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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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音樂論壇 37집 ⓒ 2017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 2017년 4월, 45-89쪽 한양대학교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중심으로 황 순 도 (독일 에센 폴크방 예술대학교) I. 서 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 유럽에는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관점들 이 열리게 되고 그러한 새로운 사고관의 영향이 음악계에도 끼쳤으며 과학 과 음악이 서로 협력하여 밀접하게 발전하였다. 대표적으로 헬름홀츠 (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 후고 리만(Hugo Riemann, 1849-1919) 등과 같이 과학과 음악을 접목시켜 연구하려 한 학자들이 많 았고,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그러한 학자들과 끊임없 이 교류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연과학 분야들 중에서도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분야로 위상학(topology)을 들 수 있다. 이 수학 분야의 바탕이 되는 개념은 유클리드기하학 체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회로부터 출발하여 위치관계를 분석하는 17세기 라이프니츠 (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의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 1) 고전 기하학인 유클리드기하학의 ‘주어진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임의의 주어진 점을 통과하면서 그 주어진 선과 평행인 유일한 직선을 작도할 수 있다’는 평행선 공리 의 오류가 발단이 되어 비유클리드기하학이 탄생했고 그것이 위상수학적 사고의 시초가 되었다. Peter Bornschlegell, “평행선 공리, 비유클리드기하학 그리고 위 상학적 상상력,” 『토폴로지: 문화학과 매체학에서 공간 연구』(Topologie: zur Raumbeschreibung in den Kultur- und Medienwissenschaften), hrsg.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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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音樂論壇 37집 ⓒ 2017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2017년 4월, 45-89쪽 한양대학교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중심으로

    황 순 도

    (독일 에센 폴크방 예술대학교)

    I. 서 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 유럽에는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관점들이 열리게 되고 그러한 새로운 사고관의 영향이 음악계에도 끼쳤으며 과학과 음악이 서로 협력하여 밀접하게 발전하였다. 대표적으로 헬름홀츠(Hermann von Helmholtz, 1821-1894), 후고 리만(Hugo Riemann, 1849-1919) 등과 같이 과학과 음악을 접목시켜 연구하려 한 학자들이 많았고,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그러한 학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한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당시 자연과학 분야들 중에서도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분야로 위상학(topology)을 들 수 있다. 이 수학 분야의 바탕이 되는 개념은 유클리드기하학 체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관점의 전회로부터 출발하여 위치관계를 분석하는 17세기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1716)의 이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

    1) 고전 기하학인 유클리드기하학의 ‘주어진 직선 위에 있지 않은 임의의 주어진 점을 통과하면서 그 주어진 선과 평행인 유일한 직선을 작도할 수 있다’는 평행선 공리의 오류가 발단이 되어 비유클리드기하학이 탄생했고 그것이 위상수학적 사고의 시초가 되었다. Peter Bornschlegell, “평행선 공리, 비유클리드기하학 그리고 위상학적 상상력,” 『토폴로지: 문화학과 매체학에서 공간 연구』(Topologie: zur Raumbeschreibung in den Kultur- und Medienwissenschaften), hrsg.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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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학문의 대표적인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어떤 물체가 변형이 될 때, 즉 구부러지거나 늘어나거나 압축될 때 그 물체가 계속 유지하고 있는 성질들에 대해 연구하고, 다양한 것들의 서로 합치되는 부분들이나 그것들 간의 유사한 구조들을 밝혀내는 일이다.2) 예를 들어, 어떤 지도 제작자가 자신이 만들 지도가 무엇보다 공간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재현했다’는 데에 의의를 둘 때, 위상학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그 가운데 변하지 않고 동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캐내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3) 또한 위상학적 사고는 개체 중심의 관점으로부터 관계 중심의 관점으로의 전이에서 발생하여 사물과 공간의 물리적 개념과 정확한 특성보다는 대상 사이의 연결통로 및 관계성을 다루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육면체와 원은 유클리드기하학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다른 도형이다. 그러나 위상기하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둘은 내부와 외부가 면으로 나누어진 면에서 같다고 보아, 화실에서 볼 수 있는 직육면체, 삼각뿔, 아그리파 상 같은 다양한 석고상들이 다 한 가지 종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한 석고상에 구멍이 하나 뚫리면 위상기하학적 관점에서 도넛과 같은 형태로 변하여 다른 도형이 된다. 이러한 개념은 특히 공간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건축학 분야에서 시대를 초월한 건축물의 비교 분석에 적용되기도 한다.4)

    Stephan Günzel, 이기흥 역 (서울: 에코리브르, 2010), 202-204 참조. 2) Michael Flynn, 『3000가지 무한대 이야기』(Infinity in Your Pocket: Over

    3,000 Theorums, Facts, and Formulae), 김준열 역 (서울: 늘봄, 2009), 26. 3) Stephan Günzel, “공간, 지형학, 위상학,” 『토폴로지: 문화학과 매체학에서 공간

    연구』, 2. 4) 유현준, 『52 9 12: 건축에 대한 52가지 생각』 (서울: 미세움, 2011), 178-179에서

    건축 작품들을 위상학적 관점으로 분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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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코르뷔지에, 《카펜터 센터》(Carpenter Center for the Visual Arts, ca. 1963)와 배치도(우측)5)

    렘 쿨하스, 《쿤스탈》(Kunsthal, 1992)과 다이어그램(우측)6)

    건축사에서 렘 쿨하스(Rem Koolhaas, 1944-)의 《쿤스탈》(Kunstahl, 1992)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의 《카펜터 센터》(Carpenter Center, 1963)의 계보를 잇는다고 한다.7) 이것은 위상기하학

    5) http://ccva.fas.harvard.edu/history [2017년 1월 26일 접속].배치도는 http://blog.naver.com/hyunjoonyoo [2017년 2월 13일 접속].

    6) http://www.kunsthal.nl/en/about-kunsthal/building [2017년 1월 26일 접속]. 7) 이 내용을 다룬 논문으로는 견진현, "렘 쿨하스의 건축에 나타나는 르 꼬르뷔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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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시각으로 봤을 때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두 건축물을 바라보면 카펜터 센터()와 쿤스탈()은 30년 가까이에 이르는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적 요소를 찾을 수 있다.8) 두 건축물에서 모두 경사진 연결통로 램프(ramp)를 통해 관계성이 생겨 위상학적 시각에서 볼 때 구나 직사각형과 같은 위상에서부터 도넛 형태의 위상으로 변화되었다는 의의가 있다.9) 하버드대학교 건축관으로 사용되는 카펜터 센터에 램프를 두어 떨어진 건물 외부에 관계성이 생겨났고( 우측), 쿤스탈 미술관에는 램프를 통해 두 층이 하나로 연결되는 관계가 만들어지면서 미술관 내부 동선의 시작점과 종료점이 같은 효과를 주도록 구상되었다( 우측 도면).

    본 논문의 음악작품 분석에서는 다양한 층위에서 위상학적 사고를 적용하고 반영한다. 첫째, 위상학에서 전제가 되는 공간 개념의 추상적 공간개념까지의 확장을 통해 음악적 공간 즉 음악현상이 발생하는 공간, 음이 진행하는 공간 그리고 청취자의 음악적 상상을 위한 공간을 전제로 기술하였다.10) 둘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기적 발전과 변형이 일어나는 가운데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요소와의 관계성을 찾고자 했다.11) 셋째,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로부터 논의된 음과 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기초저음의 개념을 분석에 적용하였고, 넷째, 분석을 통

    건축적 산책로의 응용적 특성에 관한 고찰: '빌라 사보와'와 '쿤스탈'을 중심으로," 『프랑스문화연구』 27 (2013), 43-66 참조.

    8) 유현준, 『52 9 12』, 178. 9) 유현준, 『52 9 12』, 179.10) 한슬리크(Eduard Hanslick, 1825-1904)와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의 제자였던 오스트리아 비인의 음악이론가 에른스트 쿠르트(Ernst Kurth, 1886-1946)는 음의 진행이 만들어내는 형식을 물리적·심리적 관점으로 설명하기 위해 공간 개념에 투영하며 구체화하고자 하였다. Ernst Kurth, Grundlagen des linearen Kontrapunkts: Bachs melodische Polyphonie, 2. Auflage (Berlin: Hesse 1922), 36.

    11) 기존의 동기적 분석방법에서도 음과 음 사이의 음정관계를 통하여 동기의 구조와 동기적 발전을 기술하여 왔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동기의 일련의 모든 개별적 음들의 음정관계를 보기보다는, 더 큰 맥락을 기준으로 잡고자 한다. 악구나 악절과 같은 선율의 단위에서 화성과 박의 작용에 기여하는 구조적 음들을 찾아내어 관계성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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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 구체적으로 당시 위상수학의 발견물인 뫼비우스의 띠의 아이디어가 작품에 반영된 흔적을 제시하였다. 유기체적 사고에 따라 시·공간은 서로 연속되어 있고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건축이 공간적 예술로서의 측면이 강한 고정된 구조물이라면, 음악은 시간적 예술로서의 측면이 강한 흐르는 혹은 진행하는 순환적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이 있는 음악작품에서 위의 건축물에서와 같은 위상학적 비교를 악구나 악절 단위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는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19세기에 다시 한 번 대두된 기초저음과 음정 5도와 관련된 음악이론적 배경을 소개한다. 그리고 제2비인악파(Zweite Wiener Schule)를 통해 작곡기법의 가치를 평가 받은 작곡가 브람스와 레거(Max Reger, 1873-1916)의 작곡기법에 대하여 작곡가 자신들의 언급과 관련된 1차 문헌 중심으로 소개한다. 음악 분석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기반 위에 무엇보다 위상수학을 가능하게 했던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하여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의 선율 구조와 음악 진행을 관찰하고 해석하고자 한다.

    II. 기초저음과 음정 5도

    이 장에서는 본고에서 브람스와 레거의 작품에서 선율 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전제 및 방법이 되는 관련 이론을 다룬다. 화성진행에 기초가 되는 것은 표기되지 않고 생략될 수 있는 기초저음(Fundamentalbass)12)이라는 것, 이것에 기초하여 음정관계의 종류에 따라 음악진행에 끼치는 작용 및 중요도가 분류된다는 것, 그리고 음악진행에서 음정 5도가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등의 내용에 관한 음악이론을 중심으로 당시의 음악이론사적 배경을 소개한다.

    음정 5도 및 화성진행의 V-I 관계는 서양고전음악사에서 끊임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V-I는 무엇보다 정격종지의 유형으로서 화성학이나 작

    12) ‘기초저음’(Fundamentalbass)의 용어 번역은 김연(책임편집), 『음악이론과 분석』 (서울: 심설당, 2005)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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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기법에서 악절을 완결하는 필수적 요소로 다루어진다. 소나타형식을 보면 성격적으로 대조를 이루는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조성적으로 5도의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5도 관계는 온음계적 전조의 기본 단위로서 음악 형식을 구분 지어주는 역할을 하여 5도 음정은 주제적·화성적·조성적·형식적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쉔커의 근본구조(Ursatz) 이론에서는 거시적 관점으로 한 악절이나 악장에서 V-I라는 구조적 골격이 제시되어 음악분석에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5도 하행의 선율적 힘에 관하여 19세기 후반부터 인지 음악학 및 음악 심리학적 기초연구로 이어져 립스(Theodor Lipps, 1851-1914)와 마이어(Max Friedrich Meyer, 1873-1967)의 공동연구를 통해 ‘립스-마이어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정립되었다.13)

    더욱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18세기에 라모와 루소(Jean 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이러한 음정 5도가 음악을 인지하고 특히 조성을 인식하는 감각에 관여한다는 논의를 하였고, ‘기초저음은 청각을 위한 개념이 아니라 인식을 위한 개념’이라 하였다.14) 라모는 조성적 감각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들 중 하나로, 화성진행을 결정하는 것은 실연되는 베이스 성부가 아니라 화성의 기초저음 즉 기보된 베이스 음 밑에 숨겨진 5도 위 음이라고 하였다. 기초저음이란 간단히 말해, 기보되지 않고 실제 연주되지 않는 생략된 베이스 음이자 어떤 두 음 사이의 관계에 있어 도달할 음에 대하여 5도 위의 음인 ‘숨겨진 혹은 생각되는 음’(Verschwiegener/gedachter Ton)을 말한다. 기초저음이론이 작곡가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와 브루크너의 스승인 제

    13) Theodor Lipps, Psychologische Studien (Heidelberg: Weiss, 1885); Max Friedrich Meyer, Contributions to a psychological theory of music (Columbia: University of Missouri, 1901), 8-9.

    14) Jean-Philippe Rameau, Traité de l'harmonie réduite à ses principes naturels (Paris: Ballard 1722); Jean-Jacques Rousseau, Dictionnaire de la musique (Paris: Duchesne, 1768), Basse-fondamental 항목, [Online- Ausgabe], 64.URL: http://www.rousseauonline.ch/Text/volume-9-dictionnaire-de- musique.php [2017년 2월 16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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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터(Simon Sechter, 1788-1867)를 통해 19세기 오스트리아 비인에 전수되었다.15)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 1874–1951)는 자신의 저서 『화성학』(Harmonielehre)에서, 먼 거리에 있는 조성영역으로의 이동과 모든 화성진행이 예외 없이 가능하다는 원리가 제히터와 같은 이론가들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밝히고, 기초저음 개념을 바탕으로 화성진행의 생략을 소개하였다.16) 이것은 기초저음개념이 제2비인악파의 신음악(Neue Musik)의 화성의 해체 및 12음기법의 아이디어의 기초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였음을 말해 준다.17)

    제히터는 화성과 박의 상호작용과 그것이 음악의 진행에 미치는 작용 즉 힘의 세기를 분류하여 화성에 내재된 힘을 전제하였다. 또한 리듬이라는 용어 대신 운동이나 움직임으로 번역될 수 있는 ‘Bewegu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당시 자연과학 사상에 영향을 받은 다른 이론가들18)처럼 에너지와 운동 개념을 화성이론에 반영하였다.19) 특히 20세기 초의 음악

    15) 18세기 독일에서는 마푸르크(Friedrich Wilhelm Marpurg, 1718-1795)를 통해 라모의 기초저음이론이 직접 유입되었고, 줄처(Johann Georg Sulzer, 1720-1779), 키른베르거(Johann Philipp Kirnberger, 1721-1783)를 통해 역시 기초저음이 ‘진정한 기초음’(die wahren Grundtöne)이라 언급되었다. 제히터는 기초저음이론을 키른베르거의 저서를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Johann Philipp Kirnberger, Kunst des reinen Satzes in der Musik (Berlin: Decker, 1771). 제히터의 화성과 박 이론에 관한 연구로는 독일어권에서 Wolfgang Grandjean, “Harmonik und Metrik: Simon Sechters “Gesetze des Taktes”,” Musiktheorie 13/2 (1998), 157-177; 영미권에서 William Earl Caplin, ”Harmony and Meter in the Theories of Simon Sechter,“ Music Theory Spectrum 2 (1980), 74-89 등이 있다.

    16) Arnold Schönberg, Harmonielehre, 3. Auflage (Wien: Universal Ed., 1922), 323.

    17) 제히터의 대를 잇는 프레이어(Gottfried Preyer, 1807-1901)의 제자 마이르베르거(Karl Mayrberger, 1828-1881)는 5도 하행에 기초한 가상의 기초저음이 음악의 진행을 감지하게 한다는 제히터의 기초저음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화음 생략(Ellipse) 이론을 발전시켰고, 흥미롭게 바그너의 트리스탄 코드에 생략된 기초저음을 적용한 예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Karl Mayrberger, Die Harmonik Richard Wagner’s an den Leitmotiven aus “Tristan und Isolde” (Chemnitz: Schmeitzner, 1882), 8-9.

    18) 모리츠 하우프트만, 헬름홀츠, 후고 리만, 에른스트 쿠르트 등.19) 19세기 후반 과학적 사고에 영향을 받은 음악이론과 관련하여, 김연, “음악이론과

    분석: 음악이론에 나타난 과학적 메타포와 “사변적 이론”의 연구 의의,” 『서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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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론가로 음악에서 선적 진행이 화성의 기초가 됨을 강조한 쿠르트는 선율을 운동(Bewegung)의 관점으로 운동하는 물체에 투영하여 설명하면서, 선율에는 내재된 힘이 있고, 감상자는 선율로부터도 숨겨진 기초화성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하였다.20)

    제히터는 성부진행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진행은 부속7화음을 통한 연속 5도 하행 진행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그는 V에서 I로의 종지형이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며 C장조에서 V화음으로 시작하는 예를 보여주었다().21) 또한 이러한 종지형과 유사한 형태들을 장조음계에 있는 모든 음에 대입한 연속적 5도 하행 동형진행을 자연적인 규칙(natürliche Ordnung)에 기초한다고 하였다.22)

    제히터, 5도 하행 동형진행(Sechtersche Kette)23)

    제히터는 이러한 화성진행의 자연스러운 원리에 따라, 화성과 박의 결합의 다양한 기준을 적용하여 음정·선율·화성관계에 결정을 미치는 효과의 강도와 무게감을 규정하였다. 박과 리듬과 같은 다른 요소 없이 화성진행만을 봤을 때 예를 들어 3도 관계는 다소 약하고(matt), 4도와 5도의 도약은 결

    학』 8/2 (2005), 57-83 참조.20) Kurth, Grundlagen des linearen Kontrapunkts: Bachs melodische

    Polyphonie, 10.21) Simon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Die richtige Folge der Grundharmonien, oder von Fundamentalbass und dessen Umkehrungen und Stellvertretern (Leipzig: Breitkopf & Härtel, 1853). 16. Der Schritt vom Septaccord der 5ten zum Dreiklang der 1ten Stufe wird Schlussfall gennant und ist der wichtigste unter allen musikalischen Schritten, welcher vielen andern zum Muster dient.

    22)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19. Die Kette aller Septaccorde der Dur-Tonleiter nach einander beruht auch auf der natürlichen Ordnung der dem Schlussfall ähnlichen Schritte.

    23)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19. 가장 자연스러운 화성진행이라고 소개한 제히터의 이름을 따라 5도 하행 동형진행을 ‘제히터의 연속화음’(Sechtersche Kette)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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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적인(entscheidend) 요소가 된다 하였으며, 5도 하행 혹은 4도 상행이 가장 결정적인 힘이 있다고 하였다.24) 이러한 이유로 언급된 것은 공통음의 개수이다. 3도 도약 진행이 힘이 약한 이유는 공통음이 2개라서 화음들 간에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25) 화성진행에서 마지막 V-I 종지형에 가장 큰 힘의 작용이 있고 그에 저장되었던 잠재적 에너지는 다음 악구가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설명할 수 있다.26) 제히터의 위의 에서 V화음을 통한 예비는 이와 같이 생략되어 있는 예비 에너지를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에너지를 가진 악절의 마지막 V-I 진행에서 마치는 음이 동일하게 시작 음이 되어 끝없이 순환하는 원리가 된다.

    제히터, 기초저음 D의 첨가와 생략

    24) Simon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2, Von den Gesetzen des Taktes (Leipzig: Breikopf und Härtel, 1854), 19. Matt sind Terzensprünge, entscheidend aber die Quarten- und Quintensprünge; der Quartsprung aufwärts und der Quintsprung abwärts sind aber am entscheidensten.

    25)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2, 16. 당시 이론서들에서는 5도 하행과 4도 하행이 같은 효과라고 음고적으로 생각하는 옥타브 동등·일반화 이론(octave equivalence/octave generalization)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

    26) 이러한 화성의 효과 분류는 시작 악센트(Anfangsakzent) 이론과 관계있다. 음악학자로서 특히 악센트에 대해 연구한 줄처는 유명한 위상수학의 시조인 수학자 오일러(Leonhard Euler, 1720-1779)와 베를린에서 교류를 맺었고, 그 덕분으로 베를린 요아힘스탈 고등학교(Joachimsthalsches Gymnasium) 수학 교수로 임명된 적이 있었다. Otto Liebmann, “Sulzer, Johann Georg,” in Allgemeine Deutsche Biographie 37 (1894), 144-147.[Online-Version]; URL: https://www.deutsche-biographie.de/gnd11879941X. html#adbcontent [2017년 2월 16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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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히터는 이러한 기초저음 진행을 통한 가장 자연스러운 화성진행의 원리를 3화음 종지형 IV-V-I에 적용하였다. 첫 번째 방법은 의 왼쪽 예에서처럼 베이스 음 F와 G 사이에 V의 부속화음(V/V=II)의 근음 D를 베이스로 첨가하여 D-G-C의 연속 5도 하행을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의 오른쪽 예에서처럼 두 번째 박의 기초저음을 숨기는 것(Verschweigung des zweiten Fundamentes)이다. 따라서 생략되었으나 인식할 수 있는 기초저음 F-D-G-C의 진행을 통해 자연스러운(naturgemäß) 진행이 된다고 하였다.

    베이스 선율 변주 시 유지되는 기초저음27)

    또한 3화음에서 중복된 근음 하나가 2도 하행하면서 부속7화음적 진행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위의 28)에서와 같이 상성부에서 2도 하행하여 7음이 발생할 때 a에서처럼 베이스에 있는 근음은 머무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그러나 b에서와 같이 베이스가 제1전위(b의 첫째 마디와 둘째 마디 모두 해당)되거나 제2전위(b의 아래)되어 도약하더라도 기초저음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기초저음의 테두리 내에서 베이스의 선율이 제1·2전위뿐만 아니라 경과적 비화성음 등의 다양한 선율로 채워질

    27)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38 참조. 이와 같은 선율에서 기초저음의 구조는 본문의 분석에서 다루게 될 음정을 기초로 한 선율의 변주의 구조와 관련된다.

    28)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21. 제히터의 예시에 기초저음이 알파벳으로 표기되었다. 알파벳 H는 영어식 표기 B음의 독일어식 표기이다. 독일어식 표기 B는 Bb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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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있어 선율 변주의 기초가 된다.위의 예에서와 같은 기본형태는 다음 에서 연속적으로 사용되어,

    C-F-B-E-A-D-G-C의 5도 순환선이 완성된다.29)

    제히터 기초저음 순환30)

    쇤베르크는 이 기초저음의 원리를 성부진행에 관한 항목에서 언급하며 V-VI의 위종지형과 V-IV의 진행 사이에 실상의 베이스인 기초저음을 추가하여 V-(III)-VI와 V-(I)-IV와 같다고 하며 괄호 안의 화음의 근음이 실상 베이스 역할을 한다고 했다.31) 또한 예를 들어 II-I의 진행도 II-V-I을 누구나 예측 가능하므로 II-I 진행 자체로 정당화된다고 하였다.32) 이렇게 생략된 기초저음을 생각하는 방법을 통하여 다양한 화성진행에 논리적 통일성이 부여되므로 화성에 관한 폭넓은 관점이 열리게 되고 예외라는 것이 불필요해진다고 언급하였다.33) 이러한 기초저음이 숨겨져 있는 2도 상행

    29) 한 조성 내의 기초저음 진행에서 F음과 B음 사이에 발생하는 감5도나 증음정 또한 조성의 틀 안에서 선율의 진행을 우위에 두는 페티(François-Joseph Fétis, 1784-1871)의 법칙에 따라 5도 하행 연속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동등한 것으로 간주된다. Francois-Joseph Fétis, Traité complet de la théeorie et de la pratique de l’harmonie (Paris: Schlesinger, 1844), 253.

    30) Sechter, Die Grundsätze der musikalischen Komposition Bd. 1, 21. 두 마디 단위로 보면 C-B-A-G, F-E-D-C의 하행 4음음계 사이사이에 기초저음으로 채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31) Schönberg, Harmonielehre, 143.32) Schönberg, Harmonielehre, 143.33) Diese Auffassung hat viel für sich und paßt vollkommen in das System

    der Darstellung, welches seinen Zweck erfüllt, wenn es die Ereignisse in logischer Einheitlichkeit so unterbringt, daß sich weite Perspektiven eröffnen und Ausnahmen überflüssig sind. Schönberg, Harmonielehre, 143.

  • 56 황 순 도

    및 2도 하행 음형을 화성의 축약형이라 정리하였다. V의 작용에 관하여서도 제히터와 상통하는 입장으로 음은 5도 하행하여 가려는 힘이 있다고 하였다.34) 이와 더불어 2도 하행 진행은 5도 하행 진행이 연속된 것이므로 매우 강하다고 보았다.35)

    이 장에서는 분석 시 전제가 되는 기초저음이론 및 5도 음정의 효과를 라모로부터 쇤베르크까지 이어지는 음악이론사를 통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5도 하행의 종결적 효과는 심리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모든 진행에 관계적 근거가 됨을 알 수 있었다. 제히터의 악보 예시들에서 살펴본 가장 자연스러운 베이스 진행 음형들을 본 논문에서 분석하게 될 브람스의 선율에 적용하여 분석하게 될 것이다.

    III. 브람스와 레거의 ‘새로운 변주’ 기법

    일찍이 20세기 작곡가 알반 베르크(Alban Berg, 1885-1935)는 작곡가 레거에 대하여 언급하기를, 선율작법에 있어 오스트리아 비인의 대표 작곡가들인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의 계보를 이어 쇤베르크로 발전해 가는 선상에 있다고 하였다.36) 지난 2016년에 서거 100주년을 맞은 막스 레거의 실내악 작품들은 아쉽게도 우리나라 음악회에서는 드물게 연주되는 레퍼토리라 할 수 있다. 복잡한 반음계적 선율과 화성의 구조로 연주하기 까다롭고, 그 음향도 청중의 귀에 다소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쇤베르크와 레거의 음악은 공통적으로 대중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비판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레거의 음악에 대하여서는 ‘비논리적이고 무의미한 음들의 연속’이라는 식의 비판이 많았다.37) 그러나 쇤베르

    34) Schönberg, Harmonielehre, 141.35) Schönberg, Harmonielehre, 144. 쇤베르크의 이러한 생각은 기초저음의 숨겨

    진 5도 및 생략된 화음을 감지할 수 있다는 경험적·심리적 감각을 전제한다.36) Alban Berg, “Was ist atonal?,” in 23, Eine Wiener Musikzeitschrift 26/27

    (1936), 1-11. 이 원고는 1930년 4월 23일자 비인 라디오 방송국 인터뷰 내용이다.37) 대표적으로 Walter Niemann, “Max Reger als Klavierkomponist,” Neue

    Zeitschrift für Musik (1905), 869-871, 871.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57

    크를 비롯한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 베르크 등이 주도했던 제2비인악파는 그들의 작곡기법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브람스의 발전적 변주(Entwickelnde Variation) 기법뿐만 아니라 레거를 모더니즘의 혁신적 작곡가라 평하고 그의 작곡기법을 매우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38) 특히 쇤베르크는 막스 레거를 선율 작법 양식이라 할 수 있는 '음악적 산문'(musikalische Prosa)에 있어 특별한 작곡가로 언급하였다.39) 음악적 산문이라는 것으로 대변되는 음악의 특징은 박의 구조에서의 비대칭성(Asymmetrie), 끊임없이 변주되는 선율의 발전적 변주라 할 수 있다. ‘산문적’(prosaisch)이라는 것은 정확한 대칭(Symmetrie), 반복(Wiederholung), 대응(Korrespondenz)이 없는, 운율이 있는 시 ‘운문’과 대조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즉 음악에서 악구의 길이와 규정된 박의 규칙을 깨는 박과 리듬의 자유로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레거의 작곡기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제2비인악파의 관점과 동일하게 레거의 작곡기법의 혁신적인 면을 발견한 음악학자로 벨레츠(Egon Wellesz, 1885-1974)를 들 수 있다.40) 쇤베르크의 제자 벨레츠는 레거의 관현악곡 《낭만적 모음곡》(Romantische Suite) op. 125에서 동기와 선율을 분석하여 그의 작곡기법의 특징들을 파악하고 내적 논리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벨레츠가 평가한 레거 음악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레거 음악에서 음악적 아이디어는 반복도 복귀도 하지 않는다. 소나타형식이 아닌

    38) Willi Reich의 통계에 따르면, 쇤베르크가 그의 작곡기법을 알리고 대중화하기 위하여 설립한 비인협회 (Wiener Verein)에서 공연한 작품들 중 레거의 곡이 24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고된다. Willi Reich, Arnold Schönberg oder Der konservative Revolutionär (Wien: Molden, 1968). Susanne Popp, “Zur musikalischen Prosa bei Reger und Schönberg,” in Festschrift für Ottmar Schreiber: zum 70. Geburtstag am 16. Februar 1976, hrsg. v. Günther Massenkeil, Susanne Popp (Wiesbaden: Breitkopf & Härtel, 1978), 59-77, 61 재인용.

    39) Arnold Schönberg, ‘Vortrag, zu halten in Frankfurt am Main’ (1931), in Ludwig Finscher, “Arnold Schönbergs Brahms-Vortrag,” in Neue Musik und Tradition, hrsg. v. Josef Kuckertz; Helga de la Motte-Haber u.a. (Laaber: Laaber, 1990), 488.

    40) Egon Wellesz, “Analytische Studie über Max Regers "Romantische Suite",” Zeitschrift für Musikwissenschaft 4 (1921), 106-115.

  • 58 황 순 도

    스케르초 같이 짧은 악장에서조차도 반복 없이 그렇게 끊임없이 변형·발전되어 그야말로 음악적 산문을 썼다고 하였다.41) 그런데 여기서 음악적 아이디어는 음정으로서, 일련의 주요 음정이 변주되어 선율이 이끌어져 나온다.42) 이전의 작곡 방식처럼 고정된 동기가 다양하게 결합되어 상승하고 발전하여 클라이막스에 이른 후 끝나는 방식 대신, 구조의 흐름이 구상된 현대적·미래적인 ‘새로운 변주기법’이다. 이에 벨레츠는 레거 음악을 대하는 청취자에게, 모든 변주된 산문적 선율들에 내재된 내적 논리의 지주를 찾아 전체적 흐름을 따라 들을 것을 요구하였다.43)

    레거는 자신의 작품에 내적 논리가 있음을 주장하였지만 그 논리를 정확하게 증명하여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작곡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 개념을 언급하였고 선(Linie)의 중요성이 그 중 하나이다.44) 레거가 의미하는 선이란 단순한 선율선이 아니라 청중들에게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들리는 산문적 선율 밑에 깔려 있는 원리 같은 것이다.45) 기존의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형식을 구분한 도표가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었다면, 레거는 그 대신 선이 음악의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음악적 산문의 특징인 불규칙한 박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선의 흐름에 맡겨 따라가기 원했던 것이다. 둘째, 이와 더불어 레거가 지인들과 제자들에게 작곡을 위해 강조했던 것은 입체감(Plastik)으로, “주제의 입체감, 형식의 입체감, 표현의 입체감이 결정적 요소이다”46)라고 하면서 선율선과 성부진행의 입체적인 선적 흐름을 표현하고자 하였다.47)

    41) Wellesz, Analytische Studie, 107.42) Wellesz, Analytische Studie, 107.43) Wellesz, Analytische Studie, 115.44) 음악비평가 제그니츠 (Eugen Segnitz)에게 보낸 1907년 5월 23일자 편지 참조.

    Max Reger, Briefe zwischen der Arbeit: Neue Folge, hrsg. von Ottmar Schreiber (Bonn: Dümmler, 1973), 33. Popp, “Zur musikalischen Prosa bei Reger und Schönberg,” 74 재인용.

    45) Popp, “Zur musikalischen Prosa bei Reger und Schönberg,” 74.46) 1907년 10월 1일자 편지 (Abschrift im Max-Reger-Institut). Popp, “Zur

    musikalischen Prosa bei Reger und Schönberg,” 75 재인용.47) 지휘자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던 레거는 성부진행의 입체적인 짜임새를 매우 세분화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59

    많은 기록들을 통해서 레거가 브람스를 추앙하였다는 것을 자타가 공인하였음이 증명된다. 레거는 브람스로부터 직접 사사하지는 않았지만 브람스 작품을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브람스는 작곡활동 후기에 클라리넷을 사용한 실내악 장르인 클라리넷 3중주 op. 114, 클라리넷 5중주 op. 115, 2곡의 클라리넷 소나타 op. 120-1과 op. 120-2의 장르를 적용하여 클라리넷 소나타 op. 49-1과 op. 49-2, op. 107 그리고 클라리넷 5중주 op. 146을 작곡하였다. 레거의 스승이었던 린트너(Adalbert Lindner, 1860-1946)의 기록에 따르면, 레거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F단조를 들은 후 3주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도 이런 두 곡을 쓰겠다고 말했다고 한다.48) 이것으로 본고의 분석 대상인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의 직접적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쇤베르크와 레거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준 브람스는 변주 기법의 중요한 원리를 밝혔다. 다음은 브람스가 절친한 동료 음악가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 1831-1907)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다.

    나는 가끔 변주형식에 관해 고찰해 보곤 하면서 생각하는 게, 변주들은 더 엄격하게, 더 순수하게 지켜져야 할 것 같다는 것이네. 옛 거장들은, 사실은 변주곡의 원래 주제인, 주제의 베이스를 참으로 엄격하게 보존했지. 베토벤의 경우 선율, 화성, 리듬이 매우 아름답게 변주되었고. 그러나 나는 때때로, 더 요즘 세대(우리 둘 같이!)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주제에 대해 더 많이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모두는 소심하게 선율에 너무 매여 자유롭게 다루지를 않아서, 사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커녕 선율에 부담을 지우기만 하지. 그

    된 다이나믹과 아고긱을 통하여 표현하였다. 자신이 지휘하는 총보에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세분화되고 수많은 다이나믹과 아고긱 지시들이 표시되어 있었다고 한다. Fritz Busch, “Max Reger als Dirigent,” Mitteilungen der Max- Reger-Gesellschaft 3. Heft (1923), 2. Popp, “Zur musikalischen Prosa bei Reger und Schönberg,” 76 재인용.

    48) Adalbert Lindner, Max Reger. Ein Bild seines Jugendlebens und künstlerischen Werdens (Stuttgart: Engelhorn, 1923), 218.

  • 60 황 순 도

    래서 오히려 선율을 인식할 수가 없는 걸.49)

    위의 말을 통해 브람스 자신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새로운 변주 기법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것은 변주곡의 원래 주제는 베이스 진행이라는 것과, 선율을 자유롭게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50) 다음 인용구는 브람스의 제자 구스타프 예너(Gustav Jenner, 1865-1920)가 스승 브람스와의 수업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다음 기록에 의해서도 브람스는 작품을 볼 때 성부진행에서 베이스선율을 비롯한 외곽 성부 진행을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피아노 반주 악보의 윗 단을 손으로 가려놓고, 노래 성부와 베이스 성부를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나는 이것만 읽지.”51)

    위에서 브람스와 레거의 작곡기법에 관한 실마리가 되는 특성들을 작곡가들의 언급을 중심으로 정리하여 보았다. 다음 장의 분석에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음악적으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제시된다. 이를 위해 성부진행에서 외성인 소프라노와 베이스를 중시하고 베이스 진행을 주제로 보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기초저음의 음정인 5도를 베이스 진행에서뿐만 아니라 소프라노 성부 같은 다른 외곽 성부에도 적용하여 볼 것이다.52) 또한 기초

    49) Johannes Brahms, Briefwechsel mit Joseph Joachim Bd. 1, hrsg. v. Andreas Moser (Berlin: Verl. der Dt. Brahms-Ges., 1908), 146-147, 브람스가 그의 동료 요제프 요아힘에게 1856년 6월 쓴 편지 내용 일부이다. (필자 번역.)

    50)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에서 베이스의 연속 5도 하행 선율을 변주형식의 주제로 분석한 경우는 본인의 박사학위논문 Soondo Hwang, Klarinettenkammer- musik von Johannes Brahms und in seiner Nachfolge: Analytische Studien zu Harmonik und Metrik, Ph.D. Diss. Folkwang Univ. der Künste (Hamburg: Dr. Kovac, 2014), 83-99 참조.

    51) Gustav Jenner, Johannes Brahms als Mensch, Lehrer und Künstler: Studien und Erlebnisse, 2. Auflage (Marburg: Elwert, 1930), 40. (필자 번역.)

    52) 브람스의 후기 클라리넷 실내악 작품들을 관찰했을 때 흥미롭게도 주제선율들에서 본 논문 제2장에서 살펴보았던 기초저음진행의 형태인 3도와 5도 하행 및 5도와 5도 하행의 도약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선율이 자주 사용됨을 발견하게 되었다. 또한 성부진행에서 베이스의 진행은 기본위치의 진행으로 다른 성부에 비해 4도·5도의 도약이 자연스럽게 허용되는데, 그러한 형태가 소프라노 성부의 진행에도 자주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61

    저음이론을 활용하여 2도 하행진행 등의 순차적 선율형태에는 사이사이에 생략된 기초저음을 첨가하여 생각해볼 것이다. 분석을 통하여 브람스가 추구한 새로운 변주, 쇤베르크가 표현한 브람스의 발전적 변주, 제2비인악파가 가치를 평가한 레거의 음악적 산문 및 새로운 변주 형식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합치되는지 보여줄 것이다.

    IV.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 선율 분석

    4.1. 선율 구조에서 보이는 음정 5도 관계

    4.1.1. 5도 구조의 유기체적 짜임새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op. 120-2 (1894)에서 변주형식의 제2악장을 분석함으로써, 5도 음정이 선율의 구조를 구성하고 있음을 명확히 제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변주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다음은 6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이 악장의 시작부분으로, 악구 세 개로 이루어진 4+4+6의 구조로 되어있다(에 //로 구분). 두 번째 악구는 첫 번째 악구의 반복이고, 세 번째 악구는 첫 번째 악구의 변형된 형태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의도적으로 마디줄을 넘는 프레이징이다. 8분음표 3개 단위의 작은 악구로 묶여 있는 동기적 선율을 보면, 못갖춘마디로 시작하여 단장격(iamb)으로 볼 수도 있지만, 베이스가 약박에서 위 성부와 동시에 울리므로 장단격(trochee)으로 연주하고 감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다음 에 프레이징을 통하여 형성된 악구의 외곽음들을 표시하였다. □로는 음들의 5도 하행 구조를, ○로는 5도 상행 구조를 표시하였고, 알파벳으로 절대음고를 표기하였다. 외곽음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5도 하행의 큰 구조 내에 5도 상행의 작은 구조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마디 1-5까지 클라리넷 첫 음 Bb음을 시작으로, 약박으로 시작되는 각 악구의 첫 음들 간의 관계는 Bb-Eb-C-F 기초저음의 관계에 있고 피아노의 베이스음인 Bb53)으로 이을 수 있다. 이 각각의 축

    나타난다.

  • 62 황 순 도

    에 5도 상행 구조 Bb-F, Eb-Bb, C-G, F-C, Ab-Eb, Eb-Bb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마디 1-4의 피아노 베이스 성부를 보면 기초저음진행 Bb-Eb-Ab-Db-Bb-Gb을 찾을 수 있다.54) 완전5도 음정을 정확히 지킴으로써 생긴 Db과 Gb을 통해 조성을 벗어나는 화성진행이 그려진다. 여기서 Eb은 다른 성부인 클라리넷 성부에 있는 기초저음이다. Gb음은 F음까지 한 박 더 진행함으로써 지금까지 출현한 외곽구조로서가 아닌 선율적 경과음 형태가 되며 악구 길이가 확대된다. 3박 단위의 짧은 악구들은 두 악구 단위로 선율형이 변주되지만(악보 에 /로 나누고 ⓐ, ⓑ, ⓒ로 표기) 5도 상행 구조는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디 4의 못갖춘마디에서 시작하는 두 번째 악구는 피아노 성부에서 연주된다. 마디 8에서는 조성 밖의 음 Gb음과 대비를 이루는 G음이 자유롭게 등장함으로써 다음 마디의 C와 함께 G-C 5도 하행 외곽 구조를 만들며 순차 선율 진행을 보여준다. 이 G-C 악구의 구조는 이 곡의 기본적 3박 단위나 6박 단위가 아닌 7박 단위로 묶여 불규칙·비대칭의 특징이 있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마디 1-14

    53) 기초저음진행이 다른 성부에서 나온 것이므로 괄호로 표시함.54) Db은 Bb으로 3도 하행을 거쳐 Gb으로 가는 완화된 5도 하행이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63

  • 64 황 순 도

    마디 10-11 이후 클라리넷 선율의 5도 구조는 16분음표 음형이 추가되고 악구 단위가 더욱 세분화되었다. 동시에 외곽음의 구조가 바뀌어 5도 하행의 구조가 두드러진다. 이 전의 외곽악구를 통한 5도 구조가 3박 단위에서 2박 단위로 바뀌어서, 이전 악구에서는 3박 구조로 5도 상행했다면, 이 악구에서는 2박 구조로 5도 하행한 후 1박 구조로 다시 5도 상행한다. 음정의 변화 폭도 크고 리듬도 빨라 효과가 증대된다. 이 때 5도 하행이 약박에서 강박으로 바로 도달하며 이루어져 단장격의 성질이 증가됨을 감지할 수 있다. 이것은 선율적 리듬이 변한 박의 변주의 면모라 할 수 있다.

    또한 피아노 아래 성부에서 나온 이 G-C가 클라리넷의 기초저음진행과 결합하여 G-C-F-Bb-Eb-Ab-Db으로 이어지게 그려볼 수 있다. 이 때 G-C의 박의 구조가 길어서 다음 악구의 새로운 시작을 예비하는 5도 위 힘을 축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처음 두 악구보다 연속 5도 하행을 통한 변화의 폭이 크고 운동의 범위 및 힘이 크게 작용하였음을 상상해볼 수 있다. 세 번째 악구에서는 악구를 마무리하는 클라리넷 선율 5도 상행 Eb-Bb 앞에 연속 5도 하행 선율이 추가된다. 이 선율은 F-Bb-Eb 형태로 함축적으로 나옴으로써 앞의 연속 5도 하행의 관성이 표현된다. 마지막 베이스 진행은 앞의 악구들에서와 같이 변격 종지 형태인 Eb-Bb 5도 상행으로 대비되며 곡을 마무리한다.

    위의 분석을 통해 주제 선율의 진행이 5도 관계 및 기초저음진행의 틀 안에서 사이의 음들로 자유롭게 채워지는 것을 보았다. 수평적으로는 리듬의 자유를, 수직적으로는 변화음 사용의 자유를 볼 수 있었다. 5도의 틀은 다양한 층위를 이루어서, 5도 하행 선율 구조의 하부에 5도 하행이 내포되어 유기체적으로 얽힌 짜임새를 보였다. 이 구조는 피아노 베이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클라리넷 선율과 여타 다른 성부에서도 나타나며, 하나의 선율이 서로 다른 성부들에 분리되어서 연결되기도 하였다.

    후에 나오는 변주곡들에서 이 5도 관계의 구조와 기초저음 진행의 틀이 유지되고 그 틀을 중심으로 선율이 변주되는 과정들을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지면 관계상 가장 축약형이라 할 수 있는 제4변주를 다루겠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65

    4.1.2. 변주 선율 자체, 기초저음 진행형클라리넷 성부에 있는 제4변주()의 선율선은 다른 꾸밈음과 비화성음이 없는 순수한 기초저음진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피아노는 이 선율선에 화음을 채우는 역할을 하면서 입체감과 색깔을 입힌다. 이 저음역의 기초저음진행은 클라리넷의 베이스 음역이 활용되면서 베이스 역할을 하는 동시에 선율로서의 역할을 하는 이중성이 내포되어 있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3악장

  • 66 황 순 도

    이 기초저음진행 Bb-Eb-Ab-F-Bb-Eb-C-F의 선율은 마디 60부터 피아노 베이스로 이어진다. 클라리넷 선율이 마디 61-63에서 마무리될 때 두 음씩 묶인 악구 단위의 첫 음들이 Ab-Eb-Bb의 5도 상행 구조를 이룬다. 마디 67-69에서 반복될 때 이 음형의 선율은 D-G-C의 5도 하행 구조를 이루며 5도 상·하행 대칭을 통하여 이전 악구와 선율적 대비를 이룬다.

    위의 예를 통하여 제히터의 기초저음진행 자체가 선율이 된 경우를 보았다. 선율의 주요 음정인 5도-3도 하행에 대하여 5도-3도 상행하는 구조로 균형이 맞추어졌다. 완전5도 음정을 정확히 지키며 하행하는 경우 조성의 틀에서 벗어난 음과 화음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기초저음형으로 사용된 경우 조성 안에서 순환성이 강조되었다.55)

    다음 절에서는 분석을 통하여 변주곡 형식이 아닌 일반적 소나타형식과 미뉴엣이나 스케르초 형식에서의 선율구조에도 이와 같은 5도 구조가 틀이 되어 발전적 변주 및 음악적 산문의 기초적 틀로서의 역할을 함을 논의하고자 한다.

    4.2. 5도 하행과 5도 상행의 대칭과 순환

    4.2.1. 주제선율에 내재된 5도 상·하행 구조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은 알레그로 아마빌레(Allegro amabile)의 서정적이고 온화한 분위기의 제1주제 선율로 시작한다. 동기의 발전·변형과정도 매우 흥미로운 악장이지만 본고에서는 시작마디 동기의 개개 음들의 음정관계를 떠나 5도 구조 중심으로 박과 관련하여 선율을 분석할 것이다. 이 악장의 제1주제부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고, 앞에서 살펴본 변주에서의 형식처럼 열 마디 선율이 반복되어 나올 때 열한 마디로 변형·변주되어 불규칙 구조를 보인다. 첫 마디에 표기된 2중 보조음은

    55) 브람스와 레거의 작곡기법은 변주곡이 아니더라도 변주형식으로 분석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소나타형식의 다른 악장들에서도 위의 변주형식에서와 같이 선율구조가 변주되는 양상으로 곡이 전개된다. 앞에서 살펴본 벨레츠를 비롯한 제2비인악파가 말한 것과 같이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발전 형식이 아니라, 음정 구조를 통해 선율의 흐름이 파생되어 나오며 변형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67

    동음 Eb을 연장하는 방법으로서 브람스의 다른 작품에서뿐만 아니라 레거의 작품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음형이다. 이러한 이중보조음의 음형은 내재적 에너지의 표현이자56) 방향전환의 매듭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57)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마디 1-9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시작마디 선율에서 5도 하행과 5도 상행의 대칭적인 구조가 제시된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클라리넷 선율에서 기초저음 진행형 같은 Eb-Ab-D의 연속적 5도 하행 구조가 4+2+2(1)58)의 박의 구조로 나온다. 마디 3에서는 피아노의 베이스 성부에

    56) 선율에 내포된 에너지와 관련하여서, 예를 들어 쿠르트는 진동하는 음형들인 비브라토, 트릴, 이중보조음(Doppelschlag) 등이 에너지 혹은 활력을 내포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Kurth, Grundlagen des linearen Kontrapunkts, 28.

    57) 이것은 분석에서 계속 다뤄질 것이다.58) 박의 구조에서 쉼표를 제외하는 경우로도 볼 수 있어 괄호를 사용함.

  • 68 황 순 도

    G음이 나와 Eb-Ab-D-G로 이어진다. 클라리넷 성부에서 이전 두 마디와 대칭을 이루는 5도 상행 구조 Eb-Bb-F-C가 5도 하행 구조에 엘리젼(elision)되면서 2+2+2+2의 2박 단위로 이어진다. 그러는 동안 피아노 베이스에서는 Eb 상행 장음계의 순차상행선율이 나오고 리듬이 체계적으로 가속화된다. 마디 3-4의 5도 상행 구조는 다음 마디부터 5도 아래에서 나온다. 이 Ab-Eb-Bb-F는 4+8+2+2(1)의 확대된 길이로 마디 8까지 걸쳐 나온다. 5도 구조와 박을 네 음의 단위로 나누어 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5도 단위의 하행과 상행의 균형과 함께 고무줄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것 같은 탄력적인 길이의 구조가 보인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시작부분 선율과 박의 구조

    마디 5도 음정 구조 박의 구조1-2 Eb-Ab-D-G 하행 4+2+2+23-4 Eb-Bb-F-C 상행 2+2(1)+2+2(1)5-8 Ab-Eb-Bb-F 상행 4+8+2+2(1)

    시작 여덟 마디 이후 이어져 나오는 선율이 마디 9-10 두 마디 더 연장되어 4+6의 10마디 단위 악구가 된다. 이것이 반복되어 변주되는 선율은 마디 11-21에서 11마디(4+7) 악구로서 선행악구에 대응되고 피아노와 클라리넷에 분리·연결되어 나온다. 이중보조음이 마디 1-10에서 피아노 베이스 순차상행음계와 합해져서 피아노 최하성부에 나온다. 이중보조음 다음에 이어진 선율은 클라리넷 분산화음 음형 안에, 나머지 음은 피아노 상성부에 흩어져 숨겨져 있다( 참조). 이것을 통해 처음에 제시되었던 주제선율이 이중보조음과 펼친화음 두 음형의 결합으로 형성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선행악구에서 피아노 베이스의 순차 상행 음계가 점차 가속화되는 리듬으로 나왔다면, 여기서는 이중보조음에서 파생된 음형의 리듬(마디 15와 마디 16)이 2배 축소되어 진행의 가속화가 표현된다. 마디 18에서 클라리넷이 Bb의 이중보조음형과 Gb 분산화음이 결합된 주제를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69

    연주할 때 포르테 다이나믹으로 클라이막스를 이룬다. 피아노 베이스에서는 Bb-Gb-Eb-Ab-Db-Gb까지 완전5도 음정을 따라 Gb이 포함된 다양한 화음들이 만들어진다. 제1주제부 마지막 두 마디의 베이스 Gb음은(마디 20-21) Bb음을 지남으로써 3화음 형태로 연장되며 진행이 머물러 있다. 베이스가 동형진행할 동안 클라리넷은 Bb-F-Bb-Eb-Bb-E의 5도 상·하행의 균형이 잡힌 선율을 연주한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마디 10-23

  • 70 황 순 도

    여기서 마지막 음 E는 조성 밖의 음으로서 다음에 나오는 사이주제(Zwischenthema)의 첫음 F에 대하여 Gb과 함께 증6화음을 구성하는 음이 된다.59) 그리고 ‘소토 보체’(sotto voce)의 절제된 듯한 음향의 사이주제로 들어간다.60)

    위의 분석을 통하여 소나타형식에서 제1주제 선율에 내재된 외곽음 구조를 살펴보았다. 시작 주제선율의 기반이 되는 5도 상·하행의 대칭 구조는 다음 진행의 구조적 틀로서 유지되고 다양한 박과 결합됨으로써 추진력과 균형의 조화를 표현하였다.

    4.2.2. 5도 상·하행 구조의 양면성레거의 첫 번째 클라리넷 소나타 제2악장의 선율에서도 앞에서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1악장 시작부분에서 살펴본 것 같은 5도의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브람스의 선율구조에서와 마찬가지로 악절이 불규칙하게 반복·변형되는 변주형식을 가진 이 비바체(Vivace) 악장은 점2분음표의 세 박자를 한 박 단위로 매우 빠르게 흘러가도록 구상되었다. 나타냄말 ‘sempre dolce e lusingando’에 따라 계속해서 부드럽고 매끄럽게 연주할 것이 표기되었고 구슬이 굴러가는 것처럼 미끄러지듯 표현되는 악장이다. 5도 구조를 제외했을 때 남는 음들을 수식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레거가 말한 입체적 선의 흐름을 잡아 청취해 보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박의 구조 분석 시 편의상 4분음표 단위로 표시하겠다.

    59) 브람스 작품에서 흔히 그렇듯 조성 밖의 변화음은 후에 나오는 조성을 암시하는데, E장조 또한 재현부 코다에서 제1주제 음형이 등장할 때 나타난다.

    60) 사이주제부는 지면관계상 본고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사이주제의 선율 또한 의 마디 22-2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연속적 5도 단위로 구성된다. 클라리넷 G-C-F, 피아노 상성부 D-G-C, 피아노 하성부 Bb-(G)-C-F를 시작으로 하여 수직적으로도 5도 관계가 중첩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제1주제와 제2주제 사이의 사이주제에서는 클라리넷 첫 음 F음과 베이스에서 지속음으로 강조되고 확대되는 F음을 통해 Bb장조로 시작되는 제2주제를 예비하는 5도 위 음으로서 에너지 역할을 한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71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2악장 마디 1-20

  • 72 황 순 도

    이 악장의 조성은 Eb장조이나 Ab화음 즉 5도 아래 화음에서 시작된다. V 예비화음을 보여주고 시작하는 제히터의 과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2악장의 과 대조된다. 처음 세 마디 동안 C-F-Bb-Eb의 5도 하행구조에서 동음 C가 두 마디 단위로 반복되며 3/4박자 단위의 마디를 깬다. 이것은 리듬의 악센트가 되며 C는 2+2로 4박자 지속되고, F-Bb도 2+2로 이어진다.61) 쉼표를 제외하면 4+2+2+1로 5도 하행하면서 가속화되는 선율적 리듬이 된다. 레거의 끊임없는 변주의 예로서 1-20이 반복되는 예를 잠깐 소개한다().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2악장 마디 21-25

    클라리넷 독주로 나왔던 마디 1-3의 C-F-Bb-Eb 5도 하행하는 구조가 두 번째 부분(마디 21 이하)에서 두 악기에 분리·결합되어 나타난다.62) 또 악구의 구조가 마디 1-3에서는 3마디 길이의 비대칭 악구인데 반해, 이 부분에서는 두 마디 단위로 반복되는 대칭 악구로서 앞의 비대칭 악구와 대비된다. 박의 구조에 있어서도 4마디 길이로 길어져 대응적 측면에서 비대칭을 이룬다. 이어지는 음도 A로 변하였다.

    마디 4-5()에 표시된 쉼표로 시작하여 C에 도달하는 음형은 브람스의 에서 처음 등장했던 음형과 같은 이중보조음으로, 쉼표에 의해 C음이 생략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이중보조음이 에너지를 상징하는

    61) Eb은 쉼표 제외하고 한 박, 다음 쉼표까지 포함하면 두 박이 된다.62) 선율이 여러 성부에 흩어져 하나로 완성되는 경우는 앞에서 본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주제의 반복 때와 유사하다 ( 참조).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73

    음형으로서 방향 전환 할 수 있는 힘의 역할을 하여 5도 상행 구조의 선율이 시작된다. 상행 5도 선율 C-G-D의 박의 구조는 4+2+1로서 악구가 종결되면서 리듬이 가속화되는 양상이 앞의 5도 하행 악구에서와의 공통점이다. 이와 같이 마디 1-9의 악구는 5도 하행 구조를 지닌 선행악구와 5도 상행 구조를 지닌 후행악구, 그리고 이 두 악구 사이의 연결구로 3등분되는 악구 구조를 가진다.

    마디 10-20의 악구는 둘로 나눠진다. 8분음표 단위로 상행하는 클라리넷 성부의 선율로 이루어진 선행 네 마디(마디 10-13)에서는 강박마다 5도 하행 구조(Eb-A-D-Gb)가 틀이 되지만, 네 번째 음인 Gb은 조성 밖의 변화음으로서 수직적인 악센트의 역할을 한다. 마디 13-15에서는 클라리넷 선율이 다시 하행할 때, 5도 상행의 구조음 Gb-D의 중간에 3도가 추가됨으로써 Gb 분산화음형을 만들며 두 번째 부분의 선행악구가 마무리된다. 8분음표 연속으로 상행했다 하행하는 다섯 마디 남짓 되는 이 클라리넷의 악구는 5도 하행의 구조에서는 선율이 상행하고 3도, 5도 상행할 때에는 선율이 하행한다. 이는 쇤베르크의 ‘상승하는’(steigend)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생각나게 한다. ‘steigen’은 ‘상행하다’, ‘상승하다’ 등의 뜻의 독일어 동사이다. 쇤베르크는 5도 하행은 음고적으로는 하행(fallen)이지만 화성의 효과는 상승(steigen)한다고 표현하며, 선율적으로 상행하거나 하행하는 개념보다는 기초저음에서와 같은 화음 효과의 상승이나 하강의 뜻으로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였다.63) 또한 흥미로운 것은 브람스의 작품들에서도 5도 하행 구조일 때는 선율이 상행하고 5도 하행 구조일 때는 선율이 하행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64)

    증3화음형으로 7박 동안 연장된 Gb음 이후, 마디 16의 강박에 나오는 C음부터는 계속해서 다시 5도 하행 구조로 이어진다. 이때 마디 15에서 다음 악구의 시작이 D와 Db음을 통해 예비적 수식으로 연장되었다. 마지

    63) Schönberg, Harmonielehre, 144.64) 대표적인 예로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3악장에서 볼 수 있다. Soondo

    Hwang, Klarinettenkammermusik von Johannes Brahms und in seiner Nachfolge, 187-191 참조.

  • 74 황 순 도

    막 5도 하행 선율인 C-F-Bb의 박의 구조는 7+2+2로 선율의 구조적 리듬이 가속화되었다. 또한 마디 15-20의 후행악구에는 이 부분에서 가장 여린 다이나믹 안에서 세졌다 여려짐이 표현되고 미끄러지듯 사라지며 끝난다. 이 때 피아노 상성부의 상행하는 대선율을 보면, 마디 16-18에서 각 마디마다 첫음과 끝음에서 부점 같은 리듬형의 5도 하행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마디 15-18의 피아노의 베이스에서는 클라리넷에서의 (C)-Db-B-C 이중보조음적 선율형(마디 4-5)이 5도 아래인 F-Gb-E-F에서 나온다.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2악장 시작부분 선율과 박의 구조

    마디 5도 음정 구조 박의 구조1-3 C-F-Bb-Eb 하행 4+2+2+1(2)

    4-7 C (이중보조음으로 연장)C-G-D 상행(9)(6)+4+2+1

    8-20 Eb-A-D-Gb-C-F-Bb 하행 3+3+3+(9)+7+2+6(2)

    를 통해 위의 선율 분석을 정리할 수 있다. 음정 5도 상·하행 대칭 구조가 연속적으로 배치됨으로써 선율 구조에 대칭성과 양면성이 부여됨을 보았다. 이러한 틀을 가진 선율의 진행은 박의 변화를 통하여 다양하게 변주되었다.

    4.2.3. 음악적으로 구상된 뫼비우스의 띠마디 1-7 이중보조음을 기점으로 하행과 상행의 순환고리의 방향이 전환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Möbiusband)를 연상시킨다. 뫼비우스의 띠는 위상기하학과 관련된 곡면으로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August Ferdinand Möbius, 1790-1868)에 의해 1858년에 기술된 2차원의 특이한 도형이다.65) 이 모형은 띠나 끈을 절반 비틀어 붙여 이

    65) Günzel, 『토폴로지: 문화학과 매체학에서 공간 연구』, 315 참조. 뫼비우스의 띠는 비유클리드기하학의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수학자 가우스(Johann Carl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75

    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띠의 한 면 위에 있는 지점에서부터 출발하여 두 바퀴를 돌면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 모호한 양면성과 무한한 연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은 연속 5도 하행 동형진행 및 기초저음 진행과 순환성과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제히터의 5도 하행 동형진행과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작품에서 관찰한 5도 하행 구조는 결국 순환하여 원점으로 돌아오므로 원으로 표현될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

    자기 자신을 지나는 것이란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한한 한 직선을 원으로 구부려서 처음과 끝을 서로 연결했다고 생각한다면, 유한한 것이 무한한 것이 되고 무한한 것은 유한한 것 안에 있게 된다.66)

    음악학자 하우프트만은 위의 말과 함께, 절대적으로 유한한 것은 제한된 선 안에서, 절대적으로 무한한 것은 무제한으로 진행하는 선 안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전자는 제한된 조성으로서 자신을 지나지 못하는 반면 후자는 모든 새롭게 생성되는 V화음이 다시 I가 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함으로써 자신을 무한히 연속시키는 조성으로의 진행을 말한다고 하였다.67)

    Friedrich Gauß, 1777-1855)의 제자 리스팅(Johann Benedict Listing, 1808-1882)에 의해서도 제시되었다.

    66) Moritz Hauptmann, Die Natur der Harmonik und der Metrik. Zur Theorie der Musik (Leipzig: Breitkopf & Härtel, 1853), 42.

  • 76 황 순 도

    긴 직사각형 종이의 앞면과 뒷면에 각각 연속 5도 하행(예: C-F-B-E-A-D-G)을 쓴 뒤 한 번 꼬아 끝을 이어 붙여 뫼비우스의 띠를 만들어 보자. 앞의 한 지점 C부터 따라 가다보면 두 바퀴를 돌아 연속 5도 하행과 연속 5도 상행을 마치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즉 대칭되는 양면적인 것이 끊기는 지점 없이 연속하여 순환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마디 46-60

    67) Hauptmann, Die Natur der Harmonik und der Metrik, 42.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77

    레거의 소나타 제2악장의 연속적 5도 하행과 5도 상행의 대칭적 선율 진행에서 이중보조음형으로 매듭 모형이 강조된 것 같이,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발전부에서도 유사한 매듭 모형을 찾아볼 수 있다. 는 발전부로 들어가기 전 연결구로서, 클라리넷 선율선에 나타난 5도 구조를 에서 볼 수 있다.

    브람스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제1악장 시작부분 선율과 박의 구조

    마디 5도 음정 구조 박의 구조48-56 Eb-Bb-F-C-G 상행 8+4+6+4+8(12)50-51 이중보조음형 F (피아노 베이스) 852-53 이중보조음형 F, Bb (클라리넷)

    56 이중보조음형 Eb (피아노 상성부) (4)56-59 G-[F/C]-Bb-E/Eb 하행 4(12)+4+2+6(2+4)

    마디 48부터 Eb-Bb-F-C-G의 연속 5도 상행 구조가 보이고, 마디 50-51의 피아노 베이스에서 제1주제 선율에서 나왔던 이중보조음형이 확대된 리듬으로 나온다. 마디 56의 피아노 상성부에서는 제1주제 선율 형태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Eb음을 중심으로 한 이중보조음이 나온다. 마디 56부터 앞의 5도 상행 구조와 대칭되게 연속 5도 하행 구조가 나오되 G-C-F-Bb-Eb의 예측된 형태가 아니고 C와 F 자리가 서로 바뀐다. 뒤바뀐 [F/C] 부분(마디 57)은 5도 상행했던 클라리넷 선율 구조에서 5도 하행 구조 G-C-F-Bb-Eb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매듭을 연상시켜 뫼비우스 띠의 형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해당 부분에 곡선으로 표시함).

    뫼비우스의 띠는 양면적이고 반대되는 속성이 분리되지 않고 연속되며 결합하는 무한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어 당시뿐만 아니라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네덜란드 출신 판화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는 수학적 원리를 시각화하기로 유명한데 특히 뫼비우스의 띠에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는 《뫼비우스의 띠 I》(Möbius Strip I, 1961), 《뫼비우스의 띠 II》(Möbius Strip I, 1963)

  • 78 황 순 도

    등이 있다.

    4.2.4. 5도 구조와 분산화음 구조의 대비를 통한 양면성양면성을 나타내는 음악적 소재에는 5도 상행과 하행의 대비뿐만 아니라 분산화음을 통한 3화음 혹은 7화음적 선율과 연속 5도 구성 선율의 대비도 있다. ‘소스테누토’(Sostenuto)는 원래 음가보다 다소 길게 끈다는 뜻으로 원래 속도보다 조금씩 느려지게 또한 무게감을 실어 연주하라는 지시어이다. 이 비바체 악장 중간에 삽입된 소스테누토 부분은 플랫 7개가 붙어서 B와 이명동음인 Cb장조이고, 세 부분(6+7+7마디)을 이룬다( 악보 상에 /로 표시). 마디 66부터 시작되는 클라리넷 선율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중보조음(마디 67-68)을 가운데 두고 선행하는 Gb-Cb-Eb음은 분산화음형이다. 이것은 Gb음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악보 에 [ ]로 표시함). 이것이 Gb 이중보조음까지 연장되고, 여기서부터 연속 5도 하행이 시작되어 운동감과 진행 방향을 가진 Gb-Cb-Fb 선율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3음 구성의 연속적 5도 하행에서 Gb음이 비교적 긴 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연장되어(펼친화음과 이중보조음) Cb과 Fb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Cb과 Fb 사이에는 비바체 시작선율에서처럼 3도 음이 들어가 힘의 세기를 완충하는 효과를 주며 점점 여려진다.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2악장 마디 65-84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79

    두 번째 선율형에서 [ ]로 표시한 Fb의 3화음형 Fb-Db-Fb-Db-Ab은 이전 악구에서보다 확대된 길이로 나왔다. 이중보조음 대신 두 박의 쉼표 후, Cb-Fb 대신 F에 변화음이 붙어 Cb과 F를 거쳐(마디 74-75) Bb에 도착한다. 이 Bb은 분산화음형으로 연장되며(마디 75-76에 괄호 표시) 다이나믹이 세진다. 여기서 Cb-F 사이에 Gb이 들어간 [Cb/Gb-F]의 형태는(마디 74) 앞의 브람스 예에서와 같은 방향 전환의 매듭을 연상시킨다. 이 때 피아노 베이스의 기초저음 Eb(마디 76)과 다음 변주형 첫 음 Cb(마디

  • 80 황 순 도

    78)이 함께 다음 악구까지 Cb-F-Bb-Eb-Ab-Db-Gb-Cb으로 긴 연속 5도 하행하여 순환 5도원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된다. 즉 두 번째 변주에서는 에너지가 증가해 더 긴 연속 5도 하행 진행이 완성될 수 있었다. 세 번째 악구를 시작하는 Gb-Cb-Gb(마디 80-82)에서 Gb이 연장되어 앞의 5도 하행 효과와 대비된다. 다이나믹도 ppp까지 여려진다. 각 선율형의 외곽 음들을 보면 전체적으로 으뜸음 Cb을 기준으로 대칭되는 5도 위와 아래인 Gb과 Fb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위의 분석을 통해 5도 구조와의 양면성을 이루는 요소로 분산화음형이 쓰인 예를 살펴보았다. 이 소스테누토 부분의 세 가지 선율 변주를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할 수 있다.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제2악장 소스테누토 선율 변주 요약

    선율 마디 (수) 구 조

    1 65-70 (6) 분산화음 연장 + 이중보조음 + 연속5도하행Gb-Cb-Eb + Gb-F-Ab-Gb + Gb-Cb-Fb

    2 71-77 (7) 분산화음 연장(확대) + 연속5도하행(순환5도)Fb-Db-Fb-Db-Ab + Cb-F-Bb-Eb-Ab-Db-Gb-Cb

    3 78-84 (7) 분산화음 연장 + 5도 상행Cb-Ab-Eb + Gb-Cb-Gb

    V. 결 론

    본고에서는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2번 op. 120-2와 그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작곡된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 제1번 op. 49-1의 선율 구조를 음정 5도 구조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음정 5도가 V-I 진행과 관련하여 다음 음을 이끌어내는 에너지를 가진 음으로 논의된 것에 근거하여 분석의 단위로 사용하였다. 작곡가들 또한 화성과 박에 관여하는 음정 5도를 작곡기법에 틀을 주는 장치로 응용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가정해 볼 수 있었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81

    분석을 통한 음악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프레이징을 통해 표시된 선율 내 크고 작은 단위의 외곽 음들이 5도 관계로 배치됨으로써 5도 상행과 하행의 대비를 볼 수 있었다. 베이스의 진행을 주제로 추구했던 브람스는 선율에 베이스 진행 유형으로 대표적인 제히터의 기초저음 진행형과 연속적 5도 하행형을 선율로 사용하였다. 5도 구조를 뼈대로 음이 채워져서 변주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5도 구조 자체가 선율이 되어 함축적으로 표현될 때도 있었다. 이 때 다이나믹과 아고긱을 통해 음과 음정 관계 자체가 표현의 대상이 된다. 브람스와 레거의 곡에 나타난 순환적 선율의 구조를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기초저음의 음정 구조인 하행 3도-5도와 하행 5도-5도 형태를 연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순환적 선율이 만들어질 때도 있고, 둘째, 음정 5도 하행이 정확한 음정 관계에 기초하여 연속적으로 진행할 때는 추진력이 발생하며 조성 밖의 음으로 진행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위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선율의 배열에 따라 만들어지는 형식과 선율에 부가된 다이나믹과 아고긱 표기를 살펴보았을 때 작곡가가 음정에 내재된 작용을 고려하면서 작곡했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연속 5도 하행을 통해 진행이 멀리 나갔을 때에는 변격종지 유형인 5도 상행을 사용하여 균형과 대비를 주었다. 연속 5도 하행의 진행감에 대비되는 장치로 분산화음형이 사용되기도 하여 진행감의 완화 및 연장도 볼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대비되는 요소들이 전환될 때에는 이중보조음이나 5도 상·하행의 방향 전환을 상징할 수 있는 음형 등을 통해 표현되기도 하였다.

    위상학적 관점에서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에서 나타난 선율 작법을 볼 때, 끝없이 새로운 변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유지되는 요소는 음정 5도 구조 및 기초저음진행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끊임없이 자유롭게 변주되게 하는 요소는 박의 비대칭성과 불규칙성, 변화음의 자유로운 사용이었다. 고무줄의 길이 변화처럼 악구 길이와 박의 구조가 변하여도 수평적인 5도 구조의 틀을 찾아 변화 과정을 비교할 수 있었고, 수직적으로도 5도 구조의 틀 안에서 올림표, 내림표, 이명동음을 자유롭게 사용하여 새로운 화음 및 음향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볼 수 있었다. 즉 수직적으로 울리는 다양한 화성은 이렇게 모인

  • 82 황 순 도

    각 성부진행에 따른 결합에 기초하여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다. 기초저음의 개념은 그 자체로 위상학적 관점에서 관계성을 만들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것은 서론에서 언급했던 건축에서 두 거리를 연결해 주는 램프를 연상시킨다. 기초저음 즉 모든 음의 진행에 수반되는 이 배후에 숨겨진 가상의 음정 5도의 개념에 따르면 해당 분석 작품의 선율 구조뿐만 아니라 선율을 가진 모든 음악의 진행에 공통적으로 보편적인 관계성을 만들어준다. 또한 해당 분석 작품들에서 ‘음악적 산문’의 특징인 의도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마디 줄과 불규칙하고 비대칭적인 박의 구조를 가진 악구에서 마디 단위 대신 보이지 않는 마디의 역할을 한 것은 음정 5도와 기초저음이다. 레거가 밝히지 않았지만 자신의 작품에 내적 논리가 있다고 주장한 데에 그러한 근거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보았다.

    시간적 예술인 음악은 음과 리듬의 결합체가 시간과 결합하여 긴장과 이완을 통해 반복·변형·순환됨으로써 생겨난다. 본고에서 분석한 작품들의 경우처럼 음악작품은 하나의 선율 주제가 입체적 흐름을 통해 연속적으로 변주되며 형성된 순환 고리들이 모인 순환적 복합체라 할 수 있다. 분석 작품에서 본 연속 5도 하행과 그 대칭 관계에 있는 연속 5도 상행이 이중보조음 등의 매듭 모형을 거쳐 두 양면면이 연결되는 표현 기법은 당시 위상학적 발견인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특이 곡면인 뫼비우스 띠를 연상시켰다. 이와 같이 무한히 반복될 수 있는 음악 차원에서의 대칭적 순환선율의 구상을 서론에서 보았던 렘 쿨하스의 건축물 《쿤스탈》의 구상에 비교해 볼 수 있다. 램프를 통해 직육면체 박스 구조에서부터 탈피하여 도넛 형태의 위상을 가진 도형으로 바뀐 《쿤스탈》은 또한 길을 따라 내부를 다 돌았을 때 출발점과 종료점이 같은 뫼비우스의 띠 효과를 통하여 공간적 구조물인 건축 차원에서 시간적 순환성이 부여된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분석을 통해 정리된 개념들을 사용하여 음악의 형식에 대하여 서술해 보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음정 5도의 구조를 주로 선율의 층위에서 살펴보았으나 이 5도 구조는 주지하다시피 화성적·조성적 층위를 이루고 있으므로, 동기적·선율적 층위에서뿐만 아니라 숨겨진 기초저음적 층위까지 포함된다. 그리하여 분석 대상이 된 브람스와 레거의 작품을 악장 전체와 부분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83

    을 이루는 각 하위 구조들 그리고 음정과 하나의 음 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5도 구조를 내포하며 무한히 계속되는 유기체 구조 즉 프랙탈과 같은 모습으로 상상해 볼 수 있다. 하나의 음은 배음 현상과 함께 진동하는 유기체로서 자체에 에너지가 내재되어 있다. 그것은 에너지를 가진 5도 위의 기초저음을 매개로 다음 음을 이끌어낸다. 운동적 차원에서 그러한 에너지를 지닌 음들이 속도의 성질을 가진 리듬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입체가 되어 시간 안에서 운동한다. 이렇게 생성된 선율의 모양과 길이는 에너지 정도에 따라 결정지어진다. 5도의 힘이 세게 작용할 때 긴장된 선율이 더 추진해서 나아가고 에너지가 사라질 때 운동이 종료되며 형식이 구분된다.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 분석에서 본 것과 같이 선율이 처음부터 규정된 마디나 규칙적 운율에 맞추어 변주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심리적인 작용 단위인 5도 음정 구조에 바탕을 두고 탄력적으로 변형될 수 있다. 이러한 음악적 사고가 가능하게 되었던 것은 19세기 자연과학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한슬리크가 음악은 순수하게 음악적 아이디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말한 ‘음악의 내용은 “울리며 움직이는 형식”(tönend bewegte Form)’이라는 정의도 이러한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을 것이고,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의 내용이 이에 대한 하나의 모본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68)

    한글검색어: 브람스, 레거, 클라리넷 소나타, 제히터, 기초저음, 음정 5도, 위상학, 음악과 자연과학, 뫼비우스의 띠

    영문검색어: Brahms, Reger, Clarinet Sonata, Sechter, Fundamental Bass, Interval of a Fifth, Topology, Music and Natural Science, Möbius Strip

    68) Eduard Hanslick, Vom Musikalisch-Schönen: ein Beitrag zur Revision der Aesthetik der Tonkunst (Leipzig: Weigel, 1854), 32; 13.-15. Aufl. Vom Musikalisch-Schönen: ein Beitrag zur Revision der Ästhetik der Tonkunst (Leipzig: Breitkopf & Härtel, 1922), 59.

  • 84 황 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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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8 황 순 도

    국문초록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를 중심으로

    황 순 도

    이 연구는 역사적·음악이론사적 배경에 근거한 음악분석으로서, 위상수학의 주요 개념들을 적용하여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의 선율구조를 분석함으로써 브람스와 레거의 작곡기법의 특징으로 잘 알려진 ‘발전적 변주’와 ‘음악적 산문’의 논리를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 새로운 수학 분야를 통해 공간의 개념이 추상적 공간까지 확대되고, 개체 중심의 사고로부터 관계 중심 사고로 전환되었으며, 대상이 변형될 때에도 변하지 않는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19세기 중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위상학적 발견은 무한성을 추구하는 예술에 영감을 주었고, 그 영향을 브람스와 레거의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본 논문의 분석을 통하여, 브람스와 레거의 클라리넷 소나타에서는 다양한 길이의 비대칭 악구가 계속해서 변형되며 순환하여 출현하지만 19세기 비인에서 전수되었던 기초저음의 아이디어와 연속 하행 및 상행 5도 음정 관계가 선율의 구조적 틀이 되어 다양한 박과 결합하여 힘의 균형과 대칭을 부여하는 내적 논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제시된다.

  • 위상학적 관점의 선율 구조 분석 89

    Abstract

    Melodic Structures from a Topological Perspective:The Case of Clarinet Sonatas of Brahms and Reger

    Soondo Hwang

    This music analysis based on historical, music theoretical background tried to demonstrate well-known compositional characteristics of Brahms and Reger, ‘developing variation’ and ‘musical prose’, through analysis of melodic structures in their clarinet sonatas applying topological concepts. The development of topology, a branch of mathematics, brought innovative changes of thought in the mid-19th century: Expansion of the spatial concept to abstractive space, shift from object-centered thinking to relationship-focused thinking and interest in constant elements for all transformation. Indeed, topological products such as Möbius strip inspired also the arts which pursue the infinite and circularity toward the end of the 19th century.

    The study suggests that the internal logic of composition in both composers is attributed to using absolutely musical ideas of fundamental bass motion and the interval of a fifth as a structural unit of melody.

    〔논문투고일: 2017. 02. 28〕

    〔논문심사일: 2017. 03. 07〕

    〔게재확정일: 2017. 0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