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G:HA vol.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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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 [ : ] Vol. 02 JUly. 2014

description

Magazine G:HA suggests a new consumer culture and lifestyle, discovering Seoul Underground Shopping Center's good products and fun experiences. G:HA[지:하]는 서울 지하도 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거진입니다.

Transcript of Magazine G:HA vol.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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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

[지:하]Vol. 02 JUly. 2014

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

지하상가로 떠나는시간여행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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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UT

EXCLUSIVE

STORY

ENJOY

MEDIA INFORMATION

SPOT

ITEM

SCENE

매체명 매거진 G:HA[지:하] 2호

발행처 서울시설공단

발행인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발행일 2014년 7월 1일

주소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540

서울시설공단

취재·디자인 주식회사 베네핏

일반 문의 02-2290-6573

편집 문의 070-8762-1100

COVER STORY

이번 매거진 G:HA[지:하] 2호에서는 편리함과

속도에 묻혀 잊혀져 가고 있는 옛 시절의 흔적

들을 지하상가를 통해 낱낱이 살펴봅니다.

정정합니다.

1호 p.31에 소개된 상점의 상호와 전화번호를

다음과 같이 정정합니다. 독자님들께 혼동을

드려 죄송합니다.

비즈나라 ▶구슬나라

02-777-6744 ▶ 02-774-6744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은 시간을 버틸 수 없다

회현지하상가 ‘유진컬렉션’

시간을 이어 달리는 사람들의 바톤 존 회현지하상가 ‘서울우표사’

‘한 감성’ 하던 젊은이들의 문화 갈증 해소처

회현지하상가 ‘현대전자’

지하로 내려온 청년상인들의 사정 종로4가지하상가 청년가게 4인

섀도 박스, 평면 그림에 입체감을 심어주는 마법

남대문지하상가 이브아트 ‘최형애’ 대표

덕성을 쌓는 그대에게 초보 수집가를 위한 가게 3선

메마른 아날로그 감성, 지하에서 충전하세요

회현지하상가 아날로그 페스티벌

이것은 복고가 아니다. 연륜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앤틱 아이템들

작은 방이라도 괜찮아, 내 손으로 스윗홈으로 만들면 되니까

청계5가 주변 셀프 인테리어 스팟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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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는 서울 지하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

하는 매거진입니다.

EDITOR’S CUT

오는 10월에 애플사(Apple)에서 스마트 시계를 출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가지각색의 디자인을 선보이고, 건강관리에 특화된

기능을 선보인다고도 합니다. 실로 하루가 다르게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새로운 것보다도 낯선 이야기가 있습니다.

20년쯤 전엔 ‘도로록’ 하고 돌리는 유선 전화기가 있었습니다. 번호 하나를 누르기 위해서

짧게는 1cm쯤에서 10cm도 넘는 길이를 손가락으로 움직여야 했죠. 거리만큼 소리도

묵직했습니다. 카메라는 어떤가요. 필름을 롤에 잘 맞추어 꽂는 사람은 최소 좀 배운 사람

같았습니다. 현상소에 필름을 맡기고 찍은 사진을 기다리는 건 복권 당첨번호를 기다

리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일이었죠. 여러 장을 뽑아 사람들과 나누고 앨범에 보관하며

꾸준히 무형의 추억을 유형화했던 나날들이 있었습니다. 라디오 테이프는 기다린 시간에

고스란히 비례하여 되감아 졌죠.

모든 것이 한두 번의 터치로 가능해진 지금,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뭘까요?

더 편하고 빠른, 그래서 하루를 48시간, 72시간처럼 사는 우리에게 지금도 여전히,

어떤 것이든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되새겨보라는 표지가 아닐

지요?

과거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다만 그런 것들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여기에 당신의 추억이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건네는 곳과 사람들이 있다

는 건 분명 행운입니다. 이번 매거진 G:HA[지:하] 2호에서는 지하상가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통해 우리 곁에 멈추어 있는 시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번 호를 통해 세련

되고 자동화된 어떤 것이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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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S LETTER

❶ 군용물품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멤피스 벨 같은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군대물품을 패션의 한 장르로 인정하고 전문적으로 파는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하네요. 기성복들이 군복에서 유래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요. 군용품을 이용해 손수 소품을 디자인한 센스 최고!

즐겨찾기 해놨답니다~ 유슬기(경기도 김포)

❷ 브랜드 명품에만 열광하는 시대가 지나가는 것 같아서 솔직히 좋아요.

^u^ㅎㅎㅎ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장인”님들의 멋진 작품들 사랑합

니다~!!! 베네핏 블로그 goo.gl/ID1Css 닉네임 g********y

국산 브랜드가 좀 더 인정 받았으면 합니다. 명동 나가면 꼭 한번 들려

봐야 겠어요. 베네핏 블로그 goo.gl/ID1Css 닉네임 엔*

❹ 옛날 건 어렵고 지루하고 전통은 오로지 과거의 것으로만 치부하는 현재. 어쩌면 칠보가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 구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는 마음으로 칠보를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아영 (서울 동작구)

❸ 옷가게가 대부분이라 생각한 지하상가에 손자수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렇게 전통과 관련되거나 전문성이 높은 매장들

이 지하상가에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시간 나는대로 구석구석 다니며

의외의 흥미거리를 찾아보고 싶다. 김유진 (인천 서구)

❺ 제목 보고 반신반의했는데, 모델도 멋지고, 코디도 눈길을 사로잡네요. 진짜 지하상가에 가면 저도

그렇게 멋있어 질 수 있을까요? 있겠죠? 대답 쫌! 김태운 (서울 강서구)

❻ 평소 가죽공예에 관심이 있었는데 게으른 농부들 기사를 보고 체험해 봤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한 땀

한 땀 공들여 만든 나의 첫 작품 카드지갑이 완성됐을 때는 정말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

지하매거진 덕분에 나만의 ‘무엇’을 만들 수 있어서 신 나고, 고맙다. 앞으로 좋은 정보 담아주시길!

김지혜 (경기도 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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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Andy Freudenberg, Alison Hjelseth,

Patt Little (USA)

지금은 한국에서 초등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카메라 렌즈를 구경하는 중이다.

오늘 두 개를 구입했는데 좀 더 보고 있다.

명동 근처 아트센터에서 사진 강좌를 들었는데

강사가 이 지하상가를 소개해 주어 알게 되었

다. 바깥보다 편안한 분위기라 좋다.

류수경 (서울 성동구)

미미시스터즈 팬이라서 공연 보러 잠시 들렀다.

회현지하상가 처음 왔는데 LP 파는지도

몰랐고, 근현대사 자료 가게도 신기하다.

털실 파는 데도 대단하다. 지하상가를 통로

로만 생각했는데 앞으로는 구경하러 자주

오고 싶다.

이상원 (경기도 용인)

짬 나는 대로 온다. 오늘은 와이프와 명동 왔

다가 들렀다. 어릴 때 우표를 모으다가 중학교

때 그만뒀는데 작년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직

초보고 젊어서 모르는 게 많은데 청솔화폐는

사장님께서 친절하시고 많이 가르쳐 주셔서

좋다. 오면 담소도 많이 나눌 수 있고.

오심인 (서울 마포구)

지하상가는 종종 온다. 명동, 종로, 강남 쪽 지하

상가도 자주 간다. 독특한 소규모 가게가 많아

서 좋다. 남들 다 가는 대형 상점과 다른 매력이

있다. 백화점처럼 없는 게 없는데 그게 한 공간

에 뒤섞여 있어서 걷다 보면 이런 것도 있네,

하고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미로 같기도 하고.

박현준 (서울 강서구)

LP 듣는 걸 원래 좋아한다. 여기는 5년 만에

왔다. 주로 록 음반 위주로 듣는데 이쪽에 LP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한번씩 온다. 인터넷

보다 특별히 싸거나 하진 않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면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

미미시스터즈

집이 근처였을 때 종종 왔다. 여긴 상인분들이

정이 참 많으신 것 같다. 오늘 페스티벌 공연

전에 쇼핑도 조금 했는데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고른 물건에 살짝 흠이 있었는데 먼저 알려주

시고 다른 것 찾아주시더라. 다음에는 LP 구경

하러 와야겠다. 상가에 있는 카페 사장님도

참 좋은 분이다. 허브티도 맛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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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는 디지털이 더 좋다고 하는데, 우리도 처음에 디지털 CD 들을 때는 산뜻하고 좋았는데 음폭이

높낮이가 없고 굴곡이 없는 거 같아. 깔끔하고 깨끗하기만 하지. 그래서 실망이야. 천둥번개도 치고 와장창

하는 맛이 있어야지. 근데 LP에서는 못 듣던 소리도 들을 수 있잖아. 나이 든 사람들이 LP를 사랑하는 게 바로

그래서 그런 거야.

- 우종우 대표(현대전자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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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를 당겨야 찍히는 기관총 모양 ‘카메라’

장전, 조준, 발사, 찰칵! 외형은 기관총 모양이지만 방아쇠를 당기면 사진이 찍히는 ‘카메라’가 있었다.

1915년 영국 카메라 제조업체 손튼-피카드사에서 만든 마크Ⅲ 하이드 건 카메라(Mark Ⅲ hythe gun

camera)가 그 주인공. 1차 세계대전 때 군용 카메라로 제조되었으며 탄알을 아끼기 위해 공군사관학교

에서 사격연습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일본의 열혈 사관생도가 기관총카메라를 사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에서 테러범으로 오인을 받았지만, 탄창에서 필름이 나왔다는 일화는 사진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할머니 손님이

2년 전에 저 턴테이블

사간대서 기다리는데

걱정이 돼,

돌아가셨을까 봐.”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은 시간을 버틸 수 없다

유진컬렉션

고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식들

정각이 되자 시계는 종을 울렸고, 카메라에서는 찰칵 소리가,

턴테이블에 바늘을 올리자 우드혼(Wood horn)에서 간드러

진 처녀 뱃사공 선율이 흘러나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순간, 취재팀을 둘러싼 물건들이 달라 보

이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움직이게끔 해서 팔아요. 나는 고물을 파는 게 아

니에요. 살아있는 앤틱을 주는 거지. 오래 보존 잘해주길 바라

고, 생명이 있는 상태에서 줘야지요.”

올해로 11년째 유진컬렉션을 운영하는 김무송 대표는 출판

계에서 근무하다가 60대에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취미수집에

뛰어들었다. 도자기처럼 정적인 물건보다 라디오나 축음기

같이 움직이면서 소리 나는 것에 이끌려 카메라, 타자기, 시계,

선풍기, 영사기, 전화기, 릴 데크 녹음기들을 모았다. “수집을 많이 해서 69평 복층 아파트가 꽉 찼어요. 아내가 당신

죽으면 이거 어떻게 버릴 거냐고 해서 아깝고 방법을 찾다가

가게를 냈지요. 카메라가 원래 600개 있었는데 10년 동안

500개 정도 처분했어요. 이제 100개 정도 남았지요.”

50년에서 100년 전 물건들이 주를 이루고, 가장 오래된 물건

은 며칠 전에 들어온 125년 된 독일제 발로 밟아 쓰는 발재봉

틀이다. 작동 이상이 생겨서 현재는 수리 중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드라이버, 기름, 천들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웬만한 건

스스로 손 보고 안 되면 수리기사에게 맡겨서라도 고치는 것이

철칙이다. 물건들에서 매일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며 정성을

쏟고 있는 게 느껴졌다.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루는 아들 준다고 타자기 사간 사람이 냄새난다고 그러더

라고요. 내가 기름칠하는 게 냄새가 났던 모양이야. 이것도 세

월이 얼만데, 사실 고물냄새가 나기도 하지. 근데 기계의 고물

냄새가 사람 몸에서 나는 체취랑 같은 거예요. 애정을 가지고

기름을 치고 닦으면 역겹지 않아요.”

구매한다는 건 물건의 역사가 오는 것

누구나 화려한 과거가 있듯 물건들에도 전성기는 있다. 하지만

좀 더 작고 간편한 기술을 입힌 물건들이 나오면서 이전의 물건

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유진컬렉션의 물건들도 여러 이

야기를 담고 흘러들어왔다. 아직도 진열장 한 귀퉁이에는 김

대표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앉아 있다. 1952년 고등학교 시

절에 3,000환, 현재 가치로 따지면 3만 원 정도의 돈을 주고

샀던 브라우니 호크 아이 박스카메라(Brownie Hawk Eye

1949, 미국)다. 가장 처음 찍었던 사진은 검은 교복에 머리

인터뷰를 준비하는 동안 대표로부터 종이 한 장을 건네받았다. 이게 뭔가 싶었는데 A4용지 한 장 가득 자필로 쓴, 일종의 ‘가게

소개서’ 같은 거였다. 정갈한 글씨와 ‘취미 수집은 낭만이다.’라

는 제목만으로도 에디터는 어느 시대로부터 날아온 편지를 받

아본 느낌이었다. 빛바랜 종이에 가게 내력과 운영 철학이 가지

런히 적힌 글을 읽다 보니 좋아하는 프랑스 속담이 생각났다. ‘시간을 들이지 않은 것은 시간을 버틸 수 없다.’ 점점 이 가게의 물건들과 대표의 시간이 궁금해졌다.

글 이

유정

· 포

토그래퍼

강정

회현지하상가

Exclu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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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를 빡빡 민 학생 사진인데, 아직도 집에 있어 그 시절을 곱씹

을 수 있단다. 지금 진열장에 있는 건 청파동 하숙집에서 도둑

맞아 훗날 산 것이지만 덕분에 지금까지 수집을 이어올 수 있

었다고.

한창 카메라를 수집할 때는 전국을 돌면서 직접 사들였다. 그

러다 보니 별것 아닌 물건도 사연을 담고 나면 얼마나 귀해지

는지 모른다고 한다.

“공주에 사진관 노인을 만나러 갔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

본 사진관에 사환으로 들어간 얘기를 해요. 일본 사람들 아래

서 고생고생하면서 사진을 배웠는데 해방하면서 그 사진관을

물려받았대요. 지금은 공주에서 제대로 예식장 겸해서 3층

집으로 해서 잘 삽디다. 그때 고생했던 사진기를 나한테 줬는

데, 그 양반 젊었을 때 애환이 다 들어있는 카메라지 그게.”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인생이 오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

른다. 여기에서 ‘사람’을 ‘물건’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하게 느껴

지지 않는 건 물건도 거쳐 간 사람과 사연을 품고 떠돌기 때문

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는 것처럼 켜켜이 쌓인 추억의 겹이

물건들 사이에 숨 쉬고 있어, 들춰보는 재미에 푹 빠져버리기에

십상이다.

“70년대에는 이 타자기로 사무실 비서들, 공무원들이 공문을 썼죠. 여상에서는 주판하고 이거 타자를 칠 줄 알

아야 은행에 취직됐으니 타자학원이 있을 정도였지. 지

금은 토익이니 뭐니 어떨지 몰라도 그땐 타자, 주판이 최

고의 스펙이었다고.”

이 외에도 미국에서 쓰던 1910년형 벽걸이 자석식 전화기

(일명 모시모시 전화기)는 수화기를 들고 핸들을 돌리면 교환

이 전화를 받아 연결해주던 시절의 사연을 담고 있고, 1925

년에 나온 라이카 카메라는 1930년 일제강점기 당시 종로에

어지간한 기와집보다 두 배 비싼 665원에 거래되었다고 한

다. 전쟁 중에 종군기자들이 비행기 위에서 카메라를 떨어뜨

렸는데 몇십 년 뒤에 땅을 파보니 다른 카메라는 썩었고, 라이

카는 생생히 살아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바깥에서

기웃거리던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다.

물건과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의리’

릴 데크 녹음기를 찾는 손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몇 가지

❹❶ ❷

G:HA[지:하] - EXCLUSIVE

❶ 1903년에 제작된 빅터 토킹 머신사

(Victor Talking Machine Co.)의 빅터5

나팔 축음기와 레밍턴 타자기

❷ 대표가 자필로 쓴 ‘가게소개서’. 물건을

대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❸ 100여개 남은 필름 카메라들. 거쳐 온

주인들과 세월만큼 사연도 많다

❹ 들여온 지 얼마 안 된 새 식구 125년 된

쾰러 재봉틀. 대표가 재봉질을 하며 손수

수리중 이다

❺ 1910년형 벽걸이 자석식 전화기.

교환을 통해야만 통화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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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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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분들이 이것저것 욕심을 내면 난 말려요. 한 번에 사면 싫증이 난다고 말리지요. 옛날에 소설 전집 사서 다 못 읽는 거랑 마찬가지예요. 한 권 한 권 사서 보는 게 재

미가 있는 거랑 똑같아요.”

9

INFORMATION

INTERVIEW

김무송

유진컬렉션 대표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0-10

회현지하상가 나열 4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10-9489-3239

물건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베이지색 기계가 모습을 드러낸

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두 개의 휠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익숙

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 1970년대

MBC 프로그램에 나온 노래를 녹음한 것인데 아직도 깨끗한

음색을 자랑한다. 손님은 결혼할 때 녹음한 테이프를 재생하

기 위해서 릴 데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구하기 힘들다는 테이

프와 기계를 보던 손님은 다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빈말처럼 들릴 법한데도 김 대표는 그 물건을 한

쪽에 슬며시 빼놓는다. “난 손님과 구두 언약을 하면 그대로 믿어요. 예전에 회사 다

니던 시절에 마음에 둬놓은 라디오 보러 충무로 ‘기쁜소리사’

에 가서 흥정하고 저녁에 사러 오겠다고 했는데, 일 끝나서 갔

더니 고새 팔아버린 거야. 얼마나 아쉬운지. 그때 생각하면 그

마음 알기 때문에 안 팔고 있어요. 저 보라색 턴테이블은 3년

째 못 팔고 있어요. 할머니가 산다고 하고 가셨는데, 돌아가셨

는지 모르겠네. 걱정돼.”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느냐는 질문에, 장사로는 재미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재테크나 재산증식으로 모았다면 지금까지

올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물건과 사람의 인연을 중시하

는 김 대표는 이 물건을 모두 팔고 난 후에 세상을 떠났으면 한

다. 만약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한다면, 가치를 모르는 자녀들에

게 주기보다는 물건들을 아끼고 소중히 할 사람을 찾아 가게

를 넘겨주고 싶단다. 물건과 사람 모두를 감동하게 하는 ‘의리’

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나는 80년 된 앤틱인데 사려는 사람도 없고 돈 주려는 사람

도 없어요.(웃음)”라고 말하는 김 대표의 얼굴에서는 이 물건

들과 함께해온 세월이 묻어 있다. 그의 손을 거쳐 제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110년 된 나팔축음기도, 이대로 잘 보존하면

100년 뒤에도 소리를 내고 돌아갈 것만 같다. 돌보는 정성과

시간만큼 우리의 인생도, 기계의 수명도 비례해서 늘어가니

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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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과거를 모았다가

필요한 사람들한테

전해주는 거예요”

시간을 이어 달리는 사람들의 바톤 존서울우표사

우표에서 시작해 근대사 자료로

서울우표사의 안광균 대표는 1975년에 수집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방의 한 학교 앞에서 골동품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손님들은 골동품보다 안 대표가 재미 삼아 모아 본 우표를 더

좋아했다. 결국 모아두었던 우표를 다 팔고, 다시 수입해서

팔면서 우표 수집상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7, 80년대는 누구나

우표를 수집했다. 한창 우표수집이 붐일 때는 백화점 1층 가장

좋은 자리에 우표 상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90년대로 넘어오면서 점점 우표를 찾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대신 과거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자료를 모으는 사람들이 나타

났다. 안 대표 역시 그 흐름에 따라 수집품의 범위를 근대사

자료로 넓혔다.

처음은 사진 엽서였다. 우표를 취급하다 보니 연결되어 자연

스레 들어왔다고 한다. 1900년대 초 우리나라의 풍경과 풍습을

담은 사진 엽서들이 가득한 정리함 안에는 당시의 서울, 인천

모습이나 평양역처럼 지금은 가 볼 수 없는 북한 지역의 풍경

들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선비와 농민, 기생과 아이를 업은

여인까지 당시 사람들의 모습 역시 선명했다.

180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차곡차곡 시간을 모아 놓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들이 가득

하다. 대한제국 시기부터 1960년대까지 우표나 엽서는 물론

포로우편, 사진, 신문, 담배 포갑지, 상표, 서적처럼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모든 것이 있다. 5,60년대의 채권, 상점 거래

영수증, 보험 증서, 전당포 담보표 같은 자료들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보통 사람

들의 삶을 증언한다. ‘미시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 중 2,3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여행용 종합

바우처가 취재팀의 눈에 띄었다. 배와 기차를 갈아타며 중간에

밥도 먹고, 잠도 자면서 여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표를

모은 것으로 요즘의 에어텔 여행 상품과 비슷했다. 1961년

시행된 농어촌고리채정리사업의 심사 판정서, 1973년 새마을

사업 지붕 개량 융자 신청서 같이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어디

서도 찾을 수 없는 자료들도 이곳에는 종류별로 빼곡했다. 역사를

연구하는 학생과 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창고. 실제로

연구자들이 종종 찾아오고, 박물관으로부터 납품을 요청 받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거래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95년까지만 해도 이 모든 자료를 안 대표가 발로 뛰어 구했다.

1년에 백 일 이상을 외국에 나가있던 때도 있었다. 상인이니까

판매는 당연히 하는 거지만, 수집가로서 세계를 뛰어다니며

하나하나 찾아내고 손에 넣은 스토리가 생생해 하나씩 팔려

나갈 때마다 못내 서운하기도 하다.

글 최

지은

· 포

토그래퍼

강정

사실, 우리 사이에는 시간을 거슬러 사는 사람들이 숨어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벤자민 버튼도 아니지만 과거의 시간을 모으고, 이 시간을 이어받을 미래의 주자를 기다리는 사람들. 바로 수집가다. 1800년대와 1900년대, 2000년대를 넘나

드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시간 여행의 메카가 있다고 해 취재팀이 직접 가 보았다. 회현지하상가의 서울우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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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지하상가

단 17일 간 사용된 100조 달러짜리 지폐

2009년 2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100조’ 짜리 지폐를 발행

했다. 한 달 물가상승률이 50%를 넘어서면 초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짐바브웨의 2008년 7월 물가 상승률은

2500.2%에 이르렀다. 결국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10조, 20조, 50조, 100조 단위의 지폐를 발행했다. 하지만 겨우

17일 후, ‘0’ 12개를 지우는 액면 단위 변경을 단행해 이 지폐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비록 17일 동안 밖에 사용

되지 않았지만 위조방지 금선, 홀로그램 등 위조방지 요소까지 모두 갖춘 엄연한 법정 통화였다.

$100,000,000,000,000

G:HA[지:하] - EXCLU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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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EXCLUSIVE

우표는 단순한 우표가 아니다

우표 수집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해도, 다른 이유로 우표를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곳의 단골손님 중에는 우표만

으로 자동차 발달사를 보여주는 책을 만들어 국무총리상을 받은

사람도 있고, 우표를 교구로 어린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하는

박물관 관장도 있다. 취재 중에도 카자흐스탄의 한 유명 배우가

우표를 사 갔는데, 그가 모은 우표 만으로도 영화계를 주름

잡았던 전세계 배우들의 얼굴을 대부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특정 주제를 잡아 연구 논문을 쓰듯 내용을 기획하고 그에

따라 오직 우표만으로 그 주제의 A부터 Z까지 소개하는 ‘작품’을

❶ ❸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우표 디자인이 철저한 조사와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우표의 도안

이나 사용된 종이, 인쇄 등을 연구하며 모으는 사람들이나 우편

배달 시스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소인이 찍힌 자료를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활동을 특별히 ‘Philately’, 우리말로는 ‘우취’라고 한다. 우표수집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학문적

취미다.

우표가 자료로서만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우표가 ‘돈’으로 사용되었던 흔적도 볼 수 있다. 과거 하이퍼인플레

이션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화폐 대신 우표를 통화로 사용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년 전까지 우표로 예금을 할 수 있었다.

화폐로 사용되었던 외국 우표, 돈 대신 우표가 붙은 ‘우표저금

대지’와 통화 요금표 같은 자료들이 이곳에서 그 시절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수집은 과거를 미래에 건네주는 것 안 대표는 서울우표사의 단골 손님들을 ‘연어’ 라고 표현했다.

70년대 우체국에 줄 서서 우표를 사던 사람들이 회귀본능으로

찾아온다는 것. 당시에는 다들 넉넉지 않아 조금씩 사고 만족

❶ 이곳의 단골 고객들이 만든 우취 작품집

❷ (반시계 방향으로)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우표 저금대지, 1960년에 체신부에서 발

행한 저금대지, 1946년 해방 직후 전화요

금을 우표로 납부한 용지

❸ 시모노세키에서 여수항을 경유해 기차로

남원/대전/벌교/보성으로 여행할 수 있는

1개월 짜리 티켓

❹ 1930년대 신세계 백화점, 한국은행, 남대문

등 서울의 풍경과 풍습을 볼 수 있는 사진 엽서

❺ 구한국, 일제 시대보다도 귀한 해방 직후의

자료들. 사진은 오분리건국국채와 해방

기념 엽서

❻ 미국의 키스톤뷰컴퍼니에서 1904년에

제작한 입체 사진(stereoview)과 입체경

(stereoscope). 제목은 ‘House building

in Chosen’이다

❷한 시대를 풍미했던 상품의 포장과 상표들.

상품의 변화만 보아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이 어느 정도 하겠다는 건 느낌으로 알아요. 40년 가까이 하다 보니 감각이 생기죠. 오랫동안 못 본거고, 어느 때 나온 어떤 것보다 귀한 거다. 예를 들면, 해방부터 한국전쟁 사이의 자료가 가장 귀해요. 1800년대 것

보다도 오히려 더 보기가 힘들거든. 공부도 하긴 하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학자들 몫이고 우리는 자료를 찾아서 모았다가 필요한 사람들한테 전해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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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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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사랑하는 건 이런 것들 아니고 손주”라고 웃으면서도

젊은 친구들이 부담 없이 다가오면 좋겠다고 말하는 안광균

대표. 그는 오늘도 이곳에서 열정과 사명감으로 시간을 이어

달릴 젊은 수집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나가다가 머뭇머뭇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어요. 궁금

하긴 한데 막상 들어와 보긴 좀 그런가 봐. 우리 문턱은 없는데(웃음). 와서 물어보면 어떤 방향으로 수집 시작

하면 좋은지 다 말해 줘요. 근데 사실 최고는 뭐든지 손에 잡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에요. 쉽게 접할 수 있는 거

부터.”

❹ ❻

INFORMATION

INTERVIEW

안광균

서울우표사 대표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0-10

회현지하상가 다열 12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2-756-2737

해야 했던 분들이 연어처럼 돌아와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수집이란 과거를 모아 미래에 전달해야 비로소 완성

되는 법이다. 그래서 서울우표사의 시간은 흘러가 버리지도,

멈추어 버리지도 않은 채 잠시 고요히 머물러 있다. 다음 세대로

자신을 넘겨 줄 수집가의 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수집가들의 거래가 점점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기는 만큼,

서울우표사도 온라인 거래에 주력하고 있다. 안 대표의 아들이

일을 배우며 대를 이어 함께 하고 있는데, 주로 오픈마켓 거래를

돕고 있다.

안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젊은 친구들이 오면 좋은데 숫기가

없어서 못 들어온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 이제 숨겨왔던

정체를 드러내자. 지금의 2, 30대 치고 왕년에 ‘따조’, ‘띠부띠부

씰’ 같은 것들 안 모아 본 사람 없지 않은가. 새롭게 무언가를

모아보고 싶은 사람, 지나가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신기한

물건의 정체가 궁금해진 사람, 우리나라의 옛 모습에 대해 재

미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조금만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가보자. 시원한 차 한 잔과 함께 재미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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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EXCLUSIVE

“몇 년 동안 못 구한 걸

찾았다고 절을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 감성’ 하던 젊은이들의 문화 갈증 해소처

현대전자

우리나라 최초의 레이저디스크 상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우종우 대표, 문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어렸

을 때부터 남달랐다. 어린 시절, 젊은이들이 여가를 즐길 공간

은 극장, 음악감상실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비싼 극장 대신 저

렴하게 이용하던 동시 상영관의 추억이 아직도 그에겐 생생하

다. 학원에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보러 간 동시 상영관의 마지막

상영은 제멋대로 편집되어 줄거리를 파악하는 일조차 어려웠

지만, 그에게 흥미와 기대를 주기엔 충분했다.

어른이 된 그는 전자부품을 수입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진공

관, 트랜지스터 수입 일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레이

저디스크(LaserDisc: LD)를 만난다. 화질과 음질이 떨리고

불 안정한 비디오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신선한 충격에 빠

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1979년, 지금의 회현지하상가 자리

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레이저디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레이저디스크는 비디오와 DVD 사이에 등장했던 영상 디스

크다. 크기가 큰 이유는 아직 기술이 더 발전되기 전이었기 때

문이고 소수의 마니아가 끊임없이 찾아주는 덕에 아직 시중

에서 거래되고 있다. LP는 그 연식이 100년이 넘었으나, 레

이저디스크가 생산된 건 30년도 채 안 된다. 최초로 미국에

서 레이저디스크로 출시된 영화는 1978년에 출시된 죠스

(Jaws)다. 1990년대 중반부터 DVD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미국 기준으로 지난 2000년, 공식적인 생산이 중단되었다.

한창때엔 회현지하상가 내에만 현대전자와 같은 상점이 서

른 곳은 되었다. 청계천에도 유사 매장들이 가득했다. 현대전

자 또한 다섯 평이 조금 안 되는 공간에 직원만 서너 명이 있었

지만, 식사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하루에 100

장 정도를 팔았다니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인기다. 하지만

2005년 즈음부터는 기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인터넷과 스마

트폰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작은 화

면으로, 무료로 영상을 보는 문화가 익숙해지고, 오리지널 영

상디스크와 플레이어를 향유하는 층이 점점 줄어든 것이다.

극장 밖에서 영화를 향유하는 사람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토렌트 등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사람, DVD를 모조리 구매하거나 대여하는 사람, 둘의 비중이 적당히 섞이되 ‘어머, 이건 소장해야 해’ 하는 것들만 구매하는 사람. 문화콘텐츠의 가치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내 주머니 사정이 어떤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일단 ‘구할’ 수는 있다. 전엔 그런 것도 없었다. 갖거나 혹은 없거나였다. 바로 그 시절에 현대전자가 있었다.

이희호 여사, 그 옛날 명작에 카메오로 출연을?

이탈리아의 영화 거장 엘리오 페트리(Elio Petri) 감독의 1965년 작, ‘제10의 도망자(The 10th victim)’의 한 장면에서는 단발머리

에 분홍빛 한복을 입은 여인이 화면에 담긴다. 놀랍게도 이 사람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인데, 미국 유학시절 당시

우연히 카메오 출연을 하게 된 것이다. 영화는 폭력과 살인이 합법화된 시대의 두 킬러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쩐지 영부인과

어울리는 줄거리는 아니지만, 영부인 카메오라니. 관능미의 종결자로 알려진 ‘울슈라 안드레스(Ursula Andress)’와 이탈리아

국민배우 ‘마르첼 마스트로얀니(Marcello Mastroianni)’, 그리고 거장 감독이 만든 고전 영화라는 점 이상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글 오

수희

· 포

토그래퍼

강정

회현지하상가

“중년들은 집에서 기계 갖춰서 빵빵하게 보는데, 요즘 사람들은 요만한 이어폰 귀에 꽂고 그러잖아.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걸로 만족할지 모르지. 아저씨처럼 이렇게 전통을 고집하고 있는 사람이 다 없어

졌어, 나 혼자야(웃음).”

사실상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 “장사 안되어도 계속 하실 거죠?” 하는 단골들 때문에 쉽게

일을 접을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 우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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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EXCLUSIVE

좋은 콘텐츠를 알아보고, 공유하다.

지금 레이저디스크가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 우 대표에 따르면,

레이저디스크로 출시된 영화가 만 가지라면, DVD는 이제 절반

정도 출시된 상태다. 007 영화가 20편 나왔다면, LD는 20장이

다 나왔는데 DVD는 아직 다 출시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시

간을 붙잡고 싶은 어르신들은 LD를 바로 오늘, 지금 사서 본다.

당시엔 한 장에 십만 원, 팔만 원하던 LD를 지금은 만 원에 팔기

도 하니 소비자로선 더 나은 상황이기도 하다.

우 대표는 1950년대 영화들이 참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게 자동화되고 빠르게 흐르는 지금은 영화관에 다녀와도 ‘대체

내가 뭘 봤나’ 한다고. 그러고 보니 속도감에 익숙한 젊은 세대

는 빠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기가 무척 어렵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당시 영화들은 템포가 느렸고, 그 덕에 그레고리 펙, 마

릴린 먼로와 같은 훌륭한 배우의 잔상도 많이 남는다니 말이다.

한편, 1960~70년대 군사 독재 시절에는 문화예술에 관한 규

제가 많아 좋은 영화들을 마음껏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했

었다. 그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 대표는 끊임없이 손수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와의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전자의 특별함은 레이저디스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 칸 영화제 수상작 등

작품성 높은 영화들을 이곳에서 DVD로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엔

흥행하진 않았어도, 대중적으로는 고리타분할지 몰라도 작품

성이 뛰어난 수작들을 보고 싶은 손님들을 위한 우 대표의 노력

이 깃들어 있다. 35년에 접어든 그의 경력은 뛰어난 작품을 알

아보고 구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뛰는 상인 위 나는 고객

현대전자를 일종의 성지(?)로 여기는 사람들은 누굴까. 20년

전쯤, 장당 10만 원에 육박했던 레이저디스크는 교복 입은 학

생들에겐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별과 같았다. 급기야 학생들

은 사장님과 협상을 했단다. ‘카피해주면 내 친구 10명 데리고

올게요’라는 조건으로. 20장을 했을 때는 이득이 되는 상황이

니 윈-윈인 셈 치고 카피를 떠준 때도 있었다고. ‘LD 뜬다’는 표

현이 있을 정도였다.

없던 시절이지만 좋아하는 것만은 놓칠 수 없었던, 우종우 대표

와 꼭 닮은 학생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현대전자 앞을 지난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병석이에요.”하는 아저씨(?)들을 매번

알아보긴 어려워도, 옛이야기가 시작되고 함께 추억에 젖어드

❶ 현대전자의 냉장고에 빼곡히 붙어있는

옛 작품들의 포스터들

❷ 알프레드 히치콕의 ‘dial M for Murder’

레이저디스크 버전

❸ 일반 DVD 매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희귀

작품들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현대전자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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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들 중엔 일류 만화가가

된 사람도 더러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디즈니가 귀했던 시절의

유일한 통로니, 이들에겐 현대전자가 일종의 학교였을 테다.

“007이 25개 정도 되는데 취미인 사람들은 중간에 빠진 걸 못 구하면 잠을 못 자. 바둑 배울 때 체크 옷만 봐도 바둑 돌이 보이는 거랑 똑같지. 돈이 많다고 해도 취미가 없는 사람은 이거 안 사. 봉급쟁이라도 부인 몰래 한 달에

10~20만 원 겨우겨우 모아놓고 사는 게 취미야. 나한테도 소중한 사람들이지”.

애정의 쌀

(Riso Amaro)

1949 | 이탈리아 실바나 망가노, 빗또리오 가스만 주연

주인공인 실바나 망가노는 1930년생으로 ‘이탈리아

원조 꿀벅지’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배우다. 애정의 쌀

에서 이 실바나 망가노가 맘보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

는데, 덕분에 한국에서는 맘보춤 열풍이 불 정도로 화

제가 되었다.

해녀

(Boy on a dolphin)

1957 | 미국

알렌 래드, 클리프튼 웹, 소피아 로렌 주연

최고의 육체파 배우 소피아 로렌이 26세에 촬영한 작

품. 해녀가 물에서 멱 감다가 로마시대 보물을 발견하

고, 미국의 해저 과학자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되는 연

애 이야기다. 한국 극장에 상영되었을 때, 해녀인 주

인공이 얇은 옷을 걸친 채 물에서 나오면 다들 “헉!”

소리를 지를 정도로 이미지들이 당시로서는 파격적

이었다.

푸른 파도여 언제까지나

(Io bacio… tu baci)

1961 | 이탈리아 미나, 움베르트 오시니 주연

경쾌한 음악과 함께 사랑 이야기를 시원스레 엮은 뮤

지컬 코메디풍의 청춘영화. ‘미나’는 영화 속에서 동

명의 유명한 가수 ‘미나’로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 “행

복은 가득히”(ll cielo in Una Stanza)라는 노래를

불러 영화보다 더 인기를 끌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6월 15일 스카라극장에서 개봉하여 한달 간

롱런하여 관객동원에도 성공했다.

현대전자 우종우 대표가 추천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 영화 3선

우 대표보다도 더 많은 판과 지식을 갖춘 손님들도 있다. 외국영

화가 한국판으로 넘어오면서 어떤 장면이 편집되었는지 알 정

도로 유식한 전 외교관도 있었고, 대단한 양의 판을 가지고 있다

고 정평이 난 전영록씨도 그의 가게를 들렀다. 단골이 원하는 판

을 못 구하는 경우가 있으면 “내가 옆에다 자리 깐다. 가게 할 거

야.”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니, 어쩌면 현대

전자의 오늘은 집요하게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면 이처럼 풍요롭진 못했을지도 모른다.

1979년 현대전자를 연 이후 우 대표는 정규 휴일 말고는 한 번

도 쉰 적이 없다. 장사가 되든 안 되든 여는 시각, 닫는 시각을 지

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아플 때는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으니

그런 적도 한 번 없단다. 어쩐지 일흔이 넘은 그의 얼굴에 생기

가 가득했다. 가장 순수했던 시절부터 음악과 영화를 사랑했던

마음에 지겨움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나 보다. 늘 좋은 작품

들과 함께한다는 자부심, 누군가가 간절히 찾았던 판을 구해줄

때의 보람이 그의 매일매일을 즐겁게, 또 이곳 지하상가를 지키

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INFORMATION

INTERVIEW

우종우

현대전자 대표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0-10

회현지하상가 다열 6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2-778-1250

지금도 현대전자를 찾는 이들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젊은 연극영화과 학생들은 교수가 추천한 영화를 찾아오고

방송, 시나리오 작가들도 많이 찾는다. 나이 든 사람들은 과거에

본 영화에 대한 향수로 들른다. 한 번은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현대전자를 들렀는데, 프랑스보다 더 판이 많은 곳이라며 놀라

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젊은이는 몇 년 동안 못 구한 걸 여기서

구했다며 우 대표를 향해 절을 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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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m

이것은 복고가 아니다.

새 물건이 흔해지면 낡은 물건이 더 신선하다는 사실,

지하상가는 이미 알고 있었나보다. 눈을 뗄 수 없는

비주얼과 갓 나온 듯 쌩쌩하게 작동하는 회현지하상가의

앤틱 아이템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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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지: ❶1960년대 당시 유일했던 휴대용 라디오인 NATIONAL 트랜지스터 라디오(일본) 10만 원 ❷1952년산 Remington Super-Riter(미국) 25만 원 ❸1927년산 BING No.2(독일) 50만 원, 유진콜렉션(회현지하상가)오른쪽 페이지: ❶40~50년 된 Caravelle 회중시계 25만 원 ❷❸❹❺Elgin, Amiral, Waltam 등 골드플래티드(도금) 처리된 각종 회중시계 35만 원대 ❻시계 내부의 도금 장식과 14K 체인이 돋보이는 미니 회중시계 45만 원 ❼80~1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Illinois 회중시계 170만 원대 ❽옛날 영국 차에 내장되었던 카 클락(car clock) 60만 원 ❾수작업으로 조각, 100년 가까이 된 Elgin 플래티늄 손목시계 300만 원대, 명동탑워치(회현지하상가)

❽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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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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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지: ❶Sansui SR-2050C Belt drive 수동 턴테이블 40만 원, 종운전자

(회현지하상가) ❷팝, 재즈, 클래식,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LP 1만 원~4만 원대, 리빙사(회현지하상가)오른쪽 페이지: ❶1954년산 Leica ⅢF 가격 문의 ❷ZEISS IKON Super Ikonta 531/2(필름사이즈 6*9) 가격 문의 ❸1968년산

Leica M4와 90mm 렌즈 가격 문의, 장씨

카메라(회현지하상가)

디렉터/ 하지원

촬영/ 강정호

장소 협조/ 회현지하상가 올드하우스, 마레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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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그들이 사는 세상

종로4가지하상가 청년가게 4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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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호수 상호명 콘텐츠

13호 굿타임프레스 인디음반 및 수집소장품 판매

27호 다시서점 독립출판물 및 소품 판매

32-34호 사부작연구소 손바느질, 뜨개 워크숍/연구

35호 서울수집기 각종 물품 수집/기록/재구성

37-38호 호레이호레이 다양한 스타일의 모자 제작

23/39/41호 게으른 농부들 가죽공예 제품 판매 및 공방

49-51호 꼬랑내프로젝트 양말인형 및 소품 제작

68호 PLCOM 아동교구 제작 및 교육

77-78호 청년장이 리사이클링 제품 제작/판매

89-90호 최선희 한복 한복/전통소재 공예품 제작

100/113호 반반(Ban-Ban) 패브릭 제작 및 수집품 판매

102/114호 MOW 가방 제작 및 판매

20호종로4가 청년가게 운영단

청년상인 발굴 및 운영

광합성을 하기 위해, 손잡고 청계천으로 마실을 나간다고 한다. 배오개다리를 지나 뒤뚱뒤뚱 지나가는 하얀 오리들이 정겨워 ‘제임스 오’라 이름 붙여 마스코트로 삼았다고 한다. 그러다가도 지하로 내려와 각자의 손작업에 몰두하고 장사하는 이들은 종로4가 지하상가의 청년 상인들이다.

작년 11월부터 서울시 ‘청년허브’를 통해 ‘생산, 제작, 지역’의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콘텐츠와 아이템이 있는 청년들이 경쟁을 뚫고 종로4가지하상가에 입점했다. 총 13개 팀의 젊

음이 자리를 채웠고, 상가에는 활력이 돌았다. 6월부터는 어린

이대공원에 전용 상설부스가 생겨 판로도 개척했고, 매월 ‘불타

는 금요일 저녁’ 하루를 잡아서 손님들과 청계천도 걷고 물건도 파는 ‘나이트 워크 앤 마켓(Night Walk & Market)’도 진

행한다. ‘Made in 종로4가 청년가게’의 브랜드가 젊은 사람

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지금, 과연 그들은 어떤 아이

템으로 지하에 내려올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4인의 청

년 상인을 모아 ‘장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왼쪽부터 박지민 (<청년장이> 대표 동생), 최선희 <최선희 한복> 대표,

나하나 <양순네(반반)> 대표, 김경현 <다시서점> 대표'

23 23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나하나(이하 나) 양순네에서 패브릭 직물제품을 주문 제작하고

있는 나하나입니다.

최선희(이하 최) 최선희 한복 대표 최선희라고 하고요. 한복을

만들고 공예품을 만들고 바느질 수업도 하고 있습니다.

김경현(이하 김) 질문 잡지 헤드에이크를 만드는 팀의 일원

이자 독립출판서점을 운영하는 김경현입니다.

박지선(이하 박) 저는 폐원단이나 자원을 수집해서 소품을

만드는 청년장이 박지선입니다.

전에는 다들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나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했었어요. 청소년 단체에 있다가

경기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그런 일들을 했었

는데... 패브릭 일을 취미로 하다가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솔직히

회사 다니기가 싫어서 여기에 왔어요(웃음).최 저는 의상학과 나와서 한복회사를 7년 다녔는데요, 기존

회사 대표님이 이민을 가셔서 본의 아니게 작년에 독립했어요.

작업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였죠.

김 저는 음향을 전공해서 음원 사이트 회사에 다녔었거든요.

귀가 안 좋아져서 그만두고, 절에도 잠깐 있었다가 글 쓰고 싶어서

웹진 팀에 들어갔다가 지금의 독립출판 <헤드에이크> 편집장을

만나서 같이 서점을 하게 됐어요.

박 주얼리 디자인 학부를 졸업하고 패션 주얼리 브랜드에서

일했어요. 개인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나왔어요.

지하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청년 상인 4인의

솔직한 대담

왜 지하상가에 자리를 잡았는지 궁금

해요. 다른 장소도 많았을 텐데요.

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건 입주 팀들이

손작업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 같이 모여

있으면 재미있을 거 같았거든요. 그리고

다른 데보다 관리비가 싸더라고요. 싼 것도 큰 매력이죠. 로드샵

에서 했으면 좋아하는 일을 하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김 저 같은 경우도 작년에 계속 이태원, 한남동에 공간을 보러

다녔는데 권리금이 너무 올라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원래는 살롱처럼 하고 싶었거든요. 서점이면서 커피도 나눠드

리고 술도 같이 먹고 하는 공간을 생각했는데 일단 너무 비싸

니까 싸고 좋은 곳을 찾다가 작년에 청년허브와 일을 했던 인연

으로 신청하고 뽑혀서 여기로 왔어요. 처음에 와서 손님이 책을

사면 제가 술 한 잔 주는 걸 생각했거든요. 글라스로요. 근데

여기는 술을 들여올 수 없으니까 아쉽죠. 여기서 해보고 잘

되면 2호점을 지상에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에디터) 술 주시면 여기 책 금방 동날 거 같은데요?

김 그러니까요. 조금 아쉬워요.

최 저는 우연히 청년가게 모집공고가 딱 떴는데 정말 하고 싶

더라고요. 그 정보를 보게 된 날이 생일이기도 하고 그날 이상

하게 컨디션이 좋았어요(웃음). 설명회가 당일 4시인가 했는데,

놀러 나가는 길에 들러볼까 해서 왔더니 운영자분들이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저를 위해서 만든 자리처럼 ‘와, 나 이거 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자연스럽게 들어왔죠.

(에디터) 운명적이네요!

박 전 무엇보다 지리적인 위치가 좋았어요. 재료수급에 있어서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도 가까이 있고 부자재 시장도 있잖아요.

종로3가 세공시장도 있고 걸어서 다 다닐 수 있어 좋죠. 교통의

중심에 있으니 소비자도 찾아오기 쉽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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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❶ ❷ ❹

G:HA[지:하] - STORY

어떤 생각, 마음으로 작업 혹은 장사를 하는지 궁금해요.

김 방금 말한 것처럼 지리적인 요건도 좋지만, 주변에 광장시장,

구제시장, 맛집도 많잖아요. 이 동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뭘까 고민하고 그걸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여기

는 혼수 상가니까 관련된 걸 팔아보려고 책 이외에도 젊은 부

부들이 좋아할 만한 향초, 그림, 사진도 함께 판매하고 있고요.

시니어 상인분들이 혼수를 하고 계시니까 같이 공생하려면

톤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요.

나 저희는 주문 제작하는 게 많거든요. 사람들이 주문하면 이

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최대한 반영하고 생각해서 물건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연꽃 모양, 빈 밥그릇, 고래 등등

원하는 모양을 주문하시면 최대한 주문하신 분의 느낌과 맞게

디자인하고 자수를 해서 물건을 만들어드렸죠. 받을 사람이 좋아

했으면 하고 만들어요.

최 저도 비슷한데요. 여성 한복 같은 경우는 내가 입는다면

어떨까 생각해요. 몸에 닿는 부분은 면이나 리넨으로 제작하

거든요. 아이 한복은 한복회사에서 10~20만 원에 만들고 싶

어도 가격이 안 맞으니 합성소재를 쓸 수밖에 없는데 그게 쾌적

하지 않거든요. 아이 한복은 남자 셔츠 소재를 많이 쓰고 입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쾌적한지 아닌지를 제일 중요하게 여겨요. 현

대적이고 멋스럽고 쾌적한가 아닌가를 생각하며 작업해요.

시니어 상인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최 저 같은 경우는 시니어 상인분들 모습 보면서 점점 확신을 얻

어가요. 주변에 한복과 양복 만드시는 분들이 보통 20~30년

경력을 가진 분들이에요.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그분들 바느질,

재단솜씨가 저한테는 초능력처럼 느껴지거든요(웃음). 처음에는

눈총도 받았어요. 제 작업이 한복은 일상소재로 만들고 공예

품은 전통소재로 만들거든요 전통옷을 만들면서 전통소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시니어 상인분들이 하셨었는데

지금은 제 작업을 이해하시고 소품을 만들 수 있게 조각천들을

모아서 갖다주세요. 놀러 가면 차도 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요.

조금 있다가는 저희 가게 건너편 ‘벤츠 양복점’ 대표님이 해주

시는 테일러링 수업을 들으러 가요. 실력이 엄청나시거든요.

사실은 알고 보니 전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테일러링 회장님

이시더라고요. 관심 있는 청년가게 식구들과 가서 배우기로

했어요. 바쁘신데 시간을 쪼개서 알려주는 마음이 정말 감사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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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7

❶ 양순네 작업 선반 앞에 붙은 재미있는

작업강령

❷ 학생, 직장인 모두에게 유용한 양순네표

도시락 가방들

❸ 폐원단, 폐목재에서 아기자기한 패션

소품으로 거듭난 청년장이 제품들

❹ 일주일에 두 번 라탄공예 워크숍을 진행

중인 청년장이

❺ 면소재로 만들어 손빨래, 세탁기에 돌려도

걱정 없는 최선희 한복

❻ 다시서점에 입고된 독립출판물들

❼ 전통소재로 만든 최선희 한복 소품들.

비정기 워크숍도 열린다

❽ 책뿐만 아니라 사진, 엽서, 향초 등 소품들도

만날 수 있는 다시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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❻ ❽

김 서점 앞을 지나가시면서 구경도 하시고 걱정도 하시고(웃음). 저희가 파는 소규모출판물들 보면 신기해하시는데 대형서점에

판매하지 않는 것들 위주로 판매한다고 말씀도 드리고요. 시니어

상인 몇 분은 오셔서 사주셨어요. 젊은이들이 하니까 사볼게

하는 분들도 많아요. 장사하는 게 쉽지 않은 거니까 기왕 하는

거 열심히 해보라고 개시도 해주시고요. 저희는 신혼부부들

예단하러 오면 저희 가게 소개해달라고 부탁도 드리고요.

입점하면서 종로4가 지하상가에서 꼭 이것만은 하겠다는 목표 내지는 다짐이 있었나요?

박 작년에 교육차 뉴욕을 다녀왔어요. 안나수이가 소호에서

처음 매장을 연 곳이 지금도 운영을 하더라고요. 디자이너로서

발판이 된 곳이잖아요. 제게는 ‘청년가게’가 하나의 상징이자

모티브가 되는 곳이라서 일단 제 브랜드를 열심히 키워서 알리

는 게 목표고요. 다음에 지상으로 나가게 되더라도 그 브랜드가

처음 시작했던 곳이구나, 하고 알려지는 그런 장소가 됐으면 좋

겠어요. 저랑 같이 입점한 1세대 청년가게 친구들이 다 그렇

게 됐으면 좋겠어요.

나 처음에 공간이 생겨서 하고 싶었던 건 워크숍이었어요.

여기서 사람들이 와서 관계도 만들고 물건도 사고 그런 걸 생각

했거든요. 거의 반년이 지나갔는데 그런 걸 더 해보려고요. 7월

부터는 본격적으로 워크숍도 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고정

팬이랄까? (웃음) 그런 분들을 늘리는 게 목표에요.

최 한복회사 다니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여기서 해소하고 싶

어요. 한복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선택지가 없다는 게 큰 거 같거든요. 한복의

여러 가지 종류 중에 새롭고 재미있고 편안한 선택지를 제가

만들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김 저 같은 경우엔 하루하루 묵묵히 하는 게 길게 봤을 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상호가 다시서점인 이유가 서점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서점을 다시 해보자는 의미거든요. 제 또래 친구들이

어릴 때 서점이나 음반점을 들락거리면서 ‘나이 들면 해봐야지.’

하고 꿈꿀 정도였는데, 이제는 ‘4대 보험 되는 데로 가야지.’

하니까요. 그 친구들은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는 거고 저는 저 나름

의 길을 찾는 거라서 다시 서점을 해보자 하는, 어렸을 때를 되

새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던 거 같네요.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4가 121

종로4가지하상가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11번 출구)

다시서점 www.fb.com/dasibookshop

양순네 www.fb. com/ Yangsoon.net

청년장이 010-4419-8182

최선희한복 010-8959-1480

26 26

섀도 박스, 생소한 이름인데 어떤 작업인지 설명 부탁드려요.

섀도 박스는 같은 그림을 여러 장 가지고 각자 다른 부위를 오리고

원근감 있게 배치해서 두께가 있는 상자에 넣는 공예에요.

똑같은 그림 10장이 사용되는데요. 한 장은 맨 끝에서 배경

역할을, 한 장은 중간에 서 있는 마차와 사람, 한 장은 꼬리를

흔드는 개, 이렇게 장마다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게 자르고 붙이는

작업을 해요.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면 한 번에 알게 되는데

(웃음). 섀도 박스와 기본 그림을 옆에 두고 비교해서 보면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죠.

그림에 3D 효과를 준 거 같네요. 도안은 직접 만드시는 건가요?

아니요. 기존에 있는 그림을 보고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수입을

해요. 한번 나갈 때마다 100장 정도 수입하거나 아는 분이 나

가면 부탁해서 교환하기도 하고요. 섀도 박스 하는 사람들 사이

에서 유명한 작가가 있는데 네덜란드 작가인 안톤 픽, 미국 작가

모헤드 그 외에도 유명한 분들의 그림으로 만들어요. 수채화나

유화는 선이 불명확해서 자를 때 힘들거든요. 그래서 명확한

선을 가진 그림들을 주로 다뤄요. 이제는 그림만 봐도 사이즈가

나와요.

언제부터 섀도 박스를 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시부모님을 모셨는데 두 분 다 돌아가시던 해부터 시작

했어요. 그때까지 수발만 하던 주부였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

진 거죠. 그러던 차에 동사무소에서 조사 같은 걸 나왔는데 그분이

동사무소에서 강좌를 한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배웠고,

재능기부처럼 수녀님들, 학생들 대상으로 개인지도도 하고

본격적으로 강좌도 맡아서 하고 그랬어요. 나름 재능이 있었

나 봐요(웃음).

3D안경을 끼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화면을 향해 한번쯤 손을 휘저어 봤을 것이다. 하물며 2차원 그림에 3차원에서나 가능할 부피를 부여한 ‘섀도 박스’를 만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

연스럽게 박스 안 풍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단면 그림이 겹

쳐져서 ‘공간’이 되는 종이 예술.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섀도 박스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인 이브아트의 최형애 대표를 만

나고 왔다.

섀도 박스, 평면 그림에 입체감을 심어주는 마법

남대문로지하상가 이브아트 ‘최형애’ 대표

G:HA[지:하] -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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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화재사건을 마음 아파하며, 한 달간 가장

공들여 만든 남대문 섀도 박스

❷ 일반 그림과 섀도 박스로 작업한 그림의

입체감 차이

❸ 네덜란드 작가 ‘안톤 픽’의 그림으로 작업한

섀도 박스

남대문로지하상가엔 어떻게 자리를 잡으셨어요?

여기에 온 지는 7년 정도 됐어요. 아이들을 키우다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좌절이 왔어요. 내 자식인데 내 맘대로 되지

않더라고요(웃음). 정신적으로 유쾌하지 않은 시기였는데 강사를

하는 와중에 재료를 사러 왔다가 빈 가게가 있다는 말을 들은

거예요. 작업할 곳이 필요하기도 해서 들어왔어요.

평범한 주부가 장사를 시작할 때는 두려움도 많았을 거 같은

데 문 열던 첫날 기억하시나요?

가슴이 너무 떨렸다고 해야 하나. 저는 옆 칸에서 수강 위주로

했고, 장사하시는 분이 따로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내 금고문을

여는 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지금도 아는 사람이 오면 돈 받기

무안한 그런 게 있죠. 이 전에는 계속 가정주부였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성장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오랜 기간 동안 공들여 만드는 섀도 박스의 매력은 뭘까요?

자녀를 낳는 기분이라고 하면 알까요? 종이를 조각조각 오려서

사람을 만들고 성을 만들고 그렇게 조각을 다 만들어요. 다음

장에 어떻게 붙일지 생각해가면서. 맨 마지막 작업으로 박스

안에 조합하고 안치를 한다고 하거든요. 그게 재미있어요. 실

리콘으로 높낮이를 계산하면서 붙이고, 다 하고 액자에 넣을 땐

정말 기쁘죠. 이걸 하나 완성하려면 다른 일을 잘 못해요. 한번 앉

으면 3~4시간은 훌쩍 가거든요.

작품 하나 하는데 보통 수강료가 어느 정도인가요?

저작권을 같이 사오는 거기 때문에 조금 비쌀 수 있지만 그림

10장이면 8만 원 정도 해요. 물론 사이즈에 따라 다를 수 있겠

지만요. 한 달에 한 작품 한다고 하면 레슨비는 10만 원, 액자까

지 입히면 20만 원 초반 정도고요. 뭐든 처음에 등록하면 재료

비, 수강비 드는 건 똑같잖아요. 어느 정도 배우면 수강료랑 그

림 하나만 가지고 공들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다른 공예와 비

슷한 수준이에요. 집에서 혼자서 할 수도 있고요.

어떤 분들이 배우면 좋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는 꽤 알려진 공예거든요.

전통도 있고요. 제가 해왔던 바로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은 분

들이 하면 좋겠어요. 제가 요즘 갱년기를 겪고 있는데, 갱년기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이걸 하고 나서 극복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한순간에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아쉬운

건 공예도 유행을 타는데 점점 하려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가구에 섀도 박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 4가 18-2,

남대문로지하상가 69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6번 출구)

전화번호: 02-755-103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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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고생도 많이 했지만 좋은 일도 있었지요. 나 따라오면서 물건도 함께 세월이 흐른 거 아니에요. 앞으로 물건을

쓰되 귀하게, 버리지 말고요. 지금 쓰는 물건들이 50년 지나면 준 앤틱이 되고 100년이 지나면 앤틱이에요.

여러분이 나 같이 늙고 손주 볼 때쯤이면 앤틱이 된단 말이에요. 물건을 버리지 말고, 잘 보존하세요.

- 김무송 대표(유진컬렉션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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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소공지하상가를 다니다가 이 집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게 안 모든

벽면을 가득 채운 4천여 개의 지포 라이터는 압도적이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니

말이다. 뚜껑 열 때 쨍하는 소리와 기름 냄새를 사랑해서 30년째 지포 라이터만

고수하는 김원겸 대표. 잡지에도 여러 번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라이터는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취향, 테마에 맞춰 수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비틀스,

밥 말리 같은 뮤지션 시리즈부터 가오나시, 건담이 그려진 애니메이션 시리즈, 여자를

위한 슬림 시리즈, 연인을 위한 지포 라이터 세트, 할리데이비슨 정품 시리즈에 이

르기까지 남녀를 불문하고 구매욕을 자극한다. 지포 라이터 수집하는 사람들에겐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라 빈티지 물건도 거래할 수 있다. 대표가 소장한 수집품 중에

찾는 게 있으면 ‘분양’도 한단다. 2만 원부터 95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해 처음 수

집하는 사람이 자신의 형편에 맞춰서 시작할 수 있는 게 지포 라이터의 매력이다. 여자

가 그려진 라이터만 모으는 사람도 있고,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서 사갈 정도로 푹

빠진 수집가도 손님으로 온다는 마성의 가게. 각인도 해주고 정품 판별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며 라이터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던 대표의 마지막 한마디는 “‘우

리 만난 지 100일째’ 같은 각인은 수집할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남자

친구들도 좋아하진 않습니다.”라고 한다. 참고하자.

슈퍼마리오 대란이 수그러들었다. 이제 당신은 무엇을 모을 것인가. 처음부터 정주행 할 필요는 없다. 일단 관심부터 가져보자. 그래서 준비했다. 초보 수집가를 위한 가게 3선.

일전에 했던 프로젝트 아마추어 캔 두(Amateur can do)에서 따온 이름 ‘아마도

가게’는 종로4가지하상가 <반반>에 속한 가게다. 이미 젊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곳. 딱히 한 가지 품목만 수집하는 것도 아니고, 희귀한 물

건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곳에 가는 이유는 앤클 대표의 안목을 믿기 때문이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만 수집하고 판매하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말하는 대표

개인의 취향대로 레고, 일본 문구류, 빈티지 글라스, 우윳빛 접시인 밀크 글라스,

도시락 같은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오밀조밀 진열돼 있다. 여기서는 특이한 구분법

이 있는데 아마도 로고가 박힌 스티커가 붙어 있는 건 중고제품, 아닌 건 새 제품

으로 판매한다. 중고제품은 직접 벼룩시장에서 사오거나 이베이에서 주문을 하거나,

지인들과의 거래를 통해서 들여온다. 수집을 일처럼 하면 개인적인 수집도 지속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가게를 차렸다는 앤클 대표는, 수집을 유지할 만큼의

이윤만 남긴 채 장사를 한단다. 레고 하나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레고 다섯 개를

팔면 된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수집가들의 연이은 방문

으로 레고 피규어 제품이 품절사태를 겪기도 했다고. 수집의 ‘수’ 자도 모른다면 아

마도 컬렉션을 믿고, 작은 지우개나 연필 같은 친근한 물건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수집에 불 붙는 소리 믿고 가는 대표의 취향

대원 아마도 가게

덕성을 쌓는 그대에게

INFORMATION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로 102길 소공지하상가 96호

전화번호: 02-774-6507

홈페이지: www.ilovelighter.com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4가 121 종로4가지하상가 100/113호 <반반>

홈페이지: www.facebook.com/space.am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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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지하상가 8번 출구를 내려가면 ‘여기가 박물관인가’ 싶은 가게가 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청솔화폐’다. 우표, 외국 화폐, 국내 화폐, 동전, 승차권, 역대

대통령 관련 자료, 근대사자료, 복권 등을 모으는 이용래 대표는 조금 더 모아서 수

집박물관을 세우는 게 목표다. 일제강점기 때 할머니가 모았던 일본 화폐를 물려

받으면서 수집을 시작해서 한 가지를 모으면 백만 개를 목표로 하고, 목표를 달성

하면 시대별 나라별로 모으는 게 철칙이다. 중복되는 시리즈라 하더라도 손님과

교환해서 본인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어서 초보 수집가가 와도 거리낌 없이 거래가

가능한 가게다. 무료감정도 해주고, 초보수집가의 수집 방향도 잡아주는 한마디

로 ‘수집교육장’ 같은 곳.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의 ‘수집’은 나중에 돈을 써버리는 수단

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 뒤엔 초보 수집가를 위한 한마디

도 빼먹지 않는다. “돈이 안 드는 컵홀더, 담뱃갑, 선거 때 받는 정치자료 같은 것도

다 수집품이 될 수 있어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부터 수집을 시작해보세요.” 흩

어진 물건과 자료를 모아서 후대에 전달해준다는 생각으로 운영되는 청솔화폐. 집

에 있는 우표수집책이나 개인적으로 모은 수집품들을 가지고 가보자. 대표와의 교

환으로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 획득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없는 게 없는 수집교육장

청솔화폐

INFORMATION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0-10 회현지하상가 아-16호

전화번호: 02-318-1193

회현지하상가 아날로그 페스티벌

무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한 6월의 중턱에 시원한 지하로 문화와 생기가 감도는 추억여행을 떠난다? 지난 6월 13일(금), 14일(토) 양일간 회현

지하상가에서 ‘회현지하상가 아날로그 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시설공단과 회현지하상가상인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번 페스티벌은, 추억과 낭만

이 있는 회현지하상가만의 특색을 장점으로 살려 침체한 상가에 생기를 북돋기 위해 마련되었다. ‘회현지하상가 아날로그 페스티벌’을 찾은 시

민들은 상가 곳곳에서 디지털 시대의 속도에 밀려나 잊고 지낸 아날로

그 감성을 맛볼 수 있었다. 상가 곳곳에 자리해 있는 중고 LP, 우표 및 주화, 골동품 등 아날로그 수집품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행사뿐만 아니라, 이틀에 걸쳐 상가 광장에서 ‘회현으로 떠나는 음악여행’도 진행

되었기 때문이다. DJ 볼빨간은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다양한 번안곡들과 원곡을 소개했고, “LP LOVE” 상점의 김지윤 사장은 오랜 경력을 바탕

으로 본인의 추천곡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포구에서 “마포구 하와이” 팟캐스트 방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크페페라디오는 “중구 하와이”

라는 이름으로 회현지하상가를 배경으로 첫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여기서 “내 말이 그 말이었잖아요”로 최근 싱글앨범을 발매한 미미시스터즈는 컴

백 무대를 선보였고, 우쿨렐레 피크닉과 번갈아가며 공연과 수다를 이어

갔다. 이 밖에도 림지훈의 오르간 연주 공연, 훌라댄스팀 알로하나의 훌라

댄스 공연 등 지성과 감성을 모두 충전할 수 있는 행사에 시민들도 여유

로운 시간을 함께했다. 행사에 참석한 구지회(28)씨는 “우연히 행사소

식을 듣고 들렀는데, 재밌게 구경하고 있다. 장소도 시원해서 오랜 시간 동안 즐기기에 좋다. 앞으로도 지하상가에서 테마를 가진 행사들이 많이 열리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에게는 추억과 새로운 문화를 즐기는 경험으로, 침체된 상가에는 활성화의 디딤돌로 톡톡한 역할을 한 ‘회현

지하상가 아날로그 페스티벌’, 다음에는 또 어떤 지하상가로 어떤 여행

을 떠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마른 아날로그 감성, 지하에서 충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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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오지하상가

광장시장

광장시장남2문

방산종합시장

새마을금고

국제벽지

대한벽지

종로4가 사

거리    

종로5가역

한국비단

별관한복부 대성혼수백화점

방산시장 B동

임성지업사

라인조명

정우패키지

문화옥

을지로4가

청계4가 사

거리    

을지로4가역

\

하나은행

\

NH농협은행

\

기업은행

\

펭귄홈

새벽

다리청계천로

청계

천로

모녀꼬마마약김밥

아랑조명

네오조명

선경미싱 제일특수

대우비니루

대일화학

대건 비닐포장

DASANPACK

송월타올

중앙직물부종로4가

지하상가

spot

32

카페진

이 근처에서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청계천 새벽다

리 앞에 자리한 카페진.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해 커피 맛이 깔끔하고 팥/녹차/복분자 빙수 삼총사가 눈에 띈다. 빵빵한 와이파이와 깨끗한 화장실은 기본. 휴식이 필요하면 괜히 헤메지 말고 카페진으로 직행하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가 유일

하다.

발품 팔다 지친 당신을 위한 충전소 3

은주정향초상가

까페진

우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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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인테리어

을지로5가 사

거리

종로5가역

을지로5가보영약국

청계5가 사

거리

우리은행

펭귄홈

\

서원실상회

작은 방이라도 괜찮아,내 손으로 스윗홈으로 만들면 되니까청계5가 주변 셀프 인테리어 스팟 추천

침대가 허전하다, 인형이 필요해

스위트홈의 출발은 아늑한 침대, 아늑한 침대의 필수요소는 포근한 인형이다. 청계5가지하상가 ‘인형랜드’

에는 테디베어부터 유명 캐릭터 인형, 드라마에서 봤던 그 인형까지 종류도 사이즈도 다양한 인형이 가득

하다. 저렴한 도매가로 포근한 친구를 장만해 보자.

뭔가 삭막하다, 아무래도 꽃이 필요해

꽃으로 공간에 생기를 더하고 싶지만 자타 공인 ‘화분 킬러’ 라면, 발상을 전환해 ‘조화’를 선택해 보자. 마

전교지하상가 ‘금잔듸’ 와 청계5가지하상가 ‘물망초’에 가 보면 지금까지 내가 알던 조화의 세계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닫게 된다. 화려하고 생생한 꽃들부터 초록빛을 잃지 않는 덩굴 식물까지 365일 집 안을 정원

으로 바꿔 줄 모든 것이 다 있다.

꿉꿉하다, 냄새 말고 향기가 필요해

방산종합시장 1층에는 향초와 디퓨저 재료를 살 수 있는 상점이 가득하다.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 줄 에센셜

오일부터 소이왁스, 유리용기, 갖가지 디퓨저 스틱 등 내 방을 향기로 가득 채워줄 친구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조향된 향료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단일 향의 에센셜 오일을 직접 조합해 나만의 향으로 향초와 디

퓨저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이곳의 장점.

어딘가 밋밋하다, 자랑할 게 필요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픈 인테리어 소품을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뜨개질에 도전하라. 도일리, 테이블 매트,

블랭킷 같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러블리한 방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이 일대에는 마전교지하상가 ‘대신사’,

청계5가지하상가 ‘뜨개방’, ‘대화사’, ‘한올뜨개방’ 등 털실 상점이 모여 있다. 실, 바늘부터 각종 부자재까지

뜨개질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구할 수 있고 뜨개질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겨울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부터 부지런히 시작하자. 솔직히, 오래 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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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옥

더위와 결정 장애에 시달리다 보면 개운한 게 생각나는 법. 1946년부터 서울 토박

이들의 사랑을 받아 온 우래옥에 가 보라. 고기로 우려 내 향은 진하고 맛은 심심한 듯 깔끔한 육수, 쉽게 톡톡 끊어 먹을 수 있는 메밀면이 특징인 평양냉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만 원 대. 비싸다고? 워워, 파스타 한 그릇이 만 원을 넘은 지는 오래 됐다. 참고로 이곳은 미국에도 분점이 있는 글로벌 맛집이다.

은주정

아무리 날이 더워도, 한 끼 푸짐하고 든든히 챙겨 먹어야 발품 팔 힘도, 흥도 생기는 스타일인가? 그럴 땐 뭐니뭐니해도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맛있는 김치찌개가 제격. 낮에도 밤에도, 평일도 휴일도 항상 문 앞에 줄이 끊이지 않는 김치찌개집 은주정에 가 보자. 낮에는 김치찌개만 팔고, 저녁에는 삼겹살만 판매하는데 김치찌개를 덤으

로 준다. 이 곳의 김치찌개는 고기가 워낙 푸짐해 쌈으로 싸먹는 것이 특징이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생긴 당신, 축하한다. 물론 알고 있다. 작은 방 하나뿐이라는 걸.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나의 취향과 개성이 100% 드러나는 공간이 생긴 게 중요한 거다. 이제 할 일은 내 스타일대로

꾸미는 일. 하지만 우리의 공간은 대부분 ‘빌린 것’ 이고, 손댈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그래도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고 싶다면, 청계 5가를 찾아가라.청계5가 지하상가

인형랜드 (인형가게)

물망초 (조화)

뜨개방 (뜨개질)

대화사 (뜨개질)

한올뜨개방 (뜨개질)

마전교 지하상가

금잔듸 (조화)

대신사 (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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