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출현

담당교수: 박 상 진

대중문화의 출현

• 19세기 중반까지 유럽의 주된 시각예술은 건축, 회화, 조각이었다. 그것은 유럽 사회의 가장 부강했던 군주, 왕가, 귀족, 교회, 상인, 국가와 같은 개인 및 집단, 제도 등의 실질적 후원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와 상당히 다르게, 현대 문화를 지배하는 것은 그러한 순수예술이 아니라 대중매체 위에서 이루어진 대중문화다. 산업의 발전,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발달 및 도시화한 소비사회의 돌연한 출현은 순수예술가들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끼쳐왔던 사회적 맥락을 돌이키지 못할만큼 변화시켰다.

• 다양한 종류의 기계가 사회적, 과학기술적 변화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테면, 색채사진술과 그 인쇄술의 등장 이전까지, 화가는 색채 이미지 제작에 있어 진정한 독점을 누렸지만, 이제는 고도로 향상된 품질의 색채 이미지와 그 복제물이 카메라와 인쇄기의 사용으로 수백 만 점 씩 신속하고 용이하게 제작될 수 있다. 결국 회화 예술이 완전히 죽지는 않았더라도 그 지위와 힘, 또 그 권위의 쇠퇴에 따라 사회적 기능 또한 변화되었다.

• 존 워커. <대중 매체 시대의 예술> 중.

[전함 테메레르] 터너

영화 <미스터 터너> 중 한 장면

대중

• ‘대중’은 근대적인 현상이다.

• 근대는 사람들로 붐비는 시대다. 근대적 인간은 대중 속의 인간이다.

• 대중은 사회계급, 연령, 인종, 국적, 성별이 잡다하게 혼합되고 물리적으로 집결한 결과로 발생한다. 그들은 더 이상 역사의 수동적인 주체가 아니며,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공적인 것(the public), 즉 국가, 경제, 의사소통, 문화, 법은 이제 확고히 그들 수중에 있다. . . 대중의 시대에 국가의 초석은 군주의 상속된 특권이 아닌 대중적 주권이다.

• 제프리 슈나프. <대중들> 중.

보들레르의 대중

• “보들레르에게서 충격 이미지와 대도시 대중과의 접촉 사이에 내적 연관성이 있다. . . 대중은 어떤 계급도 아니고 어떤 구조화된 집단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무정형의 집단으로서의 행인들, 거리를 메우는 군중이다. 이 군중의 존재를 보들레르는 결코 잊은 적이 없다.”

• “대도시 군중의 이미지는 보들레르에게 결정적인 것이 되었다. 대도시 군중이

자신을 잡아끄는 위력에 사로잡혀 거리산보자로서 군중의 한 사람이 되었을 때 보들레르는 그러나 그러한 군중에게는 뭔가 비인간적인 특성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군중의 공모자가 되는 바로 그 순간 그는 자신을 군중에게서 분리했던 것이다. 즉 그는 꽤 깊이 그들과 하나가 되고 있지만, 그것은 다만 경멸에 찬 단 한 번의 시선으로 부지불식간에 그들을 무가치한 존재로 내팽개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보들레르가 주저하면서 이러한 양면성을 고백할 때 이 양면성은 어딘가 불가피한 성격을 띤다.”

• “보들레르의 경우 대중은 그의 외부에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그가 대중에 매혹된 상태에서 어떻게 대중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 있는가를 추적할 수 있다.”

• - 발터 벤야민. [보들레르의 몇 가지 모티프에 관하여]. <발터 벤야민 선집> 4. 김영옥·황현산 옮김. 길. 2010. pp. 205-218.

• “모든 인간 속에는 매 순간마다 두 개의 동시적인 청원이 있다. 하나는 신을 향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사탄을 향하는 것이다. 신, 즉 정신성에 대한 기원은 상승을 향한 갈망이요, 사탄 즉 동물성에 대한 기원은 하강하는데서 얻는 쾌락이다. 여인들에 대한 사랑, 동물, 개, 고양이 등과의 친근한 대화는 후자의 쾌락에 속한다.”

• 보들레르. [마음을 털어놓고XL] <내면일기> 중. • “자신의 고독을 채울 줄 모르는 사람은 역시 분주한 군중

속에서도 홀로 존재할 줄 모른다.” • 보들레르. [군중]. <파리의 우울> 중.

• 익명성 vs 개인성

대중문화

• 대중매체: 대규모의 문화 소비자와 소수의 전문화된 문화생산자 사이를 중개하는 문화 분배 및 소통의 체제.

• 인터넷,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사진, 신문, 광고, 문화, 잡지, 음반 등.

• 공통점: 정보를 기록하고 보급하며 복제하는 기술적 장치의 사용.

• 사례: 영화, 드라마, 가요, 만화, 대중소설, 디자인, 패션, 컴퓨터 게임…

• 긍정적인 면: 문화의 민주화, 즉 누구나 문화를 쉽게 즐길 수 있음 • 부정적인 면: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이 모르는 누군가에 의해 생산된

문화의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시킴. 메시지를 위에서 밑으로 퍼부어대는 수직적 기능(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 대중문화의 특징:. 대중의 취향에 맞춰 제작. 예술의 기술화. 상품화. 산업화.

대중의 취향

대중의 취향

대중의 취향/기술복제

기술화 유튜브의 예

예술의 상품화

순수예술

• 순수예술: classic. Fine arts. 비실용적인 시각예술, 미의 창조에 관련된

예술. 회화, 조각, 건축, 문학, 음악.

• ‘순수’=아름다움, 능숙함, 빼어남, 우아함, 완벽함, 그리고 어떤 실제적 차원의 유용한 가치가 개입되지 않음.

• 예) ‘건축’과 ‘건물’의 구별

• 그러나 중세까지 예술은 순수한 미적 향수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종교적, 실용적 목적을 지닌 것. Art=기술.

• 대중예술의 출현과 더불어 기존예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현상.

• 순수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애매함. 모든 예술은 순수와 기능의 양면을 지니지 않을까?

MIT

대중예술

• 대중예술: 대중과 대량생산 체제가 출현하면서 순수예술이 자체의 영역을 고수하려는 현상이 일어남. 예) 예술을 위한 예술

• 그에 따라 대중을 위한 예술이 새롭게 추구됨.

• 예) 기계에 의한 복제품을 보면서 원작을 볼 때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

• 예) 원작을 대중의 차원으로 변형시키는 현상.

예술을 위한 예술 [Half-Life](2009) Ali Smith

기계복제

Fundamental Painting (1960년대 후반 ~ 1970년대 초반)

- 대중문화에 대한 부정적 반응. 회화의 재료와 작업과정 강조. 특정 주제나 내용이 없이, 회화에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특성을 고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음.

Fundamental Painting

Pop Arts (1950년대~1970) 대중문화에 대한 긍정적 반응

로이 리히텐슈타인 <공놀이하는 소녀> 1961. 캔버스에 유화. 153.6 x92.7cm. 뉴욕현대미술관

• 순수예술=고급예술=좋은 예술

vs

• 대중예술=저급예술=나쁜 예술

•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차이의 관계로 이해할 필요.

티브이 임솔아 그렇게 슬퍼? 광복 7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서 숭례문이 불타고 있었다. 로션을 바르는 것처럼 그는 콧물을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데 가슴이 미어진다며 운다. 나는 키즈 과학체험을 보며 운다. 소의 배에 구멍을 뚫고 아이들에게 손을 넣게 한다. 소야. 커다란 눈을 껌뻑이는 소야. 아이들이 배에서 꺼낸 곤죽이 된 음식물을 허연 침을 뚝뚝 흘리면서 핥는 소야. 나는 콧물을 풀고 눈물을 닦으며 티브이를 본다. 지금은 긴급 속보에서 카트만두가 무너지고 있다. 사망자가 팔백 명이라더니 내가 이 시를 쓰는 동안 사천 명으로 늘었다. 왜 울지 않아?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는 눈물은 안 난다고 한다. 티브이에서 본 비극을 모아 나는 지금 시를 방영한다.

뛰어난 인류를 상상한 독재자가 학살을 만든 다큐를 보았고 머리채를 잡힌 여자가 중심가를 질질 끌려가며 죽어갔고 수백의 사람들이 구경만 했다는 뉴스를 감자칩을 먹으며 메모했다. 잔재 아래에서 울음소리가 올라온다. 이름이 뭐예요? 대답하세요. 구조대 올 거예요. 말을 해요. 그래야 살 수 있어요. 나는 티브이에게 말을 시킨다. 깜박깜박 졸음에 빠지는 티브이를 깨운다. 나는 티브이 속으로 들어간다. 차벽 너머의 그를 만난다. 우리는 마주보고 있다. 이곳은 마주보는 것을 대치 중이라 한다. 이 차벽 너머에서 그가 등을 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등을 돌려야만 같은 티브이를 볼 수 있다. 나는 뒤를 돌아본다.

<창작과 비평> 2015년 봄호 수록.

더 생각해 볼 것들

• 대중의 출현 과정을 이해하고, 대중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보자.

• 순수예술과 대중문화가 서로 변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영역들을 비교해보자.

•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감상하는 방식의 차이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