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G:HA vol.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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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Vol. 01 May. 2014

description

Magazine G:HA suggests a new consumer culture and lifestyle, discovering Seoul Underground Shopping Center's good products and fun experiences. G:HA[지:하]는 서울 지하도 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거진입니다.

Transcript of Magazine G:HA vol.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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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underground meets lifestyle

[지:하]Vol. 01 M

ay. 2014

숨겨진 보물창고지하상가를 재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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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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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CUT

EXCLUSIVE

STORY

ENJOY

MEDIA INFORMATION

SPOT

ITEM

SCENE

역사와 대륙을 가로지른 트렌드세터들의 ‘잇 템’, 아직도 갖지 못했는가?

남대문로지하상가 ‘금선아트’

패션을 아는 ‘진짜사나이’들의 아지트 회현지하상가 ‘멤피스 벨’

이 중에 뭐가 최고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의 안목을 인정하지.

종오지하상가 ‘전통 손자수’

매체명 매거진 G:HA[지:하] 1호

발행처 서울시설공단

발행인 오성규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발행일 2014년 5월 23일

주소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540

서울시설공단

취재·디자인 주식회사 베네핏

일반 문의 02-2290-6573

편집 문의 070-8762-1100

COVER STORY

이번 매거진 G:HA[지:하] 창간호에서는

화려했던 과거, 백화점에 버금가는 품질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지하도 상가의 오늘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서울 지하도 상가에 대한 정보는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http://www.sisul.or.kr)나 네이버

검색 ‘서울의 지하도 상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무나도 한국적인 명품을 만나다 명동지하상가 ‘호세반’ 이승은 대표

한복, 정직으로 시작해 정성으로 마무리하다 종오지하상가 ‘가시버시’ 정성훈 대표

양기가 손으로 뻗치는 그대, 만들어라

DIY 워크샵 추천 3선

언더그라운드 ‘을지로 아뜨리愛’

‘을지로 아뜨리愛’ 갤러리 오픈 전시회

우아하거나, 실속있거나

5천 원에서 500만 원까지, 언더그라운드 코디 제안

그래, 혼수를 하려면 데이트를 먼저 해야지 종오지하상가 & 주변 데이트코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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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라는 말은 설레지만 잔인합니다. 유행의 대상이라는 것이 한정되어 있어서

누군가 흥할 때 다른 누구는 저물어가고, 따라가고 앞서가는 쪽은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은 언제나, 어떤 분야에서나 수없이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주류의 변화에 따라

조명받지 못하게 된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의 지하도 상가들입니다. 명동이나 소공

지하상가의 경우만 해도 처음 개장했을 1970년대 당시에는 전국의 멋쟁이들이 모이는

첨단 상권이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육의전 포목시장이었던 종로 일대에서는 일상

복으로서의 한복이 신명나게 거래되었지요. 하지만 화려하고 편리한 쇼핑몰이 많이

들어서면서부터 지하상가는 조금 다른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시민에게 지하‘상가’

보다는, 지하‘보도’의 기능이 좀 더 익숙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곳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깊은 맛을 더하고

있습니다.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수십년 단골을 위해 세월을 지키고 있는, 특유의

집중력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빛내는, 한 땀 한 땀 촘촘하게 완성되는 소중함을 아는

상인들. 그리고 이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지하상가를 지켜가고 있습니다.

매거진 G:HA[지: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진짜 좋은 물건의

가치를 이 곳 지하상가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과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여

더욱 진한 매력을 발하고 있는 서울의 숨은 곳에서 말입니다. 매거진 G:HA[지:하]를

통해 지하상가라는 공간이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발품 팔 만한’ 가치를 간직한 곳이라는

것을 함께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G:HA[지:하]는 서울 지하도 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Good: G) 상품, 즐거운(Haha: HA) 경험을 발굴하여 새로운 쇼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매거진입니다.

EDITOR’S 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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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로지하상가

종각지하상가

Jay, Ada, Rachel & Laura Henri 가족 (USA)

김혜원, 장은희 (서울 동작구, 노원구)

안경을 사러 이곳에 왔다. 남대문의 안경이 유명하다고 해서

둘러보고 있다. 로라는 전에 한국에 온 적이 있고, 나머지 가족

들은 처음이다. 여기 지하상가 굉장하다. 크고, 깨끗하고, 보기

좋다. 상품도 정말 많아서 사고 싶은 건 뭐든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볼거리가 많아 돌아다니며 구경하기

좋다. 사람들도 아주 친절하다. 길도 잘 알려주고,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

지하상가는 어릴 때 엄마랑 갔던 것 같고, 요새는 주로 편집샵

에서 쇼핑을 해서 솔직히 이곳에 처음 와 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밝고 깔끔하고, 아이템도 젊은 층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갖춰진 것 같다. 이런 데가 여기 있는 줄 알았으면 자주 왔을

텐데! 저렴하고, 흥정하는 재미도 있어서 더 좋다. 종로 쪽에서

친구들을 만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

여기서 쇼핑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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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명동지하상가

임승자, 김난정 모녀 (경기도 일산)

외국 손님들 선물 드릴 일이 종종 있어서 선물을 사러 이곳에

다닌다. 어머니 옷도 종종 산다. 3개월에 두 세 번 정도. 지하

상가는 아무래도 실용적이라 자주 찾게 된다. 남대문에 가면

좀 더 싸게 살 수도 있지만 거긴 관광객이 너무 많아 비교적

여유로운 이곳에 온다. 근처에 백화점도 있어서 논스톱으로

쇼핑하기에 좋다. 간혹 같은 물건인데 상점마다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어서 잘 알아봐야 하긴 하지만.

회현지하상가

김영식 (‘멤피스 벨’ 대표)

우리나라는 한 군데서, 더군다나 지상 스트리트 샵에서 장사를

오래 하려면 정말 돈이 많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샵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곳은 결코 아니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정도라

만약 지상에서 했으면 1년, 2년? 그 이상은 못 버텼을 거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밑으로 내려와서, 마음 편하게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장사를 하자는 거였다. 처음 여기서 장사를

배우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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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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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201447년, 시대의 흔적을 아로새기다1967년, 지금의 시청역 부근에 준공된 ‘새서울 지하상가’가 지하도 상가의 시초였다. 처음에는 방공대피시설 겸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보도의 개념으로 조성되었다가 상가로 발전한 곳. 길, 사람, 지상, 지하를 이어주며 물건이 거래되고 현금이 도는 곳. 하지만 이만한 정情이 있는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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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르는 칠보 공예품의 가치

“공예 전공자라면

한 번쯤 칠보 해 보는데,

우리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역사와 대륙을 가로지른 ‘잇 템’, 아직도 갖지 못했는가?금선아트

글 최

지은

· 포

토그

래퍼

강정

쏟아지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에 아무리 민감해도, 이렇게 멋진 건 본 적이 없을 걸?

‘칠보’ 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박물관에서 본 팔찌나 보석함 같은 것이 떠오른다면 절반 정도 맞췄다. 중국에서 사온 기념품 열쇠고리가 생각난다면 70점을 주겠다.

100점짜리 답이 궁금하다면, 지금부터 소개할 ‘금선아트’의 이야기를 잘 들어 보길.

솔직히, 선입견이 있었다. 칠보*라면 막연히 전통 공예품, 왠지

촌스러울 거라 상상했다. 그런데 처음 금선아트를 찾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투명하고 섬세한 색채와 광택을 자랑하는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독특함과 멋을 자랑하는 액세서리,

누구에게 선물해도 센스 있다고 칭찬받을 사무용품, 공간의

품위를 높여 줄 인테리어 소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매장 문

옆에 붙은 유명 TV 프로그램 출연 표시가 문득 눈에 띄었다. ‘칠보 달인’ 김선희 대표가 운영하는 금선아트 매장에는 향로,

촛대, 함, 화병부터 액자에 담긴 작품, 칠보 장식 가구, 심지어 ‘칠보 꽃’까지 “이게 다 칠보라고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작품

이 가득했다.

“생각하는 건 뭐든지 칠보로 다 만들 수 있어요. 액세서리부터

벽화까지 응용하지 못하는 곳이 없으니까요.”

현대의 칠보는 바탕이 되는 금속판에 칠보작업을 한 다음 금속,

나무, 도자, 유리, 패브릭 등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붙일 수

있어 생활소품부터 인테리어까지 응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의 단골집

하지만 그래도 칠보는 ‘어머니’ 들의 전유물 아니었던가?

금선아트를 주로 찾는 고객은 어떤 분들인지 물었다. “물론 몇

십 년 단골도 많죠. 이방자 여사도 저희 단골이셨어요. 그때

당시 명휘원(의민황태자 부부가 설립한 지적장애인 복지 시

설) 자금 마련하시려고 낙선재에서 칠보를 하셨는데, 저희한

테서 직접 유약을 사다가 쓰셨죠.”

칠보의 역사는 상상보다 훨씬 길었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유럽,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수많은

역사 속 트렌드세터들에게 칠보는 ‘잇 템’ 이었다고 한다. 조

선 시대에는 ‘파란’ 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일본으로 건너

가 훨씬 다양하고 복합적인 ‘칠보’로 발전했다. 그리고 해방 후

1963년에 귀국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비, 의민황태자비

(이방자 여사)가 그것을 다시 우리나라에 소개했다.

“저희도 그 무렵부터, 아버지 때부터 했으니까 45년 정도

됐어요. 맨 처음에는 ‘금하칠보’ 였고요, 저는 파생된 ‘금선아트’

예요. 금하칠보는 아버지, 다음에 큰 언니 김선경 대표, 그리고

조카 박수경 대표가 공동으로 3대째 하고 있어요. 저희 식구는

전부 칠보를 할 줄 알아요.”

금선아트 바로 맞은 편에는 금하칠보 매장이 있다. 1967년에

시작, 지금은 서울 가산동에 본사를 두고 전국에 7개의 지부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으로 성장한 금하칠보는 직접 연구 개발한

수백 가지의 유약과 칠보 공예를 위한 반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 금선아트는 칠보 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자매

회사다.

Exclusive

‘파베르제의 달걀(Fabergé’s Egg)’은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로 3세가 황후에게 줄

부활절 선물용으로 당시 보석 세공의 명장 카를 파베르제(Peter Carl Fabergé)에

게 명하여 만든 것이다. 2007년 11월,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이 중 하나인

Rothschild Egg가 낙찰된 금액은 무려 1천850만 달러(약 172억 원). 회화를

제외한 러시아 예술품 중 최고가이며, 칠보(에나멜)와 금으로 꾸며져 있다.

$18,500,000

남대문로지하상가

*칠보: 금속, 점토, 유리 등의 바탕에 유리질의 유약을

발라 고온의 가마에서 녹이면서 부착시켜 장식하는

공예. 칠보에 사용되는 유약은 완전한 무기물로 영원

히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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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EXCLUSIVE

“어릴 때부터 늘 봤지만 큰 관심은 없었어요. 그러다 아이들

키우고 매장에서 판매를 조금씩 도와줬는데 사람들이 자꾸

어디서 배울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 땐 칠보를 배울 수 있는

데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제가 가르치기 시작한 게 20년 좀

넘어요.”

30년 후에도 아름다운 전통이 진짜 전통이다

금하칠보의 유약은 다양한 빛깔과 탁월한 투명도로 한국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도에서 ‘금하칠보개발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유약을 책임지고 있는 김선봉 명인은 창립자

김이두 씨의 아들이자 김선희 금선아트 대표의 오빠로, 칠보

유약 제조 기능전승자다. “국내 미술대학 공예 전공자라면

한 번쯤은 칠보를 해 보는데, 금하칠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대부분 저희 유약 썼을 걸요.” 김선희 대표의 말에서

여유로운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내 최초로 수백 가지의 반제품을 개발해 판매해온 것 역시

이 곳의 자랑이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같은 액세서리

부터 명함집, 머니클립, 볼펜, USB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실용성도 높다. 반지, 비녀, 노리개, 보석함 같은 전통공예품도

물론 있지만 지금 우리가 늘 가까이 두고 이용하는 것들에

응용할 수 없다면 전통은 생명력을 잃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

이 가족이 대를 이어 지켜가고자 하는 ‘가업’ 은 전통 칠보를

계승하고 보존하는 것을 넘어, 외국에도, 미래에도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5 to 80, 칠보는 생각보다 어렵지도, 멀지도 않다

칠보의 매력은 불에 의해 완성되는 ‘색채’에 있다. 유약의 기본

컬러는 물론 바탕에 따라, 굽는 온도와 시간의 미묘한 차이에

따라 그 빛깔이 오묘하게 변한다. 때문에 한 가지 색의 유약을

열 명이 사용해도 결과물은 천차만별이고, 어떻게 해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완성된다.

게다가 그림솜씨가 없어도 손재주가 없어도 누구나 멋진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칠보다. 동판 위에 유약 알갱이를

❶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칠보 반제품

❷ 사용하기도, 선물하기도 좋아

최근 인기있는 USB

❸ 남다른 빛깔과 광택을 자랑하는

칠보 액세서리들

❹ 머니클립, 명함집, 볼펜으로 구성된

선물용 세트

❺ Basic and the Best, 칠보 반지

❻ 혼수로도 사랑받는 명인의 칠보 작품

금하칠보는 남대문로 지하상가와 역사를 함께한다. 김선희 대표의 금선아트 역시 20년이 넘도록 쭉 한자리

에서 수강생을 맞이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사무용품점이 많았지만, 금하칠보의 유명세 때문인지 공예용품점이 하나씩 입점해 지금은 공예 전문 상가가 되었다. 상가 리모델링 기간에 2년 정도 지상으로 옮기기도 했지만 공사가 끝나자 바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여기 계속 있어야죠. 남대문에 가면 금하칠보 있다, 하고 몇십 년 전에 왔던 사람도 다시 오면 아직 있네 하게끔 자리를 지켜야 해요.” 김선희 대표의 말에서 남대문로 지하상가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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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금선아트 대표

INTERVIEW

INFORMATION

주소: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4가 18

남대문로 지하상가 40호, 41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2-774-1500

홈페이지: http://www.gumha.com/

금선아트에서 진행하는 교육에 참여하는 강습생은 유치

원생, 미대 진학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초중고교 미술 교사, 금속공예 전공자, 4~50대 어머님,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색다른 미술 체험, 새로운 공예 기법 연구, 단 하나뿐인 선물 준비, 고급스러운 여가생활, 나만의 힐링 타임. 수강생마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공통점은 이곳에 있는 동안 모두가 즐거워하고, 작품을 완성해 가지고 나서는 순간 행복해 한다는 것.

자신의 색채 감각을, 혹은 운을 믿는가? 고생한 나에게 특별한

액세서리를 선물하고 싶은가? 요새 부쩍 속이 시끄러워 힐링

타임이 필요한가? 매주 월, 화, 목, 금에 강습이 있다. 정해진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원할 때 놀러 가듯 방문해 체험

또는 수강을 할 수 있어 편하다. 직장인을 위한 강습도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에 마련되어 있다. 전문 강습은 커리큘럼에 따라

진행되지만, 칠보 체험은 1:1 맞춤형이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만들어 볼 수 있다. 비용은 최저 3천 원 (아동용 체험

동판)부터 수십만 원까지 품목과 기법에 따라 다양하다.

마음대로 올려두기만 해도 녹으며 빛깔이 어우러져 색채

추상화 같이 멋진 모양으로 완성되기 때문. 그래서 ‘망친다’ 는

것이 없지만, 혹시 마음에 안 들거나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유약을 다시 올려 또 구우면 그만이다. 칠보 재료의 특성상 몇 번

이고 다시 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칠보는 순금, 순은, 순동 위에만 할 수 있는데 금, 은은 비싸고

기법이 까다로워 초보자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과 매력을 ‘있는 사람’, ‘하던 사람’들만 접하기엔 너무

아쉽고 안타깝지 않은가. 그래서 오랜 연구 끝에 저렴하고

다루기 쉬운 순동을 이용하는 기법을 개발해 냈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처럼 평범하고 주머니 가벼운 사람들도 얼마든지

칠보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칠보 체험은 다양한

반제품 중 만들고 싶은 것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후 동판

위에 붓이나 꼬챙이로 원하는 색의 유약을 올린다. 유약은 가

루를 물에 갠 형태와 작은 알갱이 형태로,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다. 유약을 모두 올리면 전기로에 2~3분 정도

굽고 식은 다음 접착제로 제품에 붙이면 완성이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5분이면 끝나고, 완성품은 바로 사용

할 수 있다. “칠보를 알리는 게 목표라서 교육을 굉장히 많이 해요. 유치원생

부터 어르신, 장애인까지. 누구나 쉽게 배워서 즐길 수 있는 게

칠보거든요.”

❹ 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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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남친의 허세를

잠재우거나, 북돋아 줄

궁극의 가게

패션을 아는 진짜 사나이들의 아지트

멤피스 벨

여자들도 좋아하는 남자의 위장, 카모플라주

가게에 들어서면 정글에 온 느낌이 든다. 위장무늬를 뜻하는

카모플라주 패턴의 물건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

이다. 군대에서 각을 잡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애써 각을 잡지

않아도 멋있는 그런 가게. 남자들이 ‘군대’는 싫어해도 ‘멤피스

벨’ 의 물건들을 하나같이 좋아하는 건 대표가 가진 안목과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 군복, 프랑스 방독면 가방, 미 해군 옥스퍼드 슈즈, 미군

수통이 아무렇지 않게 선반에 앉아있다. 전시된 군용 물품들이

아니라 직접 판매하는 진품들이다. 선반 군데군데에는 군인

피규어들이 각을 잡고 서 있고, 가게 중앙에 자리 잡은 진열대

에는 군용 선글라스와 시계, 야전용 작은 성냥갑들이 실제 군대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독일의 전쟁영웅이자 사막의

여우라 불렸던 ‘에르빈 롬멜(Erwin Rommel)’의 친필사인은

액자에 고이 모셔두었고, 그와 대조적으로 간간이 보이는 핀

업걸 그림들은 관물대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 요염하다. 손님

들은 곧바로 향수에 취하거나, 20대 초반 남자로 변하거나,

소년의 눈이 되어 멤피스 벨에 빠져든다.

“괜찮은 물건 들어오면 연락 달라고~ 팔리기 전에.”

단골들이 자리를 뜨면서 하는 말은 한결같다. 오리지널을

고수하는 그들에겐 보물창고와 다름없기도 하고, 다른데선

찾아볼 수 없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단골들은

20년 지기가 많고, 연령대는 40대에서 80대까지 폭넓다. 불쑥

들어와 태연하게 주차권을 얻어가고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함

께 자리하는 등, ‘친구’처럼 허물없다. 의정부 부대에서 일하시

던 어머니를 따라 5살까지 함께 출퇴근 하며 군부대의 문화를

몸소 체득한 대표는 자연스럽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

와도 이야기 상대가 된다. 연세 지긋하게 드신 분들은 와서

군복에 대한 향수를 나누고, 중년들은 후일담과 영웅담을

부려놓을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심지어 미군들도 신기해서

찾아오는 곳. 요즘에는 ‘밀리터리룩’이 유행이라서 젊은 손님

들도 많이 찾아오고 편한 옷을 즐겨 입는 사진작가들이나 예술

가들도 많이 온다고. 손님들의 이야기와 가게의 물건들이 뒤섞

여 더 정답고, 그러기에 정체되지 않는 신비한 곳이다.

밀리터리룩의 기본 ‘스모르 바지(Utility pants)’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가난하던 시절 미군용 바지 중 가장 작은 ‘스몰’ 사이즈를 받아서 입고, 팔던 것이 ‘스모르’로 발음이 굳

어졌다. 석유통의 대명사 ‘제리캔(jerry can)은 2차대전 당

시 보관이 쉽고 깨지지 않는 연료통으로 독일에서 발명되었

는데, 당시 어디서도 그런 것을 만들 수 없어 미군과 영국군도

자존심을 버리고 독일제를 주워서 썼다고 한다. 영국군이 당시

독일군을 비하해서 부르던 ‘제리’에서 이름이 나왔다. 전지현

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와 유명해진 피시테일 파카(Fishtail

글 이

유정

· 포

토그

래퍼

강정

영국 해군의 함상용 군복으로 채택되었던 피코트는 지금은 인기있는 외투디자인이다.

1차 대전 당시 참호(trench) 안에서 고생하는 영국군과 연합군을 위해 방한, 방수 군용코트로 고안되었다.

2차 대전 당시 미군에서 착용한 M1943필드재킷에서 유래 발전된

방한용 상의 외피다. 일명 야상.

탁월한 보온력으로 전투복 위, 야전상의 안에 입는 군 보급품인 방한용 상의다.

흔히 깔깔이라고도 부른다.

이게 다 예능프로그램 때문이다. 안 그래도 확인할 바 없는 남자 친구의 군대 무용담이 더 부풀려지고 그럴싸해졌다. 얼마나 자랑할 게 없으면 그럴까 싶으면서 안쓰럽기까지 하다. ‘군대’를 다시 가라면 싫어도 ‘추억’은 영원한 법인가.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로망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 회현지하상가에 있는 ‘멤피스 벨’ 에 다녀왔다.

기성복의 뿌리는 군복

피코트

(Pea coat)

트렌치코트

(Trench Coat)

야전상의

(Field Jacket)

내피 퀼팅재킷

(Quilting jacket)

G:HA[지:하] - EXCLU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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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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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a)는 ‘개파카’로 통한다. 1951년 미군 파카를 모티브로 한

군용 야전 상의인데, 예전에는 개털로 만들었다고 해서 개털

파카라고 부르다가 개파카가 되었다. 이곳에선 ‘군대’에 얽힌

이야기라면 뭐든지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몇몇 물건은 ‘오리지널’

임에도 백화점의 1/3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작정하고 ‘빈티지’

패션 팁을 줄 수 있을 만큼 감각도 좋지만, 손님들이 고르는

물건들의 출처와 내력을 마치 큐레이터처럼 설명해주는 김영식

(50) 대표. 70~80년대에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군용물품을

수출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수출시장에 침체가 오자 진로를

바꿔 남대문에서 ‘장사’를 배웠고, 1년 후에 독립해서 자리 잡은

곳이 지금 이 자리다.

<멤피스 벨>의 비결이자 가장 큰 매력은 ‘오리지널리티’이다.

서양 복식의 역사가 군복에서 나왔고, 고어텍스, 아라미드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버텨줄 수 있는 소재들도 거의 군복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에 연식이 오래되어도 해체해서 쓸 수 있고

아웃도어룩이나 캠핑용으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무역

회사에 다녔던 경험을 살려 유효기간이 만료된 군용 물품을

불하받아 수출하고, 또는 사들이는 것이 그가 희소성을 가지

고 장사할 수 있는 재산이 되었다. 그중에서 보석 같은 것들을

모아서 다시 재가공을 하는데 2년 전부터는 파일럿들이 들고

다니는 헬멧백을 직접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제가 만든 건 실제 70~80년대 군용을 해체해서 새롭게 만든

거예요. 외피는 군용텐트, 내피는 월남 판초 이불, 미군용

제너럴 지퍼를 헬멧백 하나에 다 담은 거죠. 오리지널을 재가공

하는 업사이클링입니다. 그런 개념에 나름대로 디자인을

풀어서 50개 한정판으로 팔았는데 난리가 났어요.”

프로젝트 자체는 문화가 되었다. 옷 좀 입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한정판을 거래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제까지 4번의 프로젝트를 했지만 때마다 예약이 밀리고

“군복을 한 벌로 팔지 않아요. 손님들한테도 아래위를 똑같이 입지 말라고 조언하죠. 그건 유니폼이지, 패션이 아니거든요. 밀리터리룩이라고 해서 유니폼처럼 입으면 군인이 되는 겁니다. 멋스럽게, 포인트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G:HA[지:하] - EXCLUSIVE

❶ ❷ ❹

❶ 사진작가들이 렌즈가방으로 많이 사가는

프랑스군 방독면 가방

❷ 예약해야 살 수 있는 ‘미션제작’ 헬멧백

❸ 두 번째 미션으로 한 땀 한 땀 제작했던 캡

❹ 하이드레이션팩이 장착돼, 수분 보충이

가능한 행군용 배낭

❺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군용품

❻ 김영식 대표가 직접 모은 오리지널 와펜

❼ 태블릿PC 가방으로 제격인 독일 장교

지도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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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7

6

Page 15: Magazine G:HA vol.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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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작업도 해야 했다. ‘프로젝트B’라고 칭한 작업공책 마지막

장에는 예약자들의 이름과 넘버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이런 노력에도 라벨까지 고스란히 베낀 ‘짝퉁’이 나왔다, 대표는

애써 태연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손수 알아보고 제작했던

것들이라 쓰린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좋은 제품이기에

베낀 거라 위로하며 다음 프로젝트를 챙긴다.

3평 남짓한 가게 정면에는 <멤피스 벨>의 실제 모델인 B-17기가

그려진 포스터가 붙어있다. 2차 대전에서 생존확률이 적은

가운데 25번의 출격 임무를 수행한 유일한 폭격기, 대표는

거기에 영감을 얻어서 25번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싶다. “내 나이 50이고, 이 장사를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정도 더

할 수 있다고 치면, 1년에 한두 개 만드는 이 프로젝트도 20회나

25회까지 하겠죠. 계획이 계속 간다면 나중에 물건 산 사람들을

불러서 파티를 열어보려고요. 25회 끝나면 그동안 만든 디자인

엮어서 책 만들어 선물로 주고. 그런 계획이 있어요. 폭격기

<멤피스 벨>처럼 무사히 완주해야죠.

철칙과 원칙 그 사이

멜피스 벨에는 오후 12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 반에 문을 닫는

자유로움이 존재한다. 아, 또 한 가지의 철칙은 비수기인 여름엔

최대 20일 휴가를 떠날 수 있다는 것. 가게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는 데에 가장 좋은 태도는 즐기면서 하고, 치열하게 살지 않는

거다. 그래서 이곳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13

❺ ❼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충무로1가 50-10

회현지하상가 다열 18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5번 출구,

회현역 7번 출구)

전화번호: 02-776-6959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b17crew

1. 절대 국군의 물건은 들이지 않는다.

2. 군용물품 컬렉터가 되지 않는다.

3. 하자 있는 물건은 팔지 않는다.

4. 유행에 민감하라.

김영식

멤피스 벨 대표

INFORMATION

INTERVIEW

“남자친구 선물 사러 여기에 오면 아마 한번에 살 수 있을 거예요,

여자들이 해도 썩 괜찮은 밀리터리 아이템도 많으니 데이트

코스로도 좋고요.”

기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망설이지 말자. 하루 종일 군대

얘기를 들을 각오는 하는 게 좋겠지만. 내 남자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일이라면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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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마음을 전달

하면서 받는 사람에게

나의 존재를 강하게

심어야 할 때

이 중에 최고를 알아볼 수 있다면,당신의 안목을 인정하지.전통 손자수 젙

‘Breathtaking beauty’를 만난 적이 있는가

에디터와 일행이 한 순간에 멈춰 서서 감탄사를 내뱉은 곳은

함과 장, 거울 같은 규방 가구가 가득한 매장. 하지만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그 많은 가구를 장식한 정성이 대단해서도, 전통

공예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이 무엇이

었건, 한 눈에 보기에도 압도적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런 건 한국밖에 없어요. 진짜 전통이죠. 중국 자수는 풍이

전혀 달라요.” 최성규 전통손자수 대표는 자신감이 듬뿍 묻어

나는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전통 자수는 세계 각국에

있지만, 한국 자수에는 그 만의 독특한 풍격이 있다고 한다.

시장이나 관광기념품점 등에서도 자수 상품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 해 오는 것이라고. “이제 시중에서는 국산 거의 찾기 힘들어요. 우리는 예전부터

했기 때문에 국산, 일류가 있는 거예요. 사실 그런 건 따로 넣어

놨어요. 좋은 건 열 배, 스무 배도 차이 나거든.”

최성규 대표는 78년에 세운상가에서 전통매듭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80년에 사업자 등록을 하고 85년에 본격적으로

손자수 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해도 그런 고급

물건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최성규 대표는 “인사동 구석에 작은 사무실을 차리고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식으로 장사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이상하게

그 할머니랑 자주 만나게 되더라고. 사람이 누구나 자기 끌리는 게

있는데 난 이상하게 색깔 있는 게 자꾸 끌리더라고. 그게 팔자에요.

나 같은 사람이 음식 장사하면 망해요. 그러다가 시작한 게 지금

까지 온 거지. 처음엔 반짇고리같이 작은 걸로 시작했어요.” 라며

그 때를 회상했다.

크기도, 디자인도 모두 같고 단지 자수만 다른 화초장 두 개

중 어떤 게 좋아 보이느냐는 질문에 마치 ‘진품명품’을 가리는

패널이라도 된 양 눈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선택은

실패. 더 좋아 보인다고 고른 것은 3백만 원, 다른 하나는 천만 원

이란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여쭈었다.

“수 놓는 기술은 기본이고, 도안이죠. 그리고 배색도 중요해요.

그게 솜씨고 일류를 판가름하는 겁니다. 언뜻 보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찬찬히 보면 좋은 건 도안도 다르고, 색을 쓰는 게

달라요.”

그래서 이곳은 제품 카탈로그가 없다. 자수는 도안을 그대로

천 위에 그린 다음 놓기 때문에, 도안이 한 번 유출되면 중국

에서 똑같이 만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손님이든, 관광객

이든, 심지어 외국인이라도 사진 촬영은 절대 금물이다. 요즘은

카메라가 좋아서 찍고 인쇄해서 컬러까지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있다고. 퇴근할 때 매장 전체를 블라인드로 다 가리는 건

기본이다.

글 최

지은

· 포

토그

래퍼

강정

장인이 만든 명품에는 시대와 국가, 그 종류를 막론하고 공통적

으로 흐르는 기운이 있다. 마주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일행과 나누던 수다도 한 순간에 멈추고 쳐다볼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이다. 그런 것은 대개 박물관이나 명품관 같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그랬다. 종로5가의 지하상가에서 그런 아름다움을 마주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G:HA[지:하] - EXCLUSIVE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 자수장 보유자 한상수 씨는 1,400년 전 최초의 한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자수 작품 ‘천수국수장’을

25년에 걸쳐 복원했다. 일본 국보인 ‘천수국수장’은 622년 사망한 쇼토쿠 태자를 추모하기 위해 고구려인이 밑그림을 그리고

백제인이 총감독하여 일본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천수국수장’을 접한 한상수 자수장은 원형 복원을 위한 연구를 거듭했지만, 바탕천을 짜는 기술이 사라져 완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큰딸 김영란 씨가 15년 동안 대만과 중국에서 배우고 돌아와 삼국시대의 제직 기술을 복원해 바탕천을 완성했고, 한상수

자수장은 수백 명의 제자와 함께 지난 2007년 원형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자수 하나에 쏟은 한 모녀의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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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오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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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예의로 맞이하는 법, 허술히 흘려 보낼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단연 혼례함이다. 예식을

간소하게 하는 추세에 따라 함을 트렁크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지만, 결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임은 변함없는

사실. 때문에 결혼 상대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은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의 손자수 혼례함을 찾는다.

인연을 기품 있게 이어주는 물건을 판매하기 때문일까. 최성규

대표는 손님들과의 인연 역시 가벼이 흘려 보내지 않는다.

자녀 결혼 때마다 이곳을 찾아 함과 가구를 챙기는 손님도

많지만, 외국인 손님 중에도 단골이 있다. “한 일본 분이 몇 번 와서 사갔어요. 근데 편지를 보내더라고요.

일본 집에 가구 놓은 사진도 보내고. 무심코 지나갔는데 몇 번을

그러길래 쉽게 보낼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해서 기다렸어요.

그렇게 인연이 돼서 한 5년 됐나, 만나는 부부가 있습니다.

1년에 꼭 두 번씩 한국에 와서 부부 동반으로 같이 여행가요.

봄 한 번 가을 한 번. 상업적으로 사람 만나는 게 절대로 싫어서

친해지고부터는 와도 사지 말라고 해요.”

김태희의 ‘취선당’에도 있던 화초장, 이것 하나만으로 안방의 품격이 달라진다.

이곳의 손자수 가구는 좋다는 것만 가득한 방송가에서도 먼저

알아보고 찾는 아이템이다.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장옥정, 사랑에 살다’ 제작팀이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연락을

해 와 협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태희가 연기한 장옥정의 방 ‘취선당’에 있던 가구들이 바로 이곳의 작품. 화려함과 품격이

공존하는 궁궐, 그 중에서도 시대를 풍미했던 장옥정의 방에는

아마도 까다로운 안목으로 고른 당대 최고의 물건들만 가득

G:HA[지:하] - EXCLUSIVE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함 하나, 장롱 하나를 모두 장식 하려면 작은 건 보통 2~3개월, 조금 큰 것은 6개월 이상 걸린다. 하지만 이 느리고 고된 과정을 고집하는 것은 ‘오직 그 방법 뿐’이기 때문이다. 요새 컴퓨터로 안 되는 게 없지만, 한국 전통 손자수는 색채와 형태는 물론, 질감과 무게감, 입체감, 명암까지 다양하게 표현해 내는 섬세한 기법 때문에 컴퓨터로 절대 따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수 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저 많은 걸 한 땀 한 땀, 대체 누가 이걸 만드나요?“자수 놓는 분들을 수사(繡師)라고 해요. 옛날부터, 어릴 때부터

수 놓던 분들이죠. 제일 오래 하신 분이 내가 알기로는 한 60년

정도 하신 거 같아. 저희는 예전부터 그 분들이 수 놓으면 일단

계속 사 뒀어요. 그래서 옛날 것, 최상품이 있는 거에요. 근데

자수가 하다 보면 골병 들거든. 그래서 엄마가 수를 놨어도,

딸도 안 배우려고 해요. 지금은 거의 끊겼죠.”

배우기도 어렵고, 숙련자가 되는데 시간도 굉장히 많이 필요한

손자수는 명맥을 잇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곳은 1985년

부터 지금까지 최성규 대표 부부가 각각 ‘전통’ 사와 ‘전통손자수’

사를, 아들도 ‘옛날선물공방’ 이라는 이름의 손자수 공예품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며 온 가족이 대를 이어 최고 품질의 손자수

공예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을 30년 동안 이어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팀’. 공방에 모이지 않고 집에서 각

자수를 놓는 수사들을 찾고, 그 중에서도 일류를 가려내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 팀장을 따로 두고 있다고 한다.

❶ 유럽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유럽

스타일로 새롭게 디자인한 손자수 약장

❷ 옛 궁궐에서 사용하던 스타일의 손자수

이층장과 경대. 이층장은 용, 호랑이, 사슴

등의 수로 장식했고 경대는 큰 목단을

수 놓아 화려하게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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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을 것이다. 이곳의 손자수 가구들은 바로 그 모습을 멋지게

완성했고, 덕분에 ‘드라마에서 봤다’며 반가워 하는 손님들도

제법 생겼다고 한다.

받는 사람을 빛내면서 나의 가치도 함께 올리는 ‘고수’의 선물

최성규 대표는 어머님이나 할머님께 귀한 선물을 해야 할 때,

명품백도 좋지만 같은 비용으로 손자수 화초장을 선물하면 “난리 난다, 안 좋아하는 한국 사람 한 명도 못 봤다”며 확실히

점수를 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 유명한 프랑스, 이태리

럭셔리 브랜드의 ‘백’은 사실 많은 수가 OEM으로 생산된다. ‘명품’이 무언가? 대를 물려 사용해도 멋이 바래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것, 장인의 손길, 숙련된 기술과 풍부한

예술성이 깊이 배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귀한 것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면, 손자수 가구야 말로 바로 그 기준에 딱

들어맞는 명품인 셈이다.

곧 외국에서 중요한 손님이 찾아오는가? 결혼과 같이 일생에

한 번뿐인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있나? 은혜를 보답하고픈

소중한 인연이 있는가? 그렇다면 전통손자수 매장에 방문해

장인의 손길이 깊게 밴 손자수공예품을 살펴보라. 이 사진에

마저 담지 못한 경이로운 멋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면, 누구에

게라도 다시 없는 선물이 될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그런 나이도, 위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도 이 곳을

기억해 두길 권한다. 살다 보면, 아낌없이 마음을 전달 하면서

받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나의 존재를 강하게 심어야 할 순간이

예고 없이 찾아오게 마련이니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5가 138

종오지하상가 가열 2호, 3호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11번 출구)

전화번호: 02-2265-9790, 2266-1442

홈페이지: http://www.korgiftshop.com

INFORMATION

INTERVIEW

최성규

전통 손자수 대표

이곳에는 가구는 물론, 부모님 선물, 기업체 선물, 외국인 선물로 좋은 작은 소품류, 문구류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흉배 액자. 문관, 무관 관복에 쓰던 전통 자수 흉배를 액자에 넣은 것으로, 독특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정성이 가득해 귀한 분께 선물하기 좋다. 흔히 선물하는 도자기, 나전 칠기와 달리 쉽게 볼 수 없는 아이템이라 선물하는 사람의 안목과 센스를 은근히 자랑할 수도 있다. 그보다 가벼운 선물로 손자수 거울이나 필통, 명함집, 메모지케이스도 인기가 좋다. 세트로 구매해 가는 고객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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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m

우아하거나 실속있거나

500만 원 짜리 명품 가죽가방부터 5천 원 짜리

알짜배기 티셔츠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지하상가.

생각보다 더욱 다양하고 특별한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을 네 가지로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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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페이지: 안개꽃 패턴이 인상적인 모던한 한복 35만원, 모란나비(종로4가지하상가)발목을 감싸는 레이스양말 2천원, 빨간 스트랩이돋보이는 슈즈 4만원, 보세 상점(종각지하상가)

오른쪽 페이지: 호피 프레임 선글라스톰브라운 501모델 73만5천원,

파리안경(명동지하상가)클래식한 옥스퍼드 셔츠 2만7천원,

빈티지 디스트로이드진 4만원,보세 상점(종각지하상가)

파란색의 뱀가죽 팔찌 15만원, 송아지 가죽 토트백 140만원, 외피는 송아지 가죽이고

깔창은 양가죽 소재인 파란색 로퍼 58만원,호세반 (명동지하상가).

Page 22: Magazine G:HA vol.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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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A[지:하] - ITEM

왼쪽 페이지: 손바느질 이태리 알파가죽배낭 50만원, 게으른 농부들(종로4가지하상가)소녀감성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 3만5천원, 보세 상점(종각지하상가)오른쪽 페이지: 아웃도어용 고어텍스 파카 28만원, 나일론 새틴 소재의 L-2B 항공점퍼 23만원, 미 해군 오리지널 패치가 붙은 한정판 캡 3만5천원, 오리지널을 재해석한 한정판 헬멧백 17만5천원, 멤피스 벨(회현지하상가)플라워 프린트 핫팬츠 1만5천원,핀업걸 프린트 티셔츠 1만5천원,보세 상점(종각지하상가)심플한 가죽 팔찌(남) 3만2천원, 슬림가죽 팔찌(여) 2만8천원, 청년장이(종로4가지하상가).

모델/ 채자영, 권대영디렉터/ 하지원장소 협조/ 종로4가지하상가, 명동지하상가

Page 23: Magazine G:HA vol.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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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4: Magazine G:HA vol. 01

안녕하세요. 우선 호세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Story

저희 호세반은 1979년도에 명동에서 오픈했습니다. 구두와

핸드백, 그리고 기타 소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이에요.

저희는 한국에서 정통 수제를 유지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곳입

니다. 지갑, 벨트, 모자 등 수제 소품에 관한 모든 주문이 가능

하고요. 상품에 따라 개별 주문을 받기도 해요. 오픈한 세월이

벌써 35년입니다.

상호가 독특한데요, 호세반의 뜻이 뭔가요?

호세반을 처음 시작한 분이 디자이너인 호세웅 대표님입니다.

이 분의 성함으로 앞글자를 땄고요. ‘van’은 영어로 선구, 끌어

준다는 의미가 있어요. 신발이 사람이 신고 걸을 때 끌어주는

물체잖아요. 그래서 ‘호세반’으로 정하기로 했었죠.

사장님께서도 직접 디자인을 하시나요?

호세웅 대표 겸 톱 디자이너가 전반적인 디자인을 하시고요.

저는 그의 부인이자 함께 창업을 한 사람이고, 핸드백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전 디자인 계통의 사람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각 점포의 직원들 관리를 했는데, 그것만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35년이라는 세월이 공부를 많이 할만한 기간 아닙니까. 나중에

는 어떤 게 소비자가 원하는 거고, 어떻게 해야 내가 생산하는

이 제품들이 좀 더 어필할까 하는 생각으로 디자인하게 된

거죠.

35년간 자리를 지키셨다면 이 지역이나 지하상가에 관한 산증

인이신데요. 그동안 계속 이 명동 지하상가에 계셨던 건가요?

호세반 명동 매장은 원래는 여기 있던 것이 아니었어요. 옛날

일단 싸면 사고보는 데에 익숙하지만, 어느 날 장을 열어보면 느껴지는 허무함은 왜일까. 잘못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가치

보다 가격에 먼저 설득당하는 프레임을 갖게 된 것뿐. 그런데 진정 2만 원짜리 부츠를 1년 동안 신는 것보다 40만 원짜리 부츠를 20년 신는 것이 고리타분하기만 한 일일까? 진짜 멋은 첨단과 다채로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너무나도 한국

적인 명품, 명동지하상가의 호세반을 만나 35년간 정통 수제

살롱을 유지해온 역사와 자부심을 엿듣고 왔다.

너무나도 한국적인명품을 만나다

명동지하상가 ‘호세반’ 이승은 대표

22

Page 25: Magazine G:HA vol. 01

왜 지금은 양장점이나 수제 살롱들이 잘 보이지 않을까요?

이건 패션 쪽에 국한된 게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잖습니까. 그에 따라 패션업계에도 변천이 오는 거예요.

예전처럼 옷을 맞추는 게 너무 불편해지니 기성복이 나오게 된

거고. 예전 사람들은 자기 것을 확고하게,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백화점에서 보면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가격도 저렴할 수 있고요. 변천이 흘러오면서 선택권이 많아

지다 보니 전통이라고 불렸던 것이 많이 바뀐 거라고 봐요.

명품을 만드시는 입장에서 수입 명품을 보면 느낌이 남다르

실 것 같아요.

당연하다고 보죠. 모든 게 세계화가 되지 않습니까. 초 단위로

바뀌는데 막는다고 막힐 일이 아니죠. 저는 고객들한테 사보시

라고 해요. 유행에 관한 영업을 하다보면 내 것을 고집할 수가

없다는 걸 터득하게 됩니다. 지금 루이뷔통이 강세를 쳤잖아

유행은

한류같은 겁니다.

자연스럽게 봐야죠.

에는 조선호텔에서 조성한 반도조선 아케이드가 최고의 상가

였어요. 조선호텔이 보수하면서 반도팀들을 나가게 했을 때

간 곳이 소공 아케이드입니다. 여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였죠. 최고의 손님들이 오셨어요. 1970년도, 그러니까 박정

희 대통령 시절의 얘기에요. 우리도 소공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때 단골이 아직도 많다 보니 메인으로 두고 못떠나고 있는

거예요. 아까 여기 계셨던 분들도 25년 단골이세요. 그때 당

시에는 젊은 층들도 많았죠.

요. 전에는 강세가 아니었거든요. 유행

이라는 게 꼭 지금의 한류 같은 거예요.

하나의 번성이 있었으면 사그라지기도

하는 걸 자연스럽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행을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런데도 호세반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력은 뭐라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도 저는 톱 디자이너인 대표님의 색채감각이 뛰어나

다는 걸 간파했었어요. 색이 없었던 시절, 정확히 말하자면 색을

못 받아들이던 시절에 호세반은 가장 많은 컬러를 내놓았던 곳

이거든요. 물론 다른 대단한 분들도 많은데, 우리의 주특기는

이걸 굉장히 먼저 받아들였다는 거예요. 구두의 경우, 아주

편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몸과 직결되기 때문에 편한 쪽으로 가야 하거든요. 100%는

아니지만, 70% 정도 고객은 정말 편하다고 인정해요. 지금은

구두문화가 없어져 가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장 구두로

우리만큼 편한 곳은 없었던 것 같아요.

호세반의 가장 대표적인 상품을 소개해주세요.

겨울에 우리가 내놓는 털부츠가 있어요. 그건 세계적으로 1위

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느 나라도 그 부츠만큼은 못따라온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150만 원쯤 하는데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부츠에요. 안에는 무스탕을 부드럽게

깔고 겉에는 송아지의 송치를 입혔습니다. 밑에는 알파 스폰

지를 댔는데요. 이것도 완전히 미끄럽지 않은 건 아닌데, 다른

것에 비해 80%는 안 미끄러워요. 나이가 들수록 다리에 힘이

없잖아요. 그거 감안해서 만들어요. 그래서인지 한 번 구매하

시면 보통 10년 이상은 신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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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6: Magazine G:HA vol. 01

G:HA[지:하] - STORY글

오수

희 ·

포토

그래

퍼 강

정호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2가 9-9

명동지하상가 B1 다-10

(2호선 을지로입구역 7번 출구에서

도보 2분)

전화번호: 02-753-2737

홈페이지: http://www.hosevan.co.kr

INFORMATION

호세반에 대한 단골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어느날 인터넷에 보니까 혹평을 해놨어요. 다른 매장의 직원이

불친절했나 봐요. 나는 그걸 좋게 봅니다. 관심이 있다는 거

아닙니까. 같은 서비스도 누구는 좋게, 누구는 안 좋게 받아들

이시잖아요. 다만 호세반에 관심이 있으시다는 걸 수용해요

(웃음). 물론 반성도 하지만요.

사실 저도 몸에 벤 세일즈가 아니다 보니, 손님 비위 맞추기를

잘 못해요. 근데 저는 ‘내가 물건을 잘 만들자, 그것밖에 없다.

이게 서비스업이 아니니까. 물건보고 오시겠지’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정찰로 판매하고 나쁜 짓을 하지도 않으니까요.

호세반을 운영해오시면서 가장 신명 났을 때가 언제인가요?

맨 처음 오픈했을 때죠. 우리는 꽃이었어요. 제품도 정열적으로

제작했고, 반응도 즉각적이었고요. 이게 15년 전까지 이어졌

어요. “호세반은 한국의 자존심이다”라고 하면 신명나는 거죠.

요즘엔 손님들이 물질 자체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실용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창작에 관한, 예술성에 힘을

싣어줄 때 우리는 힘이 났어요.

그러면 가장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가장 어둡고 힘들고 마음을 스스로 컨트롤 해야하는 게 지금

이에요. 나는 외국에서 들여온 브랜드와 국산브랜드를 공정

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아직 우리나라 고객들은 문물이

너무 급작스럽게 들어오다 보니, 판단의 능력이 성숙해있지

않아요. 시기적으로 짧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공정하게 못 받

아들이시면서 그걸 표면화시킬 때 가슴이 아파요. 한 계통을

열심히 살아온 분들에게는 이게 자기 삶이거든요. 상처가 돼요.

요즘 들어서는 우리나라가 자기 것에 대한 긍지가 없으면 누가

우리나라 것을 지켜줄 것인가 하는 회의도 많이 들어요.

무심코 던진 돌 하나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지나가면서 ‘국산

인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할 때는 자존심 많이 상하죠. 오히려

외국인들은 아름답고 좋다고 하는데 한국분들은 심란하지..

이런 계통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상처가 많을 거예요.

정말 무턱대고 한국 물건이 왜 이리 비싸냐고 물으면 속상하

시겠어요.

저는 그래요. 좋은 수입제품의 가격과 우리 가격을 냉정히 비교

해놓고 보시라는 거야. 가격이 서너 배 차이가 나는데 품질이 한

두 배 좋다고 하면 이 물건이 좋은 거예요. 저는 그렇게 비교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걸 결정짓는 게 뭐냐, 단지 장식 같은 거

거든요.

지하상가가 많이들 침체되었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명동 지하상가 홍보이사이신 걸 보면 이곳에 정말 애착이 있으신 것 같아요.

상가 자체에 애착이 있죠. 예전에는 최고급의 상가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이렇게 된 것이니까요. 명동 지상에 백화점이

들어오고 지하가 많은 변화를 거치면서, 본래는 다양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밀집되어 있던 것들이 많이 변했어요. 그럼

고객은 열 번 나올 거 한 번 나오시는 거예요. 이것도 하나의

흐름이죠. 모라비또나 펜디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다른 것들이

부각되듯이 지하상가도 그런 것이라고 봐요.

이걸 뭐가 막겠어요. 솔직히 이 흐름을 타자면 저는 여기 없어도

되어요.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순전히 세월을 지키고 있는 겁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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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7: Magazine G:HA vol. 01

명절마다 줄어드는 세뱃돈만큼 보기가 어려워지는 게 한복

이다. 그러니 당신이 진짜 한국인이고 멋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복을 한 벌쯤 사서 정성스럽게 보관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종로 5가를 지나는 일이 생긴다면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부드러운 비단의 촘촘함과 고유한 색깔이 송혜교의 틴트만큼이나 매력적일테니까. 정직한 상담에 생각보다 합리

적인 가격은 덤이다.

한복, 정직으로 시작해정성으로 마무리하다

종오지하상가 ‘가시버시’ 정성훈 대표

안녕하세요. 주단집 사장님이신데도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젊어 보이시네요. 한복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한복을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특별한 옷이라 배색이나 디자인을 일반인들이 잘 아는 경우가

드물거든요. 한복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가업이거나 종업원

으로 바닥부터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저는 부모님이 3,40년

영업을 하시다가 은퇴하신 것을 이어 제2 창업을 한 경우입니다.

시작한지 올해로 20년쯤 되었습니다.

상호명이 왜 가시버시인가요?

본래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진풍주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

셨어요. 가시버시는 옛날 우리말로 ‘각시와 벗’이라는 의미입

니다. 결혼을 할 때 ‘가시버시의 연을 맺는다’라는 표현을 쓰거

든요. 아, 사실 네이버가 처음 만들어진 2000년대 초에 가시

버시가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홈페이지를 올렸어요. 그때 검

색 키워드는 가나다 순으로 정렬이 되었는데, 가시버시가 아

주 상위가 될 수 있는 단어였죠(웃음). 그렇게 겸사겸사 가시

버시라는 이름을 정했습니다.

와. 덕택에 손님 많으셨겠어요.

홍보를 공격적으로 했는데, 결국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보람있게 하고 싶은데 내가 케어할 수 없을만큼의 일이 되어

버려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거든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었어요. 결국 인터넷은 접었죠.

내 단골에만 최선을 다해서 하면 딱 좋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몇 년 지나니까 인터넷 세상이 확 바뀌었네요(웃음).

Page 28: Magazine G:HA vol. 01

한복은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나요?

바느질하는 공방이 있습니다. 바느질 방법도 이전에 비해 많이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어요. 저고리, 치마, 남자 두루마기 등

으로 각각 다 분업화 되어있고요. 옛날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

았는데, 요즘은 쉽고 편한 일만 하려다 보니 젊은이들이 이 일을

선호하지는 않아요. 가장 젊은 연령대가 50대 중후반, 60대,

심지어는 70대까지도 수작업으로 한복을 만들고 계십니다.

한복을 맞출 때 고려하는 점들은 어떤 부분인가요?

손님들이 종종 ‘연예인이 입은 한복이 너무 예뻐요, 이렇게 해

주세요’라고 요청하세요. 그런데 그 한복이 나한테 잘 어울리

는지는 별개의 문제에요. 키, 몸 체형, 얼굴 혈색 등에 따라 특

정 색깔이 잘 어울리는 분이 있고 안 어울리는 분이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한복은 맞춤복이기 때문에 팔길이나 어깨넓이,

품(가슴) 등 사이즈를 재서 그 사람에 맞춰요. 주로 마른 체형은

밝거나 연한 색으로 품이 커 보이는 효과를 주고, 체격이 좀

있는 분들은 어두운 계열을 추천합니다. 얼굴색은 검은 계열,

붉은 계열, 노란 계열, 흰 계열로 나뉘는데, 예를 들어 빛이 검

거나 노란 분들은 저고리로 노란색은 대면 안 되는 식이에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을 소개해 주세요.

전에 어떤 여자 손님이 벨기에의 한 귀족과 결혼을 한다고 오

셨어요. 그런데 그 귀족이 벨기에 왕족에

가까운 거예요. 벨기에 사람들 20여 명

이 비행기 타고 오셔서 단체로 한복을 맞

추어 가셨죠. 후에 들어보니 그 나라에서

일주일 동안 카퍼레이드를 할 정도의 결

혼식이었다고 해요. 또 어떤 분은 신인 영화감독인데 돈이 없었

어요. 한복씬이 있는데 한복을 할 수가 없어서 무작정 왔다고 하

더라고요. 협찬해 달라고요. 순간 나도 모르게 알았다고 했어요

(웃음). 대신에 잘 되면 나중에 꼭 이름을 올려드리겠다고 하셨

고요. ‘동승’이라는 영화였고, 좀 잘 되었던 것 같은데…(웃음).

영업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건가요?

아무래도 한복의 수요가 줄고 있는 점이죠. 일본에는 기모노

입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요. 성년식이나 중요한 모

임에서는 꼭 기모노를 입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한복을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고유한 전통이

사라지게 되는 거죠. 계량 방식으로 가는 게 사실 전통이 없어

지는 거라고 봐요. 입기 편한 것만 찾는 거죠. 이제 신부님이

결혼식때 조차도 안입으려고 해요. 최근들어 위기감이 들 때가

있어요. 입어야 하는 사람조차도 안입으려는 분위기거든요.

요새는 결혼식 때 폐백도 잘 안해요. 안 입게 되니 맞추지 않고

대여를 하려고 하죠. 웨딩드레스처럼요. 근데 그거 아세요? 빌

리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저렴할 수 있어요.

한복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가 봐요.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보통 한복 원단은 중소기업에서 가내

수공업식으로 만듭니다. 수요가 많지 않아서 소량으로 짜요.

대여하러 오셨다가

맞추는 분도 계세요.

따져보니 대여비가

더 비싼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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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퍼 강

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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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한복 원가는 크게 차이가 안나는데, 판매하는 곳에 따라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요. 아주 이름 있는 곳은 몇백만 원,

지역에 따라서도 강남은 7,80만 원에서 돈 백만 원까지 해요.

비싸니 대여를 하려고 하죠. 우리는 도매라 유통의 과정이

없다보니 가격이 저렴해요. 실크 100%로 해도 30만원대,

고급 홍두깨 원단 천연염색도 40만 원대면 만족스럽게 구매

할 수 있어요. 더 실속있게 20만 원대도 가능해요. 그런데 보통

대여비가 15~25만 원 정도 하거든요. 대여하러 오셨다가

맞추는 분들도 있어요. 따져보니 대여비가 맞춤보다 비싸거든.

결혼을 앞둔 실속파에겐 정말 유용한 정보네요. 종로 한복점

만의 특장점인 것 같아요.

여기 오시는 고객들은 다 서민들이에요. 저렴하게, 실속있게

하고 싶은 분들이 오시는거죠. 또 특별한 게, 종로 5가가 포목

시장이 있던 곳이에요. 육의전 있죠. 동대문 안쪽이 시전이고,

동대문 밖이 난전이었어요. 종로2~6가가 조선시대 때 포목

거리고요. 그러니까 비단을 거래하던 역사가 이어져 온 곳이죠.

주식회사 두산의 창업주도 포목점을 하시던 분입니다. 저 종로

4가 사거리 코너에서 장사하셨던 과거가 있어요.

원래 광장시장 안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한복 도매시장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그런데 광장시장은 일반 손님을 만나기에 한계가 있

었어요. 정해진 시간에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점, 일요일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영업에 영향을 미쳤지요. 당시 손님들

이 6시 퇴근하고 오면 7시인데 그러면 장사할 수가 없거든요.

지금 여기(종오) 있는 분들이 광장시장에서 내려오신 분들입

니다. 특성상 눈이오나 비가오나 항상 영업이 가능하고, 지하

철이 바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좋거든요. 교통이 편

하고 시간 유동성이 있으니 장사하는 사람이나 소비자나 모두

좋죠.

한복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있는 때는 언제인가요?

손님이 만족할 때죠. 입고 나서 전화로 너무 잘 입었다고 연락

주실 때요. 내가 잘해줘서 이 사람이 그 자리에서 빛이 났구나,

싶죠. 돈이 없어서 결혼 못하는 사람들 위해서 단체로 결혼식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복을 협찬해주기도 했어요. 어려우신

분들이나 단체, 이주 결혼부부들에게도요. 그 분들이 잘 입고

결혼식을 치뤘다는 것이 보람이 됩니다. 내가 한복 일을 하니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잖아요.

한복 일을 하는데 있어 가시버시만의 노하우나 특장점이 있

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자신있게 생각하는 게 ‘정직함’입니다. 사실 어영부영

한복하는 분들도 없진 않거든요. 손님이 모르니까요. 다른 곳

에서 한 옷을 가져오신 걸 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 실크라고 하고도 겉은 실크인데 안은 아니거나, 치마 저

고리가 따로따로에요. 저고리도 깃 고름이 다 달라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인터넷 업체들에서 해온 걸 보면 기가 막힙니다.

자기가 입으면 그렇게 안했을 텐데. 짜투리 가지고 만들어

판 거죠. 나는 요만큼이 모자라도, 새로 한 피를 쓰더라도 아예

다시 합니다. 고객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제가 가진

경쟁력이라고 자부해요.

예상보다 정말 예쁜 한복이 많아요. 앞으로 한복이 주목을 받

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행이 되어야 인식이 바뀌는데, 불편하다, 입을 일이 없다, 비

싸다 하는 부정적인 면이 강조가 되다보니 사람들이 한복을

더 안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게 한복 산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한복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식이 전

환이 되는 지점이 필요해요. 대통령이 입은 모습을 국내외적

으로 많이 보여주든지, 졸업식 때는 한복을 입는다든지 하는

변화들이 생긴다면 한복에도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생길 거라고

봅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4가 183

종오지하상가 B1 마-11호

(1호선 종로5가역 8번 출구에서 도보 2분)

전화번호: 02-2285-0011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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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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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920㎡면적만큼 넓고 깊은 스펙트럼29개의 상가, 2,738개 점포로 구성된 서울 지하도 상가의 총 면적. 명동의 6 분의 1에 해당한다. 보세 의류, 양장, 한복, 공예품 재료, 공방, 패션소품, 아이돌 상품 등 상점 수만큼이나 업종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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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4가 지하상가에 자리 잡은 이곳은 나름 게으르다 자부하는 세 명의 남자들이

운영하고 있는 가죽공방이다. 두 명은 가죽공예를 담당하고, 한 명은 바리스타를

담당하는 독특한 구성에다가 지하상가답지 않게 저녁 10시까지 문을 열어놓는

운영철학이 재미있는 곳이다. 인공적인 가공을 최소화해 이탈리아에서도 인정받

는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며,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본연의 색이 나타나는 태닝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수강생이 만드는 모든 제품엔 원하는 이니셜을 새겨주니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도 제격. 기회를 엿봐서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하는 무료

수강이벤트도 신청해보자.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가죽공예를

하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오픈파티 때는 음악공연도 하고, 매주 목요일엔

신선한 더치커피가 배달되는, 정겨운 말로 ‘다방’ 같은 곳이다. 손으로 ‘느리게,

순리에 맞게, 성실하게’ 작업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을 지향하는 게으른 농부들,

언제나 열린 공간, 두 명의 남자 선생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수강생을 받고 있다.

굵고 짧게 ‘수시모집 언제나 웰컴’이란다.

조건 하나,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 조건 둘,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을 난이도. 조건 셋, 서늘한 곳. 세 조건에 부합하는 자, 만들지어다.

공예를 한다는 사람은 한 번쯤 들렸을 법한 가게. 남대문지하상가에서 20년 동안

자리를 지킨 한나아트다. 나무나 가구, 패브릭에 그림을 그리는 포크아트와 도자기나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포슬린아트가 전문이다. 매장 한 편에서는 전국에서 온

수강생들이 작품을 완성하고 있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건 한나아트에서 직접

디자인한 1,000여 가지의 반제품 가구, 패브릭, 도자기들이다.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는 수강생의 몫. 재료에서부터 작품, 그리고 늘 상주해있는 선생님 덕분에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붓이나 물감같이 독일, 미국 것을 ‘알아줘서’ 수입

하는 걸 제외하면 모두 국산 재료를 취급한다. 남대문 상가 자락에 ‘포크아트’ 개념을

도입했다고 자부하는 대표님만 봐도 듬직하고 믿음이 가는 곳. 미술전공이 아니

라고 겁먹지 말자. 포크아트는 ‘응용미술’이기 때문에 비전공자들이 오히려 틀 없이

자유롭게 표현 가능하다는 말씀. 올여름 직접 그린 에코백, 파우치를 세트로 들고

다니며 자랑만 해도 시원하게 날 수 있지 않을까?

ENJOY

다방 같은 가죽공방집 알아주는 포크아트집

게으른 농부들 한나아트

양기가 손으로 뻗치는 그대, 만들어라!

수강비: 일일 체험반(2시간), 4만 원.

기초반(한 달 과정, 일주일에 한 번 4시간), 35만 원, 재료비 포함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4가 121

종로4가지하상가 B1 39호

문의: 010-6290-1002

블로그: http://blog.naver.com/lazy_farmers/

수강비: 기초과정 8~10만 원 (재료비 별도)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4가 18-1

남대문로지하상가 B1 70호

문의: 02-771-6366

블로그: http://hannahart.org/

INFORMATION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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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하나로 화사해 보이길 원한다면 이번 여름엔 비즈를 공략하자. 구슬을 직접 살

수 있고, 배울 수도 있는 남대문지하상가에 자리한 구슬나라는 그런 이에겐 제격인

곳이다. 4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비즈만 20년 넘게 다룬 대표님의 안목과 기술이

녹아있다. 수강생을 위한 ‘비즈키트’는 150여 가지. 한마디로 원하는 스타일이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주로 흔히 볼 수 있는 크리스털 종류의 비즈

공예, 요즘 유행인 원색의 컬러비즈공예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와서 배우기도 좋고, 여름에 직접 차고 다닐만한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은 여성들이

배우면 더 좋다. 일정 수준이 되면 한 줄에 꿰는 방식 외에도 직물, 편물, 모자이크

방식을 두루 배울 수 있는 곳. 작품 20개 기준으로 수강료를 내게 되는데 수강생의

시간에 맞춰 운영되니 바쁜 직장인들이 주말에 배우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선물용

으로 만들어도 좋다. 하지만 만들고 나면 마음에 들어 남 주기 아까울 지도.

옥구슬 꿰는 집

구슬나라

수강비: 기초과정 10만 원(재료비 별도, 작품 20개 기준)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4가 18-1

남대문로지하상가 B1 23호

운영시간: 10:00~18:30 (일요일 휴무)

문의: 02-774-6744

INFORMATION

언더그라운드 ‘을지로 아뜨리愛’

‘예술이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

늘 지나다니던 지하도에 멋진 그림이 걸려있다면 어떨까? 그 이후부터

그 길은 당신에게 ‘길’이 아니라 다채로운 ‘흥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12일부터 을지로 4가 지하보도에서 열린 ‘을

지로 아뜨리愛’ 갤러리는 단조로운 이동통로에 불과했던 공간을 시민

들의 예술 공간으로 만든 좋은 사례가 되었다. 첫 번째 전시로 열린 [독

도랑 어깨동무 전]은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조직

위원장 김형배 화백과 박

재동 한예종 교수, 시사만

화가 김용민 등 중견작가

를 비롯한 40여 명의 만화

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

이너, 화가 작가들이 경계

와 영역을 넘어 어깨동무

하자는 의미로 참여했다. 그동안 독도의 이미지가 지켜야 할 영토, 엄숙

한 의미로 다가왔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천연의 자연을 간직한 아름다운 ‘공간’으로 친숙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지하도 상가

문화 예술 입히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시설공단에서 주최하는 이

기획전시는 6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이후에도 올해 말까지 다른 주제

로 3~4번의 기획 전시가 더 열릴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기획전시 외에

도 갤러리 무료 대관, 신진작가와 시민작가의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나

눌 수 있는 장으로 만들 계획이라니 ‘예술’이 필요한 날엔 ‘을지로 아뜨

리愛’를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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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종로 꽃시장

흔치 않은 꽃들이나 묘목이 많아 구경하는 맛이 쏠쏠하다. 하나만 사도 도매가이니

그(녀)가 “이쁘다!”를 외치면 주저 말고 지갑을 꺼내보라. 단돈 5천원으로 그 어떤

쇼핑 데이트보다 더 큰 점수를 딸 수 있을 것.

닭한마리 골목

겉보기엔 허름하지만 속은 알찬 먹거리 골목의 진수. 뜨끈하고 얼큰한 맛의 닭한마리

식당들과 고소한 냄새의 생선구이 가게들이 저마다 원조라며 손님을 끈다. 로맨틱한

분위기는 기대할 수 없지만, 뱃속까지 따뜻해지는 푸짐한 한끼는 확실히 보장한다.

청계천 헌책방거리

오토바이가 가득한 전태일다리를 건너면 평화시장 1층에 헌책방이 줄지어 있다. 책

방 사장님의 무심한 카리스마에 쫄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해 보자. 추억의 소

설부터 희귀한 외국 패션지, 시중에선 꽤나 비싼 원서까지 아는 만큼, 찾는 만큼 건

지는 허니 플레이스다.

PLAN A그래, 혼수를 하려면데이트를 먼저 해야지종오지하상가 & 주변데이트코스 추천

가로수길, 경리단길, 홍대까지 흔한 데이트 장소는 질려버린 장수커플이라면,

발품은 얼마든 팔 수 있지만 주머니는 가벼운 학생 커플이라면, 아날로그 감성을

200% 충전할 수 있는 복고풍 데이트를 원하는 8090 커플이라면, 이번 주말에는

하이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종오지하상가 근처 구시가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자. 종오지하상가에서 고운 전통한복의 자태와 정교한 자수를 공짜로 감상

하는 건 필수. 혹시 모른다. 내년 즈음엔 함께 혼수를 하러 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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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스토리

종로5가는 도심답지 않게 카페가 귀해 커피스토리의 존재가 더욱 반갑다. 추천 메뉴는

달달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광장시장 커피”. 건빵, 바나나, 아이스크림과

팥이 어우러진 “광장시장 빙수”는 여름 인기 메뉴다. 무료 폴라로이드 촬영까지 해 주니

깨알같이 즐겨 보자.

광장시장 수입구제상가

광장시장 서쪽 건물 2층, 듣도 보도 못한 구제 옷이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다. 꼼꼼히

살피다 보면 유니크한 빈티지 메이커 제품을 헐값에 건질 수 있다. 한번 입어나 봐달

라고 호객하는 ‘오빠’들의 애원을 뿌리칠 수 있는 착하지만 시크한 표정과 냉정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입장할 것.

두산아트센터

젊은 예술가들의. 열정적인 공연과 참신한 미술 전시를 즐길 수 있다. 공연은 예매를

해야 하지만,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시원한 건물 안에서 지친 다리도 쉬고,

취향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다만 대부분 현대미술이니, 난해한 예술의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광장시장 먹거리광장

빈대떡, 육회, 마약김밥 등 광장시장의 히트상품은 끝이 없다. 저녁시간, 사람들이

가득한 시장 한 켠에 나란히 앉아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을 나누어 마시는 것은 생각

보다 꽤 로맨틱하다.

한복

맞춤양복

수예

PLA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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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손자수(14p)

가시버시(25p)

종오지하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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