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산업의 M&A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 2013. 2. 26. · 3Par 인수 역시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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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포커스 16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감덕식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전자/IT산업의 M&A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전자/IT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의 범위도 업종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산업 내 혹은 이종산업간 M&A가 활발하다. 그러나 M&A 프리미엄의 상승, 이질적 영역 진입에 따른 리스크 상승 등으로 M&A 후 더 큰 위기에 빠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전자/IT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을 살펴 본다. 최근 글로벌 전자/IT산업 내에서는 승자 와 패자의 명암이 점차 뚜렷해지고 산업간 컨 버전스가 심화되면서 산업 내 통합과 이종산 업과의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A에 있어 M&A의 달인으로 평가되 는 기업들이 대형 M&A 후 어려움을 겪는 현 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자/ IT산업에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주요 사 례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는 기업 인수가격 글로벌 전자/IT산업의 M&A는 2007년 연간 2,036건이 진행된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점차 줄어들어 2012년에는 1,600건 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수주도기업의 인수목표주가와 인수대상기업의 주식시장가격 의 차이인 M&A 프리미엄은 M&A시장 위축과 는 상반되게 금융위기 이전 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 중/대형 M&A의 프리미엄(중앙값)은 31.5%로 지난 10년 간 최고수준이며 프리미엄 을 거래금액으로 가중평균할 경우 2011년의 프리미엄은 5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가치의 저평가나 보수적 투 자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높은 프리미엄의 배 경이라고도 볼 수도 있으나, 지난 10년간 글로 벌 전자/IT산업에서 나타난 M&A 프리미엄과 의 차이가 크다는 점과 변화가 빠른 전자/IT 산업의 특징을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후 의 욕적으로 M&A에 나선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 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 고 있다. <표> 글로벌 전자/IT산업의 M&A 규모 및 프리미엄 주 : 표본-표준산업분류상 전기/전자, 통신장비, 컴퓨터 산업에 속한 기업이 인수 또는 피인수된 M&A/ 프리미엄-인수발표 하루 전 주가대비 인수목표주가의 프리미엄이며 관련 자료가 공개된 436건을 분석/ 가중평균-거래금액으로 프리미엄을 가중 평균. 대형 M&A의 프리미엄이 높은 경우 중앙값에 비해 가중평균 프리미엄 값이 높아짐. 자료 : Thomson 인수연도 M&A 건수 중/대형 M&A 프리미엄(%) 전체 중/대형 M&A (1억 달러 이상) 중앙값 가중평균 2003 1,379 762 18 24.1 2004 1,606 869 18 33.7 2005 1,667 944 20 22.4 2006 1,935 1,128 18 23.3 2007 2,036 1,188 18 21.4 2008 2,115 1,223 27 23 2009 1,761 931 31.5 26.7 2010 1,780 1,025 23 33.5 2011 1,618 919 26 50.2 2012 1,600 907 26.5 39.9 합계 17,497 9,896 21.5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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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포커스

    16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감덕식 책임연구원 [email protected]

    전자/IT산업의 M&A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전자/IT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의 범위도 업종의 경계를 넘어서면서 산업 내 혹은 이종산업간

    M&A가 활발하다. 그러나 M&A 프리미엄의 상승, 이질적 영역 진입에 따른 리스크 상승 등으로

    M&A 후 더 큰 위기에 빠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글로벌 전자/IT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을 살펴 본다.

    최근 글로벌 전자/IT산업 내에서는 승자

    와 패자의 명암이 점차 뚜렷해지고 산업간 컨

    버전스가 심화되면서 산업 내 통합과 이종산

    업과의 M&A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M&A에 있어 M&A의 달인으로 평가되

    는 기업들이 대형 M&A 후 어려움을 겪는 현

    상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전자/

    IT산업에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주요 사

    례를 통해 시사점을 살펴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높아지고 있는

    기업 인수가격

    글로벌 전자/IT산업의 M&A는 2007년 연간

    2,036건이 진행된 이후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점차 줄어들어 2012년에는 1,600건

    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인수주도기업의

    인수목표주가와 인수대상기업의 주식시장가격

    의 차이인 M&A 프리미엄은 M&A시장 위축과

    는 상반되게 금융위기 이전 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년 중/대형 M&A의 프리미엄(중앙값)은

    31.5%로 지난 10년 간 최고수준이며 프리미엄

    을 거래금액으로 가중평균할 경우 2011년의

    프리미엄은 5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가치의 저평가나 보수적 투

    자로 인한 유동성 증가가 높은 프리미엄의 배

    경이라고도 볼 수도 있으나, 지난 10년간 글로

    벌 전자/IT산업에서 나타난 M&A 프리미엄과

    의 차이가 크다는 점과 변화가 빠른 전자/IT

    산업의 특징을 감안할 때, 금융위기 이후 의

    욕적으로 M&A에 나선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

    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

    고 있다.

    글로벌 전자/IT산업의 M&A 규모 및 프리미엄

    주 : 표본-표준산업분류상 전기/전자, 통신장비, 컴퓨터 산업에 속한 기업이 인수 또는

    피인수된 M&A/ 프리미엄-인수발표 하루 전 주가대비 인수목표주가의 프리미엄이며

    관련 자료가 공개된 436건을 분석/ 가중평균-거래금액으로 프리미엄을 가중 평균.

    대형 M&A의 프리미엄이 높은 경우 중앙값에 비해 가중평균 프리미엄 값이 높아짐.

    자료 : Thomson

    인수연도

    M&A 건수 중/대형 M&A 프리미엄(%)

    전체중/대형 M&A(1억 달러 이상)

    중앙값 가중평균

    2003 1,379 762 18 24.1

    2004 1,606 869 18 33.7

    2005 1,667 944 20 22.4

    2006 1,935 1,128 18 23.3

    2007 2,036 1,188 18 21.4

    2008 2,115 1,223 27 23

    2009 1,761 931 31.5 26.7

    2010 1,780 1,025 23 33.5

    2011 1,618 919 26 50.2

    2012 1,600 907 26.5 39.9

    합계 17,497 9,896 21.5 30.5

  • 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17

    파나소닉 쇼크의 이면에는 산요 인수 실패가 있다.

    ‘신의 한 수’와 ‘승자의 저주’를 넘나들고 있는 M&A

    ● 파나소닉 - 산요전기 인수

    최근 전자/IT산업에 빼놓을 수 없는 대형

    M&A는 파나소닉의 산요 인수 사례이다. 파나

    소닉은 디지털 전자산업의 수익성 하락을 극

    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Eco & Smart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이를 위해 2차 전

    지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부

    진에 시달리던 산요전기를 3차례에 나누어 94

    억 달러를 투자, 2011년에 최종 인수한 바 있

    다. 산요전기 인수의 경우 프리미엄이 20% 이

    하로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편은 아니나 2차

    전지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파나소닉의 기존 사

    업과 중복되는 산요전기의 가전사업까지 같이

    인수함에 따라 사실상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

    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파나소닉이 의욕적으로 인수한 2차 전지

    사업은 M&A 당시의 기대와는 다르게 글로벌

    경쟁구도 변화와 환율변화로 인해 빠르게 수

    익성이 악화되었으며 기존 주력 사업의 부진이

    겹치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되었다.

    파나소닉의 새로운 CEO인 쯔가 사장은 산요

    와 관련된 영업권, 2,500억 엔을 2012년에 일

    시에 상각하는 결단을 내렸는데 이로 인해 파

    나소닉은 2년 연속으로 7천억 엔 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하이얼에게 산요의 가전사업, 아쿠

    아(AQUA)브랜드, 관련 인력 3천 여명을 일괄

    로 넘겨 일본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 휴렛 패커드 - 오토노미, 3Par 인수

    휴렛 패커드는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

    피하기 위해 소프트와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

    로 공격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계

    획의 일환으로 신속한 관련시장 진입을 위해

    다수의 M&A을 진행한 바 있는데, 영국의 소

    프트웨어 회사인 오토노미(Autonomy)와 미

    국의 데이터 저장 솔루션 기업인 3Par 인수는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오토노미는 의미기반 검색기술을

    기반으로 지능형 검색, 분석 솔루션, 멀티미디

    어 컨텐츠 모니터링 등에 강점을 가진 소프트

    웨어 개발업체로 소위 ‘빅데이타’ 분석에 있어

    많은 역량과 기업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으

    로 알려졌다. 소프트 영역으로 확장을 꾀하던

    휴렛 패커드는 2011년 8월에 인수제안을 한

    바 있는데 2달 만에 전격적으로 오토노미를

    65%의 프리미엄을 주고 102억 달러에 인수,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한편 오토노미의 전임

    전자/IT산업, M&A규모 클수록 프리미엄도 높아져

    주 : 기간-효력기준, 프리미엄-인수발표 하루 전 주가 대비 목표주가의

    프리미엄

    자료 : Thomson

    0

    10

    20

    30

    40

    50(%)

    2003 2005 2007 2009 2011

    0.1억 달러 이상

    1억 달러 이상

    10억 달러 이상(M&A 규모)

    5억 달러 이상

  • Weekly 포커스

    18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휴렛 패커드는 오토노미 인수에 102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1년 만에 88억 달러를 손실 처리하였다.

    CEO인 마이크 린치가 퇴임 한 이후 실시한

    오토노미의 내부조사에서 대규모 회계부정이

    발견되었다. 이로 인해 휴렛 패커드는 2012년

    4분기에 관련 자산들을 일시에 상각해야만 했

    는데 그 금액이 88억 달러에 달해 다시 한번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졌

    던 오토노미는 오히려 휴렛 패커드에 있어 큰

    부담이 되고 말았다.

    3Par 인수 역시 높은 프리미엄이 지급되

    었다. 3Par는 스토리지 시스템과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제작하는 기업으로 스토리지 용량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크라우드 컴퓨팅 구현에 있어 중요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휴렛 패커드와 델은 3Par 인수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는데 최종적으로는

    휴렛 패커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인

    수가격은 매우 높게 치솟고 말았는데 델이 초

    기에 주당 87%의 프리미엄(당시 주가는 9.65

    달러)을 주고 제안했던 주당 18달러는 양사간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주당 33달러에 마감하

    게 되었다. 뉴욕타임즈에 의하면 휴렛 패커드

    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M&A를 위해 투입

    한 자금은 670억 달러로 휴렛 패커드 시가총

    액(330억 달러, ’03.2/13)의 두 배에 이르며 부

    채비율은 5년 전 21%에서 최근에는 127%까지

    상승하였다1. 휴렛 패커드는 M&A를 통해 미

    래영역의 전략적 교두보 확보에는 성공했을지

    모르나 그 이면으로는 너무 많은 비용을 지불

    함으로써 어려움을 겪고 있다.

    ● Dell - 2009년 이후 127억 달러의 M&A

    휴렛 패커드와 마찬가지로 델 역시 PC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자 다양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델의

    M&A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은 IT서비스 업체

    인 페로 시스템즈(Perot Systems)를 2009년

    에 68%의 프리미엄을 주고 36억 달러에 인수

    한 것이다. 이는 델의 M&A 역사상 최고의 금

    액이다. 델의 페로 시스템즈 인수는 휴렛 패커

    드의 2008년 IT서비스 기업 EDS 인수와 비교

    되곤 하는데 휴렛 패커드가 EDS 매출의 0.6

    배인 126억 달러를 지불한 반면 델은 페로 시

    스템즈 매출의 1.4배인 36억 달러를 지불하였

    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델은 페로 시스템즈 인

    수를 포함해서 2009년 이후에만 18건의

    M&A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지출한 금액

    1 �2001년에�250억�달러를�주고�인수한�컴팩에�대한�10년간�120억�달러의�감

    가상각�역시�휴렛�패커드의�실적�악화의�중요한�요인으로�거론되고�있다

    주요 컴퓨터 기업 중 최근 M&A가 잦았던 HP, 델의 주가 부진

    0

    50

    100

    150

    200

    250

    300

    350(2003년 초 대비, %)

    2003 2005 2007 2009 2011 2013

    오라클

    HP

    IBM

  • 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19

    핵심 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무리한 인수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은 127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2. 한편 델의 회

    생을 위해 복귀한 창업주 마이클 델은 보다 공

    격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마이크로 소프

    트, 사모펀드 등과 협력하여 224억 달러에 델

    의 상장폐지3를 추진하고 있다. 델의 M&A에

    대해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나 ‘신의 한 수’인지

    ‘승자의 저주’인지 점차 구분이 모호해 지고 있

    으며 PC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했

    던 공격적인 M&A는 점차 델의 통제범위를 벗

    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A 리스크 증가의 주요 배경

    앞 서 살펴 본 대형 M&A는 비교적 최근의 일

    이라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라고 할 수 있다4. 하지만 이들의 사례는 최근

    M&A 리스크가 커지는 구조적 원인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핵심사업의 위기감이 야기하는 조급함

    기본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핵심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올바른 경영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

    는 점이다. 파나소닉의 전임 CEO, 오츠보 사

    장은 산요전기 인수에 따른 대규모 손실에 대

    2 �부채비율(2012년)이�아직은�89%에�머물고�있어�상대적으로�재무적�위기

    에�노출될�가능성은�적어�보인다.

    3 �델의�상장폐지는�M&A전략의�불확실성,�주주가치�훼손�등의�이유로�

    M&A를�통한�사업구조�재편전략에�동의하지�않는�주주들의�반대를�회피

    하고�외부감시를�최소함으로써�보다�과감한�M&A전략을�실행하기�위해�

    추진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

    4 �기업간�시너지는�즉각적으로�나타나기�보다는�중장기적으로�실현되는�

    경향이�강하기�때문에�주가의�일시적�하락이나�단기�재무성과의�악화만

    으로�성공과�실패를�단정하기는�어렵다.�나아가�주가나�실적의�변화는�

    M&A가�아닌�산업�자체의�수익성�변화와�같은�다른�요인에도�많은�영향

    을�받는다.�또한�아무런�행동을�하지�않은�기업들의�경우�더욱�빨리�망

    할�수도�있다.

    해 ‘산요전기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파나소닉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웠다. 아직은 산요전기의

    인수가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이르다’라고 인터

    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핵심사업인 PDP

    사업의 쇠락이 무리한 산요전기 인수의 주요

    배경이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준다고

    볼 수 있다. 휴렛 패커드, 델 역시 유사한 현상

    을 보이고 있다. 양 기업은 유사한 기업을 경쟁

    적으로 인수하면서 모두 높은 비용을 지불하

    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인수 시 기대되는 시너

    지가 높았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으나 보다 근

    본적으로는 PC산업 변화에 따른 핵심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무리한 인수전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CEO 교체와 맞물리면서

    보다 증폭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휴렛 패커드

    의 2005년 이후 CEO 인사는 과거와 달리 교

    체주기와 재임기간이 점차 짧아지는 양상을 보

    이고 있다. 최근 임명된 맥 휘트니는 2005년

    칼리 피오리나 사임 이후 5번 째 CEO이다. 휴

    렛 패커드는 새로운 CEO들이 등장할 때마다

    급격한 전략의 변화와 더불어 대형 M&A에 집

    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칼리 피올리나, 아포

    데커는 각각 컴팩 인수, 오토노미 인수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하였으며 사내 스캔들로

    퇴임한 마크 허드 역시 내부적으로는 M&A를

    통한 문제해결과 주가부양을 위한 R&D축소

    로 휴렛 패커드에 남아 있던 혁신의 영혼을 증

    발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델 역시 PC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2004

  • Weekly 포커스

    20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컨버전스로 산업별 선도기업간 인수 경쟁이 잦아지고

    기업들은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년 이후 실적이 꾸준히 악화되자 2007년

    CEO, 케빈 롤린즈를 해임하고 창업주인 마이

    클 델을 복귀시킨 바 있다. 마이클 델은 변화

    에 요구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공격적인

    M&A를 추진했는데 지난 10년간 추진한 델의

    25건의 M&A 중 23건이 2007년 이후 진행된

    것이다.

    ● 컨버전스에서 파생되는 인수가격 상승

    다음으로는 컨버전스가 무리한 M&A에 영향

    을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간 컨

    버전스로 인해 개별 산업 내 1등 기업간 경쟁

    으로 인수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산업별 선도기업들은

    주로 풍부한 유동성, 시장을 선도하는 이미지

    를 보유하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과 승리에 익

    숙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소위 ‘별들의 전쟁’이

    벌어질 경우 M&A는 높은 인수 프리미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 볼 부분은 이질적 사업모

    델과 인수 프리미엄간 관계이다. 구글의 모토

    로라 인수 사례를 살펴 보자. 구글이 고려하는

    시장의 범위는 핸드폰 하드웨어 제조업체와는

    달리 핸드폰을 통한 검색, 광고, 나아가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간 연계에서 창출되는 사업기

    회들이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를 위해 68%

    의 프리미엄을 주고 125억 달러를 베팅하였는

    데 이는 닷컴 버블 이후 무선통신장비 산업의

    M&A에 있어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

    례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이종산업의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

    서는 높은 가격에 입찰이 가능하고 이들이 지

    나간 자리에는 높은 프리미엄과 새로운 기준

    이 남게 된다. 산업간 컨버전스가 파생시키는

    인수 프리미엄은 에서와 보는 것과 같

    이 컨버전스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컴퓨터

    산업에서 잘 관찰되고 있다.

    ● 이질적 영역 진입에 따른 리스크 노출

    앞서 살펴 본 휴렛 패커드의 오토노미 인수

    사례는 세계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소프트웨

    어라는 이질적 영역에 대한 M&A에 있어 실수

    를 하기 쉽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하드

    영역과는 달리 소프트 영역은 물리적인 실체

    가 없어 실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으

    컴퓨터 산업의 대형 M&A 프리미엄 상승세

    주 : 대상 - 휴렛 패커드, 델, IBM, 오라클이 주도한 M&A 중 매수가격이 공개된 40건을

    대상/프리미엄 - 인수발표 하루 전 주가 대비 매수 가격의 프리미엄

    자료 : Thomson

    2003 2005 2008 2010 2013인수연도

    인수 프리미엄(%)

    150

    100

    50

    0

    M&A규모 1억 달러 이하

    1억 달러 이상, 10억 달러 이하

    10억 달러 이상

  • Weekly 포커스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21

    편이(bias)에 빠지지 않도록 현장 직원들이나

    외부의 객관적인 목소리를 주기적으로 경청해

    객관적 환경과 주관적 환경간의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며 제도로 보호되는 특허를 제외하고는 핵심

    인재의 유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크게

    좌우되게 된다. 오토노미 인수의 경우 회계부

    정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하긴 하나 휴렛

    패커드는 본업과 거리가 있는 이질적 영역에

    포진한 외국기업을 두 달 만에 성급하게 인수

    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공존

    한다.

    파나소닉 사례는 상당히 흥미로운 측면이

    있는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익숙한 영역이나

    사업모델 측면에서 이질적 영역에 진입하면서

    리스크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경

    우 2차 전지, 태양전지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높아 산요전기 인수는 사실상 동종 산

    업간 결합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

    지만 파나소닉에 있어 부품사업은 주로 내부고

    객을 대상으로 하고 완제품의 차별성을 블랙박

    스화 하는 도구로 간주된 반면 산요전기에 있

    어 부품사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업인 관계

    로 외부고객을 중심으로 한 외부 환경 변화에

    상당히 민감한 구조였다. 파나소닉이 산요전기

    인수를 고려하던 시기에는 세계 주요 정부들

    의 재정여력, 2차 전지 및 태양전지 산업 내

    경쟁구도, 환율 등이 급변하고 있어 산요전기

    의 가치 역시 빠르게 변했는데 파나소닉은 이

    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했더라도

    과소평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질적 영역의

    진입에 따른 리스크는 일반적일 수도 있으나

    전자/IT산업의 경우 변화가 빠르고 심한 산업

    의 특성이 더해지면서 더욱 커지는 양상을 보

    이고 있다.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면?

    ● 경쟁사가 아닌 고객, 시너지 중심의 사고

    디지털 산업의 융합은 미래가 새롭게 계속 그

    려지고 진화하고 있어 미래를 예상하고 행동

    한다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경쟁사의 M&A를 따라 함으로써 주주나 이

    해당사자들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소위

    ‘모방적 동형화(mimetic isomorphism)’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그러나 경쟁사의 전략

    적 움직임에 기반한 무분별한 M&A는 기업

    내부의 모순을 심화시켜 경쟁력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외부 환경변화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고객과 자신이 가진 본질

    적인 모습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이질적 영역과의 컨버전스에 대한

    의사결정은 의사결정의 프로라고 하는 최고 경

    영진이라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위험이 크

    다. 편이(bias)나 자만심(hubris), 나아가 경직

    된 조직 문화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이

    여과되지 못한 채 실행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

    다. 최고경영진들은 편이(bias)에 빠지지 않도

    록 현장 직원들이나 외부의 객관적인 목소리

    를 주기적으로 경청해 객관적 환경과 주관적

    환경간의 차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 소프트 자산 리스크에 대한 대비

    휴렛 패커드,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IT 기

  • Weekly 포커스

    22 LG Business Insight 2013 2 27

    업들의 M&A에서 노출된 리스크는 소프트웨

    어, 거래선의 질, 사업 모델과 같이 주로 물리

    적 실체가 없는 소프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컨버전스로 인해 M&A의 대상이 공장, 건물과

    같은 하드(hard)한 것에서 소프트(soft)한 것으

    로의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나 여기에 대한 대비

    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변화하고 있

    는 대상자산에 대한 본질적 속성에 대한 면밀

    한 검토와 더불어 무형 자산들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고려

    변화가 심한 영역에 포진해 있으나 포트폴리오

    를 단조롭게 운영했던 기업들의 경우 승자의

    저주가 더욱 우려되고 현실화되고 있다. 이들

    은 핵심사업의 심연에 다가온 비연속적 변화

    를 늦게 깨닫고 무리한 M&A를 통해 극복하려

    고 했으나 오히려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물론 M&A 자체를 금기시 해서

    는 안되겠지만 M&A로 인해 파생되는 변화와

    충격을 기존 사업이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

    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

    다. 이런 측면에서 빅 딜보다는 스몰 딜에 집

    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접근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산업과 M&A의 성숙주기에 따른

    차별적 대응

    마지막으로는 개별 산업의 성숙 주기와 M&A

    주기를 면밀히 관찰하고 진입시점이 가지는 전

    략적 의미를 잘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 본 컴퓨터 산업에서, IBM은 다른 컴퓨터

    기업들과는 달리 1995년에 ‘e비즈니스 혁명’을

    발표하고, 일찍이 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을

    추진한 바 있는데 여러 M&A연구에서 나타나

    듯이 IBM은 한걸음 빠른 M&A를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M&A를 통한 관련 산업 진입의 최

    적시점을 놓친 경우에는 오히려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통상 대형 M&A는 효율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서 많은 상처를 남기며 핵심자원의 이탈을 초

    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나아가 이종산업간

    결합은 더욱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어 많은 기

    업이 실패에 이르곤 한다. 따라서 관련 시장이

    이미 과열되었거나 기회의 창이 닫힌 경우에는

    오히려 대형 딜 이후 전개되는 요소시장의 변

    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A실패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그 실수

    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세월이 필요하기

    때문에 M&A실패는 가히 ‘저주’라고 부를 만

    하다. 하지만 M&A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 역

    시 전략적 기회의 상실이나 성장 잠재력의 훼

    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M&A는 언제나 조심스

    러울 수밖에 없다.

    경쟁자의 M&A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

    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M&A를 통해 기대

    할 수 있는 기회와 시너지, 야기될 수 있는 리

    스크에 대한 점검과 대비에 더 철저할 필요가

    있다.

    경쟁자의 M&A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보고

    M&A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기회와 시너지,

    야기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점검과 대비에 더 철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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