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으로 버텨온길 강정기록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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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8년 11월 6일 요일 8 제주교원색소폰앙상블 창단연주회(단 장 김관형, 음악감독 김수봉)가 오는 1 0일 오후 7시 제주학생문화원대극장에 서 열린다. 제주교원색소폰앙상블은 도내 고에 재직 중인 교원들이 모여 올 1월 구성됐다. 이날 현영희 교사 (대정서초)의 솔로 연주와 특별출연 하는 제주여자중학교 빅 밴드(재즈) 의 무대도 마련된다. 연주회는 제주교 원색소폰앙상블과 제주여자중학교 빅 밴드의 연합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지 휘는 홍정도 교사(제주여자중학교)가 맡는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6일 제주학생문화 원에서 2018 제주시 학생 음악 축제 를 개최한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제주시 학생 음악 축제는 감동의 하모니, 행 복 나누다 라는 슬로건 아래 제주시 내초 중학교 22개팀, 800여명의 학생 들이 출연해 끼와 재능을 마음껏 선 보이게 된다. 1부 공연에서는 합창, 중창, 앙상블, 난타, 통기타 연주 등 12개 팀의 다채 로운 동아리 중심의 공연이 펼쳐지고 2부에는 10개 팀의 오케스트라 공연 이 이어진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이사장 강영봉) 는 이달 18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거슨새미오름 등지에서 제주어를 체험하고 배우는 2018년 제2차 현장에 서 배우는 제주어학교 를 운영한다. 이날 오름 탐방은 한응조씨가 안내 를 맡는다. 송당리에 흩어진 거슨새미 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을 찾아 제주 어 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어를 익 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이달 15일까지 전자우 편([email protected])이나 전화 (064-722-2203)로 하면 된다. 선착순 4 0명 모집으로 참가비는 없다. 제주환경사진연합회(회장 양성룡)는 이달 7~12일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일 교류전을 갖는다. 이번 교류전 참여 단체는 일본 자연 사진가협회, 중국 서안시 촬영가협회 다. 제주 회원 28명이 한라산, 오름, 중 산간 풍경 등 50여점을 내걸고 일본 1 2점, 중국 12점이 전시된다. 제주환경사진연합회는 제주 전시에 앞서 9월엔 일본 오사카 시립미술관, 10월엔 중국 서안시에서 잇따라 교류 전을 열었다. 오름, 곶자왈, 중산간 등 이 제주국립공원으로 확대 지정되길 바라며 기획된 행사다. 문화가쪽지 제주4 3의 아픔이 재즈 선율에 담긴다. 이달 10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 거로 마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밧듸글라 재즈 음악회다. 이번 음악회는 거로마을과 문화공 간 양이 주최하고 거로마을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화북동 주민센터 이 후원한다. 거로마을은 4 3 당시 전 소되었지만 고통을 딛고 일어서 지금 의 모습을 일궜다. 제주의 다른 마을 처럼 4 3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4 3 70주년을 맞아 다시는 그같은 비 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 문학을 재즈와 결합해 실험적인 음악을 발표해온 코 리안 포에틱 재즈의 임미성(보컬), 허 성우(작곡, 피아노), 윤혜진(플루 트), 차민규(클라리넷), 홍경섭(콘트 라베이스), 김책(드럼) 등이 출연한 다. 이들은 힐링 낭만의 이미지 뒤에 가려진 제주섬의 고단한 역사를 달래 고 지난 상처를 치유하는 선율을 이 어간다. 음악회에 앞서 4 3 희생자 추 모제를 진행하고 4 3 관련 영상도 상 영할 예정이다. 거로마을에 자리잡은 문화공간 양 분홍섬 공동체 프로젝트 란 이름 아래 2014년부터 4 3의 의미를 되새 기고 국내외에 4 3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같은 결과물을 이번에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게 된 문화공 간 양은 그동안 쌓아온 거로마을과 문화공간 양의 신뢰가 음악회라는 결 실을 맺었다 거로마을 운동장은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주 민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상징적인 장소인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문화행 사가 개최되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 고 했다. 문의 064)755-2018. 진선희기자 문화공간 양 거로마을회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 작가가 제주 기록하다 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현재 제주에 살고 있는 배 작가는 제 주 풍경,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를 그림에 담아오고 있다. 작가는 그 여 정에 어제봤던 투박한 제주 돌집, 삼나 무 숲길, 동네 돌담길이 바뀌거나 사라 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작가는 때론 거 친 비와 바람에 놀라기도 했지만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제주를 기록 하듯 그려나간다 고 했다. 전시는 이달 10일까지 심헌갤러리. 진선희기자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 제주 록하다 개인전 제주문화계 이 사람 전업으로 버텨 온길 강정 기록화 2013강정생명평대행진 도뇌출혈진 뒤 재기해 난해부작업을이고 있는 고길 천작오래도작품 활동할 수 있는 건강만 유되었으면 좋겠고했. 진선희기자 2009년 어느 날, 그는 제주4 3 집단학 살지인 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에 있 었다. 그곳에 묻힌 희생자의 옷이 발 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길이 었다. 그는 프로타쥬 기법으로 그 옷 을 떴다. 프로타쥬는 종이 등을 대고 그 위를 연필이나 다른 도구로 문질러 형태를 드러내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 다. 이듬해 탐라미술인협의회 제주4 3 미술제에 출품한 60년 만의 외출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이 땅의 정치 사회 문화 이슈 등을 지속적으로 작 품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작업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발디딘 뒤 치밀하 고 끈질기게 그곳이 들려주는 사연에 귀기울인 결과다. 제주도립 제주현대미술관에서 7일부터 바라본다 으로 초대전을 갖는 고길천 작가. 어느 덧 60대 초반이 된 그는 1986년 귀향해 제주에서 전업 미술인으로 버텨오며 4 3미술에서 생태미술까지 지금, 여 기의 현실을 바라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회화, 판 화, 설치, 영상 등 작업의 주제와 내 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매체를 취해왔다. 지난 역사를 거슬러 가면 고려시 대에 탐라가 복속된 이래 제주가 한번 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어요. 식량 수 탈, 생명 수탈, 자본에 의한 수탈까지 한반도에 의한 수탈만 있었죠. 오늘날 의 강정에서 그걸 느꼈습니다. 그는 1990년 어머니가 겪은 4 3트 라우마를 소재로 머리 속의 바늘 등을 그렸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종 이에 탄 드로잉 등으로 담은 먼새 연작을 통해 환경 오염과 개 발의 문제를 짚었다. 그의 발길은 자 연스레 강정으로 이어졌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 현장을 매일이다시피 오가 다 2013년 8월 강정평화대행진 마지 막 날 뇌출혈로 쓰러진다. 강정 기록 화를 10점 정도 그린 때였다. 막다른 골에 다다른 기분이었습 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내게 남는 건 작업 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 습니다. 컴컴하고 좁은 길을 빠져나왔지만 고 작가는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 한다. 움직임이 많으면 머리가 어지 러워진다. 후유증 때문이다. 그래도 줄긋기부터 다시 시작하며 지난해부 터 왼손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병상을 벗어나 강정 기록화를 더 많 이 그렸다. 지금까지 40점을 제작했 고 앞으로 20점을 더할 예정이다. 이 들 기록화는 강정 성프란치스코평화 센터에서 소장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중앙성당 인근 작 업실에서 만난 그는 남한테 보기 좋 은 그림은 내 능력이 안되더라 며전 업 작가의 고충을 농담처럼 털어놨 다. 대신 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작 으로 1990년 이후 현재까지의 작 세계를 제주도민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가졌다. 제주 개인전은 이번 초대전이 처음이다. 머리로 깨닫는 일보다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그 대 상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했듯, 아픔 에 공감하고 드러냄과 비판의 역할 을 예술로 수행해온 고 작가의 작품 이 그같은 울림을 줄 듯하다. 오래 도록 작업할 수 있는 건강만 유지되 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품은 간절 한 소망이다.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현인갤러리 김영초김지영레이그라운드-운동하다 현인갤러리가 모처럼 제주 청년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다. 김형무 관장이 몇 해전 봤던 개인전에서 가능성을 발견 하고 갤러리로 초대한 김지영 작가다. 여덟번째 개인전이 되는 이번 초대전 에서 김지영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발 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을 보여주 고 있다. 들여다 보다 , 꿈꾸다 , , 파랑(이상한 나라의 파란 저녁) 등6 호에서 100호까지 30여점이 걸렸다. 부엌, 욕실, 방, 자동차 안 등 작가 가 평소 생활하는 공간, 엉뚱한 생각 들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 그래서 때 때로 동화 장면같은 이상한 의 풍경이 펼쳐진다. 욕조에서 수 영대회가 열리거나 세면대에서 다이 빙하는 일이 생겨난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 는작 가는 그림 속 숨겨둔 이야기들이 관 람객들에게 따듯한 느낌으로 전해지 길 바란다고 했다. 현인갤러리는 제주시 이화오피스텔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는 이달 10 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4)747-1500. 진선희기자 감귤이 익어가는 계절, 제주의 공연예 술인들이 귤림풍악을 울린다. (사)전통 예술공연개발원 마로가 이달 7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여는 허 튼굿 주제를 귤 숲에 울려 퍼지는 주 황빛 가락 으로 정했다. 귤림풍악은 조선시대에 제작된 탐라 순력도의 40여가지 그림 중 하나로 귤 밭에서 풍악을 울리는 모습이 담겨있 다. 마로는 이를 재연해 그림 속 신명 을 풀어놓는다. 공연은 대금선율이 흐르는 정악곡 경풍년 으로 시작돼 애절하고 절절한 꽹과리 소리를 담은 진쇠춤, 세가지 빛 깔 천을 휘감아 돌리는 서낭도리, 에너 지를 더한 징춤, 섬세한 춤사위와 만난 아쟁의 깊고 강한 울림이 잇따른다. 입장료 무료. 공연 시작 30분 전에 도 착하면 따뜻한 차와 떡을 먹으며 출연진 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양호성 오유 정 고한올 신은오 신용화 오승진 박수현 장문선 송해인이 참여한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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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 화2018년 11월 6일 화요일8

    제주교원색소폰앙상블 창단연주회(단

    장 김관형, 음악감독 김수봉)가 오는 1

    0일 오후 7시 제주학생문화원대극장에

    서 열린다.

    제주교원색소폰앙상블은 도내 초

    중 고에 재직 중인 교원들이 모여 올

    해 1월 구성됐다. 이날 현영희 교사

    (대정서초)의 솔로 연주와 특별출연

    하는 제주여자중학교 빅 밴드(재즈)

    의 무대도 마련된다. 연주회는 제주교

    원색소폰앙상블과 제주여자중학교 빅

    밴드의 연합공연으로 마무리된다. 지

    휘는 홍정도 교사(제주여자중학교)가

    맡는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6일 제주학생문화

    원에서 2018 제주시 학생 음악 축제

    를 개최한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제주시

    학생 음악 축제는 감동의 하모니, 행

    복 나누다 라는 슬로건 아래 제주시

    내 초 중학교 22개팀, 800여명의 학생

    들이 출연해 끼와 재능을 마음껏 선

    보이게 된다.

    1부 공연에서는 합창, 중창, 앙상블,

    난타, 통기타 연주 등 12개 팀의 다채

    로운 동아리 중심의 공연이 펼쳐지고

    2부에는 10개 팀의 오케스트라 공연

    이 이어진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이사장 강영봉)

    는 이달 18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거슨새미오름 등지에서 제주어를

    체험하고 배우는 2018년 제2차 현장에

    서 배우는 제주어학교 를 운영한다.

    이날 오름 탐방은 한응조씨가 안내

    를 맡는다. 송당리에 흩어진 거슨새미

    오름, 안돌오름, 밧돌오름을 찾아 제주

    어 식물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어를 익

    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이달 15일까지 전자우

    편([email protected])이나 전화

    (064-722-2203)로 하면 된다. 선착순 4

    0명 모집으로 참가비는 없다.

    제주환경사진연합회(회장 양성룡)는

    이달 7~12일 문예회관 1전시실에서

    한 중 일 교류전을 갖는다.

    이번 교류전 참여 단체는 일본 자연

    사진가협회, 중국 서안시 촬영가협회

    다. 제주 회원 28명이 한라산, 오름, 중

    산간 풍경 등 50여점을 내걸고 일본 1

    2점, 중국 12점이 전시된다.

    제주환경사진연합회는 제주 전시에

    앞서 9월엔 일본 오사카 시립미술관,

    10월엔 중국 서안시에서 잇따라 교류

    전을 열었다. 오름, 곶자왈, 중산간 등

    이 제주국립공원으로 확대 지정되길

    바라며 기획된 행사다.

    문화가쪽지

    제주4 3의 아픔이 재즈 선율에 담긴다.

    이달 10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 거로

    마을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밧듸글라

    재즈 음악회다.

    이번 음악회는 거로마을과 문화공

    간 양이 주최하고 거로마을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화북동 주민센터 등

    이 후원한다. 거로마을은 4 3 당시 전

    소되었지만 고통을 딛고 일어서 지금

    의 모습을 일궜다. 제주의 다른 마을

    처럼 4 3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지만

    4 3 70주년을 맞아 다시는 그같은 비

    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됐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 문학을 재즈와

    결합해 실험적인 음악을 발표해온 코

    리안 포에틱 재즈의 임미성(보컬), 허

    성우(작곡, 피아노), 윤혜진(플루

    트), 차민규(클라리넷), 홍경섭(콘트

    라베이스), 김책(드럼) 등이 출연한

    다. 이들은 힐링 낭만의 이미지 뒤에

    가려진 제주섬의 고단한 역사를 달래

    고 지난 상처를 치유하는 선율을 이

    어간다. 음악회에 앞서 4 3 희생자 추

    모제를 진행하고 4 3 관련 영상도 상

    영할 예정이다.

    거로마을에 자리잡은 문화공간 양

    은 분홍섬 공동체 프로젝트 란 이름

    아래 2014년부터 4 3의 의미를 되새

    기고 국내외에 4 3을 알리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같은 결과물을 이번에

    지역 주민들에게 소개하게 된 문화공

    간 양은 그동안 쌓아온 거로마을과

    문화공간 양의 신뢰가 음악회라는 결

    실을 맺었다 며 거로마을 운동장은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고 주

    민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상징적인

    장소인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문화행

    사가 개최되는 건 큰 의미를 갖는다

    고 했다. 문의 064)755-2018.

    진선희기자

    문화공간 양 거로마을회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 작가가 제주

    기록하다 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현재 제주에 살고 있는 배 작가는 제

    주 풍경, 동네,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

    를 그림에 담아오고 있다. 작가는 그 여

    정에 어제봤던 투박한 제주 돌집, 삼나

    무 숲길, 동네 돌담길이 바뀌거나 사라

    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작가는 때론 거

    친 비와 바람에 놀라기도 했지만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제주를 기록

    하듯 그려나간다 고 했다. 전시는 이달

    10일까지 심헌갤러리. 진선희기자

    일러스트레이터 배중열

    제주 기록하다 개인전

    제주문화계 이 사람

    전업으로 버텨온 길… 강정 기록화 완성 목표

    2013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 도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재기해 지난해부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고길

    천 작가는 오래도록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고 했다. 진선희기자

    2009년 어느 날, 그는 제주4 3 집단학

    살지인 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에 있

    었다. 그곳에 묻힌 희생자의 옷이 발

    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길이

    었다. 그는 프로타쥬 기법으로 그 옷

    을 떴다. 프로타쥬는 종이 등을 대고

    그 위를 연필이나 다른 도구로 문질러

    형태를 드러내도록 하는 방식을 말한

    다. 이듬해 탐라미술인협의회 제주4 3

    미술제에 출품한 60년 만의 외출 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이 땅의 정치

    사회 문화 이슈 등을 지속적으로 작

    품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작업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 발디딘 뒤 치밀하

    고 끈질기게 그곳이 들려주는 사연에

    귀기울인 결과다.

    제주도립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이

    달 7일부터 바라본다 는 제목으로

    초대전을 갖는 고길천 작가. 어느 덧

    60대 초반이 된 그는 1986년 귀향해

    제주에서 전업 미술인으로 버텨오며

    4 3미술에서 생태미술까지 지금, 여

    기의 현실을 바라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회화, 판

    화, 설치, 영상 등 작업의 주제와 내

    용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매체를

    취해왔다.

    지난 역사를 거슬러 가면 고려시

    대에 탐라가 복속된 이래 제주가 한번

    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어요. 식량 수

    탈, 생명 수탈, 자본에 의한 수탈까지

    한반도에 의한 수탈만 있었죠. 오늘날

    의 강정에서 그걸 느꼈습니다.

    그는 1990년 어머니가 겪은 4 3트

    라우마를 소재로 머리 속의 바늘

    등을 그렸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종

    이에 목탄 드로잉 등으로 담은 눈

    먼 새 연작을 통해 환경 오염과 개

    발의 문제를 짚었다. 그의 발길은 자

    연스레 강정으로 이어졌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 현장을 매일이다시피 오가

    다 2013년 8월 강정평화대행진 마지

    막 날 뇌출혈로 쓰러진다. 강정 기록

    화를 10점 정도 그린 때였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기분이었습

    니다. 입원해 있는 동안 내게 남는 건

    작업 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

    습니다.

    컴컴하고 좁은 길을 빠져나왔지만

    고 작가는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

    한다. 움직임이 많으면 머리가 어지

    러워진다. 후유증 때문이다. 그래도

    줄긋기부터 다시 시작하며 지난해부

    터 왼손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병상을 벗어나 강정 기록화를 더 많

    이 그렸다. 지금까지 40점을 제작했

    고 앞으로 20점을 더할 예정이다. 이

    들 기록화는 강정 성프란치스코평화

    센터에서 소장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제주시 중앙성당 인근 작

    업실에서 만난 그는 남한테 보기 좋

    은 그림은 내 능력이 안되더라 며 전

    업 작가의 고충을 농담처럼 털어놨

    다. 대신 그는 내가 하고 싶었던 작

    업 으로 1990년 이후 현재까지의 작

    품 세계를 제주도민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가졌다. 제주 개인전은 이번

    초대전이 처음이다. 머리로 깨닫는

    일보다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그 대

    상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했듯, 아픔

    에 공감하고 드러냄과 비판의 역할

    을 예술로 수행해온 고 작가의 작품

    이 그같은 울림을 줄 듯하다. 오래

    도록 작업할 수 있는 건강만 유지되

    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품은 간절

    한 소망이다.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현인갤러리 김지영 초대전

    김지영의 플레이그라운드-운동하다

    현인갤러리가 모처럼 제주 청년작가

    초대전을 열고 있다. 김형무 관장이 몇

    해전 봤던 개인전에서 가능성을 발견

    하고 갤러리로 초대한 김지영 작가다.

    여덟번째 개인전이 되는 이번 초대전

    에서 김지영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발

    랄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을 보여주

    고 있다. 들여다 보다 , 꿈꾸다 , 섬 ,

    파랑(이상한 나라의 파란 저녁) 등 6

    호에서 100호까지 30여점이 걸렸다.

    부엌, 욕실, 방, 자동차 안 등 작가

    가 평소 생활하는 공간, 엉뚱한 생각

    들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 그래서 때

    때로 동화 속 장면같은 이상한 나

    라 의 풍경이 펼쳐진다. 욕조에서 수

    영대회가 열리거나 세면대에서 다이

    빙하는 일이 생겨난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 는 작

    가는 그림 속 숨겨둔 이야기들이 관

    람객들에게 따듯한 느낌으로 전해지

    길 바란다고 했다.

    현인갤러리는 제주시 이화오피스텔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는 이달 10

    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64)747-1500.

    진선희기자

    감귤이 익어가는 계절, 제주의 공연예

    술인들이 귤림풍악을 울린다. (사)전통

    예술공연개발원 마로가 이달 7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여는 허

    튼굿 주제를 귤 숲에 울려 퍼지는 주

    황빛 가락 으로 정했다.

    귤림풍악은 조선시대에 제작된 탐라

    순력도의 40여가지 그림 중 하나로 귤

    밭에서 풍악을 울리는 모습이 담겨있

    다. 마로는 이를 재연해 그림 속 신명

    을 풀어놓는다.

    공연은 대금선율이 흐르는 정악곡

    경풍년 으로 시작돼 애절하고 절절한

    꽹과리 소리를 담은 진쇠춤, 세가지 빛

    깔 천을 휘감아 돌리는 서낭도리, 에너

    지를 더한 징춤, 섬세한 춤사위와 만난

    아쟁의 깊고 강한 울림이 잇따른다.

    입장료 무료. 공연 시작 30분 전에 도

    착하면 따뜻한 차와 떡을 먹으며 출연진

    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양호성 오유

    정 고한올 신은오 신용화 오승진 박수현

    장문선 송해인이 참여한다.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