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t와 통풍(痛風)의 어원 형성과 번역 과정에 관한 의사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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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33 의사학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2015년 8월 Korean J Med Hist 24 ː533-557 Aug 2015 ⓒ대한의사학회 http://dx.doi.org/10.13081/kjmh.2015.24.533 pISSN 1225-505X, eISSN 2093-5609 Gout와 통풍(痛風)의 어원 형성과 번역 과정에 관한 의사학적 고찰 조재흥*·정재영** 1. 서론 2. Gout와 통풍 : 어원의 형성 과정 1) Gout 어원의 형성 과정 2) 통풍(痛風) 어원의 형성 과정 3. Gout에서 통풍으로 : 용어 번역의 발전 과정 1) 근대 중국의 gout 번역 2) 근대 일본의 gout 번역 4. 결론 1. 서론 본 연구는 대사질환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gout를 누가, 언제부터 통풍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1) 혹자 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의 어원을 밝히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 고 반문하겠지만 의사와 환자의 대화에서 의학용어가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 은 두말 할 필요도 없으며 특히 의사가 의학 용어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하고 사용하거나 또는 환자가 이를 왜곡하여 받아들일 경우에는 진단이나 치 * 교신저자: 조재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메일: [email protected]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메일: [email protected] 1) 본 학회지는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나 연구 주제의 특성으로 인해 gout를 한글로 병기하 지 않고 영문 그대로 사용했음을 밝힌다. 또한 문맥상 동양의학에서 사용되던 의미의 통풍( 痛風)은 한자와 병기하여 기술하였다.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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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33

    의사학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2015년 8월 Korean J Med Hist 24 ː533-557 Aug 2015ⓒ대한의사학회 http://dx.doi.org/10.13081/kjmh.2015.24.533

    pISSN 1225-505X, eISSN 2093-5609

    Gout와 통풍(痛風)의 어원 형성과 번역 과정에 관한 의사학적 고찰

    조재흥*·정재영**

    1. 서론

    2. Gout와 통풍 : 어원의 형성 과정

    1) Gout 어원의 형성 과정

    2) 통풍(痛風) 어원의 형성 과정

    3. Gout에서 통풍으로 : 용어 번역의 발전 과정

    1) 근대 중국의 gout 번역

    2) 근대 일본의 gout 번역

    4. 결론

    1. 서론

    본 연구는 대사질환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gout를 누가, 언제부터 통풍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1) 혹자

    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의 어원을 밝히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

    고 반문하겠지만 의사와 환자의 대화에서 의학용어가 가지는 의미의 중요성

    은 두말 할 필요도 없으며 특히 의사가 의학 용어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하고 사용하거나 또는 환자가 이를 왜곡하여 받아들일 경우에는 진단이나 치

    * 교신저자: 조재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메일: [email protected]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이메일: [email protected]

    1) 본 학회지는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나 연구 주제의 특성으로 인해 gout를 한글로 병기하

    지 않고 영문 그대로 사용했음을 밝힌다. 또한 문맥상 동양의학에서 사용되던 의미의 통풍(

    痛風)은 한자와 병기하여 기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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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에 잠재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일본 서적을 통해 유입되어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의학 용

    어 중에서 통풍(痛風)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갖게 된 까닭도 그런 이유에서이

    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통풍의 뜻을 ‘바람만 불어도 아프기 때문에 통풍

    이다’라고 알고 있으나 이런 방식으로 통풍을 이해하고 있었다면 중풍(中風)

    이나 풍진(風疹), 파상풍(破傷風), 산후풍(産後風)과 같은 단어에서도 풍(風)

    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관용어처럼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의미

    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들은 gout가 통풍으로 번역되었

    던 최초의 문헌들을 통해 그 시기에는 gout와 통풍(痛風)이 어떤 의미로 쓰

    이고 있었고 당시의 의미대로 통풍의 어원을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

    인하고 싶었다.

    필자들이 이러한 궁금증을 풀기위해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gout와 통풍(痛風)이라는 어원이 처음으로 만나는 시점인 16세기 이

    후부터 동아시아에서 발간된 번역 서적을 중심으로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하

    였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면서 서양 문물이 유입되던 시기의 동아시아 국

    가가 모두 한자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 용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번역하였고 그 후 다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통

    일된 용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이것을 단순히 영한(英漢) 혹은

    영일(英日) 번역의 문제가 아닌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의사학적 관점에

    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서양의학에서 gout라는 질병의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다수

    의 연구에서 언급되고 있으나(Savica et al., 2013; Pasero&Marson, 2004;

    Pillinger et al., 2007) gout의 어원이 형성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살펴 본 연

    구는 없었다. 또한 서양의학의 gout와 동양의학의 통풍(痛風)을 문헌적으로

    비교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이 연구에서 언급된 자료들을 통해 통풍(痛風)

    과 관련된 방대한 양의 문헌들을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다(김동욱·김갑

    성, 2000). 서양 어휘의 용어 번역 과정에 대해서 김해연은 19세기 중후반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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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에 유입된 영어 어휘들이 기존 언어의 형태와 개념에 어떻게 등가성을

    유지하면서 번역되었는지를 언어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의사학적 관점에

    서의 이해는 부족하였다(김해연, 2009). 서양에서 유입된 어휘들이 번역되는

    시점의 중국과 일본의 시대적 배경은 양세욱과 김동기의 연구에서 각각 상세

    히 기술되어 있으며(양세욱, 2012; 김동기, 2003), 본 연구에서 관심있게 살펴

    보고자 했던 근대 의학 용어의 번역 과정은 여인석, 황상익의 연구에서 언급

    된 일본의 해부학 서적들이 번역되는 과정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

    다(여인석·황상익, 1994: 224-228). 그리고 김옥주, 미야가와 타쿠야의 연구

    를 통해 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의 서양의학 도입 과정에서 의학 서적을 번역

    한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을 얻을 수 있었다(김옥주·미야

    가와 타쿠야, 2011: 499-506).

    이러한 기존의 연구들과 19세기 영한(英漢) 혹은 영일(英日) 번역 서적을

    중심으로 본 연구에서는 1) 서양의학사에서 gout와 유사한 질병이 보고된 고

    대 기원전에서부터 gout라는 어원이 형성되는 시점, 그리고 gout의 원인과

    해부생리학적 기전이 밝혀지면서 독자적인 질병 명칭으로 확립되어 가는 과

    정 2) 동양의학사에서 통풍(痛風)과 유사한 증상이 처음 언급된 『황제내경(

    黃帝內經)』에서부터 통풍(痛風)이라는 개념이 정립되는 금원대(金元代)를 거

    쳐 청대(淸代)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명칭들이 혼재되었지만 통풍(痛風)의 명

    칭이 점차 독자적이고 구체화되는 과정 3) 19세기에 이르러 gout라는 용어

    가 근대 중국과 일본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번역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

    으면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통풍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순차적으

    로 살펴보았다.2)

    2) 중국과 일본 모두 16세기경부터 서양의학을 접하게 되었지만 본격적인 서양의학 서적의 번

    역 작업은 17세기 이후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헌 검색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번역서인 『전체신론(全體新論)』(1851)이나 『해체신서(解體新書)』(1774) 등을 포함한 서양 번

    역서 대부분이 원문 없이 중국어와 일본어 혹은 한자로 번역된 상태여서 gout가 통풍으로 번

    역된 문헌을 찾고자 했던 본 연구의 취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본적

    으로 통풍이 언급된 기록물들을 일부 참고하였으나 19세기 중국과 일본에서 번역된 영한 (

    英漢) 혹은 영일(英日) 서적 중에서 사적(史的)으로 비중이 있는 대표적인 번역 사전을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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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out와 통풍 : 어원의 형성 과정

    1) Gout 어원의 형성 과정

    Gout와 관련된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기는 기원전 2640년경으로 고대 이

    집트에서 포다그라(podagra, 족부 통풍)가 발견되면서 부터이다(Pillinger et

    al., 2007: 215). 하지만 문헌적으로 통풍은 고대 이집트보다 그리스-로마 시

    대에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포다그라(podagra)’라는 명칭 역

    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바쿠스(Bacchus)와 비너스(Venus) 사이에서 태어난

    포다그라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면서 부터였다(Savica et al., 2013: 113). 바쿠

    스는 술의 신이며 비너스는 사랑의 여신으로 당시에도 통풍이 술과 문란한 생

    활, 특히 부자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기원전 4세기경 히포크라테스의 유명한 격언집 아포리즘(Aphorisms)에

    는 이 병이 사춘기 이전의 남성이나 거세한 남성 그리고 폐경기 이전의 여성

    에서는 발생하지 않으며 염증이 생기면 대략 40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는 등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Pasero&Marson, 2004: 687-689). 그리고 서

    기 30년경 로마시대 의학자 켈수스(Aulus Cornelius Celsus)가 저술한 『의학

    에 대하여(On medicine, De Medicina)』라는 백과사전에는 통풍을 다음과 같

    이 설명하고 있다.

    소변이 진해지고 백색의 침전물이 보인다면 내부 장기 혹은 관

    절의 통증이나 질병을 우려해야 한다… 관절 중에서는 주로 손

    (cheiragra)과 발(podagra)을 침범하고 자주 재발한다. 거세한 남

    성이나 사춘기 남성 그리고 생리를 하는 여성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다… 술과 성관계를 멀리하면 평생 이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3)

    으로 자료 검색을 진행하였다.

    3) Aulus Cornelius Celsus, De Medicina Book IV. “Again thick urine, the sediment from which is white, indicates that pain and disease are to be apprehended in the region of

    joints or viscera… Joint troubles in the hands and feet are very frequent and persistent,

    such as occur in cases of podagra and cheiragra. These seldom attack eunuchs or boys

    before coition with a woman, or women except those in whom the menses have be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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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통풍이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

    진 질병으로 임상적인 특징이나 치료방법, 예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발의 통풍(podagra), 손의 통풍(cheiragra), 무릎의

    통풍(gonogra)과 같이 침범된 부위에 따라 통풍을 다른 명칭으로 구분하여

    부르고 있었는데 후술하듯이 현재 통풍을 의미하는 ‘gout’라는 단어가 등장하

    는 시기는 13세기경부터이다. 이후 수많은 의사들이 통풍 치료에 관심을 갖

    기 시작하여 비잔티움의 저명한 의사였던 알렉산데르(Alexander Trallianus,

    525-605)는 콜키쿰(Colchicum autumnale)의 씨앗이나 줄기에서 추출된 성

    분으로 만든 통풍 치료 약물을 소개하였는데 그 약이 바로 현재까지도 통풍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콜킨(또는 콜히친, colchicine)이다. 또한 페르시아의

    유명한 의학자인 라지(Rhazes, Muhammad ibn Zakariya al-Razi, 895-925)는

    그 당시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통풍 처방의 구성 성분 및 용량까지 구

    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으나 그 당시의 모든 서적에서 사용된 통풍을 의미하

    는 단어는 ‘podagra’였다(Ashtiyani et al., 2012: 108-112). 1200년경이 되어

    서야 도미니크 수사인 랜돌푸스(Randolphus of Bocking, 1197-1258)가 서

    양의학사에서는 처음으로 ‘gout’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라틴

    어의 물방울(gutta)에서 유래된 말로 체액의 불균형으로 인해 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물방울 형태로 관절에 떨어지면서 통풍을 일으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Savica et al., 2013: 115). 이처럼 기존에 통풍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

    되던 ‘podagra’가 13세기경부터 ‘gout’로 대체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 문

    헌적으로 근거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통풍이 단일 관절에서만 발병하는 질환

    이 아니기 때문에 부위별 통풍을 지칭하는 podagra, cheiragra, gonogra 보

    다는 통합적이면서도 질병의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필요했던 것

    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현대의학에서 통풍을 의미하는 ‘gout’가 1200년경이 되어서야

    suppressed… some have obtained lifelong security by refraining from wine, and venery”.

    영역(英譯)된 문장은 기존의 논문에서 재인용하였다(Ashtiyani et al., 2012: 10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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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했지만 이후 19세기까지 podagra와 같은 부위별 명칭들이 여전히 사용

    되고 있었고, 비슷한 증상을 가진 ‘rheumatism’과도 뒤섞여 사용되면서 통풍

    을 의미하는 명칭은 한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다.4) 이는 그때까지 서양의

    학계에서 통풍이라는 질병의 존재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지만, 통

    풍과 류마티스 질환의 원인이나 기전에 대해서는 해부생리학적으로 명확히

    구분을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히포크라테스가 유일하게 통풍과 류

    마티스 질환을 구분했던 경우는 류마티즘열(rheumatic fever)이 발생하는 관

    절통의 경우였다. 그 후 서양의학사에서 통풍과 류마티스 질환이 점차 구별

    되기 시작한 것은 1679년 레벤후크(Antonie van Leeuwenhoek, 1632-1723)

    가 역사상 최초로 바늘 모양으로 생긴 크리스탈 형태의 통풍 결정체(tophus)

    를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고, 1683년 시드넘(Thomas Sydenham, 1624-1689)

    이 통풍과 류마티스 질환은 완전히 다른 질환이라고 주장한 17세기 부터였다

    (Pasero&Marson, 2004: 687-689).

    하지만 그로부터 약 100여년이 지나도록 시드넘의 주장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gout

    의 용어와 개념은 혼재된 상태로 지속되던 중 1776년 스웨덴의 과학자였

    던 셀레(Carl Wilhelm Scheele, 1742-1786)가 우연한 기회에 소변에서 요산

    (uric acid)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레벤후크가 관찰한 통풍 결정체

    (tophus)와 셀레가 발견한 요산(uric acid)에서 통풍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다

    가 영국인 의사 울라스톤(William Hyde Wollaston, 1737-1815)이 자신의 귀

    에서 채취한 결정체가 소변에서 관찰된 결정체와 같은 것임을 알게 되면서 통

    풍의 원인 및 기전 연구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리고 1848년 영

    국인 의사 게로드(Alfred Baring Garrod, 1819-1907)가 통풍은 혈액 속에 요

    4) ‘rheumatism’은 고대 로마의 의학자인 갈레노스(Aelius Galenus, 129-216)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로 그리스어로 ‘rheuma’ 즉 ‘흐른다’는 의미로 몸 속에서 어떤 물질이 흘러나와서 관절이나 근육을 아프게 한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따라서 물방울(gutta)을 의미하는

    gout와 마찬가지로 히포크라테스의 체액설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명칭이었으며 이로

    인해 19세기 중반까지 rheumatism은 gout와 개념적으로 유사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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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병이라고 발표한 후 본인의 실험 방법

    (Uric Acid Thread Experiment 혹은 줄여서 Thread test)을 통해 이를 증명하

    면서 수백 년간 지속되어 온 통풍의 원인과 발병 기전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

    를 찍는다(Savica et al., 2013: 113-116). 게로드는 이러한 자신의 연구 결과

    를 정리하여 1859년 『통풍과 류마티스성 통풍의 특성과 치료(The Nature and

    Treatment of Gout and Rheumatic Gout)』라는 책에서 통풍과 류마티스 관절

    염은 별개의 질환임을 명확히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책의

    제목에서 나오듯이 통풍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을 모두 가진 애매한 경우

    에는 ‘류마티스성 통풍(Rheumatic gout)’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비

    록 통풍의 원인과 발병 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

    히 통풍과 류마티스 질환은 임상적으로 감별하기 힘든 질환이었으며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두 질환을 결합한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게로드가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5) 게로드의 이러한 노력으로 이후 서양의학계

    에서는 통풍을 의미하는 병명이 ‘gout’로 통일되었고 gout라는 단어는 프랑스

    에서 ‘goutte’, 독일은 ‘gicht’, 이탈리아는 ‘gotta’, 스페인은 ‘gota’ 등 자국어로

    번역되었으며, ‘podagra’의 경우에는 gout 만큼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현재까

    지도 발에서 발생한 통풍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2) 통풍(痛風) 어원의 형성 과정

    동양의학에서 통풍(痛風)이라는 명칭이 확립되기 이전에 통풍과 유사한

    증상과 개념을 가지고 사용된 대표적인 용어들에는 비병(痺病), 역절풍(歷節

    風), 백호풍(白虎風) 등이 있다.6)

    5) 류마티스성 통풍(Rheumatic gout)이란 단어는 현대의학에서 사용되고 있지 않은 용어이

    며 저자들이 PubMed를 통해 검색해 본 결과 1900년 이후 3건의 논문에서 류마티스성 통풍

    (Rheumatic gout)이 포함된 제목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논문 초록을 검토했을 때 문맥상 류

    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6) 동양의학에서 통풍(痛風), 역절풍(歷節風), 백호풍(白虎風) 등에 사용된 풍(風)이라는 글자

    는 물리적인 바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침입하는 사기(邪氣)중 하나인 풍사(風邪)를 의미하며,

    그러한 나쁜 기운이 풍(風)이라고 이름 붙여진 까닭은 바람과 같이 갑자기 발생하고 여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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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동양의학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통풍과 유사한 증상과 개념으로 사용

    되고 있는 ‘비병(痺病)’이라는 병명은 동양의학 최고의 경전으로 알려져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부터 언급되어 있다. 소문(素問)의 비론(痺論)편에

    는 비병(痺病)의 원인과 증상 및 예후 등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 있

    는데 우선 비병(痺病)의 원인으로 풍한습(風寒濕)의 나쁜 기운이 몸에 들어오

    면 각각의 사기(邪氣)에 따른 다른 종류의 비병(痺病)이 발생하지만 발생 여

    부는 음식의 부절제나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에 발생하기 쉽다고 설

    명하고 있다.7) 비병(痺病)의 증상에 대해서는 몸이 짓눌리듯이 괴롭고 혈액

    이 응체되어 흐르지 못하고 관절을 굽히고 펴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

    난다고 하였고 예후에 대해서는 병이 피부에 머무르면 쉽게 낫지만 근육과 뼈

    에 머무르면 통증이 오래가고 내부 장기로 침범하면 사망한다고 언급하고 있

    다.8) 이처럼 『황제내경』에서 통풍과 유사한 증상으로 설명되고 있는 비병(痺

    病)이 문헌적으로 통풍(痛風)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한의학

    에서 비(痺)라는 단어는 막혀서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통증, 저림, 시림, 열

    감, 종창 혹은 관절의 변형을 초래하는 병증을 통칭하기 때문에 현재 gout를

    의미하는 단어인 통풍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동한(東漢)의 장중경(張仲景, 150-219)이 지은 『금궤요략(金匱要

    略)』9)에는 현재의 류마티스 관절염과 가장 유사한 병증으로 인식되고 있는

    기 옮겨 다니는 모습을 비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관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중

    풍(中風), 풍진(風疹), 파상풍(破傷風) 등에 사용된 풍(風)은 해당 질환이 모두 급성(acute)

    이면서 전신성(general or systemic) 혹은 유주성(migrating)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질환이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7) “… 風寒濕三氣雜至, 合而爲痺也. 其風氣勝者爲行痺, 寒氣勝者爲痛痺, 濕氣勝者爲著痺也.”

    (『黃帝內經』, 2012: 410).

    8) “… 痺在於骨則重, 在於脉則血凝而不流, 在於筋則屈不伸, 在於肉則不仁, 在於皮則寒… 其入藏者死, 其留連筋骨間者疼久, 其留皮膚間者易已.” (『黃帝內經』, 2012: 416).

    9) 3세기 초에 장중경이 저술한 『상한론(傷寒論)』은 전란으로 소실되었고 서진(西晉)의 왕숙화

    (王叔和)가 소실된 자료를 수집하여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 16권을 편찬하였으며 그 고

    전본의 하나를 『금궤옥함요략방(金匱玉函要略方)』이라 하였는데 북송(北宋)의 교정서국에 의해 3권으로 만들어져 『금궤요략방론(金匱要略方論)』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현재는 이를 줄여서 『금궤요략』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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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41

    ‘역절(歷節)’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언급되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숨이 가쁘고 땀이 저절로 흐르며 사지 관절이 아프고 굽히거나 펼

    수 없는 것은 술을 마시고 땀을 흘린 상태에서 풍사(風邪)의 침입

    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신 관절이 모두 아프고 몸이 야위고 쇠약하

    며 발이 붓고 어지러우며 숨이 가쁘고 메스꺼운 증상에는 계지작

    약지모탕(桂枝芍藥知母湯)을 사용한다.”10)

    “몸이 야위고 유독 발이 크게 부어오르며, 누런 체액(땀)이 흐르고,

    다리는 차갑지만 열이 난다면 역절(歷節)이 분명하다.”11)

    “역절(歷節)로 전신 관절에 통증이 있고 굽히고 펴는 운동이 자유

    롭지 못하다면 오두탕(烏頭湯)을 사용한다.”12)

    이상의 설명을 통해서 볼 때 『금궤요략』의 ‘역절(歷節)’이란 단어는 현대의

    통풍 증상과 일정 부분 유사하며 또한 제시된 치료 처방인 계지작약지모탕(

    桂枝芍藥知母湯)과 오두탕(烏頭湯)이 현재 한의학 임상에서도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자주 활용된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황제내경』의 비병(痺病) 보다

    현재의 통풍 증상에 더 근접하고, 구체화된 병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병(痺病)과 역절풍(歷節風) 외에 ‘백호풍(白虎風)’이라는 새로운 명

    칭이 당대(唐代) 왕도(王燾, 670-755)가 저술한 『외대비요(外臺秘要)』에 등장

    하는데 사독(邪毒)이 관절에 모여 통증이 발생하는데 그 통증이 마치 호랑이

    에 물린 것과 같이 극심하다고 하여 백호병(白虎病)이라 불리게 되었다(정석

    희, 1995: 14). 송대(宋代)의 일부 저서에서는 백호풍(白虎風)과 역절풍(歷節

    風)을 합쳐 백호역절(白虎歷節)로 부르기도 하였으나13) 송대(宋代)에 국가적

    10) “… 短氣, 自汗出, 歷節病, 不可屈伸, 此皆飮酒汗出當風所致. 諸肢節疼痛, 身体尫羸, 脚腫如脫, 頭眩短氣, 溫溫欲吐, 桂枝芍葯知母湯主之.” (張仲景, 2000: 168-169).

    11) “…身体羸瘦, 獨足腫大, 黃汗出, 脛冷, 假令發熱, 便爲歷節也.” (張仲景, 2000: 171).12) “病歷節不可屈伸, 疼痛, 烏頭湯主之.” (張仲景, 2000: 172).

    13) “治白虎歷節, 諸風疼痛, 遊走無定, 狀如蟲囓, 晝靜夜劇, 及一切手足不測疼痛.” (許叔微, 1992: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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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醫史學542

    차원에서 편찬된 의서인 『성제총록(聖濟總錄)』에는 역절풍(歷節風)과 백호풍

    (白虎風)을 각기 다른 질병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역절풍은 기혈(氣血)이 쇠약해져 풍한(風寒)의 사기가 침범하면

    기혈(氣血)이 정체되어 관절 부위의 흐름이 나빠져서 발생한다. 모

    든 근육에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고 진기(眞氣)와 사기(邪氣)가 서

    로 싸우면서 전신의 모든 관절이 아프다.”14)

    “백호풍의 증상은 관절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사지에서 발생하기

    도 하며 병변 부위의 색이 변하지는 않는다. 낮보다 밤에 증상이 심

    해지고 뼈까지 스며드는 극심한 통증이 있다.”15)

    『성제총록』에서 설명하고 있는 두 가지 병명의 증상을 살펴보면 역절풍(歷

    節風)의 증상은 만성화된 전신성 관절통으로 현재의 류마티스 관절염과 증상

    이 유사하고, 백호풍(白虎風)의 증상은 야간에 심해지는 유주성 관절통으로

    통증 강도를 놓고 볼 때 현대의 통풍과 좀 더 부합되는 면이 많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비록 송대(宋代) 이전까지 통풍(痛風)의 명칭과 실체가 명확하게 정립

    되지는 않았지만 비병(痺病)에서 시작하여 역절풍(歷節風)과 백호풍(白虎風)

    을 거치면서 막연하고 광범위했던 통풍(痛風)의 증상들이 점차 구체화되어가

    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필자들이 자료 검색 과정에서 처음으로 ‘통풍(痛風)’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던 문헌은 양대(梁代) 도홍경(陶弘景, 456-536)의 『명의별록(名醫別錄)』

    이다.16) 그런데 이 서적에서 의미하는 통풍(痛風)은 풍사(風邪)로 인해 발생

    14) “歷節風者, 由血氣衰弱, 爲風寒所侵, 血氣凝澀, 不得流通關節. 諸筋無以滋養, 眞邪相搏, 所歷之節, 悉皆疼痛, 故謂之歷節風也” (趙佶, 1987: 299).

    15) “白虎風之狀, 或在骨節, 或在四肢, 其肉色不變, 晝靜而夜發, 發則痛徹骨髓…” (趙佶, 1987:

    312).

    16) “獨活, 微溫, 無毒. 主治諸賊風, 百節痛風無新久者…” (陶弘景, 1986: 38) 『명의별록』에서의

    최초 기재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사적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본문에 기술한대로 금원대(金

    元代) 이전까지 사용된 통풍(痛風)은 독자적인 질병 명칭으로 사용된 것이 아니므로 본 연

    구에서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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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43

    한 통증을 지칭하는 단어로 단순히 통(痛)과 풍(風)이 합쳐진 상태로 사용되

    고 있으며, 당대(唐代)의 『외대비요(外臺秘要)』에서는 중풍 후에 발생한 통

    증이라는 의미로 중풍(中風)과 통(痛)을 합쳐 통풍(痛風)이라 부르고 있었

    다.17) 또한 송대(宋代)의 『침구자생경(針灸資生經)』에도 통풍(痛風)이 기재

    되어 있지만 역시 풍사(風邪)로 인해 유발된 통증의 일종으로 기재되어 있

    다.18) 이처럼 송대 이전에 등장하는 통풍(痛風)이라는 단어는 풍(風)과 통(痛)

    을 합쳐 놓은 단순한 조합어에 불과한 상태였으며 금원대(金元代)에 이르러

    서야 비로소 독자적인 질병으로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였다. 주진형(朱震

    亨, 1281-1358)이 저술한 『격치여론(格致餘論)』에는 통풍(痛風)을 다음과 같

    이 설명하고 있다.

    “통풍(痛風)이란 대개 혈(血)이 열(熱)을 받아 끓어오르게 된 상태

    에서 차가운 물위를 걷거나, 습한 곳에 서 있거나, 부채 바람으로

    서늘하게 하거나, 누워서 바람을 맞게 되면 차가운 기운이 침범하

    여 열(熱)한 혈(血)이 한(寒)을 얻어 탁해지고 응체되어 통증이 발

    생한 것이다.”19)

    또한 『단계수경(丹溪手鏡)』에서는 기존에 통풍(痛風)과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던 용어들과도 구분하여 통풍(痛風)을 설명하고 있다.

    “역절풍(歷節風)은 통증이 정해진 부위가 없이 옮겨 다니지만, 통

    풍(痛風)은 부위가 정해져 있고 야간에 심하다. 학슬풍(鶴膝風)은

    무릎이 커지고 저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며 근육을 움직이기 힘

    들고 감각 장애가 오기도 한다.”20)

    17) “… 竹瀝湯, 療猝中風, 口吃不能語言, 四肢緩縱偏痺, 攣急痛風, 經五臟恍惚, 恚怒無常, 手足不隨方.” (王燾, 2013: 893).

    18) “中府, 治肺系急, 胸痛悚悚… 肩背痛風汗出”, “啞門, 治頭痛風, 汗不出.” (王執中, 1991: 30).

    19) “痛風者, 大率因血受熱, 已自沸騰, 其後或涉冷水, 或立濕地, 或搧風取涼, 或臥當風, 寒涼外搏, 熱血得寒, 汙濁凝澀所以作痛” (朱震亨, 1993: 18-19).

    20) “歷節風痛走注不定; 痛風有定, 夜甚; 鶴膝風膝大, 或痺, 或痛不痛, 筋動難, 或仁不仁.” (朱

    震亨, 1993: 595-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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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醫史學544

    이와 같이 주진형은 본격적으로 통풍(痛風)의 발병기전과 증상 및 특징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고 기존에 통풍(痛風)과 유사하게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

    던 병명들과의 감별점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통풍(痛風)을 독자적인 질병으

    로 인식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후 명대(明代) 의서인 『의학정전(醫學正傳)』21)

    에서는 술과 육식이 통풍(痛風)을 일으키는 원인이므로 삼가도록 했으며, 청

    대(淸代) 의서인 『변증록(辨證錄)』22)에서는 통풍 결절과 유사한 증상이 관찰

    된 내용을 기술하는 등 주진형이 통풍(痛風)의 개념을 정립한 이후 통풍(痛

    風)의 구체적인 원인과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었다. 하지만 통풍(痛

    風)이라는 명칭은 19세 말까지도 여전히 통비(痛痺), 역절풍(歷節風), 백호풍

    (白虎風) 등의 단어들과 혼용되고 있는 것을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23)

    한편 일본에서는 1487년 다시로 산키(田代三喜, 1465-1537)가 12년간 명나

    라에 유학을 다녀온 후 일본에 중국의학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전까지 토착적

    인 일본 의학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조기호, 2008) 따라서 근대 일

    본의 번역 과정에서 사용된 통풍(痛風)이란 단어 역시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

    들어진 단어라기보다는 이 시기에 중국에서 유입된 통풍(痛風)을 그대로 사용

    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일본에서 만들어진 의학 서적에서 최초로 ‘통풍(痛

    風)’이 등장하는 것은 1574년 저술된 『계적집(啓迪集)』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단바노 야스요리(丹波康賴, 912-995)가 984년에 저술한 『의심방(醫

    心方)』에서 통풍(痛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巖琢也,

    21) “古之痛痺, 卽今之痛風也… 此皆飮酒汗出當風所致也… 不可肉食, 肉屬陽, 大能助火.” (虞

    摶, 1986: 212-217).22) “人有遍身生塊而痛此雖是痛風, 然因濕氣不入臟腑, 而外走經絡皮膚而生此塊, 乃濕痰結成

    者也.” (陳士鐸, 1989: 81-93).

    23) “痛風者, 古名痛痺, 俗謂之白虎歷節風, 即四肢骨節走痛也.” (顧世澄, 1987: 1037). “由風寒濕雜合成病, 近世曰痛風, 曰流火, 曰歷節風.” (劉清臣, 1999: 342). “白虎癧節風, 感風濕而成, 遍身掣痛, 足不能履地… ” (趙學敏, 1980: 172). “ 痛風者, 遍身疼痛, 晝減夜甚, 痛徹筋骨, 有若虎咬之狀, 故又名白虎歷節風.” (陳歧, 1999: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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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24) 하지만 이 역시 송대(宋代) 이전의 중국 의서를 편집한 책이며 전술

    한 대로 금원대(金元代) 이전의 통풍(痛風)은 독자적인 질병 명칭이 아니므

    로 통풍(痛風)의 어원을 밝히기 위한 본 연구의 사적 자료로는 큰 의미가 없

    다고 판단하였다.

    3. Gout에서 통풍으로 : 용어 번역의 발전 과정

    1) 근대 중국의 gout 번역

    과거 중국인들에게 서양 문물은 아주 낯선 존재는 아니었다.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과의 교류가 있었으며 13세기 말 마르코 폴로와

    천주교 선교사들이 중국에 들어와 적게나마 유럽의 의학 지식을 소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후 1569년 마카오에는 예수회 선교사들에 의해 서양

    식 병원이 세워지고, 17세기 말부터는 베이징에서도 의료 활동이 시작되었지

    만 서양의학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

    었다(병원역사문화센터, 2007). 아편전쟁이 발발하기 이전인 1807년 런던선

    교회 소속의 모리슨(Robert Morrison, 중국명 馬禮遜, 1782-1834)은 중국에

    온 최초의 프로테스탄트 선교사로 성서(Bible)를 비롯한 다양한 서양 서적에

    대한 번역 작업을 시작했으며 모리슨에 의해 1822년에 발간된 『영화자전(英

    華字典)』은 중국 최초의 중-영 번역 사전이다. 하지만 이 사전에서는 gout를

    번역하고 있지는 않았다. gout가 중국어 번역 사전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

    은 1844년 미국인 선교사 윌리암스(Samuel Wells Williams, 1812-1884)가 저

    술한 『영화운부력계(英華韻府歷階)』란 사전으로 gout는 생소한 한자어인 ‘주

    풍각(酒風脚)’으로 번역되어 있었으며 이후에 발행된 사전들에서도 이와 유

    사하게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4) 필자들이 『의심방(醫心方)』의 원문을 검토한 결과 痛風이란 단어가 사용된 곳은 찾을 수 없

    었으며 痛風과 유사한 단어로 ‘痹痛’이 사용된 문구만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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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醫史學546

    표 1. 중국어 사전에서 gout가 번역된 용어들Table 1. Terminologies translated into Gout in Chinese Dictionaries

    발행년도 저자 서명 번역어

    1844 Samuel Wells Williams 英華韻府歷階 酒風脚

    1848 Walter Henry Medhurst 英華字典 脚風

    1866 Wilhelm Lobscheid 英華字典 酒風症

    1872 Justus Doolittle 英華萃林韻府 酒風脚, 脚風

    1899 鄺其照 華英字典集成 酒風症, 脚風病

    1908 顏惠慶 英華大辭典 痛風, 酒風症, 脚風病

    에서 보듯이 근대 중국에서는 gout가 동양의학에서도 생소한 단어

    인 주풍각(酒風脚), 각풍(脚風), 주풍증(酒風症) 등으로 번역되고 있었으며

    1908년이 되어서야 통풍(痛風)으로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gout를 번

    역하는 과정에서 ‘주풍각(酒風脚)’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은 일단 1800

    년대 중국에서는 gout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동양의학에서 유사한 질

    병을 찾기 보다는 gout를 새로운 외래어로 인식을 하고 서양의학적 지식과 사

    고를 바탕으로 원인(酒)-발병양상(風)-발병부위(脚)를 조합하여 신조어를 만

    든 것으로 생각된다.25) 이렇게 gout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신조어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근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우선 한, 중, 일 세 나라 중

    에서 중국이 가장 먼저 사전 형태의 번역 작업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기존에

    참고할만한 번역 사례가 없었고 게다가 중국어의 경우 의미 중심의 음절 문자

    여서 원음에 적합한 문자를 선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

    다. 또한 19세기 초반 중국에서 이루어진 번역 작업이 주로 개신교 선교사들

    25) 근대 중국에서 영어 어휘의 번역은 크게 음역의 방식과 신조어의 방식으로 나뉘어진다. 음

    역 방식의 경우 영어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음성적 요소만 고려하여 번역을 하는 방법이고

    (예를 들어 Singapore는 新加坡, coffee는 咖啡), 신조어 방식은 영어 어휘의 의미를 반영하는 방법으로 기존의 한자를 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방식이다(예를 들어 tomato

    는 西紅柿, diet는 減肥). 근대 중국의 영어 어휘 차용 방식에 대해서는 (김해연, 2009: 1-19)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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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47

    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존에 동양의학적 사고와 지식에 능통한 사

    람이 번역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26) 그리고 1908

    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gout가 통풍(痛風)으로 번역되기 시작하지만 이는

    청일전쟁(1894-95) 패배 후에 수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일본에 유학하여 서양

    문물을 배웠고, 일본어 서적에 대한 대규모의 중국어 번역이 이루어지면서

    이 과정에 gout의 번역어로 통풍(痛風)이 중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생각된다.

    2) 근대 일본의 gout 번역

    1543년 일본에서는 포르투갈 선박이 표류를 하다 다네가 섬에 도착하였고

    이때 포르투갈 인에게 철포를 전해 받으면서 이후 본격적으로 일본에 서양 문

    물과 근대 의학이 유입되기 시작하였다.27) 이 시기에 포르투갈 선교사 프로이

    스(Luis Frois, 1532-1597)는 서양인 최초로 일본에 대해 서술한 책인 『일본사

    (Historia do Japao)』(1585)에서 “일본에는 통풍이 거의 없다”고 기술하고 있

    다.28) 이 자료는 포르투갈 선교사가 일본인과 일본 문화의 특징에 대해 기술

    한 것으로 당시 일본에는 통풍이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는 시대적 정보만 얻

    을 수 있었으며 본문에서 통풍이란 단어도 ‘podagra’로 기재되어 있다. 1613

    년 기독교 포교 금지령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네덜란드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서양 의학이 전래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서양 서적으로는 최초로 일본

    26) 근대 중국의 번역 과정은 역사적으로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예수회 선교사가

    중국에 입국한 1582년에서 예수회가 해산된 1773년까지로 이 시기에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번역을 주도하였으며, 2단계는 백년금교(百年禁敎)가 풀리고 개신교 선교사들이 번역과 사

    전 편찬에 종사했던 19세기 초반이다. 3단계는 이른바 경세파(經世派) 학자들이 서양 사정

    에 대한 저술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던 19세기 중반이다. 마지막 4단계는 서양의 언어와 학

    문에 정통한 일본의 학자들이 서양의 책들을 직접 중국어로 번역한 시기로, 대략 청일 전쟁

    이후부터 1919년 때까지이다(양세욱, 2012: 37-51).

    27) 1557년 상인이자 외과의사인 포르투칼 예수회 선교사 알메이다(Luis de almeida, 1525-

    1583)가 일본에 들어와 현재 오이타현 지역에 서양식 병원을 세운 것을 시점으로 일본에는

    남만의학(南蠻醫學)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일본에 근대 의학이 도입되는 과정에 대해서

    는 (여인석·황상익, 1994: 218-229)을 참고하기 바란다.

    28) “Among us, it is commonplace to suffer from swollen glands, kidney stones, gout, and

    plague; in Japan all of these ailments are rare" (Frois, 2014: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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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醫史學548

    에서 경험한 통풍과 뜸에 관해 서양인이 저술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네덜란드

    목사였던 부쇼후(Hermann bushoff, 1622-1674)가 오랫동안 통풍을 앓고 있

    던 중 일본에서 뜸으로 통풍을 치료하였고 그 효과에 놀라 동인도회사 의사

    들의 도움으로 통풍의 기전과 뜸의 효능에 대해 연구한 『통풍에 대한 연구 및

    확실한 치료 효과가 있는 약에 대하여』를 저술했다(Bushoff, 2003). 이 책에

    는 통풍이 발생한 관절에 뜸을 뜨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고 통풍의 발병 원인

    과 뜸의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나, 원문에서 통풍

    이란 단어는 여전히 gout가 아닌 podagra나 cheiragra 등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일본인 통역사였던 나라바야 친잔(楢林鎭山, 1649-1711)이 네덜란드

    인들과 접촉하며 의학을 배운 후 번역한 일본 최초의 서양의학서인 『홍이외

    과종전(紅夷外科宗傳)』(1706)이 간행되고 일본 최초의 해부학 번역서인 『해

    체신서(解體新書)』(1774)가 스기타 겐파쿠(杉田玄白, 1733-1817)에 의해 출

    간된 이후 일본 의사들은 서양의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1811년 막

    부가 공식적으로 서양 서적 번역을 허락하면서 난방의(蘭方醫)들은 더욱 적

    극적으로 네덜란드 의학 서적을 번역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부터 발행된 대

    표적인 일본어 번역 사전들에서 gout가 번역된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표 2. 일본어 사전에서 gout가 번역된 용어들Table 2. Terminologies translated into Gout in Japanese Dictionaries

    발행년도 저자 서명 번역어

    1830 Walter Henry MedhurstAn English and Japanese, and Japanese and

    English Vocabulary脚氣

    1862 堀達之助 英和対訳袖珍辞書 痛風

    1869 高橋新吉 등 和訳英辞書 痛風

    1872 荒井郁之助 英和対訳辞書 痛風

    에 기술된 것처럼 1830년에 발간된 『영-일, 일-영 단어집(An english

    and japanese, and japanese and english vocabulary)』이라는 사전에서 gout

  • 조재흥·정재영 : Gout와 통풍(痛風)의 어원 형성과 번역 과정에 관한 의사학적 고찰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49

    가 일본어로 번역된 가장 오래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 gout

    는 한자어인 각기(脚氣)로 번역되어 있었다. 서양의학의 각기병(Beriberi)은

    비타민 B1의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근력 약화와 감각 소실, 보행 장애가

    주된 증상으로 현재의 통풍과는 거리가 있는 질환이다. 반면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각기(脚氣)는 초기에 다리와 무릎이 연약해지고, 무디고 저리거나 경

    련이 나기도 하며 붉게 부어오르는 일종의 풍토병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

    러한 각기(脚氣)의 초기 증상들이 gout의 증상과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이와

    같이 번역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전의 서문을 읽어보면 저자

    인 메드허스트(Walter Henry Medhurst, 1796-1857)는 실제로 일본에 다녀온

    적이 없으며 이 책이 발행된 곳도 일본이 아닌 바타비아(Batavia, 자카르타의

    옛 명칭)였다. 아마도 메드허스트는 바타비아에서 만난 현지 일본인들의 도

    움으로 영-일 사전을 편찬한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gout가 처음 등장한 문

    헌이라는 의미 외에 의사학적으로 큰 의미는 없는 사료(史料)라고 판단하였

    다. 그리고 1862년에 발간된 일본 최초의 영-일 번역 사전인 『영화대역수진사

    서(英和対訳袖珍辞書)』에서 필자들이 검색한 바로는 최초로 gout가 통풍(痛

    風)으로 번역된 것을 문헌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메이지 유신 다음해인

    1869년에 출간된 『화역영사서(和訳英辞書)』와 1872년에 출간된 『영화대역사

    서(英和対訳辞書)』에서도 gout를 통풍(痛風)으로 일관되게 번역하고 있었다.

    이상의 내용에서 보듯이 일본에서 gout가 번역되는 과정은 중국에서의 번

    역 과정과는 다른 점들이 관찰되었다. 우선 일본에서는 신조어를 만들어 gout

    를 번역한 중국과는 달리 기존 동양의학에서 gout와 유사한 증상을 가진 병

    명, 즉 통풍(痛風)으로 번역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까닭

    은 19세기 초 중국의 번역 작업이 주로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진 반

    면에 일본에서는 난방의(蘭方醫)들에 의해서 의학 용어의 번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29) 특히 18세기 전반 일본에서는 의학을 포함한 학문 전

    29) 명치 초기 일본에서의 번역 방식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난학자의 역어 차용(神經,

    腺, 炭素 등), 둘째, 중국 번역어에서의 차용(權利, 義務 등), 셋째, 고전 중국어 어휘의 전용

  • CHO Jae-Heung·JUNG Jae Young : Historical Study of the Etymological Form and Translational Process of Gout (Tongfeng, 痛風)

    │ 醫史學550

    체에서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학문을 중시여기는 풍토가 조성되었고, 금원시

    대(金元時代)의 영향을 받은 한방(漢方) 의사들 가운데 보다 실천적이고 단순

    한 고전 의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방파(古方派)들이 등장하여 『

    해체신서』 출판 이전에 야마와키 도요(山脇東洋, 1705~1762) 등이 이미 해부

    서적을 간행하였고 18세기 중반에 난학(蘭學)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서양의

    학 도입에 이들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옥주·미야

    가와 타쿠야, 2011:20). 따라서 기존에 동양의학적 사고와 지식을 가지고 있

    던 난학자들이 당시 서양의학 용어 번역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생각

    되며, 이 때문에 gout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금원시대에 이르러 개념이 정립

    된 통풍(痛風)이라는 용어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

    된다. 또한 메이지 정부는 1869년 독일 의학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여 일본 의

    학부 교수들을 정부의 지원 하에 독일로 유학을 보냈는데 1880년대 이후 독

    일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일본 의학자들이 각종 질병과 치료법에

    대한 최신지견을 학회지나 의학 서적을 통해 발표하면서 통풍을 비롯한 다양

    한 근대 의학 용어들이 학문적으로도 빠르게 정립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

    된다. 그리고 일본의 외과의사 곤도(近藤次繁, 1866-1944)가 1898년 동아시

    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일본외과학회지에 통풍성 관절염 1례(痛風性関節炎の

    1例)를 보고하면서 이후 통풍은 gout를 의미하는 의학 용어로 공식적으로 인

    정받기 시작하였다(梅田晋ㆍ高橋三郎, 1940: 224).

    4. 결론

    서양의학에서 gout와 관련된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기는 기원전 2640년 고

    대 이집트부터이며 기원전 4세기경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에는 통풍의 구

    체적인 원인과 증상들이 언급되어 있으나 당시에 통풍을 의미하는 용어는 발

    생 부위에 따라 podagra, cheiragra, gonogra 등으로 구분되어 사용되고 있

    (自由, 理性 등), 넷째, 새로 만든 신조어 등이다(여인석·황상익, 1994: 218-229).

  • 조재흥·정재영 : Gout와 통풍(痛風)의 어원 형성과 번역 과정에 관한 의사학적 고찰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51

    었다. 13세기 라틴어에서 유래된 gout라는 단어가 랜돌푸스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는데 기존에 부위별 통풍을 의미하는 용어 대신 gout가 등장하게 된

    까닭은 통풍이 여러 관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의 부위

    별 명칭을 포괄하고 통풍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가 필요했

    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서양의학계에서 gout라는 용어가 독자적인 질

    병 명칭으로 정립되기 까지는 수백 년의 시간이 걸렸으며 19세기까지 임상적

    양상이 비슷한 류마티스 질환(rheumatism)과도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17세기에 이르러 레벤후크가 통풍 결정체를 발견하고 시드넘이 통풍과 류마

    티스 질환은 별개의 질환이라고 주장하면서 통풍은 점차 독자적인 질병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848년 게로드가 혈중에서 요산 결정체를 추출

    하여 통풍의 원인과 발병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면서 gout는 독자적인 질병

    명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동양의학에서 통풍과 유사한 증상을 가진 대표적인 명칭에는 비병(痺病),

    역절풍(歷節風), 백호풍(白虎風) 등이 있다. 가장 오래된 용어인 비병(痺病)

    은 『황제내경』에서 몸이 짓눌리듯이 괴롭고 혈액이 응체되어 흐르지 못하고

    관절을 굽히고 펴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설명되어 있는데 통

    풍과 유사한 병명이라기보다는 관절에서 나타나는 통증과 시림, 저림, 열감

    등의 증상들을 모두 지칭하는 포괄적인 명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역절풍(

    歷節風)은 통풍과 관련된 증상이 좀 더 구체적으로 기술되어있고 제시된 치

    료 처방이 현재까지도 통풍 치료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비병보다 통풍에 더 근

    접한 병명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는 의미로 백

    호풍(白虎風)이란 단어도 통풍과 유사한 병명으로 사용되었지만 동양의학에

    서 통풍(痛風)이 독립된 질병으로서 명칭과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한 시기는

    금원대(金元代) 부터였다. 이후 명청대(明淸代)를 거치면서 통풍(痛風)의 원

    인과 예방, 치료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었지만 19세 말까지도 통풍(痛風)이

    라는 용어는 통비(痛痺), 역절풍(歷節風), 백호풍(白虎風) 등의 단어들과 혼

    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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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醫史學552

    이렇게 동양과 서양에서 각각 형성된 gout와 통풍(痛風)이라는 어원이 동

    아시아 지역에서 교차되어 번역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18세기경으로 추정

    된다. 시기적으로 서양 문물을 먼저 접한 나라는 중국이었으나 서양 서적 번

    역에 보다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었다. 중국에서 gout가 최초로 번역된 서

    적은 1844년 미국인 선교사 윌리암스가 저술한 『영화운부력계』로 gout는 생

    소한 한자어인 ‘주풍각(酒風脚)’으로 번역되어 있었으며 이 때부터 19세기

    에 발행된 대부분의 서적에서 gout는 통풍(痛風)이 아닌 주풍각(酒風脚) 혹

    은 각풍(脚風) 등의 신조어로 번역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중국의 번역 작업

    들이 대부분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존에 중국인들에

    게 익숙했던 동양의학에서 유사한 병명을 찾기 보다는 서양의학적 지식을 바

    탕으로 중국어 형식에 맞게 조합한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리고 청일전쟁 이후 중국 유학생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어로 번역된 서적

    들을 접하게 되는 20세기 초부터 중국에서는 gout를 통풍(痛風)으로 번역하

    기 시작하였다.

    한편 16~17세기 전후로 일본을 방문했던 유럽인들에 의해 작성된 기록물

    들에서 일본의 통풍과 치료법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으나 18세기 이

    전까지 기록된 문헌에서 통풍을 의미하는 단어는 podagra였다. 1774년 『해

    체신서』가 출간된 이후 일본의 난학자들에 의해 많은 양의 네덜란드 서적들

    이 일본어 혹은 한자로 번역되었으나 처음으로 gout가 통풍(痛風)으로 번역

    된 문헌은 1862년에 발간된 일본 최초의 영-일 번역 사전인 『영화대역수진사

    서』이며 이 서적에서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는 gout가 통풍(痛風)으로 일관

    되게 번역되어 있었다. 이처럼 중국과는 달리 일본에서는 동양의학에서 유래

    된 통풍(痛風)이라는 어원을 사용하여 gout를 번역하였는데 이는 19세기 중

    반 금원대(金元代) 의학의 영향을 받은 난학자들이 서양의학 용어를 번역하

    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1880년대 독

    일 의학을 배우고 돌아온 일본 의학자들에 의해 통풍과 관련된 논문이나 최

    신 지견들이 발표되면서 통풍(痛風)은 gout를 의미하는 공식적인 의학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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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53

    로 자리매김 하였다.

    색인어: 통풍, 痛風, gout, tongfeng, 의학용어, 번역, 동아시아, 근현대사

    투고일: 2015. 02. 23 심사일: 2015. 07. 15 게재확정일: 2015. 08.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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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醫史學556

    -Abstract-

    Historical Study of the Etymological Form and Translational Process of Gout

    (Tongfeng, 痛風)

    CHO Jae-Heung * ·JUNG Jae Young *

    * College of Korean Medicine, Kyung Hee University, Seoul, KOREA

    This study aims to address questions regarding the translation of ‘gout’

    into ‘tongfeng (痛風)’ in East Asia. To this end, the formation process of

    the origins, ‘gout’ from Western medicine and ‘tongfeng’ from Oriental

    medicine, and the translational process were investigated through the

    relevant records and literature dating from the 16th century on.

    Symptoms associated with gout were originally mentioned in ancient

    Egypt and various terminologies were used to refer to gout, such as

    podagra, cheiragra and gonogra. The word ‘gout’, which is derived from

    Latin, was used for the first time in the 13th century. The reason for this

    linguistic alteration is thought to be the need for a comprehensive term to

    cover the various terms for gout in symptomatic body parts, since it can

    occur concurrently in many joints. However, it took hundreds of years

    before gout was independently established as a medical term.

    In oriental medicine, terms describing diseases with features similar

    * Corresponding Author: CHO Jae-Heung

    College of Korean Medicine, Kyung Hee University, Seoul, KOREA

    E-Mail: [email protected]

    Received: Feb. 23, 2015; Reviewed: Jul. 15, 2015; Accepted: Aug. 03, 2015

    Korean J Med Hist 24: 533-557 Aug 2015 pISSN 1225-505X, eISSN 2093-5609Ⓒ The Korean Society for the History of Medicine http://dx.doi.org/10.13081/kjmh.2015.24.533

    http://medhist.kam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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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권 제2호(통권 제50호) 533-557, 2015년 8월 │557

    to gout include bibing (痺病), lijiefeng (歷節風), baihufeng (白虎風)

    and tongfeng (痛風). Among them, the concept of ‘tongfeng’ has been

    established since the Jin and Yuan dynasties. The cause, prevention and

    various treatments for tongfeng were proposed throughout the Ming and

    Qing dynasties.

    The early translation of gout and tongfeng in East Asia, respectively,

    is estimated to have occurred in the 18th century. The first literature

    translating gout in China was ‘An English and Chinese Vocabulary in the

    Court Dialect (yinghua yunfu lijie, 英華韻府歷階)’. From the publication of

    this book until the late 19th century, gout was translated into an unfamiliar

    Chinese character ‘Jiu feng jiao (酒風脚)’, likely because the translation

    was done mostly by foreign missionaries at the time, and they created a

    new word on the basis of Western medicine instead of researching and

    translating similar diseases in oriental medicine.

    In Japan, the first book translating gout was ‘A Pocket Dictionary of the

    English and Japanese Language (Eiwa taiyaku shuchin jisho, 英和対訳袖

    珍辞書)’, Japan’s the first English-Japanese translation dictionary. In this

    book, gout was translated into tongfeng, a word adopted from oriental

    medicine. These differences from China are thought to be caused by

    Rangaku doctors (蘭方醫), who, influenced by oriental medicine in the

    Jin and Yuan dynasties, played an important role in translating medical

    terminology at that time.

    Keywords: medical terminology, gout, tongfeng, translation, East Asia,

    modern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