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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독일 관념론 철학자인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1762-1814)실천적 학을 고찰하여 국내 개신교 신학에서 연구되지 못한 그의 초기 사상을 분석하여 학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 연구 범위는 예나 대학 시기에 출간된『전체 학문론의 초』 ( Grundlage der gesammten Wissenschaftslehre, 1794)와『학문론 이론들에 따른 자연법의 기초』 ( Grundlage der Naturrechts nach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그리고『도덕론의 체계』 ( Das System der Sittenlehre, 1798)중심으로 행하며, 1799무신론 논쟁까지를 연구의 수행범위로 한정한다 . 다만 이번 연구에 서는 마지막 무신론 논쟁 부분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내용적으로 상세하게 다루지 못하고 주요 핵심만 정리하겠다 . 칸트의 의무론적 도덕철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피히테의 윤리학은 인간 정신행위의 절대적 일치( 지성과 행동의 조화)목표로 인간 실존이 갖는 참된 미와 정체성, 그의 도덕성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 피히테는 무엇보다 자기 의식의 통일성을 전제로 사유와 존재, 인식과 행동의 완전한 조화를 통해 도덕성의 본질을 연역함으로써, 도덕적 사회질서를 위해 필요한 실천적 의지의 자립성을 341 이 정 환 | 한세대학교, 조직신학 | [email protected]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http://dx.doi.org/10.18804/jyt.2018.12.46.341 국 문 초 록 * 논문은 2016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 2016S1A5B5A0791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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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는 독일 관념론 철학자인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1762-1814)의 실천적 철학을 고찰하여 국내 개신교 신학에서 연구되지 못한 그의 초기 사상을 분석하여 신학적으로 조명한 것이다. 연구 범위는 예나 대학 시기에 출간된『전체 학문론의 기초』(Grundlage der gesammten Wissenschaftslehre, 1794)와『학문론 이론들에 따른 자연법의 기초』(Grundlage der Naturrechts nach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그리고『도덕론의 체계』(Das System der Sittenlehre, 1798)를 중심으로 진행하며, 1799년 무신론 논쟁까지를 연구의 수행범위로 한정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마지막 무신론 논쟁 부분은 지면의 한계로 인해 내용적으로 상세하게 다루지 못하고 주요 핵심만 정리하겠다. 칸트의 의무론적 도덕철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피히테의 윤리학은 인간 정신행위의 절대적 일치(지성과 행동의 조화)를 목표로 인간 실존이 갖는 참된 의미와 정체성, 그의 도덕성의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피히테는 무엇보다 자기의식의 통일성을 전제로 사유와 존재, 인식과 행동의 완전한 조화를 통해 도덕성의 본질을 연역함으로써, 도덕적 사회질서를 위해 필요한 실천적 의지의 자립성을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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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 환 | 한세대학교, 조직신학 |

[email protected]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http://dx.doi.org/10.18804/jyt.2018.12.46.341

국 문 초 록

*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 2016S1A5B5A07918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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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다. 논문의 마지막 결론에서는 피히테 철학에 대한 20세기 개신교 신학자들의 비판적 논점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비판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검토하여 초기 관념론 철학의 신학적 의미를 살펴보겠다.

I. 들어가는 말

기독교 신앙은 신앙인의 믿음이 현실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성화의

삶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행함 없는 믿음은 그 자체로 죽은 신앙이라고 강조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학문의 연구과제는 개별 학문이 갖고 있는 연구대

상의 특수성과 방법론의 차이성에 의한 학제간의 구분 속에서도 최종적으로

는 사회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실천적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공동 목

표를 추구한다. 이론과 실천은 우리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전문화된 연구 분

야 그 어디에서도 항상 분리되지 않고 서로간의 일치와 통합을 요구한다. 그럼

에도 이론과 실천의 합일점, 언행일치의 삶은 우리의 일상에선 대단히 어려운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실천적 행위가 뒷받침 되지 않은 이론 원칙들이 현실 사

회에서 무미건조한 형식에 치우치고 위선적일 수 있듯이, 합리적 이론이 결여

된 학문과 인간행위는 맹목적이고 균형감각을 잃은 편향성이 쉽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행합일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즉 숭고하고 순수한 진리 탐구

와 그 정신은 반드시 도덕적 행위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양명학의 실천 지향적

철학처럼, 인간의 윤리적 행동에 관한 관심은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로부

터 시작해서 칸트와 초기 독일 관념론을 체계화한 피히테에 이르기까지 주요

한 연구주제였다.

역사적으로 헤겔 철학을 중심으로 한 독일 관념론에 대한 기독교 평가는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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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43

세기 당시 회심과 중생을 강조한 각성주의 개신교 신학 학파에서부터 시작하

여 근대 복음주의 여러 교단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에 의해 비판적 입장에서 논

쟁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초기 관념론의 기

초를 마련한 피히테 철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국내 기독교 신학에서 자연히

등한시 될 수밖에 없었다. 연구를 세부적으로 진행함에 있어서 필자는 먼저 피

히테 철학의 중심과제인 실천적 행위이론이 어떻게 자기의식의 실행개념을 통

해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론적 영역 안에서 다뤄진 지성적 원칙들과

근본명제들을 고찰한다. 논문 지면의 제한된 한계를 무릅쓰고 학문론의 이론

영역을 상세하게 고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히테의 윤리사상이 의식의 자기

동일성과 상호 주관성, 자아의 절대적 자기정립, 그리고 자아의 순수충동과 자

연충동 사이의 일치를 전제로 도덕적 자기실현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논문

의 후반부에서는 도덕성의 원리들과 피히테의 무신론 논쟁, 개신교 신학자들의

논쟁을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피히테의 윤리학이 내포된 문제들과 역사적 의미

를 밝혀보겠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피히테의 실천적 윤리사상을 보다 객

관적인 안목으로 접근하여 그 시대사적 의미를 고찰하는데 있다. 또한 이 연구

는 그의 초기 예나시기에 출간된 학문론과 윤리학을 중심으로 내용을 상세하

게 분석하여 국내 신학계에 소개할 뿐만 아니라 향후 이에 대한 학술 과제의 중

요성과 필요성을 제고하는데 있다. 이러한 연구목적은 피히테 철학이 기독교 윤

리학과 조직신학 연구에 폭넓은 인문학적 관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의 도덕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이론적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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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실천적 행위의 기초인 학문론의 이론영역 해제

1. 실천적 능력인 행위의 우위성

피히테는 자신의 철학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주저『전체 학문론의 기

초』(1794)가 출간한 지 3년 째 되던 해인 1797년, 자신의 학문론에 관한 첫 번

째 서문을 발표하면서 철학의 중심 문제를 다음과 같은 유명한 문구로 집약한

다. “어떠한 철학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떠한 인간인지가 결정된다.

철학적 체계는 우리가 취향에 따라 쓰거나 버리는 하나의 죽은 가재도구가 아

니라, 그것을 취한 인간의 영혼에 의해 생기가 불어 넣어진 것이다.”1) 이처럼 철

학의 진정한 생명력이란 그 철학적 반성을 수행하는 영혼의 역동적 힘에 좌우

된다고 확신했을 경우에, 인간 정신의 살아있는 힘은 우리로 하여금 정신적 활

동과 실천적 행위로써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실존적 사명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가 그의 철학을 “전적인 행위이론”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

다.2) 동시에 피히테 철학을 “역동적인 윤리적 관념론”으로 파악한 코플스턴의

주장3)에도 동의할 수 있는 있는 여지가 많다. 피히테 윤리학의 근간을 이해하

는 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다음의 문장을 우리가 확인한다면, 그

의 평가에 이의 없이 동의할 수 있다. 즉 “행위(Tun)는 존재로부터 도출할 수

1) J. G. Fichte, Erste Einleitung in die Wissenschaftlehre(1797), Sämtliche Werke. Bd I, I. H. Fichte, hrsg. (Berlin: Walter de Gruyter, 1971), 434. 이하의 각주에서는 피히테의 아들인 임마누엘 헤르만 피히테(Immanuel Hermann Fichte)가 편집한 피히테 전집을 참조하며 이를 SW로 약칭한다.

2) P. Rohs, Johann Gottlieb Fichte (München: Verlag C.H Beck, 1991), 92.3) F. S. J. Copleston, A History of Philosophy, Vol. 7. Modern Philosophy (New York:

Image Books, 1994), 91. 롤스는 피히테 철학을 가리켜, 이론이성에 대한 실천이성의 우위를 강조한 칸트철학의 주제를 한걸음 더 진전시킨 “실천적 관념론”으로 평가한다. J. Rohls, Geschichte der Ethik, 2 Aufl. (Tübingen: Mohr Siebeck, 1999),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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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45

없다. 왜냐하면 전자는 이를 통해 가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이

를 가상으로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 즉 존재는 오히려 행위로부터 도출된다.”4)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에서 행위와 존재 관계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 인식

론과 인간론의 관점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인간 자신에

의한 자기반성적 사유 행위(혹은 의식행위)의 초월론적-관념론적 철학과 존재

론적 실존분석을 통해 근대철학 안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었다.5) 피히테는 존

재에 대한 행위의 우위성을 그의 철학에서 시종일관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다.

왜 그는 존재가 아닌 행위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역설한 것일까? 먼저 우리는

행위와 존재에 관한 다양한 문제제기는 행위와 존재 개념이 서로 일치하지 못

했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백훈승은 피히테 철

학에서 중요하게 언급하는 존재(Sein)라는 용어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

설한다. 첫 번째 의미로 존재는 활동이나 생(生)과 대립되는 의미로서 활동하지

않고 정지된 상태를 말하다. 두 번째로 주체(주관)와 객체(객관)를 하나로 결합

하는 절대자를 가리키는 용어로(이는 후기 피히테의 종교철학에 해당한다) 사

용되었다는 것이다.6) 여기서 피히테의 초기 학문론과 윤리학에서 언급한 존재

4) J. G.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SW. IV, 54.

5) 칸트를 시작으로 휠더린과 노발리스, 슐레겔의 낭만주의, 피히테와 쉘링까지의 관념론에 대한 영미권 연구서는 F. C. Beiser, German Idealism. The Struggle against Subjectivism, 1781-1801 (Massachusetts: Harvard University Press, 2002)과 헤겔을 포함한 독일 관념론 전체 철학에 대한 대표적 해설서로는 V. Pluder, Die Vermittlung von Idealismus und Realismus in der Klassischen Deutschen Philosophie. Eine Studie zu Jacobi, Kant, Fichte, Schelling und Kant (Stuttgart: frommann-holzboog Verlag, 2013); W. Janke, Die dr-eifache Vollendung des Deutschen Idealismus. Schelling, Hegel und Fichtes ungeschriebene Lehre (Amsterdam: Rodopi, 2009); N. Hartmann, Die Philosophie des Deutschen Id-ealismus, 2 Aufl. (Berlin: Walter de Gruyter, 1960)를 보라. 행위와 존재개념에 대한 철학적-조직신학적 연구서는 D. Bonhoeffer, Akt und Sein. Transzendentalphilosophie und Ontologie in der systematische Theologie (1931), Dietrich Bonhoeffer Werke 2 (Gütesroh: Chr. Kaiser Verlag, 2002)를 참조하라.

6) 백훈승,『서양근대철학』(전주: 전북대학교출판문화원, 2017), 394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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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은 첫 번째 의미가 되겠다. 나아가 존재로부터 행위가 뒤따른다는 윤리적

입장은 피히테에 따르면 하나의 형식적이고 진실성이 상실된 삶을 지향한다. 가

상(Schein)이란 존재자의 현실적 독립성과 자립성을 침해하는, 내용 없는 형식

의 존재적 양태, 곧 진실성이 결핍된 허구적 실존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불변

하지 않고 유동적일 뿐만 아니라 하나로 통일된 모습을 갖지 못하여 여러 조건

들 속에서 한결같지 않으며, 다채롭고 다양한 존재양식을 드러내는 속성을 보여

준다. 그와는 반대로 실체성(Substantialität)을 기체로 한 참된 존재는 가상에

대립된 형상을 의미하는 진상(眞象)에 기초하며 존재적 단일성과 통일성을 그

의 본질로 갖는다. 형식과 내용이 일체가 된 도덕적 삶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실

제적 행위를 통해서만 그 존재의 진상이 드러난다. 피히테는 우리의 참된 윤리

적 현실성은 무엇보다 행위에 의한 존재의 현시에 있음을 명시했다. 후에 그는

1806년 베를린 학술원에서의 종교철학 강연집인『행복한 삶에로의 안내, 혹은

또한 종교론』에서 삶을 두 가지 관점으로부터 설명한다. 우리의 삶은 참된 삶과

가상의 삶으로 구분된다. 가상은 생명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가 서로 혼합된 것

이며, 참된 존재와 진실한 삶에 대립된 것으로 정의한다.7) 고통과 불행 없는 완

전한 삶의 행복이란 현실의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있는 존재자에

게도 생명뿐만 아니라 죽음도 자연적 생의 일부분으로 함께 결속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가상’이라는 개념을 진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끊임없는 인격적 도약을 전제한 도덕적 행위가 우선적으로 존재에 앞

서 있으며, 이러한 도덕적 활동에 의한 자기실현의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라

는 철학적 관점은 피히테로 하여금 이론적이고 실천적이라는 정신(혹은 이성)

의 양면적 구분활동 가운데 어느 영역이 전체 철학 체계에 있어 중요성을 갖는

7) J. G. Fichte, Die Anweisung zum seligen Leben, oder auch die Religionslehre (1806), SW. V, 402f. 이 종교철학 강연에 관한 해설서는 F. Seyler, Fichtes »Anweisung zum seligen Leben«. Ein Kommentar zur Religionslehre von 1806 (Freiburg: Verlag Karl Alber, 2014)를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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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47

지, 그리고 그 양자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

한다. 이에 관한 피히테의 설명을『애네시데무스 논평』을 통해 직접 들어보자.

경험적 의식 안에 있는 자아는, 그러나 지성인 자아는 오직 지성적 존재자(ein Intelligibles)와 관계하면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 아래에서만 의존적으로 실존한다(existiert). 이를 통해서 자기 자신과 대립된 자아는 둘이 아니라 오직 하나의 자아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요구된 기준들을 고려할 때 이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의존적이면서도 독립적이라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아는 절대적 자립성을 갖는 그의 성격이 포기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추구(Streben)가 발생한다. 추구는 지성적인 것을 자기 스스로에게 의존하게 하는데, 이를 통해 표상하는 자아와 자신을 정립하는 자아를 하나로 통일시킨다. 이것이 바로 이성은 실천적이다 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다. 순수 자아 안에서 이성은 실천적이지 않으며, 지성인 자아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성은 이 양자를 하나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하는 점에서만 실천적일 수 있다.8)

이론적(지성적) 이성과 실천적(도덕적) 이성 사이의 상이성과 그의 통일성은

자아 자신의 정립행위라는 정신(의식)활동아래에서 이루어진다. 피히테에 따르

면, 이성은 이론적 자아와 실천적 자아 사이의 분리를 하나로 종합하는 통일성

을 실현하는 무제한적이고 절대적 힘이기 때문에 실천적일 수밖에 없다. 지성

적 활동과 그 행위를 실천하는 자아는 동일하며, 또한 동일해야 한다는 목표

가 주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목표 지향적인 의식의 삶을 추구한다. 즉 이

성은 이론과 실천을 화해시키며, 지성적 인격체인 인간의 정신활동을 자기 바

깥의 세계에서도 그의 행위를 동일한 자아의 행위로 인식하고 그 사명을 수행

하는 힘을 자아에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실천적이다. 그는 이를 다

8) J. G. Fichte, Recenstion des Aenesidemus oder über die Fundamente der vom Herrn Prof. Reinhold in Jena gelieferten Elementarphilosophie (1792), SW. I,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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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만일 이성이 실천적이지 않는다면, 그 이성 자신은 이

론적일 수 없다. 인간 안에 실천적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 인간 안에는 결

코 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표상의 가능성은 실천적 능력에 근거한다.”9)

우리가 이 지점에서 주의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성은 실천적이다’는 피히테의

철학적 구상은 ‘이성은 실천적이어야 한다’는 철학적 과제를 전제하며 이를 간

과하거나 선행할 수 없다. 동시에 피히테는 우리의 도덕적 삶을 실현하는데 있

어서 이론 이성을 배제한 실천 이성의 목표는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성

적 능력 없는 실천적 행위를 주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자아가 지성이 아

니라면, 그의 실천적 능력에 대한 인식은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이며 자기의식

자체도 불가능할 것이다.”10) 인간의 인식활동에는 주관과 객관이 구분될 수 있

으나 분리되지 않으며, 의지에 있어서는 감각적이고 자연적인 충동과 정신적이

고 이성적 충동이 인간 본성 안에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성이 실천적일 수 있고, 그 정신행위의 근거와 과정이 피히테의 자기의식과 실

행개념을 통해 이론적으로 얼마만큼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다음 절에서 연이

어 살펴보겠다.

2. 이론적 지성의 변증법적 원칙들과 표상 행위

1) 지성의 근본명제들

본 소주제에서 필자는 초기 피히테의 형이상학적 의식(정신) 행위이론이라

말할 수 있는 1794년 예나 대학 시기에 출간된『전체 학문론의 기초』의 이론

적 영역을 분석하여 실천 지향적 이성의 행위에 근간이 되는 이론철학의 주요

9) J. G. Fichte, Grundlage der gesammten Wissenschaftslehre (1794), SW. I, 264. 실천이성의

우위성과 관련한 피히테 사상과 칸트 철학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Beiser, German Ideali-sm. The Struggle against Subjecktivism 1781-1801, 232-35.

10) Ibid.,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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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49

내용을 두 절로 나눠서 설명하겠다.

피히테의 학문론은 전적으로 사유의 사유 곧 행위에 대한 행위, 철학함의 사

유행위를 정초시키는, 철학적 사유의 절대적 제 1원칙을 밝혀내는 인간정신의

행위이론이다. 엘라이도 적절하게 표현했듯이, 피히테 철학의 중요한 공헌은

“행위를 철학함의 기초개념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있고, 또한 행위가 자기의 논

리적-범주적 형식으로부터 규정될 때에만 철학함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점”11)이라 말할 수 있다. 피히테 자신도 “학(문)의 학(문) 그 자체”12)로

정의한 학문론은 인간의 모든 지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최고의 근본명제를 찾

는데 있다. 무엇보다 이성적 존재자인 인간정신의 행위는 자신의 행위(활동)

를 “자아 자신의 행위”로 직관하는 내용만을 갖고자 한다.13) 유한한 정신의 지

성적 행위는 자아에 의한 자기 의식적 활동으로 규정된다. 모든 지(식)의 절대

적 원칙은 ‘자아(나)는 존재한다.’는 경험적 의식의 사실로부터 연역하여 의식

을 가능하게 하는 필연적 근거를 제시한다. 자아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정립

하는 활동을 통해 그의 존재근거를 확정함으로써, 절대적 주체로서의 자아의

의식(혹은 인식) 활동을 자신의 근원적 행위로 자각한다. 이때 자아의 존재 사

실과 그 정립행위는 동일하다.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활동하며, 활동하기 때문

에 존재한다. 이 자아의 정립활동은 자신 외부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 일반을

11) 로타 엘라이,『피히테, 쉘링, 헤겔. 독일 관념론의 수행적 사유방식들』백훈승 역 (고양: 인간사랑, 2008), 69.

12) J. G. Fichte, Über den Begriff der Wissenschaftslehre oder der sogenannten Philosophie (1798), 2 Aufl. SW. I, 46f. 감(Gamm)에 의하면 피히테의 철학 작업은 “지의 원리이론 속에서 철학의 새로운 정초작업”을 목표로 하며, “초기 학문론은 유한한 인간의 자아에 대한 형식을 분석한다.”고 설명한다. G. Gamm, Der Deutsche Idealismus. Eine Einführung in die Philosophie von Fichte, Hegel und Schelling (Stuttgart: Reclam, 1997), 46, 48.

13) J. G. Fichte, Grundlage der Naturrechts nach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SW. III, 1. “Was für ein Vernünftiges Wesen da ist, ist in ihm da; aber es ist nicht in ihm, ausser zufolge eines Handelns auf sich selbst: was es anschaut, schaut es in sich selbst an; aber es ist in ihm nichts anzuschauen, als sein Handeln: Und das Ich selbst ist nichts anderes, als ein Handeln auf sich selb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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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규정하는 절대적 근거이며, 자기 자신에게로 회귀하는 무한한 활동인 “순수 활

동”(reine Tätigkeit)14)으로 표현된다. 자아의 순수 활동(인간 정신의 행위)은 오

직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주관

적 활동이기에 무제약적이며, 경험적 조건들과 전혀 연관되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 절대적으로 순수하다. 따라서 피히테가 말하는 자아는 의식의 배후에 존

재하는, 혹은 의식을 초월한 하나의 부동적 존재자가 아니다. 오직 자신을 스

스로 의식하는(정립하는) 행위 안에서만 존재하는, 실재성을 자신의 본질로 갖

는 활동 그 자체를 자아라고 표상한다. ‘나는 나다’라는 단순하면서도 추상적인

명제는 자아의 존재와 활동이 동일한 하나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의식할 수 있

는 근거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원적 토대인 제

1원칙이다. 즉 ‘나는 존재한다.’는 절대적 원칙의 명제로부터 ‘나는 나다’는 자기

규정적 형식명제를 산출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점은 첫 번째 원칙에 있어

서 A(자아)=A(자아) 명제는 무차별적인 자아의 추상적 동일성을 의미하지 않

는다. 형식적 의미에서 반드시 첫 번째 A와 두 번째 A는 구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전자의 A는 정립(활동)하는 자아인 주어이지만, 후자의 A는 정립하는

자아에 의해 반성되어 정립되어진(혹은 자각된) 자아이기 때문에 정립행위와

그의 결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아는 근원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단적으로 정립한다.”15)

는 학문론의 절대원칙은 자신을 그 어떤 외부 대상의 힘으로부터 규정되지 않

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는 활동인 순수 자아는 자신에 의해

규정된 대상의식의 지성적(혹은 관념적) 활동까지도 자신의 행위로서 포괄한

다. 피히테는 자아의 행위와 그 행위의 산물(Tat)이 구분될 수 있으나 동일하

14) Fichte, Grundlage der gesammten Wissenschaftslehre (1794), 256 또한, 96 참조.15) Ibid.,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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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51

다는 사실을 실행(Tathandlung)개념으로 정의한다.16) 실행은 모든 의식(정신행

위)의 근저에 있는 선험적 근거이며 자아의 자기동일성(논리적 동일률) 원리로

서 절대적 자기의식이다.17) 여기서 제1원칙의 절대적 근거명제는 자신을 단적으

로 정립하는 자아의 활동에 의해 반정립 명제를 연이어 연역한다. 즉 자아(A)

는 비아(-A)가 아니라는 논리적 필연성을 갖는 명제로부터 학문론의 제2원칙

의 부정 명제, 자아에 의해 대립된 비아를 규정한다. 자아에 대립한 비아는 형

식적으로 자아의 대상적 객체로서 무제약적으로 정립되지만, 내용적으로는 자

아의 행위와 연관되기 때문에 한정된다. 내용적으로 비아가 자아의 활동에 의

해 제한되었다는 뜻은 비아는 근원적으로 자아의 활동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는 전제를 갖는다. 인식의 대상 일반인 비아는 지성적 활동의 주체인 자아에 전

적으로 의존하며, 자아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따라서 자아에 대한 비아의 대립

은 자아를 통해서만 성립되며 실재성이 아닌 부정성의 범주이다. “모든 비아는

부정성(Negation)이다.”18)는 비아 규정은 비아 자신이 자아에게 있는 실재성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함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비아는 종합에 있어서

는 상호규정의 제한법칙에 의거해서 자아에 대한 자신의 실재성을 가질 수 있

다. 전적으로 비아의 실재성 조건은 반드시 자아가 자신을 표상했을 경우에만,

즉 자아 자신이 표상에서 스스로 촉발했을 조건에서만(Affektion des Ich) 가

능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반정립의 두 번째 명제에서는 비아도 자아

의 근원적 행위의 산물임에도, 자아와 비아, 주관과 객관, 실재성과 부정성의 대

16) Ibid., 91, 95f.17) 피히테의 실행개념에 대한 이해는 백훈승,『서양근대철학』, 360f, 367-69를 참조. 백훈승은 이 실행을 “절대적 자기의식, 선험적 자기의식, 추상적 자기의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더 나아가 자기를 절대적으로 정립하는 자아는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주관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이 점은『전 학문론의 기초』의 시작으로부터 알아차리기 힘들지만 절대적으로 고수되고 있다.” 백훈승,『칸트와 독일관념론의 자아의식 이론』(파주: 서광사, 2013), 99f.

18) J. G. Fichte, Grundlage der gesammten Wissenschaftslehre(1794), SW. I,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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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립적 연관관계가 어떻게 각자가 대립을 통해 지양되지 않고 종합될 수 있는지

에 대한 반성적 추론을 도출한다. 자기의식이 자아의 자기정립 활동의 성과라

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인식 주관인 자아를 완전히 지양시키지 않고 그에 대립

한 비아를 동일한 하나의 의식행위로 연역시킬 수 있는가의 물음은 마지막 제

3원칙의 종합을 통해 비로소 해결된다. 이 종합의 제3원칙은 제2원칙과는 반대

로 형식적으로 두 명제에 의해 규정되어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이성의 힘에 의

해 무제한적으로 성립된다.

모든 반정립은 종합을 이미 전제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종합은 반정립

을 매개로 연역된다. 정신의 지성적 인식과정(표상행위)은 자아 자신의 반정립

에 대한 종합을 ‘분할 가능성’이라는 개념의 매개체를 통해 수행된다. 대립은 의

식의 통일성을 저해시킬 수 없으며 자아의 절대적 자기동일성을 무화시키지 않

는다. 대상을 규정하는 자아와 그에 의해 동일하게 규정되어 정립될 비아의 상

호 대립은 분할 가능한 양적 가분성의 논리로 통합된다. “자아는 자아 속에서

가분이 가능한 자아에게 가분이 가능한 비아를 대립시킨다.”19) 자아의 실재성

에 의해 규정된 양과 비아의 부정성에 의해 규정된 양은 각자가 서로 제한이

가능한 양적 규정성에 따라 자아에 의해 상호적으로 한정되면서 정립된다. 주

관과 객관 사이의 대립을 통합하는 과정은 상호간의 동일한 양의 부분적 제한

을 통해 진행한다. 이 제한(한정)규정은 “실재성의 절대적 총체성”20)(자아 속에

는 결코 부정성을 정립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실재성의 정량(Quantum)만 그

에게 절대적으로 부여된다는 의미에서)이라는 자아의 규정을 통해 양적 분할

의 동일률 법칙을 적용한다. 왜냐하면 자아만이 자신의 모든 실재성을 절대적

정량으로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아의 “절대적 실재성은 정립하는 것

19) Ibid., 110. “Ich setze im Ich dem teilbarem Ich ein teilbaren Nicht-Ich entgegen.”20) Ibid., 129,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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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53

안에 존재한다.”21) 실재성(Realität)이란 “활동, 혹은 자아의 행위방식”22)을 의

미하며 총체성(Totalität)은 “관계의 완전성 안에서만” 존립한다.23) 양적인 상호

제한을 통한 관계의 종합은 자아를 비아 안에 그 실재성을 정립할 경우에는 이

와 정비례적으로 자신 안에 비아의 부정성을 정립한다는 의미이며, 비아 안에

부정성을 정립한다는 것은 자아 자신 안에 실재성을 정립함을 뜻한다. 무엇이

제한(한정)된다는 한계 개념은 따라서 자신이 갖고 있는 실재성을 자기 아닌

타자의 부정성에 의해 모두 지양한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분적으로만 지양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24) 자아의 총체적 실재성은 자아와 비아 사이의 활동

과 수동이라는 인과적 관계의 작용력(Wirksamkeit)을 통해 증가와 감소의 교

환적 활동으로 특징지어진다. 여기서 제3의 종합명제는 이론적 명제와 실천적

명제로 다시 세분화된다, 첫 번째, “자아는 비아를 자아에 의해 제한하는 것으

로 정립한다.”의 명제(실천적)와, 두 번째, “자아는 자신을 비아에 의해 제한되

는 것으로 정립한다.”는 명제(이론적)로 제시된다.25) 지성적 인식행위는 두 번째

의 이론명제, 즉 인식 주관인 자아는 인식 객관인 비아에 의해 제한됨으로써

성립된다. 이를 사유 행위의 예를 통해 설명하자면: ‘나는 사유한다.’는 것은 대

상 인식의 활동을 표현한 것이지만, 사유 개념 안에는 사유하는 자아에게 대립

된 존재의 특수한 규정들, 예를 들면 제한, 부정성, 수동성과 같은 한정시키는

관계의 방식들이 사유 행위 가운데 수반된다는 점이다.26) 이에 따라 어떤 대상

을 사유(인식)한다는 것은 사유하는 주체가 대상(객체)에 의해 제한된다는 수

동적 규정성을 갖는다.

21) Ibid., 183.22) Ibid., 134, 142.23) Ibid., 204.24) Ibid., 108f.25) Ibid., 125f26) Ibid.,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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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더불어서 우리는 제2와 3의 원칙에서 피히테가 언급한 자아를 절대적 자아

로 파악할 수 있다. 절대적 자아만이 자신을 비아와 연관하여 대립시킬 수 있

으며(모든 대립은 자아 안에서만 정립된다는 의미에서), 자아와 비아, 주관과

객관의 대립관계를 절대적으로 통합하는, 완전한 관계를 정립하는 힘도 절대

적 자아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절대적 자아는 지성의 “절대적 활동”이자 “모

든 표상의 최종적 근거로 비아의 원인”이며27) “무한한 자아의 이념”28)이다. 그

런 점에서 절대적 자아를 “단적으로 무제약적”으로 설정하여 다른 어떤 상위

개념을 통해서도 규정할 수 없는 원칙을 일관성 있게 전개하는 철학이 학문론

이다.29) 하지만 이론적으로 완전하게 종합하는 자아의 절대적 통일성은 완성할

수 없는 무한한 접근, 곧 무한성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이기 때문에 자아의 이념

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학문론의 자아는 본질적으로 유한하며, 유한한 활동으

로 규정된다는 의미에서 의식을 초월하는 절대자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이

와 함께 자아 자신의 전체 정립활동을 통해 최종적으로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

하는 활동을 순수자아라고 한다면30), 그리고 그 활동의 작용까지 무한하다면

순수자아는 바로 절대적 자아를 가리킨다. 결국 정립과 반정립, 그리고 종합 모

두는 통일된 하나의 의식 안에서 수행되는 동일한 자아의 인식활동이며, 각각

의 행위가 구분되는 계기들은 반성에 의해서만 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

적 자아의 활동은 자기의식의 통일성을 유지시키는 조건 안에서 수행된다. 이

제 다음 절에서는 이론적 지의 절대원칙들을 토대로 자아의 지성적 활동이 표

상으로 어떻게 활성화되어 작용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27) Ibid., 250.28) Ibid., 277.29) Ibid., 119. 이 작업을 수행하는 철학을 피히테는 “비판철학”이라 명명했으며, 그와는 반대로 자아 자체에 다른 어떤 것을 동일하게 정립하거나 대립시키는 철학을 “독단적(do-gmatische) 철학”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독단적 철학 체계를 가장 일관되게 진전시킨 철학이 스피노자주의라고 지적한다.

30) Ibid.,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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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55

2) 대상의 표상과 상상력

우리의 의식이 분열하지 않고 통일되어 정신적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 지성적 활동이 정지되어 그 영혼이 죽은 사물로 실존하지 않으려면, 인간

은 자신과 주변세계를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존재자가 되어야 한다. 앞선 논지

에서 행위 하는 자아는 자신 이외의 어떤 비아에 의해 제한되어 정립된다는 것

이 지성적(관념적)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자아가 비아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

는 것은 자아의 실재성을 부분적으로 제한함을 뜻한다. 제한은 부분적인 분할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무엇보다 ‘무엇으로부터 제한(한정)된다.’는 사실은 그의

유한성을 직접적으로 표출한다. 자아는 본래적으로 자신의 절대적 정립활동을

통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무한하지만, 비아로 인해 제한된다는 관점에서는 유

한하다. 의식의 통일성은 비록 부분적으로 제한된다 하더라도 결코 완전히 지

양되어서는 안 되고 하나로 활동하는 의식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면, 무한성(실

재성)과 유한성(부정성)은 서로를 지양하면서도 하나로 통합되어야만 한다. 그

렇다면 자아 안에서 규정되어야 무한과 유한의 경계는 어떻게 연역될 수 있는

가? 이에 대한 피히테의 설명을 우리는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속되는 공간 A 안에 빛을 의미하는 점 m을, 그리고 어둠을 의미하는 점 n을 설정한다. 그렇게 하면 그 공간은 계속 있게 되고 m과 n 사이에는 그 어떤 단절도 없으며, 두 점 사이에 빛과 어둠이 동시에 존재하는 점 o가 어딘가에 있게 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두 점 사이에 중간항인 황혼을 설정한다. 황혼은 p에서부터 q까지라고 범위를 정한다면, p 안에는 황혼이 빛으로, q 안에는 어둠이 경계 지워진다. 그러나 이를 통해 모순이 만족스럽게 해소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연될 따름이다. 황혼은 빛과 어둠의 혼합이다. 이제 p 안에 밝은 빛이 황혼에 의해서만 경계 지워진다는 것은 점 p가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만 그곳에 황혼이 빛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황혼은 또한 어둠이다.-점 p가 빛이자 동시에 어둠이라는 점에서. 이와 마찬가지로 점 q 안에서도 빛과 어둠은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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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따라서 그 모순은 빛과 어둠이 전혀 대립된 것이 아니라, 다만 정도들의 차이에 따라서만 구분될 수 있다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을 통해서는 해결 될 수 없다. 어둠은 단지 아주 경미한 양의 빛이다.-이와 똑같이 자아와 비아는 그렇게 서로 관계를 맺는다.31)

빛과 어둠사이의 구분은 인간의 자연적 시각 능력으로 명확하게 그 경계선

을 확정할 수 없다. 피히테의 사유 실험은 빛과 어둠 사이에 중간 매체(황혼)를

삽입하여 빛과 어둠을 완전하게 구분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힘은 불가능하지

만, 빛의 양적인 감소와 증가에 따라 빛과 어둠의 가능한 경계를 정립할 수 있

다고 제시한다. 먼저 객체를 인식하고 규정하는 지성적 행위는 자아의 절대적

자발성에 의한 자유로운 활동이다. 동시에 표상의 정신 활동은 주체와 객체 사

이에서 일어나는 정신행위이기 때문에 대상에 의해 제한된 수동적 인식 활동

을 함께 표출한다. 활동의 반대는 수동(활동하지 않음)이며 활동 자체가 하나

의 양적 실재성을 전제하기 때문에 수동은 “양적인 부정성”32)이다. 따라서 수

동은 자아의 활동에 의한 감소된 양으로 규정된다. 자아와 비아 상호간의 활동

에서 우리는 작용력 개념을 통해 상호규정의 활동을 정립한다면, “자아 안에

수동이 없다면, 비아 안에 활동도 없다.”33)는 교호적 정식을 얻는다. 비아에 의

해 감소된 양적 활동도 전적으로 자아 안에서 규정된 동일한 활동이다. 그렇지

만 이 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실재성(활동)만을 정립하는

자아가 어떻게 감소된 양(부정성)의 활동을 자신 안에 정립할 수 있겠는가라

는 물음이다. 이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자아는 “모든 실재성을 단적으로

규정한 전체 범위”인 실체(Substanz)로 정의된다.34) 그에 반하여 전체 범위 안

31) Ibid., 144f. 32) Ibid., 135. 33) Ibid., 157.34) Ibid.,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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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57

에서 규정되지 않는 영역 바깥에 정립된 특정한 자아는 “자아 안에서 한 속성”

이 됨으로써 실체와 속성 사이의 교환적 연관 관계(실체 없이 속성 없고, 속성

없이 실체 없다)를 설정한다. 활동과 수동의 개념은 그 자체가 서로 대립적이지

만, 실체성 개념을 매개로 수동성은 자아 안에서의 활동으로도 규정될 수 있다.

어느 한쪽을 정립된 것으로 정립할 경우에는, 동시에 다른 한쪽의 어떤 부분을

정립되지 않은 것으로서 정립해야만 한다. 이 점에서 먼저 정립하는 긍정을 통

해서 비정립을 의미하는 부정이 산출된다. 자아의 절대적 총체성의 범위 내에

서 제외 된 부분은 교환개념을 통해 정립되지 않은 부분인 “비정립”으로 규정

한다. 우리는 자아가 어떤 특정한 것을 배제하여 정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정

립을 ‘전혀 정립하지 않음’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자아 안에서의 비정립

활동은 비아 안에서의 자아의 정립 활동이다. 비아는 자아를 통한 비정립의 힘

에 의해 활동적인 것으로 정립된다는 점에서, 비아의 독립적 활동이 규정될 수

있다. 모든 활동의 근거가 자아 자신에게만 주어져 있다면, 수동과 활동, 비정립

과 정립은 하나의 동일한 자아의 활동일 뿐이다. “자아는 자신 안에 어떤 것을

정립하지 않는다는 명제와 자아는 비아 안에 어떤 것을 정립한다는 명제는 완

전히 동일한 것이다.”35) 하나의 규정된 영역 안에서 일정 부분이 배제되었다는

것은 상호규정 활동의 형식적 특성에서 확인하자면, 부정적으로 총체성의 영역

에서 제외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교환에서 정립되지 않은 특정 부분(하

나의 항)을 감소된 활동에서의 부분적 양(수동성)으로 규정하는 작업은 활동

과 수동이 서로 교차되어 이행하기 위한 활동의 매개적 방법이다. 대립은 단순

히 서로를 완전히 지양하거나 무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배제를 통한 병존을 의

미한다. 자아와 비아가 서로 대립하면서도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은 정립활동의

간접성, 즉 자아는 오직 자신 안에 실재성을 정립하지 않는 활동으로 인해 비

아에 실재성을 전이할 수 있으며, 그 반대로 비아 안에 실재성을 정립하지 않고

35) Ibid.,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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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자신 안에 실재성을 전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자아가 상호 지양적 행위에 기

초를 마련한다. 이를 통해 ‘주체는 객체 없이 불가능 하고, 객체는 주체 없이 가

능하지 않다.’는 “의식의 법칙”36)이 연역된다.

한편으로 절대적 자기의식을 말하는 실행 행위는 자아 자신을 정립할 때(자

기 자신을 대상으로 표상할 때)에야 자아가 자신에게 객체가 된다는 사실을 우

리에게 알려준다. 자아의 자기정립은 외부 세계의 객체를 지향하지 않음으로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반성을 매개한다. 그와 반대로, 자아와 대립된 대상

일반을 인식의 객체로 정립할 경우에는 내향적 복귀가 아닌 외향적 경향성으

로 생산적 활동이 된다. 자아는 그의 절대적인 활동으로 자신을 정립하고 정립

되는 한, 그의 활동은 무한하며 무제한적이다. 동시에 무한을 향하는 자아의 추

구는 항상 그 추구하는 무한성에 의해 제약과 충격을 받는 점에 있어서는 유한

하며 한정적이다. 지성적 활동이 비아에 의해 제한되는 행위가 이론적 이성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뜻은 자아의 활동이 그의 양적 실재성을 비아에 의해 제한

됨으로써 비아의 긍정적 부정을 자아 안에 한정적으로 정립함을 의미한다. ‘나

는 표상한다.’는 인식 활동에서는 자아가 술어에 의해 제한된다는 의미에서 자

아의 활동은 제지된다. 이를 다시 정식화하면, “자아의 모든 가능한 술어는 자

아의 제한으로 표현된다.”37) 즉 어떤 대상을 인식하는 지적 활동은 인식주관인

자아가 그 대상으로부터 다양한 인상들을 감관을 통해 수용하면서 그 대상을

자신에게 대립시킨다. 이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인식 주체인 자아 자신 안에 수

동성이 발생하게 되고, 이 수동적 부정성을 비아 안의 실재성으로 연관시킴으

로써 대상인 비아가 표상된다. 자아의 활동이 비아와의 대립관계를 통해 대상

을 표상한다는 것은 자아의 순수 활동이 아니라 객관적 활동이다.38) 자아의 객

36) Ibid., 183.37) Ibid., 140. “Jedes mögliche Prädikat des Ich bezeichnet eine Einschränkung desselben.”38) Ibid.,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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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59

관적 활동은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이론적 활동이며, 하나의 객체를 정립하

는 객관적 활동은 오직 자아에게 의존하는 연관 관계 아래에서 수행되지만, 비

아에 의해 저항을 받는 한에서만 정립될 수 있다는 관점에선 유한한 활동이다.

여기서 자아와 비아 사이의 대립을 하나로 종합하는 자아의 활동 능력이 매개

체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이 중간 매개가 바로 상상력(Einbildungskraft)이다.

상상력은 모순되는 두 활동의 대립을 하나로 통합하는 지성적 능력을 말한다.

모든 인식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인 상상력은 감각적으로 우리의 인상

에 들어오는 수동적 작용성과 인식 주체의 능동적인 자발성 사이에서, 그리고

규정과 규정된 것, 유한적인 것과 무한적인 것 사이에서 유동하며 상호 대립을

통일하는 인식능력이다.39) 더 나아가 정신의 창의성을 산출하는 활동인 상상력

은 자아와 비아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존재적 힘이 아니라 자아 자신의 고유한

활동이다. 따라서 모든 실재성과 의식, 생명과 존재의 가능성까지 포괄하는 의

식 일반의 생산적 정신행위는 상상력 행위에 근거한다.40) 인간 심성에 유동하

는 상상력은 규정의 경계를 확립하지 않고 무한과 유한 사이에서 활동하며 이

를 교환하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 상상력의 유동성은 이성에 의한 개입으로 고

정된다. 여기서 상상력의 산물을 실제적으로 만드는 것은 지성이다. 즉 관념적

인 것을 실제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현실적 이해 능력을 말한다.41)

이제 객체를 자아의 대립적인 인식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표상활동의 조건과

동기를 정리하여 지성적 활동이 어떻게 실천적 활동으로 이행되는지를 간략하

게 설명하겠다. 자아의 절대적 활동을 근거로 주관과 객관의 대립을 연역하여

이를 다시 생산적인 상상력을 통해 종합시키는 힘은 자아 스스로를 무한한 것

으로 고양시키려는 추구에 의해 가능하다. 자아에 대립하여 인식되어야 할 객

39) Ibid., 216f. 40) Ibid., 227.41) Ibid., 235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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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체는 자아 안에서 배제된, 아직 규정하지 못한 영역이다. 자아 외부의 객관적

인 것은 정립의 간접성 법칙에 의하면 자아에게 마주치는 하나의 객관이며, 객

관은 자아에게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을 대립시키고 그와 경계를 만들어

통합시키는 충격(Anstoß)을 발생시킨다. 자아는 자기를 정립하는 활동을 무한

히 지속하는 한, 무한을 향한 그의 활동에는 반드시 그에 저항하는 억제가 일

어난다. 이 저항은 자아의 객관적 활동을 일으키는 인과적 조건일 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아의 노력을 수반한다. “자아의 활동 없이는 충격도 없

다.”42) 무한으로 나아갈려는 지성적 추구는 자아의 절대적 자기 정립활동이다.

자아의 정립 활동은 자신 안에 그 활동의 경계를 설정한다. 그리고 객체와 만

나는 자아는 그의 활동에 저항하는 억제적 힘에 의해 경계를 정립함으로써 자

신의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반성하게 된다. 모든 경계 짓기는 상호간의

대립을 전제한다. 이 대립은 자아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며, 대립을

하나로 통합하여 종합해야만 한다는 이론적 과제가 주어진다. 인식 주체와 객

체 사이의 종합은 이 둘 사이에 경계를 정립하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

한성과 경계설정은 동일한 자아의 활동으로 귀속된다.43) 피히테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단언한다. “자아는 제한되어야 함으로 유한하다. 그러나 그 경계

가 무한한 것으로 항상 더 멀리 정립될 수 있기 때문에, 자아는 이 유한성 안에

서 무한하다. 자아는 무한하다는 점에서 그의 유한성이 존재하며, 그리고 자아

가 유한하다는 점에서 그의 무한성이 존재한다.”44) 무한과 유한의 경계 사이에

끊임없이 유동하는 자아는 자신에게 대립에 의한 저항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만큼 무한성으로 향하는 그의 노력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유한성은 무한성에

단적으로 대척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한과 무한이 어느 한쪽의 독립

42) Ibid., 212.43) Ibid., 214.44) Ibid.,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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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61

된 활동에 의해 연역할 수 있는 추상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한한 것은 유

한한 것 안에서, 그리고 유한한 것은 무한한 것 안에서 서로의 실현목표가 상

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는 완성되어야 할 무한성 이념이 현존재인 인간에

게 부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영원한 우리의 사명으로 각인”45)된다는 점

에서 그 의미가 분명하게 밝혀진다. 그리고 이 영원한 사명을 인류 정신의 역사

에서 실천적으로 고양시켜야 할 과제로서 목표하는 학문이 실천적 학문 곧 윤

리학이라 말할 수 있다. 다음 절에서는 학문론의 실천영역에서 가장 중심이 되

는 추구개념이 어떻게 이론 영역 안에서부터 연역되며 이를 통해 자아가 무한

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피히테의 윤리학을 이해하는 실마리

를 제시하겠다.

III. 관념론적 윤리학의 기본 개념과 도덕원칙

1. 자아의 충동과 동경 그리고 자립성

실천적 학문론은 근본명제의 제3원칙에서 제시되었던 정식인 “자아는 자신

을 비아를 규정하는 것으로 정립한다.”를 통해서 지성적 자아의 활동규정(자아

는 자신을 비아에 의해 규정하는 것으로 정립한다)인 이론적 학문론과 구분된

다. 주체와 객체 사이의 인식행위는 이미 언급했듯이 객체(비아)에 의한 대립과

그의 제한에 의한 저항가운데 수행되며 그 안에서 활동하는 자아는 유한한 행

위임을 확인하였다. 동시에 자아의 정립행위는 유한할 뿐만 아니라 무한하다고

규정했을 경우에는, 그 자아의 행위와 산물이 동일하다는 순수 활동, 곧 순수

자아의 활동이 무한다는 규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순수 활동은 자기 외부에

45) Ibid.,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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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를 갖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로 복귀하는 활동으로 정립되기 때문에 무한

하다. 이 상반된 두 활동은 직접적이거나(순수한) 간접적인(객관적)활동 방식

으로 구분될 수 있으나 동일한 주체인 절대적 자아의 활동이라는 사실에서 하

나의 동일한 활동이다.

자아의 본질은 그의 활동에 의해 규정된다. 그 활동의 방향은 자아가 자신의

행위를 반성했을 경우에(자신 안에 모든 실제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반성), 자신

에게로 복귀하는 구심적 운동과 무한성으로 향하는 원심적 운동으로 구분된

다. 자아가 자신을 규정하고 규정된 행위로 반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절대적인

자발성에 의해서 발생한다. 이 반성에 의해 발견된 두 가지 방향의 중심점에는

자기 자신을 자기에 의해서만 구성하는 “수학적 점”인 “자아의 상”(Bild)이 놓

여있다.46) 이 수학적 점 안에는 내용과 형식이 구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어

떠한 방향과 구분점이 없는 자기정립의 절대적 힘이 작용한다. 만일 학문론이

본질적으로 “인간 정신의 실천적 역사이어야 한다.”47)면, 자아의 상반된 활동

방향은 자신의 모든 실제성뿐만 아니라 무한성까지 충족시키기를 요구하는 절

대적 자아에 의해 통합되어야 한다. 인간에게 지성적 본질과 실천적 본질 사이

의 통합을 요구하는 과제는 무한한 자아의 이념에 의해 실현되어야 할 정신사

적 목표이다. 무엇보다 자아는 비아를 향해 무한하고자 하는 추구에 의해 자신

을 표상하는 자아로서 정립한다. 자아의 추구는 대립된 힘에 저항하여 자신을

고정되어 확정한 어떤 것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는다. 그래서 그 추구

는 자기 자신만을 산출하길 원하는 고정되고 특수한 추구이다. 이를 피히테는

충동이라고 정의한다. 충동이란 자기 자신 안으로, 그리고 자신에게로 나아가

는 힘, 즉 “자기 자신을 원인으로 규정하는 내적인 힘”48)을 의미한다. 생명을 갖

46) Ibid., 273.47) Ibid., 222.48) Ibid.,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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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63

는 존재자는 물체와는 달리 외부에 의한 인과성만 갖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으

로부터의 인과성도 갖는다. 자아의 내적 힘은 자체 안에 감정으로 규정된 느낌

들(만족과 불만족, 혹은 자기분열)이 현존하며, 자아에 대한 감정으로 반성된

다. 충동을 자신의 고유한 힘으로 느끼는 자아는 자신을 활동하는 자로 정립할

때 저항(제한)이 따르는데, 이때 자아에게 자신을 반성하는 행위가 일어나는 것

이다. 자아가 비아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상호간에 작용이 진

행된다면, 제한에 의한 반발력으로 충동이 발생하고 이로부터 자아의 경계설

정과 반성행위가 뒤따른다. 그러므로 자아 안에 인과성을 갖는 충동은 자아의

근원적인 추구이며, 더 정확한 의미로 “관념적인 동시에 실제적이다.”49) 그런 점

에서 관념적 충동과 실천적 충동은 동일한 자아의 정신적 활동임이 드러난다.

나아가 모든 이론적 법칙이 실천적 법칙에 의해 근거되어야 한다는 윤리적 관

점은 “이론은 실천적인 것 아래에 종속된다.”50)는 도덕적 행위의 우선적 원칙을

이끌어 낸다. 한편으로 자아는 관념적 활동에서 어떤 객체를 갖지 못할 수 있다

는 불만과 결핍을 느끼게 되어, 자신 안에 동경이라는 감정이 발생한다. 자아가

제한되어 있음을 느꼈다는 것은 그의 활동에 경계가 설정되어 저항을 극복하

고자 하는 충동이 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성적 자아의 활동에서 일어나는

충동 개념은 다음과 같은 피히테의 설명을 통해 더욱 분명하게 해명될 수 있다.

동경과 경계설정은 충동에 근거하며, 그것도 자아 안에서 하나이며 동일한 충동에 근거한다. 비아에 의해 제한되고, 그리고 이를 통해서만 충동이 가능해진 자아의 충동은 반성 능력을 규정하며, 이를 통해 강제의 감정이 발생한다. 바로 그 충동이 자아로 하여금 관념적 활동에 의해 자신 밖으로 벗어나 자아 밖의 어떤 것을 산출하도록 규정한다. 그리고 자아가 이러한 목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동경이 발생하고, 또한 반성의 필연성 안에 정

49) Ibid., 294.50) Ib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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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립된 반성 능력에 의해 동경의 느낌이 발생한다.51)

외부세계로 나아가길 원하는 관념적 자아의 동경은 그 활동의 실재성을 지

향한다는 점에서, 주어진 비아의 실재성을 수정하려는 “규정에 대한 충동”을

산출한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생의 조건을 끊임없이

변경(Modifikation)하려는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경은 실재성이라는 질

료 자체를 산출하는 목표를 세우지 않고 그 질료를 수정하고자 한다.52) 자신

뿐만 아니라 자기를 벗어나 어떤 무엇을 산출하는 자아의 관념적 활동은 그

의 절대적 자유 안에서 경계(무한과 유한의) 안과 바깥에 유동하며 자신 스스

로 실현할 수 없는 한계를 느낀다. 따라서 동경은 제한된 그의 관념적 능력에

대한 반성의 감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자아의 활동이 근원적으로 실천적이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실천적 활동의 근거와 주요한 내용이 무엇인지가 설명되

어야 한다.

피히테는 1798년 예나 대학 시절에 출간한 마지막 저서『학문론의 원리들에

따른 윤리학의 체계』에서 비아를 정립하는 자아를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을 절대적으로 동일하게 만드는 이성적 활동의 인격체인 자아(Ichheit)로 파악

하면서도 현실의 감각세계 안에서 작용을 일으키는 자로 규정한다. 자기의식의

주체인 자아는 스스로를 현실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여건 속에서 수동적일뿐

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을 도덕적으로 활동하는 자로 정립한다. 그는 주관적

인 의지와 객관적인 신체 사이의 상호관계 속에서 현실 세계 안에서 작용을 일

으키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자이다. 지성적 인격체로 규정된 인간의 본

성은 동시에 도덕적 특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자아(Ichheit)가 있

51) Ibid., 303f.52) Ibid.,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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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65

는, 혹은 우리의 이성적 본성에 따라 존재한다.”53) 이론철학에서의 자아는 생명

없는 객체적 사물 세계인 비아에 의해 규정되는 자로 정립되었다면, 실천철학

에서의 자아는 행위로부터 존재를 도출하는, 생명을 가진 자신에 의해 비아를

정립한다. 여기서 이성적 본질을 갖는 자아의 참된 실존은 그의 자유에 근거한

다. “나는 실제로 자유하다는 첫 번째 신앙명제”54)는 예지적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를 개척할 뿐만 아니라, 도덕법칙을 규정하는 당위의 형식적 전제가 된다.

이성적 본질을 갖은 지성체인 인간은 자기 자신을 통해서 그의 존재적 근거를

규정하는 자립적 존재자이기 때문에, 비아를 규정하는 자아는 도덕적 법칙을

그의 자유로부터 도출한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1794년 학문론의 이론철학에

서 중점적으로 논증했던 자기의식의 활동개념과 제한은 실천적 자아를 가능하

게 만드는 자유개념의 조건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자기활동의 의식이 없다면

결코 의식은 없다.”55)는 자기의식의 작용적 인식활동은 그 활동에 대한 제한

(인식하는 특정 대상의 작용)이 따라야만 인식의 대상을 산출할 수 있음을 전

제한다. 자기활동은 주관과 객관 사이의 종합을 매개로 통일된 하나의 절대적

자기의식이면서도 객체와 결합된 대립을 통해 생성되는 지성적 활동이기 때문

에 순수자아의 자유로운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자아가 하나의 감각

적 행동으로, 혹은 도덕적인 목적 개념에 의해 산출된 존재로 이해된다는 점에

서 “자아는 자신을 자유로운 자로 정립한다.”56) 자아의 절대적 행위가 자유롭

다는 사실은 “지성적 존재자는 필연적으로 자유로운 자로 생각되어야 한다.”57)

는 실천적 명제를 함축한다.

이와 연관하여 우리가 철학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인간 본성의 완전성이 의

53)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14. 54) Ibid., 54.55) Ibid., 103.56) Ibid., 9.57) Ibid., 36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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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자유에 있음을 주창한 철학자는 르네 데카르트였다. 1644년『철학의 원

리』에서 그는 인간에게 최고의 완전성이 있다면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데 있으며, 그럼으로써 인간은 행동의 주체가 된다고 설명한다.58) 칸

트 역시 실천이성비판의 기초가 된『윤리 형이상학의 정초』(1785)에서 무엇보

다 이성적 존재에게만 귀속되는 의지의 속성은 자유에 있다고 피력한다. 더불

어서 도덕법칙 아래에 있는 의지와 자기 법칙적인 의지의 자유(혹은 자율)는 서

로 동일하다고 말한다.59) 만일 우리가 자신 바깥으로부터 작용하는 타율에 의

한 주관적 행동 준칙이 아니라,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된 보편적인 객관적 도덕

법칙에 따라서만 행동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자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칸트는 자유개념을 실천이성을 포함한 사변(순수)이성

의 체계 전체 건물을 맞물려 연결하는 하나의 종석(宗石)으로 비유한다.60) 이

와 동일한 도덕철학의 관점에 서 있는 피히테는 도덕성을 규정하는 원칙은 자

신의 절대적 자립성이라는 법칙에 기초하며, 이 법칙과 하나로 종합된 자유는

이를 단적으로 규정하는 이성적 존재자 안에서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

면 그의 자유는 근원적으로 이성적 본성을 갖고 있는 자의 절대적 자립성에 의

해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아의 자유와 자립성이라는 두 개념은 이

성적 존재자 안에서 완전하게 하나로 일치된다.61) 실질적인 자유를 향유하는

자는 외부 세계로부터 예속되거나 그 인과적 영향력에 의존하지 않으며, 전적

으로 스스로 정립한 능력에 의해 자립하는 존재자로 실존한다는 것이다. 동시

58) R. Descartes, “Principles of Philosophy,” The philosophical Writings of Descartes, Vol. 1, John Cottingham, tran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1985), 205.

59) I.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1785), Philosophische Bibliothek, Band 519 (Hamburg: Felix Meiner Verlag, 1999), 76f.

60) I.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788), Philosophische Bibliothek, Band 506 (Hamburg: Felix Meiner Verlag, 2003), 3f.

61) I. G. Fichte,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1798), SW. 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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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67

에 무제한적으로 자신을 추구하는 자아의 활동은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와 현

실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작용자로 활동한다. 지성적 순수 활동이

자아의 절대적인 자기정립의 활동에 의해 수행되듯이, 이성적 존재자의 실천적

활동은 비아인 현실세계 안에서 그의 절대적 자유와 자립성에 의해 작용해야

할 도덕적 과제가 주어진다. 이 지점에서 도덕법칙과 자유의 상관관계에 관한

내용이 칸트와 구분되는 점은 피히테에게 있어서 도덕법칙의 형식이 칸트보다

훨씬 좁은 의미로 자유와 결합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즉 “법칙의 형식은 무엇보

다 공동체적 행동의 최고규범으로부터 산출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 본질로부터

직접적으로 나왔으며 자유의 가장 내적인 요구 자체, 자유로운 활동 그 자체의

요청 이외의 다른 표현이 아니다.”62) 이제 다음 절에서는 도덕성의 원칙들과 연

관된 개인윤리의 중요한 형식명제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도덕성의 원칙들

인간은 어떻게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의 물음은 도덕적 품격을 갖춘

삶은 어떤 조건들에 의해서 가능할 수 있는지와 근본적으로 연관된다. 이 질문

은 모든 실천철학의 근원적 과제라 말할 수 있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법

칙들에 의존하는 감성세계와, 그러한 자연법칙으로부터 독립된, 이성에 기초한

법칙들 아래에 있는 예지(지성)세계에 동시에 속하는 존재로 규정한다.63) 지성

적일 뿐만 아니라 감성적 욕구에 의한 타율에 예속된 지극히 자연적(비도덕적)

존재자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예지적 세계의 구성원인 이성적

존재자로 살아야 한다는 사명, 즉 “순수의지의 자율이라는 원리”에 완전히 부

62) N. Hartmanns, Die Philosophie des Deutschen Idealismus (Berlin: Walter de Gruyter, 1960), 80.

63)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81, 83f;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55-59, 66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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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합하는 정언적 명령이 인간에게 필요하다는 점이다.64) 왜냐하면 우리의 도덕적

의지는 항상 자연적이고 감성적인 욕구들에 의해 제약을 받을 수 있으며 윤리

적인 선한 행위에 관심조차 갖지 않고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성세

계와 예지세계에 모두 소속된 인간은 비록 신성한 존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유한한 이성적 피조물로서 존엄한 존재이기에 수단이 아닌 목적 자체로 인정받

아야 한다. 즉 “너는 인간성을, 너의 인격과 더불어 모든 다른 이들의 인격에 대

해서도 언제나 동일하게 결코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는, 그러한

행위를 하라.”65) 그런 점에서 이성적 인간은 자신의 실천적 욕구능력과 관련하

여 “그의 자유에 있어서 자율의 힘에 의해, 신성한 도덕법칙의 주체”로 천명될

수 있다.66) 이 실천적 도덕법칙은 이성의 산물로서 이성과 의지의 주체인 인간

에게 그 자체로 객관적 구속력을 갖고 있는, 무조건적인 명령이자 의무로 의식

된다. 우리가 감성에 지배받는 자연적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이성의 지

도아래 도덕적으로 선한 마음씨를 갖고 행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

신의 이성적 존재 가치를 존엄하게 여기는 “자신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며, 이

때 자신 안에 내재한 감성적인 자연충동의 여러 경향성으로부터 해방되는 “내

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67)

이 같은 칸트의 도덕철학에 큰 영향을 받은 피히테는 윤리학에서 지성적 자

아의 절대적 자기활동은 본질적으로 자기의식에 대한 경향성(Tendenz)에 기

초한다고 강조한다. “자아는 근원적으로 하나의 경향성이 되어야 한다.”68) 자아

64)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83f.65) Idid., 54f.66)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118, 137. 칸트는 생(生)을 한 존재자가 욕구능력의 법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자의 능력으로 정의하며, 욕구능력 개념을 그 존재자의 표상들을 통해서 표상 대상들(예를 들면 부끄러움, 수치심 등)의 현실성에 원인이 될 수 있는 능력으로 이해한다. Ibid., 11.

67) Ibid., 214.68)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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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69

의 본질이 한편으로 경향성에 있다는 것은 자아가 주객관의 통일된 의식 속에

서 순수 활동, 혹은 순수 충동이라 일컫는 자아의 절대적 자기정립(자립성)을

위해 무한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미 학문론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아의 본질은 주관과 객관사이의 상호규정에 의해 규정된 절대적 자기활동에

로의 경향성에 있으며, 이성적 존재자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자립적으로, 단적

으로 자기 자신의 근거”라고 파악해야 한다.69) 자기를 직관하고 규정하는 자립

적 활동의 자기경향성은 지성적 자아로 하여금 자신의 실재적인 자유를 실현

하고자 하는 의욕(Wollen)의 주체로서 규정하게 만든다. 우선 자아의 의욕은

그의 절대적 자유를 발판으로 자신의 실재적 인과성을 자기 바깥의 감성 세계

(비아) 안에서 작용시키는 능력으로 한정된다. 피히테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의

지적 활동의 주체인 자아의 실존세계가 두 세계로 양분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예지적 세계 안에 있는 우리의 실존은 도덕법칙이며, 감각세계 안에 있는 우리

의 실존은 실재적 행동(Tat)에 있다. 두 세계의 합일점은 절대적 능력인 자유이

며, 전자를 통해 후자가 규정되어야 한다.”70) 메츠는 칸트와 피히테의 자유개념

이 두 가지 관점에서 서로 공통된 이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는 자

유개념을 절대적 자기규정인 자율성으로 파악했다는 것과, 두 번째는 라틴어로

liberum arbitrium 단어에서 번역된, 선택 혹은 자의적 자유를 의미한다.71) 그런

데 자율성과 선택의 의지적 자유라는 두 관점은 개별적으로 구분되는 자유개

념의 차이가 아니라, 두 가지 의미 모두가 인간에게 있어서 분리될 수 없는 하

나의 동일개념이라 말할 수 있다. 즉 자신을 통해서 자기를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자유로운 존재자라면,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지로 자유로

69) Ibid., 50.70) Ibid., 91.71) W. Metz, “Freiheit und Reflexion in Fichtes Sittenlehre von 1789,” Fichte-Studien,

Band 27, Christoph Asmuth und Wilhelm Metz, hrsg. (Amsterdam: Rodopi, 20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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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운 선택을 통해 행동할 수 있음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실천적 의지의 자유

개념은 인간의 본성에 있어서 자연적 충동들과 대립할 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

적 자연 체계와도 직접적으로 대립한다. 인간이 충동개념을 통해 자신의 전체

본성이 규정될 수 있다면, 높은 차원의 충동과 낮은 차원 충동사이의 대립은

하나로 종합되어 일치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 의미에서 충동은 조직화된 자

연의 생산물인 자아에 있어서 부분과 전체의 상호작용에 의한 자기유지의 충

동을 뜻한다.72) 유기체로 이루어진 전인적 몸으로 구성된 인간은 그의 충동을

자아성 안에서 규정된 순수(정신적)충동과 더불어 자아에게 한낱 부수적 조건

으로서 향락을 위한 어떤 질료를 욕구하는 자연충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순

수충동은 자유 그 자체를 위한 자유에로의 충동으로 “행위의 절대적 독립성”

을 지향하지만, 감성적 힘으로 규정된 자연충동은 낮은 차원의 생물학적 만족

과 쾌락을 위한 경향성을 지닌다.73) 감성적 쾌락을 욕구하는 자연충동을 완전

히 절멸하고 순수충동에 의한 자유의 자기실현은 현실 세계 안에서는 절대적

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두 충동은 “근원의 충동” 안에서 일치시켜야 한다.

근원의 충동은 현실적 자아와 조화되면서도 상반된 충동들 사이를 융화시킬

수 있으며, 그래서 경험적 자아와 일치하면서도 자아의 절대적 자립성을 요구

하는 충동을 의미한다. 도덕법칙 자체도 이 근원 충동에 기초한다.74) 여기서 경

험적 자아가 만일 순수충동과 합일된다면 자아의 충동은 만족을 느낄 수 있지

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불쾌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75) 예를 들어 우리가 좋은

음식의 진미를 찾고 이를 욕구하길 원하는 감각적 식욕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충동들 중의 하나이지만, 자신의 참된 자유를 실현하길 원하는 높은 정신적 충

동들과 조화되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삶의 감각적 즐거움으로 끝나고 말 것이

72)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119f.73) Ibid., 147.74) Ibid., 207.75) Ibid.,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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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71

다. 이때 자아는 지속적으로 식도락의 충동을 만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

울이게 됨으로써 순수충동을 대신하거나, 이를 통해 대리적인 자연적 충동의

만족감으로 채워질 수 있다. 감각적 충동에 이끌려 자신의 욕망에 끊임없는 만

족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정신적으로 자신을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

시켜야 한다는 충동은 그만큼 감소할 수밖에 없고 종국에 가서는 순수자아에

게 정신적 불쾌감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와 반대되는 경우에서도 충동의 경향

성은 자아에게 또 다른 불쾌감과 불만족으로 발생될 수밖에 없다. 근원충동은

바로 이 같은 특정 충동을 향한 지나친 기울기를 평형상태로 조화시킬 수 있는

자아의 내재적 힘이라 말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서 피히테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

이 실천이성의 명법으로 환기시킨다.

예를 든다면, 나의 자유개념으로부터 다음의 문장이 이론적으로 나온다. 모든 인간은 자유하다. 이 개념을 실천적으로 우리가 고찰한다면 다음과 같은 명령(Gebot)이 주어진다. 즉 너는 인간을 단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자로 대해야 한다. 혹은, 이론적 문장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의 몸은 감성세계 안에서 나의 활동의 도구이다. 이를 실천적 명령으로 고찰한다면 다음과 같다. 즉 너의 몸을 다만 너의 자유와 자립성을 위한 목적의 수단으로만 대하되, 결코 자신을 목적 자체로, 혹은 어떤 즐거움을 위한 대상으로만 사용하지 말라.76)

그렇다면 순수충동이 도덕성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자아의 지속적인

자립성을 향한 일련의 행동들을 산출해야 한다면, 인간은 자신의 도덕적 목표

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어떻게 인간

은 이 같은 무한한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까? 자아의 순수충동은 자신의 완전

한 자립성을 확립하기 위해 의존적 본성에서 독립적 본성으로 나아가는 해방

76) Ibid.,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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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지향한다. 이러한 순수충동은 지속적인 자립적 행위들을 통해 최종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있게 됨으로써 일련의 점진적인 행위 계열 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인간의 도덕적 사명은 인생 전반에 걸쳐서 매 순간마다 자기의 인격을 끊

임없이 도야하고 훈련시켜야 할 궁극적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는 그

의 삶의 목적이 가변적인 유한한 것들 속에서는 발견될 수 없고 무한한 것 안에

있음을 깨닫고 있지만, 정작 이 무한성은 결코 파악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식한

다.77) 인간에게 분명하게 파악될 수 없는 대상은 실제적인 행위로서 실현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이념의 개념으로 규정된다. 따라서 그는 다만 자신의 절대적

자립성의 범위에로 가까이 근접해 나갈 뿐이다. 자유 그 자체를 위한 자유에로

의 충동은 “도덕적 충동”으로 규정되며 자연충동과 혼합되어 있다.78) 인간에게

도덕적 충동이 자연충동과 혼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순수충동과 자연충동 모

두에게 적절한 행동으로 조화되어 내적 만족을 의식 안에서 산출해야 하는 노

력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존재자로서 완전하게 자신의 본성을 만들어나기 위해

서는 그 자신이 먼저 자유롭게 행동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즉 지성적 예지자로

규정된 자아는 자신의 절대적 자기규정에 대한 자기의식을 갖고 스스로를 성찰

하고 반성하면서 행동해야한다는 것이다.79) 우리의 의식에서 도덕적 충동에 관

한 느낌과 확신은 도덕성의 형식적 조건인 의무에 그 근거를 둔다. “질료는 규

정하지 못하며 그 자신이 내용적 개념에 의해 규정되지도 않는다. 순전히 형식

적인 개념에 의해서만, 그리고 그 안에서 산출된 절대적 당위 개념을 통해 규정

된다.”80) 이때 말하는 질료 개념은 작용적 인과성과 관련해서, 신체적 활동의

객관인 우리의 몸을 가리키고, 형식은 자기활동의 절대성을 함축한 주관인 의

지의 자유를 말한다.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모든 것은 자신의 현실성이 간접적

77) Ibid., 150.78) Ibid., 152.79) Ibid., 154.80) Ibid.,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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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73

이며, 이에 반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를 규정할 수 있는 자립적인 것은 자신

에게 직접적인 현실성을 갖는다.81) 이성을 가진 존재자는 도덕적 행동의 의지규

정을 자기의식 안에서 산출된 절대적 당위 개념을 매개로 연역하기 때문에, 그

는 의무의식을 갖고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칸트는 의무를 “법칙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행위의 필연성”이자 “선한 의

지의 조건”, 그리고 “모든 인간 의지에 대한 법칙”이라고 말한다.82) 자신의 의지

가 진정 자유로운 자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의식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

다”고 판단함으로써 자신이 규정한 도덕법칙에 자발적으로 복종할 수 있다.83)

또한 의무에 따르는 행위는 그 행위의 도덕적 가치를 결과로부터 판단하지 않

고 선을 향한 의지 자체인 동기에서 발견한다. 이에 따라 도덕적 의무의식은 이

성적 존재자에게 “직접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며, 양심은 “우리의 규정된 의무

의 직접적 의식”으로 정의된다.84) 이를 통해 이성적 존재자는 “자신에게 진정으

로 존재해야 하는 모든 것을 자기가 산출해야만 한다.”85)는 실존의 현실성을 의

무로서 의식적으로 자각하게 된다. 물론 인간이 이성적 존재자라 할지라도 때

로는 자신의 양심이 흐려지거나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인간은 자연적 본성에 “근본 악”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세 가지 “근본 악덕”인 선에 대한 무능력(태만)과 비겁함, 그리고 위선

을 갖고 있다.86) 하지만 양심 자체는 이성을 가진 인간을 속이거나 그릇된 행동

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만일 우리의 “경험적 자아와 순수자아가 완연하게 일치

하고, 순수자아가 우리의 유일한 참된 존재이며 모든 가능한 존재, 모든 가능한

81) Ibid., 24f, 82) Kant, Grundlegung zur Metaphysik der Sitten, 19, 23, 50: B14, 20, 59.83) Kant. Kritik der praktischen Vernunft, 40: A54.84)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173.85) Ibid., 50.86) Ibid., 199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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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라고 우리 의식에 직접적인 확실성으로 느껴진다면, 이 내적인 의식의 감

정은 결코 우리에게 잘못된 길을 걷도록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87) 그렇지만 우

리 자신의 고유한 양심에서 느껴지는 의식적 지각이 비록 이성의 토대위에서

올바른 의무적 도덕의식으로 규정된다 할지라도, 우리는 항시 자신을 스스로

주의 깊게 관찰하고 뒤돌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의식

의 대립과 충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조화는 도덕성을 발현시키는 토양이므로

이성의 지배아래 있는 존재자는 이 조화를 자기의식 안에서 활성화시켜야 한

다. 왜냐하면 한 순간이라도 지성적 자아의 이러한 진전된 노력이 없다면 자신

의 도덕성을 그 누구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88)

피히테는 1796/97년『자연법의 기초』에서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는 자신의

행위를 감성적 세계에서 작용할 때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자들과의 상호

주관적 관계 속에서 실현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개인이 자유로운 인격체로 존

재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신 이외의 다른 인격적 존재자들이 먼저 존

재한다는 사실이 인정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존재해야 한다면, 다

수의 인간들이 존재해야만 한다.”89) 타인들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사회적 실존

인 자아는 자기 바깥의 외부에 존재하는 다른 자유로운 존재자를 자신과 동일

한 자유로운 인격자로 인정(혹은 승인)할 때, 서로 간에 법적인 자유의 가능성

이 보장될 수 있다.90) 타인의 자유로운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자아의 관

점에서는 자신의 자유를 그만큼 제한시키라는 강제적 요청이다. 개인과 타인

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는 “지성과 자유를 통한 상호작용의 관계”일뿐만 아니

라 동시에 상호간의 승인을 조건으로 가능하다. 여기서 사회 윤리적 개념인 촉

구가 규정된다. 즉 “나는 어떤 특정한 이성적 존재자를 이성적 존재자로 대하

87) Ibid., 169.88) Ibid., 193.89) Fichte, Grundlage der Naturrechts nach Princ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6), 30.90) Ibid.,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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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75

는 한에서, 나를 이성적 존재자로 인정해 달라고 촉구할 수 있다.”91) 따라서 개

인의 사회적이고 법적인 권리 관계는 자기 이외의 다른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

를 자신과 함께 공생하는 존재자로 정립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는다.92) 나

의 자유를 참되게 누릴 수 있는 조건은 결국 자유를 위한 사회적 책임과 의무

를 성실하게 준행하라는 타인의 촉구에 의해 제한될 때 가능하며, 타인의 자유

역시 그와 동일한 윤리적 촉구를 통해 제약됨으로써 실현된다는 점이다. 이어

서 피히테는 2년 뒤, 도덕론의 체계에서 도덕법칙과 사회적 공동체 사이의 관계

를 그의 윤리학에 긴밀하게 연결시켰다. “모든 사람은 공동체 안에서 생활해야

하며 그 안에 거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밖에서 그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명

령된, 자신과의 일치를 결코 산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93) 사회와 격리되어 홀

로 소외된 인간의 실존은 자신의 도덕적 자립성과 자유를 획득할 수 없다. 이성

적 존재자도 고립된 환경에서는 이성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자기

이외에 한 개인이라도 용납해야만 한다. 나의 실존이 매 순간마다 자유를 실현

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하고 있다는 자기의식은 나의 인격성의 근원이 여타의

이성적 존재자들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다는 전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94) 이점

에서 자기의식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은 자아의 자기활동과 더불어 또 다른

이성적 존재자인 타인과의 사회적 공존에 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개인의 자

립성을 위한 자유를 사회적으로 제한하는 목적은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절대적

으로 필요한 윤리적 명령, 즉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인의 자

유를 침해하지 말라는 보편적 법칙에 복종하는데 있다. 그렇지만 자아의 자립

성과 이성적 특질이 타자의 자유에 의해 제한될 수는 있지만, 자립성에로의 순

수충동은 전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가능성으로서 타인의 자유에 의해 소멸될

91) Ibid., 44.92) Ibid., 41.93) Fichte, Das System der Sittenlehre nach den Prinzipien der Wissenschaftslehre (1798), 234.94) Ibid.,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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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95)

IV. 나가는 말: 신학적 논쟁

1798년 10월『철학저널』에 실린 피히테의 논문인『신의 세계통치에 대한 우

리 믿음의 근거에 관하여』는 당시 개신교 교회와 대학에 무신론 논쟁을 불러

일으키어 1799년 3월에 그가 예나대학 철학과 교수직을 사직하게 만든 역사

적 문헌이었다. 필자는 논문 지면의 한계로 이를 상세히 다루지 못하지만 논쟁

의 핵심을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피히테는 예지적 인간의 실존은 감

성세계 안에서 자신의 도덕적 목적을 정립해야하며, 새로운 도덕적 세계질서를

믿음으로 고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도덕성을 실현하는 목적으로 규

정한 도덕적 존재자에게 현실세계는 “우리의 의무를 구체화한 질료”가 된다.96)

참된 신앙은 바로 이 도덕적 질서를 신성한 것으로 고백하고 우리의 올바른 행

실을 통해 실현된다. 우리는 이러한 도덕적 신앙을 확고하게 견지할 때, 하나님

을 “생동적이고 활동적인 도덕질서 자체”로 추론할 수 있다.97) 이 논문에서 그

는 도덕적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이성적 존재자에게는 신적인 도덕질서를 벗

어나서 존재하는 그 어떤 초월적 존재자가 있을 수 없으며, 필요하지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무신론 논쟁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이에 피히테는 자신을 무

신론자로 공격한 이들에 대한 반박문을 1799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기

고하면서 자신은 진정 무신론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을

인격적 존재자와 실체로 의심 없이 믿어왔던 기존의 전통적인 유신론 신앙을

95) Ibid., 221.96) Fichte, Über den Grund unseres Glaubens an eine göttlichen Weltregierung (1798), 185.97) Ibid.,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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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77

거부했다. 만일 우리가 기독교의 하나님을 인격적 존재자라고 특징짓는 인격

(Persönlichkeit)개념과 의식을 통해 정의한다면, 사실상 신인동형론의 사상적

기초에 힘입어 신을 인간과 같은 유한한 존재자로 격하시키는 위험을 안고 있

다는 것이다.98)『무신론 고발에 대한 법적 변호문』에서 피히테는 하나님을 실

체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 역시 철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고 강변한다. 실체라는 용어는 그분을 세계의 “질료적 사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하나님을 유한한 사물화로 의인화 시키는 신개념들을 부정한 피히테는

철학적 의미에서 하나님을 “결코 존재(논리적 계사)가 아닌, 순수 활동(초감성

적 세계질서의 생명과 원리로)”으로 정의한다.99) “도덕성과 종교는 절대적으로

하나이다.”100)는 그의 윤리적 소신은 도덕성이 결여된 종교를 그릇된 우상숭배

로, 그리고 이성을 폄하시키고 인간의 저급한 물질적 욕망과 향락을 누리는데

일조하는 신, 곧 우리에게 감각적 욕망과 현세적 행복을 주는 신을 “악한 존재

자”로 거칠게 비난했다.101) 예나 대학 시기의 피히테 전기철학이 실제로 무신론

적이었는가에 대한 논의는 이 연구에선 현재 다수의 독일관념론을 전공한 철학

자들에 의해 그 물음의 정당성이 의문시되었다는 점만 밝히고 넘어가겠다.102)

현대신학에서 피히테 철학에 대한 개신교신학의 비판은 무엇보다 칼 바르트

의 교회 교의학 3/2 인간론에서 전개되었다. 바르트는 피히테가 예나 대학의 교

수직을 잃고 난 뒤인 1800년에 소책자로 출간한『인간의 사명』을 중심으로 그

98) Ibid., 187; J. G. Fichte, gerichtliche Verantwortungsschriften gegen die Anklage des Atheismus (1799), SW. V, 266.

99) Fichte, gerichtliche Verantwortungsschriften gegen die Anklage des Atheismus, 261.100) J. G. Fichte, Appellation an das Publicum (1799), SW. V, 209.101) Ibid., 219.102) 코플스톤과 엘라이도 피히테는 무신론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Copleston, A History

of Philosophy, Vol. 7, 80-84; 엘라이,『피히테, 쉘링, 헤겔』, 123-30; 개신교 신학자로는 판넨베르크가 이 주장에 동의한다. W. Pannenberg, Theologie und Philosophie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96), 226. 국내 학계에선 백훈승이 이에 동의했다. 백훈승, “피히테는 무신론자인가?,”『동서철학연구』Vol. 31 (2016): 3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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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철학적 윤리학을 15페이지 분량으로 상세하게 다뤘다. ‘실천적 이성은 모든

이성의 뿌리이다’는 피히테의 윤리적 관점을 철학적 “인간의 현상”, 자유를 통

한 인간의 윤리적 가능성으로 파악한 그는 네 가지 관점에서 신학적으로 비판

한다.103) 첫째, 피히테가 말하는 인간은 자신의 근본적 한계를 갖지 못한 “위로

받을 수 없는 불쌍한 자”로서 세계내의 도덕적 법칙과 명령을 행위를 통해 성

취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 도덕적 완성을 성취하는 자립적 인간에게

는 창조자 하나님이 결정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둘째, 자기 자신

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피히테의 윤리적 관점

은 피상적으로 인간의 현상을 다뤘다는 것이다. 인간의 자유로운 존재적 현실

과 당위성에 대한 자기관찰은 “자기 자신에 대한 순진하고 무비판적 지식으로

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셋째, 피히테가 말하는 자유로운 존재인 인간의 지는

행위의 주체로 자신의 존재의미를 인식하는 앎을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을 스

스로 인식할 수 있는 존재자의 앎 속에 그의 존재가 실제적으로 알려질 수 있

는가의 질문이 발생한다. 즉 사유의 활동을 통해 존재를 인식한다는 것은 바르

트의 관점에선 사유 안에 존재가 포함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인식의 주체

인 인간의 사유는 실제로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존재와 그

인식에 관한 동일철학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인간의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최

소한 준비시키는 적절한 도구라고 주장할 수 없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실제로

의식할 수 없다고 가르침을 받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존재자가 매번 자유롭게

되어야 하며, 또한 자유로운 자가 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는가.”104) 넷째, 피

히테의 인간론은 그의 자유개념을 살펴볼 때, 초월적 존재를 배제하고 자연법

칙에 따르는 순수한 “자연주의적 인간론”을 주창한다. 도덕적 의지에 따라 행

103) 이하의 내용 정리는 K. Barth, Die Kirchliche Dogmatik, III/2 (Zürich: Evangelische Verlag Zollikon, 1948), 113-28을 참조한다.

104) Ibid.,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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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79

동하는 인간의 완전성 이념은 자신 스스로가 자유로운 주, 참된 창조자이자 만

물을 통치하는 하나님으로 신격화 될 수 있는 존재자의 “비약”을 갖고 있다. 자

유의 철학을 지향하는 피히테의 윤리학은 인간과 함께 역사 안에서 행동하시

는 구원자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그의 윤리관은 따라서 전적

으로 무신론적 철학관점에 기초했다는 점이다. “피히테의 하나님은 피히테의

인간이며, 피히테의 인간은 피히테의 하나님이다.”105) 인간 자신을 주체이자 객

체로, 자신 안에서, 자신을 통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존립하는 존재자로 규정

하는 자연주의적 윤리관은 자기이해의 “폐쇄적 현실성”을 지닌 인간의 한계를

가질 밖에 없다. 이러한 바르트의 피히테 비판은 기독교 신학에서 분명 의미를

가질 수는 있으나, 그가 피히테의 예나시기 철학 주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

다는 사실과 피히테의 후기 종교철학 역시 참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신학적 관점에서의 주관적 평가로 끝날 수 있다. 특정 철학자의 사상을 신학적

으로 분석하고 비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서 있는 신앙적 입장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그 철학자의 사상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태의 지평을 총체적으로 먼

저 이해하고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르트의 제자이자 몰트만과 함께 세

계적으로 알려진 에버하르트 윙엘은 그의 주저『세계의 비밀이신 하나님』에서

피히테의 무신론 반박문에서 드러난 “하나님을 생각할 수 없음”의 논제를 비판

적으로 다뤘다. 윙엘에 의하면, 피히테가 하나님과 인간을 “순수행위”로 파악

하여 지성의 영역에서 신의 사유 불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하나님을 제한시키

며 이를 통해 하나님을 의심스럽게 만들 수 있음”을 내포하는 위험에 노출된다.

‘신앙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지를 지양해야 한다.’는 칸트의 철학적 종교이해

를 수용한 피히테는 도덕적 관점에서 “신앙의 직접적인 확실성의 자리를 부여

하기 위해 사유를 지향했기” 때문에, 사유와 지의 대립개념으로 파악된 신앙은

105) Ibid.,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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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과 신약에서 말하는 신앙과는 전혀 다르다고 윙엘은 비판하기도 했다.106)

윙엘에게 “이성은 신앙에 뒤따라온다는 점에 있어서만 하나님을 사유할 수 있

다. 이성 자신은 그럼에도 신앙할 수 없다. 이성은 사유한다. 사유는 그 무엇도

신앙하지 않고 무엇에 대해 사유한다. 이는 사유의 정직함에 속하는 것이며 또

한 다음과 같이 사유한다. 즉 신을 먼저 사유한 이후에 신앙과 하나님의 연관

성에 대한 생각을 사유한다. 그러나 사유는 하나님과 신앙을 함께 사유하지 않

는 한, 하나님을 사유할 수 없다.”107) 바르트와 마찬가지로 윙엘의 피히테 비판

역시 그 비평을 위해 참고한 문헌범위가 무신론 논쟁에 대한 피히테 자신의 반

박문에 국한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본회퍼는 일찍이 1930년에

초월론적 철학의 “순수행위”개념을 인간 자신을 초월적인 것으로부터가 아닌,

이성에 의한 자기초월로 이해함으로써 그 한계를 스스로 드러낸 이성적 방식이

나 윤리적 방식으로 파악했다.108) 이같은 철학의 인식론에서는 “하나님이 인식

하는 정신의 행위 안에서만 매번 존재한다.”109)는 자기의식의 반성활동을 통해

수행됨으로써, 하나님은 관념론 철학에서 사유(혹은 인식)의 대상이 되지 못했

음을 간파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피히테의 자아와 자기의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주목

해야 할 부분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이자 사회철학자인 조지 허버트 미드가

1934년 사후에 출간한 그의 주저『정신, 자아, 사회』에서 자아와 자기 개념을

사회적 관점에서 구분한 점이다. 자아는 사회적 행위의 과정을 통해 성립되는

것이 아니고 자기 반성적 행위의 자발성에 기인하는 반면에, 자기(Self)는 근본

106) E. Jüngel, Gott als Geheimnis der Welt. Zur Begründung der Theologie des Gekreuzigten im Streit zwischen Theismus und Atheismus, 6 Aufl. (Tübingen: J. C. B. Mohr, 1992), 185f.

107) Ibid., 219.108) Bonhoeffer, Akt und Sein, 29f.109) Ibid.,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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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81

적으로 사회적 구조와 경험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110) 미드는 개인의 인

격 형성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의 경험들 안에서 자아와 자기의 상호적 반응 작

용에 의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개인의 경험은 타자와 공동체의 구성원들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에 간접적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자기성찰과 자기의식은 선

험적인 소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산물로 보았다. 하지만

어떻게 자아와 자기가 개인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서

로 완전히 일치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미드에게 분명하게 해결되

지 않았다.111)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아와 자기 사이의 일치가 일생동안 어느 시

점에서 완전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하며 이를 실현하

는 과정과 노력 또한 우리 의식의 자기동일성과 충동에 의해서만 가능할 수 없

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완성해야 할 인격성과 현존재의 전체성은

판넨베르크도 적절하게 언급한대로, 인간 안에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영이 없

다면, 그 인간에게는 어떠한 인격성도, 삶의 현실성과 전체성도 인정될 수 없다

는 사실이다.112)

앞선 논지에서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현대 개신교 신학의 비판

적 입장과 견해를 다뤘지만 그의 철학적 이상과 도덕적 이론의 중요성과 의미

는 현재의 한국교회 상황을 고려할 때, 결코 상실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종교

의 본질은 도덕성에 있으며 이 같은 궁극적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는 것은 비단 기독교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이

110) G. H. Mead, Mind, Self and Society (Chicago: Chicago University Press, 1934), 138-42,

111) 자아와 자기개념의 일치에 관한 인간학적 논의에 대해서는 W. Pannenberg, Anthr-opologie in theologischer Perspektive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83), 183f, 194-216.

112) W. Pannenberg, Systematische Theologie 2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91), 227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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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기 때문이다.113) 피히테는 초기의 무명시절에 칸트에게 원고를 보낸 계기로 익

명으로 출간된『모든 계시에 대한 비판의 시도』에서부터 “신학은 실천적 이성

의 영향 없이는 죽은 지식, 단순한 학문이 된다.”114)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비록

예나 시기의 피히테 철학이 이성적 인간의 절대적 자립성을 실현하는 도덕성의

토대를 인간학적 관점에서 자아의 자율성과 자기의식의 자유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한 측면은 신학과 교회가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의 철학이 철저하게 무신론적 입장에서만 전개되었다고 평가될 수 없다. 물

론 신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피히테가 주창하는 인간의

독립성과 자립성은 유한한 피조물 안에 있는 악의 가능성, 즉 자신의 유한성을

거부함으로써 스스로를 하나님과 같은 절대적 존재자로 주장할 수 있는 위험

이 배후에 잔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115) 후기시기의 베를린 종교 강연에서 피히

테는 인간의 “자립성과 의식의 자유를 정초하는 근거는 분명 하나님 안에 있

다. 또 그와 같이, 그러한 이유에서, 하나님 안에 있기 때문에 자립성과 자유는

참되며 결코 비어 있는 가상이 아니다.”116)고 언급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하나

님과 인간의 완전한 연합과 그분을 향한 사랑을 인간 삶의 최고 행복으로 분명

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피히테 자신이 무신론 논쟁의 반박문에서 언급한 대로,

진정한 무신론자란 “악을 행하기를 원하면서 선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117)이

라면, 그는 무신론자가 될 수 없는 철학자였다. 연이어서 그는 도덕질서의 지배

113) 특히 오순절 교회의 성령운동과 도덕성의 상호연관성에 관한 연구로는, 류장현, “한국 성령운동의 사회적 성격에 관한 고찰,”『영산신학저널』Vol. 29 (2013): 123-52; 이정환,“오순절 운동의 역사적 재평가와 신학의 공적 책임성,”『영산신학저널』Vol. 39 (2017): 133-79.

114) J. G. Fichte, Versuch einer Kritik aller Offenbarung (1792), SW. V, 43.115) 판넨베르크는 인간의 독립성이 피조물의 완전성을 의미할 수 있으며, 창조자로부터 주

어진 인간의 독립성에서부터 그의 자립성으로 이행하는 과정 그 자체가 피조물의 고통과 악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Pannenberg, Systematische Theologie 2, 199.

116) Fichte, Die Anweisung zum seligen Leben, oder auch die Religionslehre, 455. 117) Fichte, Über den Grund unseres Glaubens an eine göttlichen Weltregierung,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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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83

아래 있는 세계는 결코 악에서부터 선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 세계

가 바로 하나님의 나라, 즉 하나님의 주권과 섭리에 의해 역동적으로 살아 있는

도덕세계라고 우리가 신학적으로 수정하여 이해할 수 있다면, 그의 나라를 우

리는 이 땅에 실현되기를 소망하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

하여 현재까지 개신교 신학은 독일 관념론에 상당한 거부감과 부정적 시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118) 피히테 철학에 대한 교회와 신학의 비판은 객관적

으로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피히테가 말하는 독일 관념론의 정

신이 진정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는 열린 자세도 필요하다. “초

월론적 관념론의 참된 정신은 모든 존재는 지(필자주: 자기직관)에 있음을 가

리킨다. 우주의 토대는 정신과 결속되었다고 파악할 수 없는 망상, 반정신이 아

니라 정신 자체이다. 죽음, 생명 없는 물질이 결코 아니라 생명, 정신, 지성이 전

부이다. 정신의 나라는 바로 이와 다른 것이 아니다.”119) 1804년 베를린의 여름

학기 학문론 강의에서 피히테는 “절대적인 것”, 혹은 “순수한 빛”은 개념적으

로 우리가 파악할 수 없다고 고백하면서 자신의 신앙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청

강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피력했다. “절대자 혹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이성적

정신의 참된 원소이자, 이 정신 안에서 하나님은 홀로 평온과 축복을 발견한다.

그러나 절대자에 대한 가장 순수한 표현은 학문이며, 이 학문은 절대자처럼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만 사랑받을 수 있다.”120)

118) 이에 관한 신학 연구는, 이정환, “19세기 리하르트 로테(Richard Rothe)의 사변적 신학윤리 연구,”『영산신학저널』Vol. 42 (2017): 371-416.

119) J. G. Fichte, Darstellung der Wissenschaftslehre aus dem Jahre 1801, SW. II, 34120) J. G. Fichte, Die Wissenschaftslehre. Vorgetragen im Jahre 1804, SW. X,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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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정환, 요한 고틀리프 피히테의 관념론적 윤리학에 관한 신학적 연구 ● 387

This study is theological explanation of his early ideas, which were not studied in Protestant theology in Korea, taking into account the practical philosophy of German idealism Johann Gottlieb Fichte (1762-1814). The scope of the study focuses on the basis of “the basis of all theories” (1794), “the basis of natural laws according to academic theories (1796), and “the system of ethics (1798).” And this study lim-its the scope of research to the 1799-year atheism debate. However, we will not discuss the last part of the atheism debate in detail due to limitations of the paper in this study, and will only summarize the main points.

Fichte’s ethics, directly influenced by Kant’s philosophy of ethics, systematically presented the real meaning, identity and grounds of hu-man existence for the absolute Unity of human mental Act (the har-mony of intelligence and behavior). He emphasized independence of the practical will necessary for moral social order by interpreting the nature of morality through complete harmony of reason, presence, per-ception and behavior on the premise of unifying one’s consciousness. In the final conclusion of the study, we will introduce the critical points of the 20th century Protestant theology on the philosophy of Fichte and

Theological Study on the IdealisticEthics of Johann Gottlieb Fichte

Lee, Jung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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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 영산신학저널 Vol. 46 (2018): 341-388

examine the justification and validity of its criticism to explore theo-logical implications of early idealism philosophy.

부 록

Transcendental Philosophy, Acting, Self-positing, Self-consciousness, Fact/Act, Finitude, Drive, Duty

주제어초월론적 철학, 행위, 자기정립, 자기의식, 실행, 유한성, 충동, 의무

논문투고일: 2018. 9. 28. 논문심사일: 2018. 11. 11.

게재확정일: 2018.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