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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논총 제62집 (2012. 12) 401 -갱8쪽

1960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이 호 규**

차 려|

1. w산문시대』의 평가에 관한 재고 . m. 환상과 현실 환멸과 선택

n 전 세대와의 단절 전쟁의 기억 IV w산문시대』의 당대적 의미

국문초록

『산문시대』 텍스트 자체는 『산문시대』 동인들의 문학 출발점을 형성

한 의식을 헤아리는 데 있어 중요하고도 유일한 텍스트이다 IT"산문시대』

를 통해 그들의 문학적 자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그들이 가지는 특수한

의식을 살펴보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60년대 세

대들의 보편적 의식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산문시대』 동인들이 전쟁을 끌어들이는 전략과 형상화에 깔려 있는

자의식은 50년대 작가들의 전후 소설과 달리 정체를 알 수 없는 혹은 제

대로 아프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드러낼 수 없는 열등의식과 새 세대로

* 이 논문은 2011학년도 동의대학교 교내연구비에 의해 연구되었음(201버AOO2)

** 동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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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지난 세대와 단절하고 그들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그것을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지니고자 하는 욕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김승옥은

한 걸음 더 현실로 나아가 전쟁의 기억이 스스로에게 직접적이지 않았

음을 작품 속에서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그 결과 전쟁의 기억으로 고민

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경험한 기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그는 아버지 세대 선배 세대와 단절을 김행할 수 있게 된다.

『산문시대』는 60년대 지방 출신의 문학 청년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서 그들이 처한 시대, 즉 시간의 의미를 자기 정체성 찾기와 드러내기

방식으로 세상에 내놓은 자기 선언이자 인간적 욕망의 순수한 표현이었

다. 그들은 앞 세대와의 단절과 그들이 처한 현재성에 대한 탐색, 그리고

새로운 선택이라는 주제를 각기 자기 방식으로 『산문시대』를 통해 드러

냈다. 즉 『산문시대』 에는 공통적인 관심사 즉 60년대 초반에 있어서 그

들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확인과 자기 정체성을 찾아 드러내고 스스로의

문학적 목적을 지니기 위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라는 그들의 문학적

자의식이 들어 있다

그들은 전쟁을 유사체험을 통해 앞 세대와의 단절을 위해 끌어들였고

단절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세대적 외로움을 허망과 무기력으로 드러냈

으며 그럼으로써 스스로들 새로운 세대의 선두주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하고자 하였다 lí산문시대』 소설은 그 자체로서 완성된 것으로 평가

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후 70년대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문학적 행적

과 한국현대 문학사에 끼친 공적의 그 욕망의 출발점으로 중요한 텍스

트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그 관점에서 충실히 읽혀져야 한다.

주제어 :60년대, 전쟁, 참전, 전후, 세대, 자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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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l년대 r산문시대j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03

1. ~산문시대』 평가에 관한 재고

1%0년대 문학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동인지 『산문시대』가 중요한 텍

스트라는 것은 별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동인지에 가담했

던 작가들의 개별 연구나 60년대 소설 연구에 비해 볼 때 연구가 상대적

으로 빈약하고 지금까지 볼 때 그리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동인지에 가담했던 동인들의 그

이후 개별 활동이 워낙 두드러진 바 있고 60년대까지 이어지는 동안에

『문학과 지성~, ~창작과 비평』이라는 두 산맥으로 인해 『산문시대』라는

텍스트는 개별 작가연구나 70년대 문학 연구를 하는 데 있어 기본적인

자료 혹은 화제는 될지언정 본격적 연구의 대상은 되지 못했다는 점을

들수있다

그러나 분명히 『산문시대』 텍스트는 동인들의 문학 출발점을 형성한

의식을 헤아리는 데 있어 중요하고도 유일한 텍스트이다 『산문시대』를

통해 그들의 문학적 자의식을 살펴보는 것은 그들이 가지는 특수한 의

식을 살펴보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60년대 세대

들의 보편적 의식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본 연구는 특히 전자

에 초점을 맞추고 논의를 진행해나가면서 가능하면 시론적 차원에서 후

자의 논의까지 확장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산문시대』라는 텍스트 자체에 대한 연구 중에서 주목할 만

한 연구1)의 성과와 문제점을 본 논문이 논의하고자 하는 주제에 비추

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본 논문이 목적하고 있는 연구 주제

1) 차미령 r<산문시대>연구 - 작품에 나타난 ‘바다’와 ‘죽음’의 관련양상을 중심으

로 J , 한국현대문학회, 한국현대문학연구 13, 2003. 6, 427-459쪽

임영봉동인지 『산문시대』연구J , 우리문학회, 우리문학연구 21, 2rJJ7.2, 395 갱O 즈ξ --,

서영인 r r산문시대』와 새로운 문학장(場)의 맹아J ,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한

국문학이론과 비평, 제34집 , 2rJJ7 .3, 273-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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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상대적으로 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에 발표된 논문 중에서 차미령의 논문은 선도적 작업으

로 의미가 있으며 연구자가 제기하고 있는 문제 중 몇 가지는 상당히 타

당하며 논자 역시 동의한다. 우선 세대론적 논의가 유효하며, 또 하나는

『산문시대』 에 실린 동인들의 소설은 ‘정형화되기 이전의 순수한 문학적

원형’이 추출될 수 있다고 보는 점이다 2)

또한 『산문시대』 동인들의 의식을 ‘대학생의 자의식이라기보다는 이

미 등단한 자로서의 자의식’이라고 보면서 따라서 그들은 기성문단과의

차별성을 의식했고, 그 차별화 전략이 시가 아닌 소설, 즉 산문으로 동인

지를 채워나갔고 동인지 제목 역시 ‘산문시대’라고 한 것은 그 결과였다

고 보는 것은 돋보이는 시각이다

김승옥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산문시대』 동인에 앞서 그와 비슷한

동인 모임을 가졌다 김현, 김치수 등과 그저 풍문으로, 선입견으로 서로

멀리서 방관만 하던 시절, 독문과에 다니던 김주연과 친했고 김광규, 이

청준과 먼저 친교를 맺고 있었다. 어느 날 과에서 아웃사이더처럼 지내

던 김승옥에게 김광규와 이청준이 동인회를 하자고 제안했고 박태순을

데리고 왔다. 그러면서 이청준과 김승옥, 그리고 서로 서울고 문예반 동

창이었던 김광규, 박태순, 진교준, 한원삼, 김신일 등이 모여 모임을 시

작했다. 대학 l학년생들에 불과했던 당시 그들에게 ‘강렬한 발표욕과 돈

과 동인들의 다소간의 자기 희생’이란 없었고 동인지를 갖지 못한 그들

의 모임은 친구라는 지씌}만 남기고 흐지부지된다. 김승옥 역시 당시 전

혀 문학을 업으로 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3) 이에 비해 김현

2) 차u] 령 r <산문시대>연구 작품에 나타난 ‘바다’와 ‘죽음’의 관련OJ:상을 중심으

로 J . 껑8-429쪽 참조바람 이 논문의 서론 부분에서 차미령은 세대론적 검증 작

업 자체가 한계가 있다기보다 지금까지 세대적인 ‘차이’가 작품을 통해 실증적으

로 검증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타당히디고 본다

3) 김승옥산문시대 이야기J . 싫을때는 싫다고 하라~. 자유문학사. 1986. 130-132 쪽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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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05

과 <산문시대> 동인을 만들면서 동인의 조건을 면밀히 따지고 장르를

선택하고 출판까지 미리 염두에 두면서 진행했다는 사실은 차미령의 논

의에 힘을 실어준다.

차미령의 논문은 서론 부분에서 상당히 날차로운 시각과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나, 아쉬운 점은 본론이 서론에서 스스로 제기하고 있는 문제

를 제대로 밝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론에서 『산문시대』 에 수

록된 소설을 바다와 죽음이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분

명 바다와 죽음은 중요한 모티브이기는 하고 그것이 제대로 분석되어야

한디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논의가 전혀 세대론적으로 그리고 집단적

욕망의 차원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텍스트의 내적 의미의 분석으로만 그

치고 있다.

임영봉의 논문은 『산문시대』 의 세대론적, 시대적 의미를 밝히고 <산

문시대>의 소설을 통해 그 독자성을 밝히고자 한 논문이다 Ir산문시대』

를 당대적 맥락에서 자리매김하고 그 의의를 밝히고자 한 의도는 선명

하나 그 시선이 이미 연구자가 갖고 있는 선입견에 의해 재단되어 있다

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4.19세대 고유의 시대정신과 문학이념을 대변하

고 있다고 보는 것이나 『산문시대』의 창간이 1960년대 한국문단의 세대

교체와 새로운 문학의 대두를 알리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는 점이 그러

한데, 그것이 작품 분석을 통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면 논증 이전에 연

구자가 이미 선취하고 있던 평가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서영인의 논문은 그런 점에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영인이

논문에서 ‘ 『산문시대』 에 나타나는 문학적 주조가 환멸이고 그것을 4 . 19

나 5 . 16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유추해서 해석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환멸’이라는 정서와 4 . 19라는 역사적 사건을 곧바로 연결시

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이라고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는 ‘이들의 문

4) 서영인 r r산문시대』와 새로운 문학장(場)의 맹아J ,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한

국문학이론과 비평, 제34집 , 2007.3,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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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적 의미, 혹은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움이란 문단사적 의미에서, 집

단적 동류의식을 지닌 문학자들이 스스로의 활동을 보증하고 평가하면

서 세대 교체를 이루어가는 새로운 문학장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찾아

야 할 것’5)이라고 하면서 보다 객관적이고 당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본 연구자 역시 인식하고

있었고 그것이 본 연구를 하게 한 동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영인의 논

문은 그러한 기존의 연구에 대한 올바른 문제제기가 역설적으로 연구자

에게 굳건한 잣대로 작용하여 『산문시대』가 지닌 의미에 대해서는 제대

로 보지 못하고 마는 한계를 보인다.

『산문시대』동인지의 생성 배경과 후일담 동은 앞서 거론한 선행 작업

에서 자세히 정리되어 있는 바 본 논문에서 다시 지변을 할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 배경과정에서 당시 60년대 전반 다수 간행된 동인지 중

에서 상당수가 시 동인지였다는 문단 상황을 그들이 의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일본 식민지 교육을 받지 않은 세대

라는 것, 즉 거의 피식민지인로서의 기억이 없다는 것, 한국전쟁을 어린

시절 겪었으나 직접적이진 않았디는 것, 그에 비해 4.19와 5 . 16를 20

대 초 ‘현재’로 경험했다는 사실은 그들 스스로 앞선 세대, 선배들과 그

들을 구별 짓게 하는 것이었음을 자각하고 있었고 따라서 그러한 자신

들의 ‘현재’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알

고 있었디는 것을 추론하게 한다

앞선 논자들이 지적했듯이 그들이 동인지를 산문 특히 소설로만 할

것을 정하고 제목 또한 ‘산문시대’라고 한 것 역시 그들의 독특함, 차별

성을 확실히 부각시키고자 한 의도에서 기인했다. 따라서 산문 즉 소설

은 『산문시대』동인의 전략에서 출발한 선택이었지 그들 문학의 본령이

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산문시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김현이 l호에 소설을 발표

5) 서영인, 위의 글, 2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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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뻐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07

한 이후 전혀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고 바로 평론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냈던 것, 김치수는 아예 소설을 전혀 발표하지 않았고 번역이나 논

문을 발표했다는 것, 김승옥이 ‘「산문시대」에 쓴 몇몇의 소설로써 소설

쓰기를 끝내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그 작업을 다듬어 나갔더라면 팩 유

니크한 소설가가 되었을 것’6 )이라고 했던 최하림 역시 『산문시대』이후

시인으로 제 자리를 잡아간 것 등을 보면 ‘산문’ 특히 소설만으로 동인지

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상당히 정치적이었고 또한 무리였던 것이다 Ir산

문시대』는 그들의 문학적 완성이 아니라 출발이었고 하나의 문학적이면

서도 정치적인 시도였다.

II. 전 세대와의 단절 - 전쟁의 기억

그들은 『산문시대』를 통해 그들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했고 그들이 무엇을 해야 그들의 존재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지 찾고자

했다. 그들의 자기 정체성 찾기는 이미 많은 논자들이 지적한 바, 전 세

대 즉 과거와의 단절이었다. 그것은 역사의 단절이 아니라 세대의 단절

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들이 『산문시대JJ 1호를 이상에게 헌정

한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산문시대』에 실린 소설틀은 작가에 따라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

주고 있지만 제재 변에서나 주제 면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그것은 자기 정체성 찾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전 세대와의 단절, 그리고

자신 앞에 주어진 과거의 집적물로써의 현재를 환멸로 인식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특히 전 세대와의 단절을 통한 자기 정체성 찾기의 대표적인

양상은 전쟁의 기억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통해 나타난다.

『산문시대』에 실린 소설 중에서 직간접적으로 전쟁의 기억이 영횡t을

6) 김승옥, 위의 글,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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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미치는 소설은 김승옥의 <건>, 김산초의 <잃어버린 海市>, 최하림의

<수럼밀어>와 김성일의 <月經 있는 아침> 둥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작품에서 배경 혹은 모티브로 동장하는 전쟁은 과거를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현재를 황폐하게 만들어 인간성을 허무와 무기력의 구렁

텅이에 빠트린 근본 원인으로 나타난다. 전쟁 특히 참전의 경험과 기억

은 지리멸렬한 현재를 있게 한 원인으로 나타난다, 참전의 경험은 그들

에게 모든 것을 앗아갔다.

김성일의 <月經 있는 아침>은 소재 면에서 독특한 점이 있는데, 인민

군 영창을 배경으로 소위 반동분자인 죄수들과 그들을 감시히는 인민군

병사들의 일상이 소소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의 초점은 비인간적

상황에 놓인 인간의 무력감이다 아직 어린 죄수를 보며 측은해하고 대

학교수로 있다가 반동 분자의 지하운동을 지도했다는 죄목으로 잡혀온,

산신령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형수를 살리고 싶다는 헛된 생각을 하기도

하는 쩍다리의 상념은 무기력한 현실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력하고 헛될 뿐이다 산디는 게 이상하다고 여기고 가

끔 무의미한 생활에 반발을 느끼기도 하고 사형수를 살려야 자기도 살

수 있을 것 같디는 절박함도 느끼지만 그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하

지 못한다. 그저 월경인 여자와 성관계를 가지면 행운이 온다는 얘기만

서로 주고받으며 현실의 무력감을 견디고자 할 뿐이다

열여닮 나이에 학도병으로 끌려 나가 3년의 군복무를 한 경험이 있는

주인공의 현재를 그리고 있는 김산초(金山*뼈의 <잃어버린 海市>도 마

찬가지다. 그는 현재 은하라는 여자와 동거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

으나 ‘어차피 무슨 행위에든 반드시 이유가 따르는 건 아니니까. 푸른 하

늘 의지는 없다. 구름도 없다 해도 없다. 달도, 별도 없다. 그저 네모난

푸른 사각형. 거기 역시 의미는 없다.’는 식의 무기력한 삶에 빠져 있다

이런 현재를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전쟁, 참전의 경험이다 전쟁은 ‘할어

버지가 장손에게 물려 줄 모든 것을 앗아가’ 버 렸고, 그에게 노래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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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뻐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09

‘전장에서 배운 군가와 유행가’만을 남겨 놓았다. 쓸쓸해지면 부르는 그

노래는 그러나 그에게 위안과 안식은커녕 ‘끊일 줄 모르는 살인과 총소

리와 피냄새’를 떠올리게 할 뿐이다.

참전의 경험이나 전쟁을 제재로 한 위의 소설들은 전쟁이라는 것이

현재의 폐허를 있게 한 본질적인 원인임을 강하게 드러낸다 ‘전쟁의 충

격이 세계를 부조리한 실존의식의 공간이 되게 했다는 점은 이들의 문

학이 lÐ:J년대 문학의 기본적인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일상의 비정함을 인식했다는 것이

이들의 문학이 50년대 문학과 구별되는 지점’7 )라는 지적은 한편으로는

타당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시각의 해석을 요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즉 위의 소설들은 분명 lÐ:J년대 전후 소설에서 전쟁을 인식하는 태도

와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일상의 비정함을 인식하고 그

것을 드러내는 데 좀 더 주목을 한다면 『산문시대』 동인들이 전쟁을 소

설 속에 끌어들이는 의도가 50년대 전후 소설과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된

<잃어버린 海市>에서 그는 그저 전장에서 배운 노래나 부르며 무기

력과 상념 속에서 배회하던 대학 시절 주임교수 참전 경험이 있고 전쟁

에서 성기능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자신은 ‘남에서 물려받은

것만을 잃었을뿐, 내 신체의 어느 부분도 잃지 않았으니까’ 그 선생보다

조금 행복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세대 차이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전쟁 참전의 경험이

같다 하더라도 교수 세대와 자신 세대에 있어 현재적 의미는 다르다는

인식이 그러하다.

‘너와 나는 우리들의 아들이 고향을 잃지 않도록 전쟁이 무엇인지 모

르게 키워야 한다 임신 l07H월이 되면 나는 너를 예루살렘의 마굿간으

7) 서영인, 앞의 글,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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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로 데려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아들은 영원히 海市를 잃지 않는 …’8)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겠디는 당찬 호기가 이렇게 표현되고 있다 여기

에 전쟁은 구실이자 사실은 스스로에 대한 변명이다. 여기에 50년대 전

후 소설과 다른 점이 놓여있다. 여기서 『산문시대』 동인애게 전쟁 자체

의 경험이 거짓일 수 있디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산문시대』 동인

들은 전쟁 때 열 살 전후의 나이에 불과했다 9) i"산문시대』 동인들이 그

들이 직접 체험을 하지도 않은 참전의 경험을 소설 속에 끌어들이는 것

은 과거와의 단절을 말하고 현재 자신들의 새로움, 혹은 어른 없음을 보

여주기 위한 것이다 i"산문시대』 동인들은 전쟁을 끌어들여 세대론적 단

절을 이야기하고 왜 그들이 새로운 역사의 창조자인가를 이야기하고 싶

어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인식적 차이를 지니고 있음에도 소설 속에서 분명히

드러나지 못하고 전쟁의 비극성만이 부각되면서 현재의 절망과 무기력

만이 소설에 충만하게 보이는 점은 전후 소설을 세대론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디는 평기를 받게 한다 10 ) i"산문시대』 동인들이 전쟁

을 디루는 방식과 인식이 명확하게 50년대 전후 소설과 구별되어 나타

8) 김산초, <잃어버린 海市>, r산문시대J 2호, 가림출판사‘ 1ÇX)2, 85쪽 9) 김승옥이 1941년생, 김현은 1942년생, 김치수 1없0년생, 최하림 1939년생 동 r산

문시대』 동인들은 60년대 초반 학번의 당시 대학 1,2학년이었다 6.25 전쟁 당시 그들은 10살 전후의 어린애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김숭옥이 〈건>,

〈생명연습〉 등에서 전쟁 당시 실제 자기 나이에 해당동뜯 어린 주인공을 내세

운 것은 그의 소설이 다른 동인들의 소설이 갖는 관념성을 벗어나 현실적 맥락

속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10) 차미령은 〈잃어버린 海市〉의 거창한 선언적 기도 역시 ‘그가 아직 젊음에도 괴 로운 현실의 타개를 그의 이들 즉, 그의 다음 세대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는 점으

로부터, 더욱이 그 기도마저 소설 속에서 실제 “꿈”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으로

부터 난관의 극복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여기에 깔려 있

는 세대론적 단절 의식, 즉 자신들로부터 새로운 세대가 시작된다는 그 의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r<~문시대>연구 - 작품에 나타난 ‘바다’와 ‘죽음’의 관련양

상을 중심으로 J , 한국현대문학회, 한국현대문학연구 13, 2003. 6, 얘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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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11

나지 못하는 한계는 『산문시대』 당시 그들의 미완적 인식과 형상화의

미숙함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동인들과 달리 ‘전쟁’을 자기 세대

의 조건에서 이해하고 소설에서 드러냄으로써 전쟁을 통한 세대론적 인

식의 차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동인이 김승옥이었다.

김승옥은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겪는다. ‘서

울, 부산 출신’과 ‘지방출신’의 문화적 감각의 차이란 실로 당시 김승옥

에게 있어서는 놀라움을 넘어 열등의식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lJ ) ‘역사

의 현장인이 아니라는 열등의식’으로 이해된 그 충격을 그는 6.25 전쟁

경험의 차이로 설명한다. 즉 그가 자란 호남지방에 있어서 6 . 25란 ‘조

수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썰물에 휩쓸려 나가는 모래나 자갈

이 있듯이 사람들이 죽고 집들이 폭격 당하고 했지만 주민 대부분의 생

활방식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10살 정도의 어린애에 불

과했던 김승옥이 느낀 전쟁은 그런 것이었다. 전쟁의 비극과 절망적인

생활경험담은 만화나 소설에 있는 남의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

한 경혐의 차이가 그에게 이방인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었으며 그것은

지방출신이 서울에 올라와 처음 맞닥뜨리는 대도회 출신의 동년배들이

지닌 엄청난 문화적 내용과 감각의 낯설음으로 인해 열등의식으로 나타

났던 것이다.

전쟁을 조수로 표현하는 김승옥의 진술이 전쟁 전 이념의 문제로 아

버지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냈던 사람의 고백으로 듣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스스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라고 전제를 하고 있긴 하

지만 분명 전쟁 당시의 호남이라고 하는 점에서 어느 정도 보편성을 얻

을 수 있다면, 열 살 전후에 호남에서 전쟁을 겪었던 『산문시대』 동인들

의 집단적 전쟁 경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승옥이

<건>에서 나타나는 전쟁의 모습은 전 세대와의 단절의 기제로 쓰인다

는 점에서 『산문시대』 동인으로서의 집단적 의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솔

11) 김승옥, 앞의 글, 122-123 참조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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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한국문학논총 제62집

직하게 자신의 조건 속에서 그리고 있디는 점에서 다른 동인들과 구별

되는 점이기도 할 것이다1 2)

김승옥은 한 걸음 더 현실로 나아가 전쟁의 기억이 스스로에게 직접

적이지 않았음을 작품 속에서 냉소적으로 드러낸다 그 결과 전쟁의 기

억으로 고민하지 않는 것, 스스로가 경험한 기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그는 아버지 세대 선배 세대와 단절을 감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II. 환상과 현실 - 환멸과 선택

『산문시대.! 1권에는 김현의 두 편의 소설이 먼저 실려 있다. 김현이

소설을 게재한 것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그의 소설이 1권 첫 번째 작품

으로 실려 있다는 것은 그가 『산문시대』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했고 또한 실질적으로 『산문시대』를 끌어가는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음

을 보여준다. 동인지의 장르를 산문, 소설을 중심으로 하기로 했기에 그

역시 소설 창작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그의 본령이 아니었다. 1호에 실은 두 편의 소설을 끝

12) 여기에서 『산문시대』동인은 아니었지만 r산문시대』 이전에 이미 김승옥과 서로

알고 지냈던 같은 전라도 출신이고 같은 서울대 문리대생이었던 이청준의 〈병

신과 머저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lJ8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병신과 머

저리>에는 『산문시대』에서 보이는 세대 차이에 대한 인식이 주제로 확연히 드

러난다 형의 참전체험이 중요 서사로 등장하지만 기실 이 작품의 주제는 동생

이라는 ffi년대 '2IJ대가 왼 세대 즉 『산문시대』와 같은 이청준 세대의 아픔의 정

체를 찾는 것이다 이청준은 〈병신과 머저리>에서 『산문시대』 동인이 전쟁을

통해 그들의 정체성, 즉 전 세대와의 단절을 획책하는 방식에 비해 훨씬 정직하

고 그래서 한 차원 높은 의식을 보인다 하지만 이청준의 참전 경험을 통한 세 대론적인 자의식 역시 『산문시대』외 다르지 않디. 이 런 점에서 『신문시대』의 전

쟁(참전경험)을 통한 세대론적인 자의식은 그들 세대의 보편적인 자의식으로 이

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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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m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13

으로 그는 더 이상 소설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습작 수준의

치기어린 작품 그 이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산문시대Jl 1호에 실린 < A.

間序說>과 <잃어버린 처용의 노래> 모두 작위적인 상징과 이미지 속에

관념만이 넘치는 작품이다. <인간서설>은 치기어린 스무 살 대학생의

사변이 스스로 만들어낸 비유와 상징 속에서 난삽하게 설파된다.

넷이다 꼭 넷이다. 인형의 손발은 넷이다 가렵다 손가락에 침을 발

라 부푼 곳을 닦았다. 시원했다. 네 개의 자국 - 사월이었다. 사월(四月)

인지 사월(死月)인지 영 알 수가 없다 13)

4.19의 기억은 지울 수 없는 흉터로 남았으나 그것은 끊임없이 나로

하여금 깨어있게 히는 증표가 된다. 그것이 김현에게 ‘반역과 전복을 꿈

꾸는 혁병 체험의 내면화를 의미’14)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김현이 1호에 남긴 『산문시대』의 선언이리는 점에서 그러하다. 제목이

의미히는 바, 새로운 세대로서,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알리기 위한 선언

적 전략이 만들어낸 소설인 셈이다.

그 점과 연결하여 이 소설에서 화자인 ‘나’가 인형에게 하는 말 중에

주목할 부분이 있다 화자인 나는 인형에게 인간에겐 말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말이 애초에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조주인 옐

로힘이라는 하나님이 그 스스로 창조주의 자리를 갖기 위해 인간에게

말을 가르쳐 주었고 그 말은 여호와라는 하나의 말이었는데 어느 사이

인간이 그 말을 잊어버리고 인간 스스로 아도나이라는 말을 썼으나 그

말은 옐로힘이 애초에 준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즉 거짓 ‘말’이기 때문에

인간은 다시 짐승으로, 마네킹으로, 인형으로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자신 혼자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슬프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밝은 곳을 찾자. 말을 하자.

13) 김현, <人間序說>, r산문시대û호, 가림출판사, 1%2, 5쪽

14) 임영봉동인지 『산문시대』연구J , 우리문학회, 우리문학연구 21, 2007.2, 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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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나 같이 아도나이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을 찾자’라고 스스

로에게 다짐한다.

이는 그가 언어를 통해 새로운 문학, 역시를 창조하려 함을 여실히 보

여준다 그의 소설이나 다른 동인들의 소설이 실험적이고 정통 서사의

방식을 택하지 않고 산문임에도 시적 OJ:상을 보이면서 독특한 문학 세

계를 보이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언어 즉 예술을 통한 새로운 역사

의 칭-조라는 동일한 인식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산문시대』소설에서 나타나는 권태롭고 무기력한 현재 인식은 그들에

게 지향해야 할 방향을 찾기 어렵게 만들고 그들을 절망 속에 빠트리지

만 그것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렇게 때문에 그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주체도 그들 자신이고 그러할 것이라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자 하

는 욕망 때문이다 환멸에 가득 찬 현실 즉 과거의 유산을 극복할 수 있

는 주체가 그들 자신임을 천명하기 위해서는 그들 역시 희생자임을 드

러내야 하는 것이다 15)

김성일의 <세 별의 폈服〉은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시대적 역할이 앞

세대의 극복과 환멸의 청산, 나아가 후 세대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전해

15) 서영인은 ‘개인을 무의미한 현실 속에 버려진 존재로 생각하거나 일상을 몹시 권태롭고도 견디기 힘든 것으로 인식하는 태도, 개인의 내폐적인 의식세계를 과

도하게 소설 속에 표백하는 방식 퉁은 오히려 이들의 세계가 fi)년대식 실존주

의와 친연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요약해서 말하

자변 『산문시대』동인들의 작품은 개인적 내면과 의식의 흐름을 주조로 삼고 있

다 그리고 그 개인적 내면은 하나같이 절망과 권태와 무의미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그 개인적 내면은 하나같이 절망과 권태와 무의미의 원인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세계에 대한 부정의 의지는 분명하되 그것을 부정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으되 그것

을 방향을 알지 못한디는 것, 이것이 『산문시대』의 소설 작품들에서 주로 드러

나는 특색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그저 ‘앞으로1 ’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도 모른다’라고 하였는데 , 후자의 논의가 갖는 세대론적 목소리에 주목할 펼요

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fi)년대 소설과의 친연성 논의는 달라진다고 본다 앞

의 글, 잃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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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15

주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생일날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 그 범인이 바로 이 집의

장남임이 드러나고 장남 스스로 자수한다는 이 이야기는 왜 장남이 할

아버지와 아편 중독자인 아버지, 불평으로 가득 차 있으나 무기력한 마

르크시스트인 삼촌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개연성

은 부족하다. 장남은 자신이 살인범임을 운동선수인 차남, 피아니스트인

삼남에게 고백하면서 자신이 왜 살인을 하였는지 밝히는데 지극히 관념

적인 고백이지만 『산문시대』동인의 자의식을 명확히 보여주는 선언으로

읽힐 수 있다 16)

-시역(抗효)의 밤은 끝났다 ... ... 우리의 조상은 역사도 아니고 맑스

도 아니었다 에벤의 흙덩이도 아니었고 아편중독자도 아니었다. 우리의

조상은 우리들이다

보라, 이 땅에도 봄이 온 것이다 이 깨끗한 폐허 위에 너회는 발고

아름다운 새 집을 지어라 그건 너희들의 집이다 17)

스스로 기성세대를 언어로 죽이고 새 봄, 그들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이 거창한 선언에는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섬이

진하게 배어있다. 하지만 폐허 이상 무엇을 건설하는 것은 그들 몫이 아

니라는 인식은 그들의 당대적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

16) 차미령은 시인인 장남이 기성세대를 살해하는 것은 산문시대 동인들이 언어(시) 를 무기로 기성세대를 넘어서고자 함을 직접적으로 노출하는 것이라 보았는데

(차미령, 앞의 글, 각주 7 참조 바람)올바른 지적이라 생각된다 이울러 본 논문 에서 다루지는 못하지만 〈산문시대> 동인들의 작품에는 예술가, 즉 시인이나

음악가, 혹은 화가가 많이 등장하는데 문단이라는 영역을 벗어나 사회적 문맥에

서 볼 때 예술(가)이 시대적 고통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겪고 있으며 또한 예술

(가)이 기성세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의식이 투영된 것이 아닌가 추론해 본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숙고가 필요하다 17) 김성일,<세 벌의 팝服>, r산문시대~5호, 가림출판사, 1%4,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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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한국문학논총 제62집

김산초의 <잃어버린 해시>에 나타나는 자의식도 김현이나 김성일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그의 시선에 포착된 도시는 희망 없어 보인다. 그런

데 ‘도시가 이처럼 침몰해 가는데 사람들은 태연하다.’ ‘암흑에 침몰해

버리기 전에 우리는 살아나야 할 것’이므로 그는 ‘구원을 청해야 한다고

생걱한다. 그는 S.O.S를 외치는데 사람들은 SEX를 외친다 그는 자신이

‘그들의 언어외는 다른 異域의 언어를 n土하게 된 것’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는 그림을 그려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적 불소통과 그것의 극복

을 위한 그림 그리기라는 행위는 그들만의 언어 즉 예술을 통해 그들만

의 미래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한다.

김산초의 <잃어버린 해시>의 그에게 대학 생활은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 ‘슬프게도 누구를 존경한다든가 히는 美德은 깨끗이 戰場에서

잊어버리고 온’ 나는 교수에게 되묻는다. 선생님도 군대에 갔다오지 않

았냐고. 그 의미는 당신은 무슨 의미로 무엇을 바라고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일 터이고 나아가 당신 역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

느냐라는 것일 터이다 이 질문이 ‘산문시대’ 동인의 현재형 의식의 또

하나의 표지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 중에서 존경하는 인물을 간직하고 있는 자가 과연

몇 몇이나 될는지 존경이란 말은 이미 없어진 것이었다 있다고 하면

부러움의 대상이 있을 뿐이었다 18)

선배 없는 세대에게 현재는 어쩌면 절망적이고 따라서 환멸만이 남을

뿐일 터이다. 최하림의 <여름시집>, 강호무의 <햄素質>, <멈칫거리는

파도>, 최하림의 <밤의 촉수> 등이 보이는 세계 인식은 그러한 자의식

에 실제적으로는 머물고 있으며 선택과 지향은 힘겨운 투쟁 속에서 헤

매고 있는 형국임을 보여준다.

18) 김승옥, <환상수첩>, r산문시대~2호,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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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S0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17

최하림의 <여름시집>은 주인공 진형이 어린 시절 어머니와 자기 남

매를 버려두고 떠나 커서도 적의를 가지고 남처럼 대했던 아버지가 조

합장으로 있는 한적한 어촌에 내려와 무료하게 일상을 보내는 어느 여

름날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서서 있을 뿐이다, 향방이 없었다. 향방이 있어야 한다. 향방이

어디일까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게 처음이고 마지막인 것일지

라도 한번 용기를 내어 훨훨 떠냐가 보자,’19)

아버지 세대에 대한 부정과 남겨진 것 없는 폐허에 놓여 있다는 세대

론적 의식이 보여주는 현실감각은 이러한 것이었다 그 앞으로가 <여름

시집>에서는 바다로 향하는 것, 즉 자살로 끝난다 자신들의 현재가 갖

는 환멸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보이고자 하는 포즈로, 관념적 자살이라

하더라도 역시 극복의 방식으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평素質>의 주제는 상념 7}-운데 흐트러져 있는 감성, 외로움과 허망

과 권태를 가장한 슬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지하도(地下道)에 서서 머뭇거리는 식민지(樞民地)의 도덕(道德), 달

아나고 싶은 기분으로 어정거리며 눈치를 살피는 서로가 이해하고 있

지 못한 범행(犯行)을 불러 일으킨 것, 의 고독(孤獨)과 혼란, 그리고 굴

욕만이, 우글거리는 넋 속에 청산가리(춤醒加里)라도 퍼넣어라 집념(執

念)을 살리기에 힘쓰지 말라, 두려웅이 많은 모든 친구들은 떠나버리고.

심판자(審判者)는 나(我)뿐이구나, 나 뿐이다20)

굴욕적인 과거의 역사가 여전히 횡행하는 현재는 새 세대에겐 환멸만

을 낳을 뿐, 따라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새로운 역사의 주체로서의

책임의식과 결단이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아직 묘연하

19) 최하림, <여름 詩集>, r산문시대~ 1호, 71쪽

20) 강호무암소질J , 산문시대~3호, 가림출판사,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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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한국문학논총 제62집

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운명의 힘에 의해 희생자가 되었으나 스스로 자

신에게 죄를 묻고 그 운명의 굴레를 벗어 자신을 찾아 떠나간 오이디푸

스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자신을 찾고자 한다.

기억(記|意)이 모두 멀어나고, 나에게는 피투성이의 팔을 처매는 일 뿐

으로. 어둡고 습기찬 삼림사이에 혼자 남아 있는 피릿한 피내음의 눈물

이 배어나는 상처(傷處)를 감싸 쥔다 아프지않는 팔을 꽉 마주쥐고 보

이지않는 나(我)의 얼굴을 찾으려 걷고 있다 오래토록 보이지않는, 나

(됐)의 얼굴을 찾아 걷고 있다. 에디퍼스처럼21\

그러나 이러한 물려받은 역사와 운명이 가한 고통을 스스로 받아들이

면서 밑바닥까지 추락한 다음 자신의 찾아 떠나겠다는 이 결의는 소설

속에서 공허한 울림으로 느껴진다.

<멈칫거리는 파도>가 지니는 분위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다방이2-1는

장소를 중심으로 인간 군상들의 허름한 삶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주된

인물은 상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남자와 떠난 아내, 그리고 병으로

죽은 어린 딸로 인해 절망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다.

묘지에서 느낀 가장 큰 전율은, 나에게 고향의 뜻을 알려 준 선이의

죽음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부끄럽게 고개

쳐들고 있는 나, 어떤 목적이 뚜렷한 적어도 확실한 보람으로 살아온

- 삶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침에 잠을 깨면 오싹해지는 불쾌한 느낌을

맛보며 맑고 투명해져 오는 슬픔을 느낀 뒤 자연스럽게 아무 뉘우침 없

이 살아 온 생애가 구차스럽고 욕된 생애였음을 알아 채려 버렸다.앓)

아내의 가출과 딸의 죽음으로 인해 무기력과 절망에 빠져 있던 상민

은 묘지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한다. 그러나 상민의 행동

21) 강호무암소질J , 위의 책, 37쪽

22) 강호무멈칫거리는 파도J,산문시대~4호, 가림출판사, 1963,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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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19

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좋은 곡을 만들어 자기가 연주하는 것’이 꿈

이었던 음악 선생 상민의 현재는 지하실이라는 다방과 맞물려 절망으로

과장되게 드러난다. 현재 지하실 다방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먼 전지

(戰地)에서 돌아 오는, 먼지 투성이인 황색의 땅을 터너덜 터덜 지나가

는 병사(兵士)들을 그린 듯한 가락’인데 그것은 바로 상민이 작곡한 폭

이며 지금 현재 좋은 곡을 상실한 상민의 마음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곡이

다 전쟁이 끝났다는 희망과 안도보다는 전쟁이 남긴 폐허와 상처, 피곤

이 진하게 부각된다

- 누굴 사랑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사랑하

는 사람이 없으며 나는 아무 가치도 없어.

- 선생님,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럼 어젠 거짓말 했어요,

나는 아무 힘도 가치도 없어 다만 가끔 상대자를 기분 좋게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뿐이야.경)

지난날의 삶이 욕된 것이었음을 알았으나 음악으로 다시 극복할 자세

는 되어 있지 못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하실 다방 안 판유

리 망사의 커튼에 적혀 있는 ‘이튿날’이라는 글씨다. 이 이튿날이라는 단

어는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지하실과 묘지와 그리고 상민의 절망적 분위

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사용되고 있다 이튿날이라는 글씨가 제시

되면서 실제 시간적 단위로 이튿날이 제시되는데, 절망에서 새로운 희망

으로, 묘지에서 삶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주제를 드러내는 장치로 보인

다. 그러나 상민의 절망이 이해는 되나 과장되어 있듯이 이 또한 뜬금없

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이튿날이 지난 후로 제시되면서 장의사 집이

좋은 식료품점 혹은 꽃가게 같은 밝은 얼굴로 고객을 맞을 수 있는 가게

가 되었으면 한다는 진술 역시 허술하다

하지만 『산문시대』 동인의 현재를 염두에 둔다면 뻔한 결말을 넘어서

23) 강호무,<멈칫거리는 파도>, 위의 책 ,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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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 한국문학논총 제62집

그들의 시선이 기리키는 곳이 어디인지 기늠하게 한다

니는 깊고 큰 감명 속에서 이번 져울을 지내려고 합니다. 그게 의심스럽

다는 얼굴인데 바람이 일고 거리가 싸늘하면 우리는 마음 편케 거리를 걷

고, 결코 알지 못하였던 무질서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입니다깥1)

이 진술은 눈여겨볼 만하다 소설 제목인 ‘멈칫거리는 파도’와 연결해

서 보면 4.19와 5.16의 그늘이 느껴지기도 한다. 강호무가 생각히는 『산

문시대』 동인의 현재와 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여전히 겨울이고 거리

는 싸늘할 것이라는 것, 결코 알지 못했던 무질서가 앞에 놓여 있을 것

이2.}는 것 그러나 그들은 현재 멈칫거리고 있으나 마음 편히 다시 움직

일 파도라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욕된 과거의 청산과 자기 정체성 찾기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선택,

즉 환멸과 선택이라는 『산문시대』 동인의 자의식은 김승옥과 최하림의

소설에서 더 구체적으로, 그들의 진짜 경험을 토대로 그들만의 조건 속

에서 형상화되어 나타난다.

최하림 <밤의 촉수〉에 나오는 ‘나’는 그는 고아 출신에다 지난 날 마

약 복용으로 감옥까지 갔다 온 경력이 있다. 지금 어느 레스토랑 같은

클럽에서 ‘잠시 자리가 생길 때까지 있어보라’는 사장의 권유로 지내는

중이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서성이며 시간 나면 술을 마시고 ‘자나깨나

죽어버리고 싶어하는’ 위기를 느끼며 하루 하루 버려 나간다.

‘사실 나는 이것이 순수한 소설이기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보다 집요

하게 그 어떤 공동(空洞)이 내다보이기 까지 나를 추구하고 그런 나와같

이 다니던 저 비애의 서정 끈끈하고 허황한 고독의 뒤안길을 기록하고

싶은 것이다 25)라는 소설 속 진술은 이 소설이 역시 김승옥이나 다른 산

문시대 동인들이 지녔던 환멸의 감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24) 강호무,<멈칫거리는 파도>, 앞의 책 , 45쪽

25) 최하림, <밤의 觸手>, r산문시대J4호, 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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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21

주인공 나와 그의 친구들의 청춘은 어린 시절 품었던 바다에 대한 환

상이 현실 앞에서 누추한 환상으로 바뀌면서 세상에서 소외된다 과거의

환상이 현실 속에서 누추한 환상이었음을 깨닫는 것은 『산문시대』 동인

들, 특히 김승옥의 그것과 닮아 있다.

- 지나간 지금도 나는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 그 배는 어느 바다

로 나아가, 어디서 고기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기 보다, 좋대와 윷대 사

이로 푸르게 내려 앉은 하늘과 달리의 물결처럼 진한 바다와, 그 사이에

서 한없는 길과 무한한 세계를 그리며 그 모든 미지를 호흡하며 수평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다고 그것을 우리는 틀림없는 현실이라 착각했었

다 일생을 그렇게 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날들을 낱낱이 적을 수는

없지만 그때 우리들은 온 몸으로 세계를 사랑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우리들이 본 것은 때 끼고 누추한 환상이었다.26 )

정작 그들이 사랑했다고 말하는 세계는 사실 그들이 꿈꾸는 환상이지

현실은 아니었던 것, 해방 후 고아 출신에다 마약의 과거를 지닌 보잘

것 없는 청춘이 격변하는 현실 속에서 부서지고 패배당하기 십상이라는

현실 상황보다는 그 내면의 패배적 자의식이 문제이다. 그런데 그 패배

적 자의식은 실은 제대로 보게 된 현실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나 자격지심보다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와 다른 현실에 대한

환멸이자 자기애에 가깝다

영화에서 본 예수의 모습에서 현재의 자기 모습을 투영해내는 자의식

은 관념의 과장이라기보다 현재 자기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문학에 대

한 고고함의 표현이다. 자살을 택하지 않고 현재를 버틸 수 있는 것은

‘신상(피메像)’을 보았기 때문, 그 신상은 ‘그리움을 항해하던 아이가 찾은

것은 저기 저 은백색의 마르디 마른 청년’으로 표현된다 황폐한 환멸의

현실에서 스스로 ‘선부의 땅을 본 것’ 죽음을 통해 ‘새 세계에 손을 짚었

26) 최하림, <밤의 觸手>, 위의 책, 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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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고 표현하면서 최하림은 이 소설이 시라고 말한다. 이러한 최하림

의 자의식은 김승옥과 마지막에서 갈린다.

전 세대 혹은 이전 역사를 인정함으로써 그들이나 자신의 자기 세계

를 함께 인정받고 스스로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전 세대와의 단절

을 꾀하고 자신이 처한 시공간의 현재성을 인정함으로써 새로운 선택의

불가피성을 스스로에게 환띨의 방식으로 납득시키는 것, 즉 『산문시대』

동인들의 자의식을 잘 짜인 이야기 속에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가

가 김승옥이라 할 것이다.

‘세계는 환멸적인 것이지만 그 환멸은 그것을 지각하는 개인과 떨어진

곳에 있지 않았다, 개인들 역시 그 환멸을 구성하는 인자라는 생각, 살아

가기 위해서는 그 환멸에 몸을 섞을 수밖에 없다는 참답한 인식이 김승

옥 문학의 성숙함을 증명하는 요체’27) 라는 지적은 그리 새로운 해석은

아니지만 여전히 타당하며 유효하다 현재를 불가피하게 받아들인다는

그 수동성 속에 환멸의 짙은 감성이 내재해 있으나 그것이 최선의 선택

이라고 김승옥은 말한다. 그러한 자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은 『산문시대』

에 실린 김승옥 소설 모두라고 할 수 있다

『산문시대』 에 실린 김승옥의 소설은 모두 5편으로 <건>, <생명연

습>, <환상수첩>,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사디리아시스 - 제1장

확인해 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이다 이들 소설을 관통히는 주제는

역시 환떨과 현실인식 그리고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소설

은 ‘비실험적이고 진부한 소설 양식’28)탓에 다른 동인들의 소설에 비해

서사적이며 그 결과 살아있는 현실성을 담아낸다. 그것은 그의 소설이

다른 동인들의 소설에 비해 자전적인 경향이 두드러진 탓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관념을 벗어난 실제 자신의 현재에 대한 관심이 강하기 때문이

었다. 그만큼 그는 일상적이고 세속적이었던 것이다

27) 서영인, 앞의 글, 291쪽

28) 김승옥산문시대 이야기J , 앞의 책,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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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23

60년대 초 그들은 약관에 불과했다.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을 치든 어

쨌든 전 세대들의 현재를 강고했고 그들에 의해 세상은 움직이고 있었

다. 김승옥은 그런 현실을 관념이 아닌 감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서

울이라는 공간이 그에게 가져다 준 현실 감각이었다.

김현은 60년대 문학을 이야기하는 글에서 ‘사일구 세대가 %년대에 제

일 즐겨 다른 소재는 대학생 생활이었다. 그것은 그 이전 세대들과 다르

게 그들이 가장 잠 알고 있는 소재였다. 김승옥, 이청준, 박태순, 홍성원,

서정인 등은 대학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썼으며, (중략)그들이 보는 대

학생들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방황하는 방랑인이었다. 그들의 앞에 무

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펼쳐 있다는 점에서 그들은 행복한 존재였으나,

그들의 삶은 연습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틀은 떠 있는 불행한

존재였다. 대학생들의 부유하는 모습은 낭만적이고 화려하였으나, 비현

실적이고 비역사적이었다. 그 대학생들은 곧 현실과 역사를 발견하여,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29)라고 하였는데 김승옥에

게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서울에 대한 환멸 속에서도 위악적일지라도 자기 세계를 구축한 자가

옳다고 믿는 현실감각, 결코 서울을 떠나지 않는 선택, 정우를 자잘하게

만들어도 수영을 살아남게 하는 선택은 다른 동인들과 다른 김승옥 자

의식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이는 그러나 『산문시대』 이후 판명

되고 그 선택의 결과의 달라점 역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N. u'산문시대』의 당대적 의미

『산문시대』는 60년대 지방 출신의 문학 청년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서 그들이 처한 시대, 즉 시간의 의미를 자기 정체성 찾기와 드러내기

29) 김현, r60년대 문학의 배경과 성과」 , 『분석과 해석~ , 문학과지성사, 1988, 2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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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으로 세상에 내놓은 자기 선언이자 인간적 욕망의 순수한 표현이었

다.

그들은 앞 세대와의 단절과 그들이 처한 현재성에 대한 탐색, 그리고

새로운 선택이라는 주제를 각기 자기 방식으로 『산문시대』를 통해 드러

냈다 다양한 실험적 소설 쓰기 혹은 ‘가장 비실험적인 진부한 소설양

식’(김승옥)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지만 그것은 모두 공통적인 관심

사 즉 60년대 초반에 있어서 그들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확인을 통해 자

기 정체성을 찾는 것, 스스로의 문학적 목적을 지니기 위해 무엇을 지향

해야 "8}는가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양한

소설적 쓰기를 통해 각자의 개성을 서툴게 드러냈지만 동질의 의식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들은 전쟁 경험이라는 실제 경험과 참전이라는 유사체험을 앞 세대

와의 단절을 위해 끌어들였고 단절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세대적 외로

움을 허망과 무기력으로 드러냈으며 그럼으로써 스스로들 새로운 세대

의 선두주자임을 대내외적으로 선언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당시 그들은

문학을 시작하는 단계였고 완성된 자의식을 보여주진 못했다. 그렇기 때

문에 『산문시대』 의 소설들은 대부분이 개성적이긴 하나 서툴고 난삽하

며 습작 수준의 관념과잉인 작품이 많다 『산문시대』 소설은 그 자체로

서 완성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후 70년대까지 이어지

는 그들의 문학적 행적과 한국현대 문학사에 끼친 공적, 그 욕망의 출발

점으로 중요한 텍스트라는 것을 인식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산문시대』가 왜 60년대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텍스트인가

하는 질문을 다시 제대로 하고 그 답을 찾고자 했다 이러한 연구는 기

실 『산문시대』를 대상으로 50년대 전후 소설과의 면밀한 비교 분석, 60

년대 당대 다른 동인지들과의 비교 분석 등이 수반되어야 하며 또한 『산

문시대』동인들의 정신분석학적 연구 및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

티프 연구 등 다양한 공시적, 통시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제대로 『산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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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대 『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소설을 중심으로 425

대』 텍스트의 입체적 연구 성과가 니올 것으로 본다. 그런데 그러한 작업

은 학회지 게재 논문의 질과 양을 넘어서는 광대한 작업이 될 것이다.

향후 그러한 작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 연장

선에서 계속 연구를 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말 그대로 ‘풍문’

으로 떠돌고 언급됐던 『산문시대』의 소설들을 면밀히 그들의 자의식과

연결하여 읽어 냄으로써 향후 『산문시대』를 입체적으로 읽어내는 데 출

발이자 토대로써 성과를 지닌다고 본다.

끝으로 0'"산문시대』에서 가장 비실험적인 진부한 소설 양식을 썼던 김

승옥, 그러나 『산문시대』 소설에서 가장 완성품을 보였고 타 동인에 비

해 그들의 현재와 미래의 선택을 냉정하게 그렸던 김승옥이 누구보다

먼저 문학장을 벗어나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어쩌면 그럴 수밖

에 없는 길, 이제는 별로 의문스럽거나 새삼스럽지 않은 김승옥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산문시대』 시절 그들의 작품에서 선택의 불명확함

과 어두운 전망이 팽배했다 하더라도 관념적이지만 언어와 예술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고자 했던 동인들의 현실감각은 오히려 현실을 벗어나게

만들고 그들로 하여금 이후 70년대 평론과 시 0'"문학과 지성JJ , 0'"창작과

비평』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발전해 나가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

인 감각을 지녔던 김승옥이 예술이 아니고 현실을 택함으로써 오히려

소설에서 벌어져 간 것은 『산문시대』 동인의 궤적이 보여주는 아이러니

한 뭉경이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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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r산문시대』 동인의 문학적 자의식 연구 - 소설을 중심으로 427

<Abstract>

A Study on the Literary Self-Awareness of Coteries of O"The Age of Prose jJ during the

1960s - Focusing on novels

Lee Ho-Gyoo‘

The text itself of U"The Age of ProseJJ is the only irnIX)rtant text in

understanding the awareness that formed the starting point of

coteries. Looking into their literary self- awareness through U"The Age

of ProseJJ is to review their special awareness and at the same tirne,

it can be an indicator which enables us to perceive the universal

awareness of the generation of the 1앉애s, which is distinguished from

the previous generation.

The strategy of attracting a war by coteries of. U"The Age of ProseJJ

and the self-awareness which laid down the imagery may be, unlike

IX)st- war novels of authors of the 1950s, their sense of inferiority

which made them unable to frankly eXIX)se the fact that their identity

was not clear or that they were not in real agony and that it was

their desire to inform that their age had begun while being cut off

from the previous generation as a new generation and to hold it as

their identity. Kim Seung-ok further advanced into reality, and

cynically revealed that the memory of war did not directly affect his

work. As a result, he was able to dare to be cut off from his father’s

generation or his senior' s generation rather by not being troubled by

the memory of war and accepting and recognizing the memOly he

* Dong Eui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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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rectly experiencecl as it was.

IrThe Age of Prose.l is a self-declaration of literary youths who

came from local areas during the 1앉)()s and was a pure expression of

humane desire, wruch presented the meaning of their age, that ís 마ne,

띠 a space called Seoul, to the world in a way of seeking and

dísclosing their identi ty. They expressed topics of being cut off from

the previous generation, tl1e search for ilieir presentness, and a new

selection through IrThe Age of Prose.l in each of ilieir manners. In

other words, IrThe Age of Prose.l reflects ilie confirmation of where

they were in the early 1960s, and their literary self- awareness of

what they neecled to aim toward in order to seek and expose their

identity and to have a literæ.γ goal iliemselves.

They attracted ilie war as a means to be cut off from the previous

generation tlrrough a quasi-experience, and revealecl generational

loneness which had to be brought about by the cutoff, through

emptiness and helplessness. In this way, they tried to declare that

iliey were the leaders of a new generation. The novel, i"The Age of

Prose.l should not be evaluated as completed as it is, but it should be

recon쉽nned as an irnportant text as a starting point of their literary

whereabouts leading up to the 1970s and the desire of its achievement

in modem Korean literary history; it should be faithfully read from

that perspective.

Key Words : ilie 1960s, war, participation in ilie war, post- war,

generation, self-awareness

l 논문접수 : 20 1 2년 10월 30일

l 심사완료 : 2012년 1 1 월 1 2일

l 게재확정 :2이2년 1 1 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