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연성물질분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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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MAY 2015 46 서강대학교 연성물질분광학 연구실 김 도 석 저자약력 김도석 교수는 1997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박사 학 위를 취득하였다. 1998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 부임 후 현재 정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온성 액체의 물리적 특성연구를 주제로 그룹리더로서 도약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림 1. 서강대학교 연성물질분광학 연구실 구성원 (연구실 홈페이지 http:// smos.sogang.ac.kr). 그림 2.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무기염 NaCl(좌측)과 이온성 액체 (우측). 연구실 개요 연성 물질은 액체, 콜로이드, 고분자, 액정, 생체물질 등과 같이 물렁물렁하여 모양이 바뀔 수 있는 응집 물질의 한 종류 를 말한다. 구성 분자간의 결합력이 약하여 근거리 정렬도만을 가지며 열에너지에 의해 물리적 성질이 쉽게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고분자 재료, 화학전지, 생명공 학 같은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인해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분야이다. 서강대학교 연성물질 분광학 연구실은 IR, NMR, X선 반사 및 회절 등 널리 쓰이는 분광법부터 표면 합 주파수 분광학, 이차 고조파(second-harmonic) 발생 실험 등 비선형 분광학, 시분해 형광법, FCS(Fluorescence Correlation Spectroscopy), 단분자 FRET(Fo ¨rster Resonance Energy Trans- fer) 등의 분광학 실험 방법을 이용해 연성 물질의 특성과 구 조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박사후 연구원 3과 석박사과정 학생 6명이 수용액, 이온성 액체, 생체 물질과 같은 연성 물질들의 표면 및 내부 미세 구조와 분자간 상호작 , 분자 운동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 1. 이온성 액체의 물리적 특성 연구 강한 이온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금과 같은 무기염류는 수백 도의 녹는점을 가지고 있어 상온에서 고체이다. 반면 양 이온과 음이온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상온에서 액체 상태 로 존재하는 물질을 이온성 액체라고 부른다. 이온성 액체는 친수성과 소수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자들과의 반응성, 비휘 발성, 비연소성 등의 물성을 통해 기존의 유기 용매들이 야기 하던 대기오염과 폭발 등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친환경 용 매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적으로 매우 안정되며 전 기 전도도가 좋아 차세대 2차 화학전지의 전해질로도 이용이 기대되고 있다. 이온성 액체는 양이온과 음이온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특성 구현이 가능한데 목적에 맞는 이온성 액체를 디 자인하기 위해서는 이온성 액체의 구조에 따른 물성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양이온과 음이온의 종류에 따른 미세구조, 상호 결합력, 표면 및 계면 구조, 이온의 이동성 등 이 중요한 이슈이다. 정렬된 격자 구조를 가지는 고체 결정과는 달리 이온성 액 체는 규칙적인 미세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벌크 구조를 파 악하기 위해 고체물리에서와는 다른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연구실에서는 이온성 액체 내부와 표면에서 음이온과 양이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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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첨단기술 MAY 201 546

서강대학교

연성물질분광학 연구실김 도 석

저자약력

김도석 교수는 1997년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8년 서강대학교 물리학과에 부임 후 현재 정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온성 액체의 물리적 특성연구를 주제로 그룹리더로서 도약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림 1. 서강대학교 연성물질분광학 연구실 구성원 (연구실 홈페이지 http://

smos.sogang.ac.kr).

그림 2.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는 무기염 NaCl(좌측)과 이온성 액체 (우측).

연구실 개요

연성 물질은 액체, 콜로이드, 고분자, 액정, 생체물질 등과

같이 물렁물렁하여 모양이 바뀔 수 있는 응집 물질의 한 종류

를 말한다. 구성 분자간의 결합력이 약하여 근거리 정렬도만을

가지며 열에너지에 의해 물리적 성질이 쉽게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고분자 재료, 화학전지, 생명공

학 같은 관련 산업의 활성화로 인해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분야이다. 서강대학교 연성물질 분광학 연구실은 IR,

NMR, X선 반사 및 회절 등 널리 쓰이는 분광법부터 표면 합

주파수 분광학, 이차 고조파(second-harmonic) 발생 실험 등

비선형 분광학, 시분해 형광법, FCS(Fluorescence Correlation

Spectroscopy), 단분자 FRET(Forster Resonance Energy Trans-

fer) 등의 분광학 실험 방법을 이용해 연성 물질의 특성과 구

조를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박사후 연구원 3명

과 석박사과정 학생 6명이 수용액, 이온성 액체, 생체 물질과

같은 연성 물질들의 표면 및 내부 미세 구조와 분자간 상호작

용, 분자 운동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

1. 이온성 액체의 물리적 특성 연구

강한 이온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금과 같은 무기염류는

수백 도의 녹는점을 가지고 있어 상온에서 고체이다. 반면 양

이온과 음이온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도 상온에서 액체 상태

로 존재하는 물질을 이온성 액체라고 부른다. 이온성 액체는

친수성과 소수성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자들과의 반응성, 비휘

발성, 비연소성 등의 물성을 통해 기존의 유기 용매들이 야기

하던 대기오염과 폭발 등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친환경 용

매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열적으로 매우 안정되며 전

기 전도도가 좋아 차세대 2차 화학전지의 전해질로도 이용이

기대되고 있다. 이온성 액체는 양이온과 음이온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특성 구현이 가능한데 목적에 맞는 이온성 액체를 디

자인하기 위해서는 이온성 액체의 구조에 따른 물성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양이온과 음이온의 종류에 따른

미세구조, 상호 결합력, 표면 및 계면 구조, 이온의 이동성 등

이 중요한 이슈이다.

정렬된 격자 구조를 가지는 고체 결정과는 달리 이온성 액

체는 규칙적인 미세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벌크 구조를 파

악하기 위해 고체물리에서와는 다른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본

연구실에서는 이온성 액체 내부와 표면에서 음이온과 양이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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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음이온의 종류에 따라 크게 바뀌는 이온성 액체 양이온-음이온 쌍의 결

합구조. Cha et al., Phys. Chem. Chem. Phys. 16(20), 9591 (2014).

그림 5. DPTAP이라는 지질분자로 구성된 랭뮤어 단분자막과 물의 계면을 비

선형 분광학 실험을 통해 측정한 결과 (좌측). 비선형 분광학과 X-ray 반사를

이용해 규명한 할로겐 이온(Cl–, I–)의 표면 분포 및 지질 분자(DPTAP)들의 구

조 (우측). Sung. et al., J. Phys. Chem. C 119, 7130 (2015).

그림 4. [BMIM][PF6] 이온성 액체 표면(a,b)과 액체 내부(c,d)의 온도에 따

른 2D-X선 스침각 회절결과. Jeon et al., Phys. Rev. Lett 108, 055502

(2012).

상대적인 위치와 미세구조에 대해 연구하였다. 분광학과 제일

원리 계산에 의해 이온성 액체 벌크 구조가 양이온과 음이온

간의 수소 결합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관찰하였고, 표면

에서는 양이온의 표면 밀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이온의 알킬 체인(alkyl chain)이 공기 방향으로

정렬함에 따라 표면에 정렬된 이온성 액체의 이온 결합력이

액체 내부보다 높아지며 이로 인해 액체 내부의 녹는점보다

37도 높은 온도에서 표면의 분자들이 격자구조를 가지게 되는

표면 결빙(surface crystallization)이라는 매우 드문 물리 현상

이 이온성 액체에서 일어남을 스침각 X선 산란 실험을 통해

처음 발견하였다 (그림 4). 이외에도 지금까지의 상호 결합력

연구를 바탕으로 이온성 액체의 자가조립 특성을 이용한 미세

구조체 제작과 구조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

2. 표면 비선형 분광학을 이용한 액체 표면 연구

세포막이나 단백질의 환경에 따른 구조 변화와 이온의 분포

및 이동, 해수면에서의 할로겐 이온들의 증발 등을 근본적으

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용액의 계면 특성을 분자수준에서 관

찰하는 실험방법이 요구된다. 또한 유전율에서 큰 차이를 보

이는 두 매질(ex: 물과 공기) 사이에서 이온들의 표면과잉

(Surface excess) 또는 표면고갈(Surface depletion) 현상은

100년 이상 그 메커니즘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어온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연구와 관련하여 본 연구실은 단백질, 지질

분자와 같은 생체분자와 염을 포함하는 수용액의 계면특성을

표면 합주파수 분광법과 표면밀도에 따른 표면장력 실험을 이

용하여 연구하고 있다.

최근 본 연구실은 지질 분자로 구성된 랭뮤어 단분자막에

대한 할로겐 음이온(Cl‒, Br‒, I ‒ )의 흡착 특성을 표면 합주파

수 분광법 및 X선 형광측정으로 연구하여 음이온의 표면 흡

착의 정도가 이온의 크기와 분극성에 비례하는 것을 발견하였

다. 이러한 사실은 수용액 안에 들어있는 이온들은 고전 전자

기학에서 다루는 점전하모델로는 생각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온들의 분포도 잘 알려진 전기 이중층(electric double layer)을

묘사하는 Gouy-Chapman 모델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려

준다.

3. 단분자 분광학을 이용한 생물물리

단분자 분광학 방법은 단일 분자에서 나오는 형광 신호를 측

정하는 실험 방법으로서, 개별 분자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 여러 분자들을 한꺼번에 관찰하는 실험에서는 불가능

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DNA 구조변화,

생체 분자의 확산, 항원-항체 반응, 단백질과 DNA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생체 시스템의 연구에 적용되고 있다.

본 연구팀은 단분자 분광학 방법을 통해 DNA와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그림 6과 같이 연구하였다. RecA는 손상된 DNA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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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RecA가 붙어있는 DNA에 Cy3/Cy5 형광분자를 부착한 후 ATP-ADP 변환에 따른 구조변화를 연구한 실험의 모식도 (좌측). 두 형광분자간의 거리에 따른

FRET efficiency(E) 그래프 (우측). Kim et al., J. Am. Chem. Soc. 136, 14796 (2014).

복구하는 단백질인데, 복구 과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두 개의

형광 분자가 붙어있는 DNA를 슬라이드에 고정시키고 RecA를

넣은 후 만들어지는 RecA/DNA 구조체를 단분자 FRET을 통해

관찰하였다. 그림 6에서처럼 RecA가 DNA에 필라멘트를 형성

하면 RecA 필라멘트의 운동에 의해 DNA에 붙어있는 두 형광

분자간 거리 변화가 일어나며 이로 인해 FRET 값의 변화가 일

어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ATP가 어떻

게 작용하는지를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향후 전망

생체 내 무기염의 농도는 수백 mM 정도인데, 이런 농도에

서는 세포막 또는 단백질에서 발생하는 전기장이 염 이온들에

의해 수 nm 이내에서 차단된다. 단분자 형광 분광법, 표면 합

주파수 분광법은 수 nm 이내의 공간 분해능으로 이러한 시스

템을 연구할 수 있어 생체분자나 분자막 근방에서의 미세구조

를 관측하는데 용이한 실험 방법이다. 수용액이나 이온성 액체

와 같은 물질의 계면 특성을 비선형 분광학과 같은 실험 방법

을 통해 연구하면 계면의 특성과 미세구조를 파악하고 환경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여 이런 물질을 전지나 촉매에 이용할 때

효율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며 산업적인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한 미세

구조와 상호 작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가조립 구조체를

제작, 응용하고자 한다.

연성물질에 대한 연구는 물리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비교

적 젊은 분야로써 실험 및 이론연구의 새로운 방법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생체, 물, 고분자 등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하는

연성 물질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지 못하며, 앞으로 이해하

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나노물리학의 문을 열

었던 것으로 여겨지는 1959년 Feynman의 ‘There’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의 첫 문장이 현재 연성물질 연구의 전

망을 잘 설명하는 글이라고 생각되어 소개하며 글을 마치려고

한다.

“I imagine experimental physicists must often look with

envy at men like Kamerlingh Onnes, who discovered a

field like low temperature, which seems to be bottomless

and in which one can go down and down. Such a man

is then a leader and has some temporary monopoly in a

scientific adven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