로 연예인들이 둘러 앉

아 자신이 겪은 귀신체험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예능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단체로 귀신

의 집을 체험해 보면서 담력 대결을 하기도 한

다. 하지만 지상파에서 야심차게 준비하는 납량

특집은 최근 현저히 줄어드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

회가 2000년 중반부터 각 방송사에 ‘미신을 조장하는 프

로그램 방송을 지양하라’는 권고를 냈던 것도 있지만 시

청자들이 공포스러운 대상을 다루는 콘텐츠를 받아들이

는 방식이 변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드라마의 경우 최고의 납량특집으로 손꼽히는 것은 단

연 <전설의 고향> 시리즈이다. 실제 내려오는 전설과 민

간 설화에 바탕을 두고 제작된 이 시리즈는 1977년부터

1989년까지 매주 방송되었고 이후에도 간간이 납량특집

으로 제작되어 오랜 기간 인기를 누렸다. 납량특집 TV드라마가 새로운 전환은 맞이하게 된 기점은 1994년 방영된 드라

마 <M>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였다. 이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약 50%, 평균 시청률 약38%에 육박하는 대중적 지

지를 받았으며, 여름 공포물 하면 으레 옛날 귀신이야기를 떠올렸던 시청자들에게 낙태를 소재로 메디컬 스릴러를 선보

여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명성을 자랑했던 납량특집 드라마의 맥도 슬슬 끊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굳이 지상파 납량특집이

아니어도 다양한 소재와 강도를 가진 국내외 공포물을 케이블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일년내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열

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귀신이나 요괴가 인간과 적대시 되는 존재로서 공포감을 증폭시킬수록 이야기에 대한

역대 공포드라마 순위

순위 프로그램명 (방송연도) 시청률(%)

1 MBC 미니시리즈 ‘M’(1994) 38.6

2 KBS2 ‘전설의 고향 1996’ 27.8

3 MBC 미니시리즈 ‘거미’(1995) 24.6

4 KBS2 ‘전설의 고향 1998’ 23.2

5 SBS 특별기획 ‘고스트’(1999) 22.2

6 KBS2 ‘전설의 고향 1997’ 19.1

7 SBS 토요 미스터리극장(1997) 19.0

8 KBS2 미니시리즈 ‘RAN’(2000) 18.6

9 KBS2 ‘천사의 키스’(1998) 16.6

10 KBS2 ‘전설의 고향 2008’ 16.4

자료:AGB닐슨미디어리서치(2009년 조사)

국내 공포드라마 최고흥행 기록을 세운 <M>

공포가 아닌 로맨스로 그려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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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가 더해졌다면 최근에는 인간과 친숙한 캐릭터로서 그려지는 이야

기가 더욱 인기를 끄는 추세다. 뱀파이어와 아름다운 십대 소녀의 사랑

을 다룬 <트와일라잇(Twilight)>시리즈를 비롯해 비슷한 류의 드라마나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흥행을 끈 것이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외 트렌드는 국내 TV 드라마에도 반영되어 2010년 여름 방영

되었던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현대를 배경으로 경쾌한 로맨

틱 코미디를 표방했고, 작년 방영된 <아랑사또전> 역시 억울하게 죽은

밀양 부사의 딸이 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아랑전설을 모태로 했으나 천

방지축 처녀귀신 아랑과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까칠한 사또의 사랑 이

야기가 중심이었다.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과 더불어 사는 요

괴를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이 단순히 한 때의 트렌드로 지나갈지 혹은 초자연적 존재와의 공생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

어내는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생명력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원한 체험공간 속으로

멀리 떠나고 싶지만 떠나기 쉽지 않은 도시인들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도시의 문화 풍경을 더욱 풍부하

게 해주고 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같은 놀이공원이 바로 그런 곳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작년 여름

을 맞이해 ‘썸머 스플래쉬(summer splash)’라는 컨셉의 축제를 기획했었다. ‘스플래쉬’는 영어로 ‘물이 튀다’라는 뜻이

다. 놀이공원에서 빠질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화려한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공연 퍼레이드인데, 공연하는 쪽에서 물

대포를 사용해 우비를 입은 관객들에게 물을 뿌리고 관객들 또한 서로 물총을 가지고 쏘면서 뛰어 놀아 한바탕 시원한

난장이 펼쳐져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여름 공간을 시원하다 못해 아예 춥게 만들어 겨울을 체험하게 하는 아이디어도 활용되고 있다. 실내 놀이공원인 롯데

월드는 국내 유일의 실내 놀이공원의 강점을 살려 한여름 속의 겨울 풍경 연출을 시도했다. ‘시티 바캉스 페스티발’이란

이름하에 진행된 여름 이벤트에서는 40여대의 특수 스노머신이 동원되어 관람객들에게 하얀 인공눈이 내리는 경관

을 선사했다. 아예 실내를 눈으로 조성해 눈썰매나 보드를 탈 수 있는 ‘스노파크’ 같은 곳도 인기를 끄는 이색 공

간이다. 얼음 체험 전시관 ‘아이스 갤러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두꺼운 옷이 필요할 정도의 한겨울 추위

를 맛볼 수 있다. 숭례문, 자유의 여신상, 피

사의 탑과 같은 유명 건축물은 물론 침대,

의자, TV 등 생활 소품, 공룡에 이르

기까지 얼음으로 조각된 다양한 전

시물을 얼음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최장기 공포드라마 시리즈 <전설의 고향>

전세계적으로 뱀파이어 열풍을 일으킨 <트와일라잇> 시리즈

얼음조각품을 전시한 아이스 갤러리 내부

에버랜드 써머 스플래쉬 물대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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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기능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여름은 노출의 계절로 불리는 만큼 몸 관리는 물론 치장에도 관심이 쏠리는 편이다. 거리에서 신체가 드러

나는 디자인의 팬츠나 셔츠, 그리고 푸른색, 흰색 등 시원한 계열의 색깔 옷을 많이 볼 수 있게 되고, 각양

각색의 모자, 여성들의 과감한 악세서리나 알록달록 화려한 네일 컬러도 눈에 띈다. 여름 의류 구입에

서 최근에 두드러지는 특징은 겉으로 보이는 색깔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속안의 기능성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다. 여름이 길어지고 다양한 야외 레저 활동이 활발해지는 만큼 땀 흡수와 건조, 통풍이

잘 되는 기능성 소재의 옷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고등학생 교복도 방수나 구김방

지 기능이 가미된 소재가 인기이다. 과거에는 이런 특수 소재 의류가 고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러나 근래에는 ‘유니클로’, ‘H&M’등 유행 주기가 짧고 저가에 대량 생산되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기능성 이너웨어를 판매하면서 여름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시민과 호흡하는 야외 축제들

무더위를 피해 즐거움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여름에는 각종 다양한 야외 무료 공연이 펼쳐진

다. 공연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는 2011년부터 ‘마로니에 여름축제’ 가 열리고 있

다. 소극장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특성을 살려 연극, 뮤지컬, 무용 공연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힙합, 월드뮤직, 재즈 등 다채로운 음악 공연도 선사하고 있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야식을 주는 캠핑 및 영화상영은 작년에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대형 공연장도 매년 여름 시즌 야외 공연 관람의 기회를 나누고 있다. 국립극장은 2000년부터 넓은

광장을 활용하여 매년 여름 ‘열대야 페스티발’을 열어 가족단위 관객들의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역

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부모님 세대의 사랑을 받는 쎄시봉 멤버를 비롯해 인디밴드들의

공연도 함께 어우러져 세대를 넘나드는 무대를 연출했다. 예술의 전당 및 세종문화회관도 야외 공연

장을 설치해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평일 저녁 시간 및 주말 시간을 틈타 클래식, 오페라, 발레 등의

공연을 대중적인 기호에 맞게 발췌해 선보여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 체험 확대를 돕고 있다.

국립극장 열대야 페스티벌

마로니에 여름축제 포스터

나오는 말 여름의 문화 풍경이 이렇게 다양해진 것은 갈수록 사람들이 개인의 놀이 및 휴식시간을 중시하고 알찬 문화생활을 통해 삶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이러한 개인의 노력이 단순히

개인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개인이 또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창작자로 거듭나는 선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문화 콘텐츠 창작 에너지가 더욱 뜨거워질 올여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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