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지도 연구의 동향과 전망 - ksmcb.or.kr- 10년간 30억달러 유럽연합 (2013)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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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뇌의 시대이다. 작년 4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 령은 향후 미국 연구개발의 중점 목표로 인간의 뇌 설계 도를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Brain Activity Map’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이후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 중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그 골 자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뇌지 도 제작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하여 치매, 뇌 손상 등 위협적인 뇌질환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성적 재정 적자를 안고 있으면서도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 놓여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자하 는 사업을 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어찌 보면 가장 발 빠르게 제안하고 있는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 역시‘Human Brain Project’라는 유사 프로그램을 10 년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마치고 작년부터 정식으로 시작 하고 있어 바야흐로 뇌연구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개시 되고 있는 양상이다(표 1). 뇌지도사업의 거대 과학적 속성 거대 자본의 투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위 ‘big science’는 실 패하면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과학적인 도전성이 나 호기심만으로는 당연히 이루어질 수 없다. 즉, 실패를 무 릅쓰고라도 절대 절명의 이유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경우, 예 를 들면 이차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 가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의 뇌연구 투자가 전쟁 에 비길 만한 급박한 시급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니즈와 기술적 성숙도가 충분하여 정책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거대 한 도전의 특징, 즉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으며,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 뇌지도 연구의 동향과 전망 선 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E-mail: [email protected] 01 분자세포생물학뉴스레터 특/별/기/고 1. 선진국의 뇌과학 지원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사례 국가 (지원시작 연도) 과제명 내용 예산 규모 미국 (2013) BRAIN Initiative 새로운 신경공학기술을 통한 연구: Brain Activity Map 프로젝트 - 10년간 30억달러 유럽연합 (2013) Human Brain Project (HBP) 뇌활성 정보를 집대성하여 인공뇌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 10년간 10유로 일본 (2011) 뇌과학 연구전략추진 프로그램(Pro) 4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뇌과학목표로 - 5년간 300억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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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뇌의 시대이다. 작년 4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

령은 향후 미국 연구개발의 중점 목표로 인간의 뇌 설계

도를 확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Brain Activity Map’

프로젝트를 제안하였다. 이후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 중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 Initiative’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그 골

자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뇌지

도 제작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하여 치매, 뇌

손상 등 위협적인 뇌질환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성적

재정 적자를 안고 있으면서도 경기 부양을 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 놓여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자하

는 사업을 개시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어찌 보면

가장 발 빠르게 제안하고 있는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

연합 역시‘Human Brain Project’라는 유사 프로그램을 10

년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마치고 작년부터 정식으로 시작

하고 있어 바야흐로 뇌연구 개발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개시

되고 있는 양상이다(표 1).

뇌지도사업의 거대 과학적 속성

거대 자본의 투자를 통해 이루어지는 소위 ‘big science’는 실

패하면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과학적인 도전성이

나 호기심만으로는 당연히 이루어질 수 없다. 즉, 실패를 무

릅쓰고라도 절대 절명의 이유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경우, 예

를 들면 이차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하탄 프로젝트

가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현재의 뇌연구 투자가 전쟁

에 비길 만한 급박한 시급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니즈와 기술적 성숙도가 충분하여

정책적인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 거대

한 도전의 특징, 즉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 없으며,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

뇌지도 연구의 동향과 전망

선 웅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E-mail: [email protected]

01 ● ● 분 자 세 포 생 물 학 뉴 스 레 터

특/별/기/고

표 1. 선진국의 뇌과학 지원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사례

국가 (지원시작 연도) 과제명 내용 및 예산 규모

미국 (2013) BRAIN Initiative 새로운 신경공학기술을 통한 뇌 연구: Brain Activity Map 프로젝트- 10년간 30억달러

유럽연합 (2013) Human Brain Project (HBP)뇌활성 정보를 집대성하여 인공뇌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함- 10년간 10억 유로

일본 (2011)뇌과학 연구전략추진

프로그램(腦Pro)제4기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통하여 ‘사회에 공헌하는 뇌과학’을 목표로 함- 5년간 연 300억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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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만일 성공한다면 거대한 인류의 진보와 경제적 이익을 가

져올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근거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2003년 사업 완료를 선언한 인간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 HGP)의 경우 10여년의 노

력 끝에 인간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모두 동정하는데 성공하

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뇌지도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하

면서 HGP의 성공을 언급한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HGP

가 종료한 후 미국의 바텔 연구소에서 나온 성과 분석 자료

를 살펴보면, 간단히 요약하여 미국 정부가 투자한 1달러는

현재 시점에서 141달러의 경제적 효과로 돌아왔다고 정리할

수 있다(Batelle 연구소 보고서 참조). 미국 정부는 경제적

이득에 의해 거두어들인 연방세 수입만으로도 투자금을 모

두 회수한 셈이고, 이 투자를 통하여 사회에는 직 간접적으

로 1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고 하니, 현재 우리 정부

에서 이야기하는 창조경제 구현의 가장 이상적인 성공사례이

다. 더군다나, 이 보고서에서는 HGP를 통하여 도출된 과학

적 성과를 활용하여 달성될 경제적 효과는 아예 포함하지 않

고 있다. 즉 인간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한 진단용 칩을 생

산한다거나, 맞춤형 신약 개발을 통하여 창출되는 새로운 시

장 형성과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은 아직 평가할 만큼 시

간이 되지 않았으며 향후 유전자 정보를 통하여 개척되어야

할 미래 가치로 보는 것이다. 만일 이 미래가치까지 포함한

다면 141배가 아니라, 1,000배의 투자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

각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제조업 등 많은

산업이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으나, 우수한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세계 최고의 R&D 시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적극적 투자는 그대로 미국 경제 사회로 스

며들어 신규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폭발력을 보여주며,

1) 연구를 위한 시장 형성 → 2) 연구 성과의 축적 → 3) 연

구 성과를 통한 메가 시장의 창출이라는 선순환적 성장 사이

클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아

직은 연구 성과가 직접적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 않으나, 최

근의 폭발적인 기술적 진전과 이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높은

뇌연구 분야는 그 명분과 시장 창출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매력적인 거대과학의 주제이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

며, 신경세포들은 각각 수천 개 이상의 신경연접을 맺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 복잡한 정보 교환의 결과가 궁극적으로

우리의 마음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

로 뇌를 구성하고 있는 신경세포의 연결 상태를 이해하고, 각

각의 활성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뇌 설계도]를 확보한다면, 신경계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과 유사한 신경컴퓨터/로봇의 제작도 가능할 것

이며,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

의 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뇌 지도를

손에 얻기 전에는 달성 불가능한 계획이다. 뇌 구조의 복잡성

을 고려할 때, 뇌 설계도의 확보는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연구자들의 기술 및 노력 집약적인 대형 연구를 통해

서만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 BRAIN Initiative 계획

에 대하여 가장 많은 연구자들이 논쟁하고 있는 부분은 이 지

점에 있는데, 과연 우리가 HGP의 DNA sequencing 처럼 뇌

지도 제작을 위한 핵심 연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는 문

제이다. 이 대목에서 미국은 새로운 기술의 개발을 통하여 보

다 안정적인 핵심 연구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뇌

지도록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하였고(이러한 이유로

최초의 Brain Activity Map Project 제안은 기술개발을 강

조하는 BRAIN Initiative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유럽에

서는 전기생리학적인 방법을 핵심기술로 하여 뇌기능 연결지

도를 작성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뇌지도의 역사 및 기술의 진전

인간의 뇌가 구조 및 기능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은 오

랫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져 왔으며, 이러한 구조

화의 기반은 개별 뉴런들이 특정한 회로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를 이루는 신경 세포의 형태와 연결 상태에 대

한 뇌지도 연구는 스페인의 위대한 신경해부학자 Santiago

Ramon y Cajal(1852-1934)이 골지염색법을 이용하여 약

100년 전에 이룩한 업적에서 출발한다(그림 1). 뇌에 분포하

는 수많은 뉴런 중 일부를 은염색법에 의해서 가시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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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일일이 현미경 아래에서 관찰하여 직접 손으로 그려서

만든 뇌지도이다. 생각해 보면 ‘대동여지도’ 수준의 지도이지

만, 뉴런이 어느 방향으로 액손을 내고 있는지, 어떻게 수상

돌기를 뻗고 있는지 등등의 형태적 특성만으로도 이들 뉴런

의 기능을 대략 짐작할 수 있으니, 한편 놀랍게도 정교한 지

도이다.

그림 1. 카할의 소뇌 지도와 면역염색으로 보이는 소뇌 구조

뇌 구조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 기법이

필요하지만, Wilder Penfield(1891-1976) 등에 의한 대뇌

피질 구획화 지도 작성을 통하여 비로소 뇌의 구조와 기능의

상호 관련성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유전

자 발현 분석 기술에 의하여 분자 수준에서 구획화가 정의될

수 있었으며, 미국의 알렌연구소에서는 뇌 유전자 발현에 대

한 대단위 database를 구축 공개하여 분자-구조-기능에 대

한 이해가 통합되고 있다. 그러나 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구조/기능 지도 작성을 위한 연구는 Cajal 이후 약

100년이 지난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시 중요 연

구 과제로 대두될 수 있었다. 소위 현대적 뇌지도 연구의 1세

대인, 뇌연결체학(Connectomics) 연구 분야가 태동한 것이

다. 뇌(또는 눈, 척수 등 기타 신경계)를 구성하는 뉴런들의

연결성에 대한 종합적인 지도 작성을 목표로 하는 연구 분야

이므로, 지극히 복잡한 뇌 연결을 해석할 만한 고속-집적 영

상화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

적인 뇌연결체학 중심 기술은 diffusion tensor imaging이

라 불리는 일종의 MRI 기술로, 인간 뇌의 백질을 비교적 고

해상도로 영상화할 수 있게 되어, 뇌에 존재하는 굵은 전선

다발들(백질 신경망)의 경로를 관찰하여 뇌 연결성을 조사할

수 있다(그림 2). 이 기술의 경우 매크로 수준에서 뇌 부위간

의 연결성을 분석할 수 있으며, 기능성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으므로 매우 강력한 기술이긴 하지만, 세포 수준의 미세

신경연결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림 2. 최초의 dMRI에 의한 뇌 백질 영상(좌, Dudec et al., 1991)과, 최

근 UCLA-Harvard consortium의 AW Toga 연구진에서 제작한 영상

뇌 연결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세한 수준의

정밀한 영상의 획득이 필요하다. 신경세포가 이루는 시냅스

의 크기가 1 마이크로미터 미만임을 생각할 때, 시냅스 수준

의 연결을 영상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자현미경적 수준의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얇은 두께로 자른 연속적인 뇌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이미징한 후 이들을 3차원으로 재구

성하여 분석하는 3D electron microscopy(3D EM)방법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해상력이 매우 좋은 장점이 있어 예쁜꼬마선충(White et al.,

1986), 초파리(Chiang et al., 2011) 등의 뇌 연결성이 성공

적으로 규명된 바 있다. 이 방법은 기술적인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미 이 기술을 적용하여 작은 개체의

신경계 연결성 분석을 성공할 수 있었으므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사람의 뇌 연결성도 분석이 가능하다. 예쁜꼬

마선충의 연결체 규명을 위하여 10여년의 기간이 걸린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자동화 기술 개발을 통하여 100-1000배

속도 향상을 가져온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속

도로는 인간의 뇌 전체를 분석하는 것은 여전히 실현 불가능

한 작업이므로, 인간유전체 사업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

술 발달에 의해서 가능해졌듯이, 인간뇌연결체 연구 역시 획

기적인 기술 개발에 의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두 종류의 기술적 접근을 감안할 때,

dMRI의 경우는 뇌 영역간의 거시적인 연결성 정보를 제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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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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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3D EM의 경우 신경세포의 시냅스 수준, 즉 매우 미시적

인 연결성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두 정보의 통합은

또다른 심각한 기술적인 도전을 필요로 한다. 특히 뇌기능

의 많은 부분은 뇌영역과 시냅스의 중간 크기, 그리고 아마

도 가장 중요한 단위인 세포 수준에서의 연결성에 의하여 매

개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세포 수준의 세포간

연결성을 분석하는 중간 스케일의 이미징 및 분석 기술이 필

요하다. 하버드대의 Jeff Lichtman과 Josh Sanes 연구팀은

형질전환 생쥐 기술을 활용하여 각각의 뉴런들이 서로 다른

형광을 발현하게 하여, 각각의 뉴런을 구분 가능하도록 하

여 이들간의 연결성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이 기술을 무지개뇌(brainbow) 기술이라 명명하였다(Livat

et al., 2007)(그림 3, 좌). 기존의 유전자도입 또는 바이러

스 주입을 이용한 제한적인 세포 표지 기술에 비하여 이러한

시스템은 커넥톰 분석을 위한 효율을 100배 이상 향상시켰

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가진 중요한 한

계 중 하나는 동물마다 개별적 뉴런의 형광 발현이 무작위적

이라는 점이며, 신경세포의 연결성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조

직 절편을 매우 복잡하게 재구성하여 삼차원적인 영상을 획

득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년 재미 한국

인 과학자인 정광훈 박사에 의하여 개발된 뇌 투명화기술

(clarity)은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된다(Chung et al., 2013). 즉 뇌 전체를 투명하게 하여

조직 절편 없이도 개별 신경세포의 공간적 배치를 관찰 및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그림 3, 우). 특히 이 기술은 면역염

색법과 결합 가능하며, 고정된 사람 뇌조직에도 적용 가능하

므로 뇌지도 작성을 위한 차세대 핵심 기술임이 분명하다.

그림 3. Brainbow 생쥐의 뇌 절편이미지(좌)와, 형광생쥐 뇌의 Clarity기

술을 이용한 3D 영상(우)

지금까지 언급한 기술들이 뇌의 구조적 연결성에 기반한 뇌

지도 작성과 관련되어 있다면, 실제로 뇌의 구조적 연결이

어떻게 뇌기능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정보, 즉 ‘뇌 활성

지도(Brain Activity Map)’의 제작이 현재 미국에서 추구

하고 있는 핵심적인 연구 현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목

표 달성의 위헝 신경활성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분자센

서(molecular sensors)들이 개발되고 있다. 신경세포의 활

성화는 세포질 내 칼슘 농도를 측정하거나 세포막전위를 측

정하여 조사할 수 있다. 소분자 화합물, 나노물질, 유전자/

단백질 기반의 각종 센서들이 이미 개발되었으며, 계속 감

도와 정확도가 보다 높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 괄

목할 만한 기술의 진보가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은 고속 대

단위 뇌영상 기술의 개발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slective

plane, illumination microscopy(SPIM) 또는 light sheet

fluorescence microscopy(LSFM)의 개발에 의하여 실시

간에 가까운 전체 뇌 활성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다(Ahrens

et al., 2013)(그림 4). 뇌 전체에 대한 분석이 아니더라도,

multi-photon microscopy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동물에서

도 뇌 활성을 부분적으로 분석하는 in vivo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 향후 10년 이내에 폭발적인 기술의 진보와 이에 따른

과학적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다.

그림 4. SPIM의 개념도(상) 및 이를 이용한 제브리피쉬 뇌의 칼슘활성변

화 이미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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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연결성에 대한 정보의 폭발은 새로운 분석 기술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개체가 가진 신경세포와 이에 따른 신경연접

의 수를 생각해 볼 때, 뇌지도에서 도출되는 data의 양은 매

우 방대하며, 이들 사이의 기능적 의미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방법의 data 분석법을 뛰어넘는, big data 분석 기

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big

data를 다루는 정보 기술의 진보가 눈부시게 진행되고 있어,

인류가 뇌의 신비에 접근하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지고 있다

고도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지금까지 개발된 뇌지도 관련 기술들로는 뇌가 지닌

가소성, 즉 발달 과정 및 경험에 의한 역동적인 뇌연결성 변

화 양상에 대한 대단위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뇌의

구조 및 기능의 변화를 고해상/실시간으로 조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의 개발이 뇌지도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

요하다. 즉 과거의 2차원적 뇌 지도 기술이 현재 3차원적 지

도 기술로 발전해 왔다면, 궁극적인 [뇌설계도] 확보는 역동

성을 반영한 4차원 뇌지도, 또는 뇌 ‘동영상’ 기술로 진화와

함께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대응 전략

1800년대, 유럽의 열강들은 저마다 식민지를 개척하고 새로

운 무역로를 찾기 위해 지도 한 장 없는 망망대해로, 나침반

하나에 의지하여 나아가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수많은 탐험

가들의 이러한 노력은 식민지 확보를 위한 제국주의에 이용

된 측면이 있으나, 이들의 노력을 통하여 그들에겐 미지의 세

계였던 곳들에 대한 ‘항해지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항해지

도는 당시의 핵심 정보로, 서구열강들에게 식민지 확보와 부

의 축적이라는 결실을 안겨주었으며, 이 때 편성된 세계 질서

는 아직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반응하던 우리 민족이 이후 오

랫동안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어려운 시절을 보낸 것 역시 그

결과의 하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연구자들이 뇌지도 관련 중요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투자 및 연구가 선진국에 비하여 아직 부

족한 것이 현실이다. 거대 선진국들의 뇌지도 확보 경쟁에

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뇌지도 확보를 위한 ‘틈새기술’ 및

‘길목기술’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며, 미래

를 위한‘모험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서만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화기 외국의 동향을

무시한 과오를 후대들이 오랫동안 치러야 했던 오류를 되풀

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래의 세계 주도권을 두고 이루어지

는 중요한 연구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과 과감한 투자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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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 분 자 세 포 생 물 학 뉴 스 레 터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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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참고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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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leninstitute.org/

http://flycircuit.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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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umanconnectome.org/

http://www.openconnectomeproject.org/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Newsletter

웹 진 2014ㅣ03 ● ● 06

선 웅

저 | 자 | 약 | 력

1987-1991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 학사

1991-1993 서울대학교 분자생물학, 석사

1993-1997 서울대학교 신경과학, 박사

1997-1997 서울대학교 세포분화센터, 박사후연구원

1997-2000 오사카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박사후연구원

2000-2002 웨이크 포리스트 의과대학 신경해부학과,

박사후연구원

2002-2005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조교수

2005-2009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부교수

2009-2010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SD) 안과학교실, 방문교수

2009- 현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