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표현의 특징 1 인간 중심 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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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표현의 특징 1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한국어 어휘와 표현
2019. 3. 6.
몸 풀기, 머리 풀기
• 다음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번역하시오.
• John loves his mother.
• 존은 그의 어머니를 사랑한다.
• John thinks that he is a genius.
• 존은 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 → ‘그’가 ‘존’을 가리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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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풀기, 머리 풀기
• John loves his mother.
• 존은 (자기) 어머니를 사랑한다.
• John thinks that he is a genius.
• 존은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 → 영어의 he/his가 한국어의 ‘그’에 항상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의 ‘자기’에 대응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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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 ‘자기’ 대응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 두 언어 사이의 대응/번역 관계가 단어 대 단어의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 인칭대명사, 재귀대명사 등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는데, 시스템 내에서 이들의 역할 분담 방식이 언어마다 다를 수 있다.
• 영어에서 인칭대명사가 담당하는 기능을 한국어에서는 재귀대명사가 담당하기도 한다.
• 한국어와 외국어를 대조하면, 한 언어만 관찰할 때보다 더 많은통찰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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国広哲弥의 영어-일어 비교
• This evening, they served chicken.• 오늘 저녁 메뉴는 닭고기 요리였다.
• Finally we’ve come to conclusion.• 마침내 결론이 났다.
• I’ve lost a button.• 단추가 떨어졌다.• ボタンが取れてしまった。
• 扣子掉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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国広哲弥의 영어-일어 비교
• We haven’t even got running water.• 여기는 수도조차 없습니다.
• The workers at the factory have gone on strike, again.• 또 그 공장에서 파업이 시작되었다.
• What do you call this?• 이건 뭐라고 하죠?
• You can’t see the street for people.• 사람들로 가득 차서 길이 안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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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영어, 프랑스어 등의 유럽어• 인간을 전면에 내세워서 표현하는 경향.
• 인간을 무대 위에 올려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함.
• 인간이 주체로서 뭔가 활동을 하거나 인식을 한다는 식으로 표현.
• 문장에서 인간이 주어로 표현됨.
• 한국어, 일본어 등• 인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상황을 중심에 놓고 표현하는 경향.
• 인간은 배경으로 후퇴해 있음.
• 인간이 어떤 행위를 했다는 식보다는, 상황적 요인에 의해 이러이러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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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What can I do for you?• 용건이 뭐죠?
• We haven’t got any bread yet.• 빵이 아직 안 나왔다.
• We had so little drinking water left …• 게다가 마실 물도 바닥이 나서 … (어린 왕자)
• We had a lot of snow last year.• 작년에 눈이 많이 왔다.• 去年は雪がたくさん降った。
• 去年下了很多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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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Did anyone call me while I was out?• 나 나간 사이에 어디에서 전화 없었어?
• Do you have/own a car?• 차 있어요?
• Have a nice day.•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 I have a headache.• 머리가 아프다.• 頭が痛い。
• (我)头疼。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I’ve caught a cold.• 나 감기 들었어.
• I’ve got a problem.• 문제가 생겼어.
• At night, he can use it as his house. (어린 왕자) (he=양)• 밤이 되면 이게 양의 우리가 되는 거야.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I’ve been married to George for four years.• 조지와 결혼한 지 4년 됐어요.
• They had last heard from him when he was somewhere in the South Pacific.• 남태평양 어디에 있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소식이 끊겼다.
• I really had a good time at the party.• 파티 참 즐거웠어.• パーティーがとても楽しかった。
• 派对非常开心。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Here we are in September, and the sun is still not letting up.• 9월에 접어들었는데도 햇볕은 여전히 불덩이야.
• We are open. (상점의 게시문)• 영업 중입니다.
• If you make payments after the sun goes down, you’ll have bad luck with your money for sure.• 해 떨어진 뒤에 금전 거래를 하면, 영락없이 손재수(損財數: 재물을 잃
을 운수)가 끼거든요.
• 해가 진 뒤에 거래를 하면, 꼭 재수가 없거든요.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 I got a raise.• 월급이 올랐다.
• You’ve got the whole weight of the house lying on that ceiling.• 집 전체의 무게가 저 천장에 쏠려 있어요.
• What brought this on?•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 what이 인간은 아니지만 주체의 능동적 행위로 묘사하는 데 비해,
• 한국어는 상황에 의해 이러저러하게 되었다는 식으로 표현.
지각 표현의 한,영 차이
• I opened the box, and found it empty.
• 상자를 열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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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표현의 한,영 차이
• But when he opened the door, he saw his wife sitting in an armchair with a television turn down low. (John H. Updike, Rabbit, Run)
• 그러나 (그가) 문을 열자, 아내가 TV 볼륨을 낮게 해 놓고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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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 표현
• 한국어에서는 지각된 상황 그 자체를 표현할 뿐, 인간의 지각 행위는 생략하지만,
• 영어에서는 인간의 지각 행위에 초점을 두어 표현한다.
• 이 또한 “상황 중심 대 인간 중심”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지각 표현의 차이• I heard shouting.
• 비명소리가 났어.• 叫び声がした。
• 发出惊叫声。
•宝钗见他睁开眼说话,不像先时,心中也宽慰了好些。 (홍루몽)• Bao-chai was relieved to see him with his eyes open and talking
again …• 그가 눈을 떠서 얘기도 하는 등 방금 전과는 모습이 딴판이어서 宝钗는
안도했다.
• 중국어는 한국어, 일본어와 유사할 때도 있고 유럽어와 유사할때도 있는 듯.
지각 표현의 차이• Can you see anything?
• 뭐가 보이니?
• What can you see?• 뭐가 보이니?• 何が見えるの?
• 能看见什么?
• I can see a ship in the distance.• 멀리 배가 보인다.
• I smell something strange.•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何か変な臭いがする。
• 有什么奇怪的气味。
지각 표현의 차이• At these words, I found my heart beating violently.
• 이 말을 듣자,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 He found the task too difficult.• 그로서는 그 일이 너무 어려웠다.
• You can hear the music all this way. (Oates, Four Summers)• 이런 데까지 음악이 들려 온다.
• I found the book interesting.• 그 책 (읽어 보니) 재미있더라/재미있었다.• 読んでみたらその本は面白かった。
• (读了以后发现)那本书很有意思。
• 중국어도 유럽어처럼 지각동사를 명시적으로 사용한 예.
지각 표현의 차이
• We heard the sharp ring of a front door bell. (Priestley, An Inspector Calls)• 현관의 벨이 날카롭게 울렸다.
• And they heard the roaring thunder of a third brilling lighted express. (어린 왕자)• 그러자 반짝반짝 불이 켜진 3번 특급이 굉음을 내며 지나갔습니다.
• I found the quiz too difficult.• 시험 문제가 너무 어렵더라.
지각 표현의 차이황순원 “움직이는 성”
• 전, 전도사님, 기도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아요.• R-reverend, I can’t hear the prayer.
• 십자가가 … 십자가가 … 안 보여요.• The cross … the cross … I can’t see it.
• 흐느낌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 He heard what seemed to be a sob, …
• 아내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He heard her snoring.
지각 표현의 차이
• 한국어에서는 지각 내용만 표현하고, 지각 행위 자체는 아예 표현하지 않는 일이 많다.
• 한국어에서 지각 행위를 표현할 때에도, • 인간을 주어로 한 타동사로 표현하기보다는,
• 사물을 주어로 한 자동사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 이 또한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의 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유럽어는 상황을 지각한 인간의 행위를 중시하여 두드러지게 표현함.
• 한국어, 일본어에서는 지각된 상황 자체를 중시할 뿐, 그 상황을 지각한인간의 행위는 중시하지 않음.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논리에 대한 해석
• 나중에 살펴보겠지만, 유럽어는 사물 주어 구문(물주구문)을 즐겨 쓰나, 동아시아어는 그렇지 않음.• EBS 실험에서 영어 원어민들이 제시한 ‘The sign says to stop’ 같은 문장도 물
주구문의 예.
• 인간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떤 행위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확장하여, 사물도 마치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 (논리 확장의 방향: 인간→사물)
• 반면에 사물은 의지를 가지지 않고, 자기 외부에 존재하는 여러 요인들(상황)에 의해 사건/변화가 일어남.
• 동아시아어는, 사람도 사물처럼 외적 상황에 지배당하는 존재인 것처럼 묘사하고 표현하는 셈. (논리 확장의 방향: 사물→인간)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논리의 반영
•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요인이 외부에있음을 나타내는 표현(‘~게 되다’, ‘get to’ 등)이 있음. (A류)
•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요인이 주체내부에 있음(주체가 노력해서 그렇게 됐음)을 나타내는 표현(‘manage to’, ‘~어 내다’ 등)도 있음. (B류)
• 영어 코퍼스에서 두 표현의 빈도• ‘manage to’ 345회, ‘get to’ 157회 [292-80(뒤 the)-55(앞 have)]
• 한국어 코퍼스에서 두 표현의 빈도• ‘~게 되다’ 34660회, ‘~어 내다‘ 3628회
• 유럽어는 A류 표현보다 B류 표현을 더 자주 쓰고, 동아시아어는B류 표현보다 A류 표현을 훨씬 더 자주 씀을 알 수 있음.
‘인간 중심 대 상황 중심’ 차이의 사회적 함의
• 18세기까지 경제력 등은 동아시아가 유럽을 능가해 왔음.• 과학기술에서 유럽이 동아시아를 능가한 것도 17세기 무렵.
• 반면에 정치적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먼저 고안한 것은 유럽.• 고대 로마의 공화정, 호민관
• 근대 유럽에서 의회 등의 대의기구 설치
• 프랑스 등에서 왕정을 타도한 혁명 완수
• 왜 유럽에서 민주주의가 먼저 싹텄을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생각,
•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여 국가의 의사결정을 한다는 생각이,
• 동아시아인보다 유럽인들 사이에서 먼저 발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 중심 : 개인의 권리와 책임• 민주주의는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적인 권리와 책임을 지닌 주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함.
• 유럽어가 인간 중심 표현법을 선호하는 것과 그러한 생각은 서로잘 어울림.• 그런 생각이 유럽어의 표현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것이고
• 유럽어의 그런 표현법이 그런 생각을 더욱 촉진했을 것이다.
• 동아시아어가 상황 중심 표현법을 선호하는 것은 그런 생각과 잘맞지 않음.• 동아시아 전통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의 행위자 개인에
게 책임을 지우거나 그 개인의 功過를 논하기보다는
• 공동체 전체의 책임을 중시하고, 개인은 그 공동체 안에 숨거나 파묻히는일이 많았음.
• 이런 풍토는, 개인의 권리와 책임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장애가 되었을 것.
언어가 사회와 역사를 결정한다?
• 동아시아어가 상황 중심 표현법을 선호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시행하기에 부적합하다는 뜻은 아님.
• 민주주의가 모든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추구할 가치임에 동의한다면
• 우리의 사고방식 가운데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데 장애가 될 만한 것으로 무엇이 있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고
• 혹시 우리의 언어가 그러한 사고방식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 그에 대해 경계심/경각심을 갖고
• 언어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고정된 틀을 부여하려는 데 저항할 필요도있다는 것.• cf. 진화심리학이 인종 차별, 성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차별이 역사적으로 발생한 원인을 성찰하여 그런 차별을 철폐하는 데 이론적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