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활동기관 : 콜롬비아 칼리시청 자문분야 : 물류 자문내용 : 칼리 및 바제 데 카우카 물류체계 개선 명 : 김 형 남 05 Colombia 콜롬비아 콜롬비아, 물류 관리에 새롭게 눈뜨다

Transcript of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Page 1: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0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활동기관 : 콜롬비아 칼리시청

자문분야 : 물류

자문내용 : 칼리 및 바제 데 카우카 물류체계 개선

성 명 : 김 형 남

05 Colombia콜롬비아

콜롬비아,

물류 관리에 새롭게 눈뜨다

Page 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1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Colombia불안한 출발, 만만치 않은 시작

2013년 하반기 당시 NIPA의 자문단 프로그램에 물류 전문가로 선발된 나는 아르메니

아와 콜롬비아 중 한 나라를 선택해야 했다. 두 나라에 대하여 별다른 지식이 없었던 내

가 굳이 콜롬비아를 선택한 것은 한국전 참전국인 콜롬비아에 대한 막연한 친근감과 콜

롬비아가 아르메니아보다 따뜻한 기후를 갖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콜롬비아를 선택하고 난 후 내가 근무할 도시인 칼리(Cali)가 콜롬비아에서도 가장 위험

한 도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 인구 10만 명당 살해되는 사람 수가 수도인 보고타

(Bogota)의 3배가 넘는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불안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집사람과 같이 가기로 한 터라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마지막일지도 모를

봉사 기회를 위험하다는 이유 하나로 포기하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비행기를 무려 3번이나 갈아타고 거의 이틀 만에 2013년 10월

7일 콜롬비아 칼리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칼리 공항은 우리나라 제주 국제공항 정도의

규모로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많은 여행객들과 환송객들로 몹시 붐볐다. 입국 여행객이

유독 많아서인지 입국 수속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모든 과정이 끝나고 도착 게이트를

빠져나오니 일주일 먼저 도착한 김 자문관과 앞으로 파트너로서 나와 함께 일할 필리페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칼리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 한적한 교외 풍경을 지나 칼리로 접

어드니 어딘가 어수선한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나라가 처한 여러 어려움을 한

눈에 보여 주는 듯하였다. 필리페가 미리 예약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인근 야외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맥주를 나누며 향후 일정 등을 논의하였다.

Page 3: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필리페의 안내로 호텔과 그리 멀리 않은 사무실로 가서 인사를 나눴다. 사

무실은 칼리 중심가의 문화회관 2층에 있었다. 사무실에는 열서너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는데 모두들 서랍도 안 달린 긴 탁자를 적당히 나누어 책상으로 쓰고 있었다. 예상

과 다른 사무실 분위기에 놀라고 있는데 필리페가 그중 한 귀퉁이를 가리키며 내 책상이

란다. 거기에는 꽤나 오래된 듯한 데스크톱 컴퓨터 한 대가 덩그렁 자리 잡고 있었다. 비

서가 딸린 화려한 사무실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아

무 내색 없이 어색한 웃음을 머금고 책상에 앉으니 앞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벌어질 모든

일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을 보니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졌고 점차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일할 팀은 “칼리 시 산업 집단 지원 및 강화 프로그램(PFFC: Programa de

Formento y fortalecimiento de Cluster en el Municipio de Cali, 이하 PFFC)”이라는

긴 명칭을 갖고 있었는데 주요 업무는 칼리 및 바제 데 카우카(Valle de Cauca) 주에 위

치한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및 기술 개발, 기타 지원 활동으로 칼리시청 기

획실 내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PFFC에는 계약직 6명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직접 산업 현장에 뛰어들어 기업들의 애로 사항들을 같이 고민하면서 타결책을 모

색해 나간다고 한다. 40대 중반의 PFFC 팀장인 디에고는 법률 전문가로서 이 일 외에도

칼리의 지방 공기업인 EMCALI 사장의 고문을 겸하고 있었다. PFFC에서 나의 역할은 지

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물류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으로 모두들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선 숙소를 정해야 했다. 사무실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비교적 안전한 지역인 그라

나다(Granada)가 있다고 하여 필리페와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동네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필리페의 도움으로 전망 좋은 아파트를 숙소를 정한 나는 현지 도착 일주일

부터 출근하여 업무 파악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필리페가 물류 분야에 경험이

없었고, 그나마 관련 자료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 현지 물류 실정이나 업무 파악이 어

려웠다. 콜롬비아 내 물류 전문 연구소인 ANDI의 칼리 지부와도 접촉해 보았지만 어쩐 일

Page 4: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3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인지 그들의 반응도 신통치가 않았다. 더군다나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어 언

어 장벽 또한 매우 심각한 형편이었다. 깊은 우물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다.

브에나벤투라 항으로 가는 길

내가 업무를 시작하고 보름 정도 지났을 때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브에나벤

투라(Buenaventura)에서 개최되는 ‘브에나벤투라 항 개발 전략’ 세미나에 초청을 받았

다. 파견 후 처음으로 콜롬비아 물류 현장을 체험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내가 본 세미

나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콜롬비아의 국가기획처(DNP: Departmento Nacional de

Planeacion)에 근무하는 디미트리 사회간접자본 및 에너지국 국장이 나의 부임 소식을

듣고 특별히 부탁하여 이뤄진 것이라 하였다.

콜롬비아에는 수도인 보고타를 비롯하여 메데진(Medellin), 칼리 등 주요 도시들과 산

업 시설들이 안데스 산맥을 끼고 내륙 깊숙이 위치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콜롬비아

카리브 해 연안 항만들을 통한 대외 교역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수출입 화물의 장거리

내륙 운송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50여 년간의 내전을 겪으면서 물류 기반 시설에 대한 투

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높은 물류비가 콜롬비아의 대외 경쟁력을 크

게 저하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되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출입 화물의 내륙 운송

비를 절감하고 아시아 등 태평양권 시장과의 교역을 촉진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의 브에나벤투라 항 개발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사실 브에나벤투라 항은 카리브 해 연안에 위치한 여느 항만들에 비해 지리적 이점이

큰 항만인데, 일례로 보고타에서 콜롬비아의 대표적인 컨테이너 화물 처리 항만인 카타헤

나(Catagena) 항까지의 운송 거리는 1,075km지만, 브에나벤투라 항까지는 512km 정

도로 절반에 불과하다. 또한 칼리에서 카타헤나 항까지 운송 거리는 1,068km지만, 브에

나벤투라 항까지는 불과 127km밖에 되지 않아 브에나벤투라 항을 이용 시 막대한 내륙

Page 5: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4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운송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2016년 상반기부터 확장된 파나마 운하가 운영을

시작하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규모가 종래의 5,000TEU급 컨테이너 선

박에서 1만 3,000TEU급 컨테이너 선박으로 대폭 확대되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로부터

근거리에 위치한 브에나벤투라 항이 지역의 허브 항만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고 하겠다. 그럼에도 브에나벤투라 항이 안고 있는 마약 및 폭력 범죄, 상대적으로 열악

한 배후 운송 환경 및 비효율적 항만 운영 등 고질적인 문제점들로 인하여 컨테이너 화물

의 처리 비율은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칼리에서 브에나벤투라까지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그 하나는 4차선 도로로 칼리 북부

에 위치하는 부가(Buga)를 거쳐 우회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칼리에서 바로 안데스 산

맥을 넘어 바로 가는 2차선이다. 두 길 모두 브에나벤투라에서 62km 떨어진 로도 게레오

(Lodo Guerrero)에서 만나 외길로 브에나벤투라까지 연결된다. 브에나벤투라와 부가 간

의 4차선 확장 공사(119km)는 아직 완공되지 못하여 전 구간의 1/3 정도는 아직도 2차선

도로로 운영되고 있고, 곳곳에서 진행되는 도로 공사로 인해 교통 체증이 심한 실정이다.

나는 칼리 상공회의소의 프로젝트 관리 조직 GIP의 소장인 마르셀라와 그녀의 남편인

알베르토가 운전하는 차로 바로 안데스 산맥을 넘어 가는 길을 통하여 갔다. 안데스 산맥

을 넘어 가는 길은 참으로 아름답고 웅장하여 안데스 산맥의 정기를 느끼기에 충분했지

만, 산턱에 군데군데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허름한 가옥들은 콜롬비아의 오랜 내전이 남

긴 상처들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콜롬비아에는 지난 50여 년간의 내전으로 600여만 명

의 난민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대도시 외곽 지역에 불법 건물을 짓

고 산다고 한다. 2시간 30분 정도의 이국적인 풍경 감상이 지나고 브에나벤투라에 접어

드니 칼리하고는 또 다른 도시의 체취가 느껴졌다. 우선 거리를 오가는 대다수의 사람들

이 아프리카 콜롬비안들로 바뀌어져 있었고, 주변의 가옥들이나 가로수에서도 태평양 연

안의 정취가 풍겨 왔다.

세미나는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나는 스페인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터라 주제 발

Page 6: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5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표자들의 발표 자료를 챙기는데 머물렀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태평양 시대를 브에나벤

투라가 열어 가겠다는 지역의 열기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미나 기간 중 디

미트리 국장이 헬기 투어와 항만 해상 투어를 주선하여 브에나벤투라 항과 시를 자세

히 관찰할 수 있었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브에나벤투라 항은 브에나벤투라 만(Bay of

Buenaventura) 깊숙이 위치한 천혜의 항만으로 깊은 수심과 넓은 수면적이 확보되어 있

어 향후 추가 개발 여건이 매우 좋은 항만이었다.

한편 브에나벤투라 도심이 위치하고 있는 카스카알(Cascajal) 섬은 좁은 공간에 도시와

Page 7: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6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항만이 서로 인접해 있는데, 이 섬은 배후 도시 지역과 하나의 진입 교량(Calle 6)으로 연

결되어 있었다. 카스카알의 항만 지역은 컨테이너 터미널, 일반 부두, 벌크 터미널 등이

혼재되어 있는데, 인접한 도시 지역으로 인하여 더 이상 항만이 발전해 나가지 못하는 도

시형 항만(city-port)의 전형적인 문제점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 때

문에 도시 외곽 지역에는 군데군데 컨테이너 야적장 등이 위치해 있었는데, 마치 20~30

년 전 한국의 부산항을 연상하게 하였다. 또한 도시 지역은 도심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

부분 빈곤한 주거 지역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마구 뻗어 나가

있었다.

브에나벤투라는 콜롬비아 태평양 연안의 관문으로 경제 발전을 위한 좋은 여건을 지니

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에서 가장 실업률이 높고 낙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약

과 폭력 범죄로 점철된 문제점이 많은 도시로 평가되고 있었다.

콜롬비아에서는 1992년 이래 항만 운영이 민영화되어 항만 터미널 소유자가 국가로

부터 허가를 받아 항만 시설을 직접 건설하고 운영도 한다. 브에나벤투라 항 내에는 모

두 5개의 민영 항만 터미널이 있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SPRBUN(Sociedad

Portuaria Regional de Buenaventura)로 전체 항만 시설의 70% 정도를 운영하고 있고,

그 외 TCBuen이라는 스페인계 회사가 운영하는 안벽 400M 규모의 컨테이너 전용 터미

널과 2개의 소규모 벌크 터미널이 있다. 또한 SPRBUN 맞은 편 해안에는 아구아 둘세

(Agua dulce)라는 새로운 터미널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싱가포르의 PSA와 필리

핀의 ICTSI(International Container Terminal Services)가 대부분의 지분을 양분하고

있다. 아구아 둘세 터미널은 기존의 여타 항만 터미널들과는 달리 도시 지역과 완전히 떨

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확보된 배후 부지에 얼마든지 추가 확장이 가능하여 머지

않아 부에나벤투라 항의 중심은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한편 항만 전체를 관장하는 기관

이 없어서인지 항만의 전체적인 발전 계획 수립이나 지역민들과 항만 간의 이해 조정 등

에 있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세미나 기간 중 나는 브에나벤투라 상공회의소 회장 등 많은 지역 인사들을 만나 인사를

Page 8: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7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나누었지만 이상하게도 브에나벤투라 시에서 나온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그 이유를 물으

니 현 시장은 항만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아마도 항만에 대한 권한을 전부 중앙 정부에

서 갖고 있다 보니 시의 입장에서는 역할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한국, 콜롬비아 간 항만 개발 협력 협의

2014년 2월 초, 콜롬비아 국가기획처의 디미트리 국장으로부터 ‘브에나벤투라 물류프

렛트홈 조성 사업’ 설명회에 참석해 보라는 연락이 왔다. 칼리의 지방 공기업인 EMCALI

사장과 PFFC 팀장인 디에고와 함께 두 번째로 브에나벤투라 항 길에 올랐다.

‘브에나벤투라 물류 플랫폼 조성 사업’은 브에나벤투라 항에서 2km 정도 떨어진 배후

지역에 약 15만㎡ 규모의 화물 통관ㆍ반입ㆍ반출 및 조작 시설을 비롯하여 창고, 화물 차

량 정비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우리 일행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업 설명회에

나와 경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사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하여 다소 의구심을 갖고 있

었는데 이는 한국에서 1980년대에 부산항 배후인 양산에 유사한 목적으로 양산 ICD를

만들었으나, 부산항의 시설 확충과 함께 그 효용성이 크게 떨어져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사례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브에나벤투라 항에도 기존 항만 맞은편 해안

에 새로운 터미널이 2016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고, 기존의 터미널들도 소규모이

지만 나름대로 시설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 이러한 시설의 용도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에나벤투라 항은 근본적으로 항만이 도

시와 접하고 있어서 항만 시설 부족을 단기간 내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

면 이러한 사업이 한시적이지만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업 설명회와 이어서 진행된 항만 시찰이 끝나고 저녁 시간에 디미트리 국장과 마주할

기회가 있어 나는 그동안 브에나벤투라 항에 대하여 느꼈던 점을 이야기 하면서 브에나벤

투라 항의 기본계획 수립 필요성에 대한 의사를 타진하였다. 내가 브에나벤투라 항의 기

Page 9: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8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본 계획에 대하여 언급한 이유는 한국 기업이 브에나벤투라 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많은 정보가 필요한데 이러한 정보는 기본 계획 수립 과정에서 용이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앞으로 항만 분야에서 한국과 콜롬비아 간 긴밀한 협력 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면서 브에나벤투라 항의 기본 계획 수립에 한국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나는 한국의 항만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이 문

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성을 느끼며 향후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였다.

칼리에 돌아온 나는 한국의 해양수산부와 접촉하여 콜롬비아 쪽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콜롬비아 부임 전에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항만 개발 협

력 사업에 대해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

었고, 해양수산부에서도 약 2주간의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콜롬비아 측과 항만 개발 분

야 협력을 위한 정부 차원의 MOU 채결 의사가 있음을 전달해 왔다. 이에 나는 콜롬비아

국가기획처와 한국의 해양수산부 간 MOU 초안 마련 등 실무적으로 검토가 이뤄질 수 있

도록 중재 역할을 라는 한편 그 진행 사항을 보고타 주한대사관에 전달하였다. 양국 주무

부처 간 실무 협의는 매우 원활히 진행되어 2014년 5월 초에 개략적인 MOU 초안이 마

련될 수 있었다. 그러나 콜롬비아 국가기획처에서는 항만 행정의 실무 부처인 교통부도

MOU 체결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디미트리 국장은 나에게 국가기획처와

함께 MOU 체결의 필요성을 교통부에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014년 5월 23일, 콜롬비아 물류 전문 연구소 ANDI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해운 시장

에서 요구되는 항만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마친 나는 다음 날 콜롬비아 국

가기획처 관계관들과 함께 교통부 및 교통부 산하 기관인 ANI(Agencia Nacional de

Infraestructura)와 SPT(Superintendente de Puerto y Transporte)를 순차적으로 방

문하여 한국-콜롬비아 간 항만 개발 분야 협력을 위한 MOU 체결의 필요성을 설명하였

다. 그 들 역시 MOU 체결에 매우 긍정적이어서 콜롬비아 항만 발전을 위한 주무 부처의

정책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새로운 파트너, 후앙과 조나단

Page 10: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89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한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역의 물류 실태 파악이 계속 지지부진한 가운데 2014년 2

월 중순 필리페가 칼리 상공회의소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이후 나의 새로운 파트너로

후안이 채용되었다. 후안 역시 필리페와 마찬가지로 물류 산업에서 일한 경험은 없었지만

무엇이든 하려는 의욕은 상당히 높았다. 우리는 우선 지역 기업들이 갖고 있는 물류 문제

점을 파악하기 위하여 물류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산업별로 안배하여 수출입의 비중이

큰 대표적인 기업 10여 개를 선택했고, 사전에 작성된 물류 실태 조사서를 해당 기업의

물류 책임자들에게 배포하였다. 하지만 실태 조사서의 회신 실적이 매우 저조해 결국 회

사를 직접 방문하여 설문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수정해 2014년 4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실

태 조사를 실시하였다. 다행히 실태 조사에 착수해 보니 대상 기업들은 기대 이상으로 호

응해 줘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물류 부분의 애로 사항들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첫째, 항만 내 화물 처리 과정에서 정체가 심하다는 것이다. 화물 정체의 원인은 항만

시설 부족에서부터 관련 기관의 각종 신고 및 검사, 터미널의 운영 방식이나 항만 근로자

들의 근로 방식 등 화물 처리 절차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하였다. 둘째로는 주로 컨테이너

화물의 경우 2중 조작에 따른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항만 터미널 내

컨테이너 장치 능력이 부족해 터미널 밖의 있는 컨테이너 야적장을 2중으로 이용해야 하

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내륙 운송의 불편, 고비용 및 안전 문제였다. 우선 브에나벤투라-부가 간 4차

선 확장 공사가 착공한 지 7~8년이 경과하였음에도 아직 완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

하여 불만이 컸고, 안전 문제 때문에 일몰 시간 이후에는 화물 차량에 대한 보험 적용

이 되지 않아 사실상 화물 차량의 야간 운행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운

송 비용도 상대적으로 높아 브에나벤투라-칼리 간 20푸트 컨테이너 1개의 운송 비용이

100만 페소 이상 되었다. 넷째로 칼리 시내 운송에 있어서도 화물 차량의 운행이 시간대

별로 제한됨으로써 화물 차량의 운행이 심야 시간대에 이뤄지는데, 인력 운영상의 불편

은 물론 수금하는 운전기사들이 심야 범죄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특

Page 11: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0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이한 것은 화물 운송을 전

문 운송사에게 맡기기보다

통상적으로 30~50% 정도

는 자사 보유의 차량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운송업체

가 부족한 것도 이유겠지

만, 아직 물류 비용 절감이

라는 과제가 회사 경영의

기본으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다.

PFFC의 모든 직원들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1년에 2번씩 계약을 갱신하도록 되어

있는데, PFFC의 코디네이터(Coordinator)인 테레사는 후안이 자기 지시를 무시하고 자

의적으로 일한다 하여 2014년 하반기부터 후안 대신 다른 사람을 채용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후안이 매우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옹호하였으나 그녀는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았

다. 콜롬비아에서는 공무원들도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전 상의도 없이 직원을 교체해 버리는 것을 보니 콜롬비아의 또 다른 직장 문

화의 일면을 보는 것 같아 내심 놀랐다. 그래도 테레사는 나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 채용

시 나로 하여금 면접을 보게 하였다. 면접자는 2명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경영학을 전공

한 전형적인 콜롬비아 미인이었고, 나머지 한 명 193cm이나 되는 훤칠한 키를 가진 조나

단이었다. 두 사람 모두 근면하고 장점이 많아 보였지만 결국 세계적 물류업체 FeDex에

서 2년간 경험을 쌓은 조나단을 채용하게 되었다. 다행히 조나단은 영어도 잘 하고 성격

도 좋아 나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파트너가 되었다.

칼리 및 바제 데 카우카 물류 클러스터 출범

Page 1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1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MOU 조인 부처로 콜롬비아 교통부가 추가되면서 그간 작성된 MOU 초안을 다소 수정

했다. 한편 한국과 콜롬비아의 주관 부처들은 MOU 체결 준비와 더불어 양국 간 어떤 협

력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는데, 그 내용은 한국의 해양수산부에서

약 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콜롬비아 브에나벤투라 항의 항만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것

이었다. 양국 간 MOU 체결은 한국 정부 대표단의 콜롬비아 방문 일정에 맞추어 2015년

12월 12일 콜롬비아 국가기획처 회의실에서 국가기획처장과 교통부장관, 그리고 한국 대

표단 단장이 공동 조인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 또한 MOU 체결 후에는 실무 위원회를 개

최하여 브에나벤투라 항의 기본 계획 수립과 관련된 실무 사항들을 협의하였는데, 무엇보

다도 중요한 것은 항만 기본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한국과 콜롬비아의 전문가들이 분야별

Page 13: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로 서로 협력하여 추진토록 한 것이다.

지역 기업들에 대한 물류 실태 조사 결과는 건의 사항과 함께 내부적으로 보고되었지

만, 이에 대한 향후 추진 방향을 PFFC에서 논의한 결과 지역의 물류 현안에 대하여 효율

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물류업계의 중지를 모을 수 있는 물류 클러스터의 출범이 시급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PFFC에서는 1차적으로 15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준비

위원회를 구성하여 2014년 11월부터 5차에 걸친 회의를 개최하면서 물류 클러스터 출범

을 준비하였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동안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ANDI 칼리 지부가 한국-

콜롬비아 정부 간 항만 개발 협력을 위한 MOU 체결과 브에나벤투라 항의 항만 기본 계

획 수립 지원 등 일련의 추진 사항들을 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

면서 PFFC와 공동으로 간사를 하겠다고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물류 클러스터의 출

범을 위한 노력은 더욱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하여 마침내 2015년 3월 창립총회를 PFFC

회의실에서 개최할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MOU 체결과 관련하여 그동안의 진행 사항과

향후 브에나벤투라 항 항만 기본 계획 수립에 관하여 스페인어로 주제 발표를 하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2015년 상반기 계약 갱신 시기가 다가오면서 PFFC의 팀장인 디에고의 퇴임 소문이 나

기 시작하였다. 칼리시청 기획국 레온 국장이 디에고의 겸임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디에고가 퇴임을 거부하는 가운데 약 1개월여의 기간을 흘렀고, 결

국 시장의 지시로 퇴임하게 됨으로서 테레사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그런 가운데 2015년

1월 중순, 칼리시청에서는 우리 사무실의 탁자형 책상을 3단의 서랍일 달린 사무용 책상

으로 교체하여 주었다. 우리들은 천막에서 살다가 벽돌집으로 옮긴 것처럼 행복해 했다.

콜롬비아 사람들은 이렇게 불편한 것도 잘 견디고, 그러다가 불편 사항이 개선되면 순수

하게 행복해 할 줄 아는 그런 낙천적 문화 때문에 행복 지수가 높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

었다.

브에나벤투라 항 항만 기본 계획 착수

Page 14: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3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2015년 8월 13일 콜롬비아 사회간접자본협의회(Camara de Infraestuctura)에서 주

관하는 세미나에 초청되어 ‘부산항의 발전 과정 변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이어서 진

행된 지역 토론회에 참석하여 부에나벤투라 항의 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지

역 언론들과 인터뷰도 몇 차례 진행되었는데, 그들의 주요 관심 사항은 2016년 상반기부

터 시작될 파나마 운하의 확장 운영과 관련하여 대형 선박의 입항이 가능하도록 브에나

벤투라 항의 진입 항로를 보다 깊게 준설하는 데 중앙 정부의 지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브에나벤투라의 예산 확보 전략에 내가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지역 발전에

이렇게라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다.

한국의 해양수산부가 브에나벤투라 항의 기본 계획을 발주하는 데 있어 초기에는 상호

인식의 차이나 언어 소통의 곤란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콜롬비아 측에서는 발주 단계

부터 자신들과 협의해 줄 것을 원했으나, 한국 측에서는 일단 국내 절차에 의해 사업자를

정해 놓고 해당 사업자와 함께 협의해 추진하고자 하였다. 나는 한국 측과 협의하고 해양

수산부의 과업 지시서를 영어로 번역을 하여 콜롬비아 측에 보냈으나, 상호 관련 법제나

시스템,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혼선이 많이 일어나 그런 부분의 해소를 위

Page 15: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4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하여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국 측은 2015년 5월 DY컨소

시엄을 한국 측 주사업자로 선정하였고, 이후 DY컨소시엄이 주축이 되어 브에나벤투라

항 기본 계획을 추진하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진척되었다.

DY컨소시엄을 포함한 한국의 대표단은 콜롬비아 측과 협의 하에 동년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콜롬비아를 방문해 현지 착수 보고회를 개최하고 현지 의견을 청취하였다. 현

지 착수 보고회는 8월 19일 콜롬비아의 국가기획처에서 중앙 부처 관계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다음 날부터는 장소를 브에나벤투라로 옮겨 브에나벤투라 시 및 관계 업

체, 단체들을 대상으로 총 3번의 보고회를 실시하였다. 브에나벤투라 항 기본 계획 수립

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서 많은 업체 및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는데 칼

리 시에서도 물류 클러스터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나 역시 조

나단과 함께 착수 보고회에 참석하여 한국 대표단과 콜롬비아 참석자들 간에 중재 역할

을 수행하였다. 브에나벤투라 항 기본 계획 수립 공기는 2016년 5월 말까지로 2016년

3월경에 다시 한 번 현지 보고회를 통하여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보고서가 작성될 예정

이다.

한편 DY컨소시엄의 콜롬비아 현지 파트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하여 콜롬비아 국가기획

처는 3개의 업체를 대영컨소시엄에 추천하였고 DY컨소시엄는 해당 업체와 상호 업무 분

담 등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준공 시점까지 불과 8개월여를 남겨 놓은 현 시점

까지도 양사 간 계약이 체결되고 있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간

혹 한국 업체 단독으로 일을 추진하는 사례를 보게 되는데, 기본 계획 수립과 같이 전문

지식은 물론 현지 실정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해외 협력 사업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반

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Page 16: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5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새로운 목표, 물류 정보화 사업

아직도 내전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콜롬비아가 도로와 철도 등 하드웨어적인

물류 기반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과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적

은 비용으로 가시적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물류 정보화 사업이다. 물류 정보

화를 통하여 물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물류 관리의 투명성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NIPA가 후원하고 있는 ‘해외 정보화 컨설팅 지원 사

업’ 중 ‘콜롬비아 항만 대상 통합 항만 물류 정보 시스템 및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 구축 사

전 타당성 조사’ 사업 내용을 접한 것은 2015년 6월 초 사업 주관 기관 업체인 TSB를 통

해서였다. 나는 이 사업을 통해 이 지역 기업들의 물류 정보화에 커다란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사실 이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갖추고

있으나, 콜롬비아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양국 간 협력 여지가 큰 분야일 뿐만 아

니라 향후 콜롬비아를 발판으로 삼아 전 라틴 지역에 파급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팀원들에게 TSB의 사업 계획서 내용을 설명해 주면서 상의한 바 그들도 나의 생

Page 17: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6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각에 크게 동조하였다. 우리는 이 과제를 해당 지역 물류 크라스터의 주요 사업으로 추

진하기로 하고, 필요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등 준비를 이어갔다. 또한 TSB에 연락하여

PFFC와 연계하여 동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니 그들 역시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리하

여 2015년 8월 TSB와 KTnet 실무 팀들이 칼리를 방문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과 향

후 추진 계획들을 논의했고, 그 결과 콜롬비아 항만 실정에 맞는 항만 커뮤니티 시스템

개발과 물류 정보화 보급을 위한 스페인어 홍보물 제작에 상호 협조하기로 하였다.

칼리 및 바제 데 카우카 물류 클러스터의 결성, 브에나벤투라 항 항만 기본 계획 수립

추진, 콜롬비아 항만 대상 통합 항만 물류 정보 시스템 구축 사전 타당성 조사 등은 지역

사회에 물류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5년 9월 PFFC는 물류 클러스터와 함께 콜롬비아 국가기획처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항만 물류 정보화 구축을 위한 사업비로 40억 페소를 신청하였

다. 동 사업은 앞으로 사업 계획에 대한 보완 과정을 거쳐 국가기획처의 최종 승인을 받

아야 하나, 과거 물류 관리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칼리 시나 바제 데 카우카 주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

에필로그

이 글은 내가 2년 동안의 자문관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나의 활동을 정리하고 그것

을 토대로 3년차의 활동 계획을 그려보고자 작성되었다. 나의 3년차 활동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브에나벤투라 항의 기본 계획이 보다 잘 수립될 수 있도록 필요한 자료 제공이나

현지 실정 전달 등 지속적인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기본 계획 수립이 2016년 5월

말에 완성되면 브에나벤투라 상공회의소와 함께 앞으로 한국 기업이 이곳에 진출할 수 있

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자 한다. 또한 브에나벤투라 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항

Page 18: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Colombia › contents › memoirs › 2015 › 18_khn.pdf · 2017-06-07 · 282 월드프렌즈 nipa 자문단 활동수기 다음날 아침

297

한강의 기적, 세계의 기적으로

만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둘째, 물류 클러스터 활동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칼리 시나 바제 데 카우카 주와 보다 견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여 나

갈 것이다. 또한 지역 물류 기업들의 정보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PFFC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셋째, TSB에서 연구 중인 ‘콜롬비아 항만을 위한 항만 커뮤

니티 시스템 구축’ 타당성 조사와 함께 PFFC에서 기제출하여 주 정부의 승인을 득한 ‘항

만 물류 정보화 사업’의 사업 계획서 보완 작업이 조기에 착수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

다. 이외에도 좀 더 내실 있고 즐거운 나의 현지 생활을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이제 겨우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스페인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부임 이후 꾸준

히 배워 온 살사 춤과 주말 등산도 계속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콜롬비아 사랑. 앞으로 1년 동안 내 마음

속에 얼마나 풍성한 잎사귀와 열매가 자라게 될지 나 역시 궁금하다.

콜롬비아

김 형 남

•University of Wales/ Maritime Studies(MSc)/ 석사

•前 해양수산부 근무

•前 동부 아시아 수로회의(EAHC) 의장

• WFK NIPA Advisors - 콜롬비아 Santiago De Cali, Municipality

Government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