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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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지역 소외 문제를 겪은 국가다. 버블 경제 붕괴와 전통 산업 쇠락, 그로 이한 인구 이탈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의 지역사회는 지역 콘텐츠 개발로 관광산업을 일으키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와 향토 캐릭터 등을 활용해 지역 고유의 이야기에 주목한 일본은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최적의 방법 중 하나를 찾아낸 듯하다. 김유준 문화평론가 소년 소녀, 시골 마을을 구하다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 관광산업을 일으키는 가장 손쉽고 효 과적인 방법은 대중문화의 인기를 등에 업는 것이다. 여고생 해녀의 일대기를 다룬 NHK의 대하드라마 <아마짱>이 2013 년 대히트한 뒤 이와테 현의 어촌 마을이 졸지에 전국적 관광 명소가된것은좋은예라할수있다. <아마짱>의 배경인 기타산리쿠 시의 실제 모델이 이와 테 현의 구지 시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 후 첫 골든위크 (일본에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공휴일이 모여 있는 일주 일) 동안 관광객이 11만 명이나 몰려들었다. 이는 전년도 같 은 시기에 비해 2배 늘어난 수치였다. 특히 해녀들이 주로 활 동하는 7월과 8월, 구지 시 바닷가에는 전년도 같은 시기보다 23배늘어난관광객7만5천명이다녀갔다. 이와테은행 산하 이와테경제연구소의 계산에 따르면, <아마짱>이 2013년 한 해 동안 구지 시와 이와테 현에 가져 온 경제 효과는 32억8,400만 엔, 우리 돈으로 330억 원이 넘는다. 당시 호사가들 사이에서 “아베노믹스보다 아마노믹 스(아마짱+이코노믹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 나돈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오비히로 역시 비슷한 예다. 홋카이도의 소도시인 오비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지방 소외의 문제 또한 먼저 겪었다. 1960년대 중화학공업을 주축으로 한 공업화에 성공하면서 대도시와 일부 지역은 크게 발전했지만, 그 밖의 지역은 산업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농어업 등의 지역 전 통 산업이 쇠락하는 부작용에 허덕여야 했다. 특히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후 지역 소외는 더욱 가속 화했다.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땅값이 폭락하면서 지방 인구 가 도시로 몰리는 ‘도심회귀(都心回歸)’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 이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지역 경제가 뒷걸음치며 그와 함께 전통문화의 맥이 끊기는 지방 몰락 현상 때문에 일본은 다 른 어떤 나라보다도 골머리를 썩여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일본은 그 문제들을 꽤 성공적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내각 안에 지역창생 담당대신(장관)을 두고 효과적인 대책들을 꾸준히 마련해 시행해온 덕분이다. 흔히 ‘지 역 일으키기( 地域おこし, Community Vitalization)’라 불리 는 지역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대체로 관광산업으로 초점이 모 아진다. 관광산업의 육성은 다시 ‘지역 콘텐츠 개발’이라는 단 어로 간추릴 수 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면서 숙박업소나 교통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고 알리는 데 주력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로는 시내 영화관이 11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등 산업화의 부작용에 크게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만화 <은수 저>가 인기를 끈 데 이어 같은 만화가 원작인 영화까지 전국적 으로 성공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작품 속 농업고등학교의 실제 모델인 오비히로농업고등학교의 입학 경쟁률이 미달에 서 2대1까지 치솟는 등 만화와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역 자체 로퍼진것이다. 이에 시 당국은 ‘<은수저> 로케이션 장소 로드맵’을 만들 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등 발 빠르게 홍 보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부타동’이라는 돼지고기 덮밥 과 특산 과자 말고는 내세울 게 없던 평범한 지방 소도시가 일 약유명관광지로거듭나게됐다. 요괴 만나러 돗토리 가자 돗토리 현의 작은 도시 사카이미나토는 또 다른 방식으로 지 역 콘텐츠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카이미나토는 그 야말로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지만 자랑거리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가 바로 그곳 출신이라는 사실 이었다. 미즈키 시게루는 1960년대에 시작돼 지금까지도 인기 하마마쓰시마스코트캐릭터 슛세다이묘이에야스군 ©2011HiromuARKAWA/SHOGAKUKAN 일본의 지역 콘텐츠 전략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캐릭터 를 모으고 있는 요괴 만화 <게게게의 기타로>를 탄생시킨 만 화계의 거장이다. 52조 원을 벌었다는 포켓몬의 귀여운 요괴 캐릭터도이작품이뿌리다. 그 점을 어떻게든 관광 상품과 연결해야겠다고 생각한 사카이미나토 시는 궁리 끝에 1992년부터 사카이미나토 역 에서 약 800미터에 걸쳐 ‘미즈키 시게루 로드’를 조성하기 시 작했다. 미즈키 시게루가 저작권을 무상으로 양도한 덕에 가 능해진프로젝트였다. 거리 곳곳에는 작품 속 요괴들의 동상 153개가 줄지어 섰고, 택시와 인력거 등 각종 대중교통에 요괴 캐릭터가 부착 됐다. 사카이미나토 역으로 오는 기차 일부가 요괴 열차로 개 조돼 운영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미즈키 시게루 기념관이 건립돼 만화가와 만화에 등장하는 요괴들에 관한 정보를 소 개하고있다. 요괴 거리의 효과는 엄청났다. 작은 어촌 마을 사카이미 나토는 ‘미즈키 시게루 로드’ 조성 이후 한 해 평균 관광객이 160만 명에 이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이들이 뿌리고 가는 돈 만 한 해에 50억 엔, 우리 돈으로 540억여 원에 이른다. 인구 4만 명의 스러져가던 시골 마을이 ‘이야기’ 하나로 불황을 모 르는풍요로운도시가된것이다. 52 53 2016 07 08 Focus In World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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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캐릭터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0/vol20_12.pdf화계의거장이다.52조 원을벌었다는포켓몬의 귀여운 요괴 캐릭터도이

일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지역 소외 문제를 겪은 국가다.

버블 경제 붕괴와 전통 산업 쇠락, 그로 이한 인구 이탈로 어려움을 겪던

일본의 지역사회는 지역 콘텐츠 개발로 관광산업을 일으키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대중문화와 향토 캐릭터 등을 활용해

지역 고유의 이야기에 주목한 일본은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최적의 방법 중 하나를 찾아낸 듯하다.

글김유준문화평론가

소년 소녀, 시골 마을을 구하다

지역콘텐츠를만들어관광산업을일으키는가장손쉽고효

과적인방법은대중문화의인기를등에업는것이다.여고생

해녀의일대기를다룬NHK의대하드라마<아마짱>이2013

년대히트한뒤이와테현의어촌마을이졸지에전국적관광

명소가된것은좋은예라할수있다.

<아마짱>의배경인기타산리쿠시의실제모델이이와

테현의구지시라는사실이알려지면서방송후첫골든위크

(일본에서4월말부터5월초까지공휴일이모여있는일주

일)동안관광객이11만명이나몰려들었다.이는전년도같

은시기에비해2배늘어난수치였다.특히해녀들이주로활

동하는7월과8월,구지시바닷가에는전년도같은시기보다

23배늘어난관광객7만5천명이다녀갔다.

이와테은행산하이와테경제연구소의계산에따르면,

<아마짱>이2013년한해동안구지시와이와테현에가져

온경제효과는32억8,400만엔,우리돈으로330억원이

넘는다.당시호사가들사이에서“아베노믹스보다아마노믹

스(아마짱+이코노믹스)”라는농담반진담반의말이나돈

것도무리는아닌셈이다.

오비히로역시비슷한예다.홋카이도의소도시인오비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지방 소외의

문제 또한 먼저 겪었다. 1960년대 중화학공업을 주축으로 한

공업화에 성공하면서 대도시와 일부 지역은 크게 발전했지만,

그 밖의 지역은 산업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농어업 등의 지역 전

통 산업이 쇠락하는 부작용에 허덕여야 했다.

특히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후 지역 소외는 더욱 가속

화했다.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의 땅값이 폭락하면서 지방 인구

가 도시로 몰리는 ‘도심회귀(都心回歸)’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

이었다. 젊은이들이 빠져나가고 지역 경제가 뒷걸음치며 그와

함께 전통문화의 맥이 끊기는 지방 몰락 현상 때문에 일본은 다

른 어떤 나라보다도 골머리를 썩여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일본은 그 문제들을 꽤 성공적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내각 안에 지역창생 담당대신(장관)을 두고

효과적인 대책들을 꾸준히 마련해 시행해온 덕분이다. 흔히 ‘지

역 일으키기(地域おこし, Community Vitalization)’라 불리

는 지역 활성화 대책의 핵심은 대체로 관광산업으로 초점이 모

아진다. 관광산업의 육성은 다시 ‘지역 콘텐츠 개발’이라는 단

어로 간추릴 수 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면서 숙박업소나 교통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고 알리는 데 주력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히로는시내영화관이11개에서2개로줄어드는등산업화의

부작용에크게시달리고있었다.하지만2011년만화<은수

저>가인기를끈데이어같은만화가원작인영화까지전국적

으로성공하면서상황이급변했다.작품속농업고등학교의

실제모델인오비히로농업고등학교의입학경쟁률이미달에

서2대1까지치솟는등만화와영화에대한관심이지역자체

로퍼진것이다.

이에시당국은‘<은수저>로케이션장소로드맵’을만들

어홈페이지에올리고관련상품을개발하는등발빠르게홍

보효과를극대화했다.그결과‘부타동’이라는돼지고기덮밥

과특산과자말고는내세울게없던평범한지방소도시가일

약유명관광지로거듭나게됐다.

요괴 만나러 돗토리 가자

돗토리현의작은도시사카이미나토는또다른방식으로지

역콘텐츠를만들어대성공을거두었다.사카이미나토는그

야말로평범한시골마을이었지만자랑거리가아주없지는

않았다.만화가미즈키시게루가바로그곳출신이라는사실

이었다.

미즈키시게루는1960년대에시작돼지금까지도인기

하마마쓰시마스코트캐릭터

슛세다이묘이에야스군©2011HiromuARKAWA/SHOGAKUKAN

일본의 지역 콘텐츠 전략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캐릭터

를모으고있는요괴만화<게게게의기타로>를탄생시킨만

화계의거장이다.52조원을벌었다는포켓몬의귀여운요괴

캐릭터도이작품이뿌리다.

그점을어떻게든관광상품과연결해야겠다고생각한

사카이미나토시는궁리끝에1992년부터사카이미나토역

에서약800미터에걸쳐‘미즈키시게루로드’를조성하기시

작했다.미즈키시게루가저작권을무상으로양도한덕에가

능해진프로젝트였다.

거리곳곳에는작품속요괴들의동상153개가줄지어

섰고,택시와인력거등각종대중교통에요괴캐릭터가부착

됐다.사카이미나토역으로오는기차일부가요괴열차로개

조돼운영되기도했다.2003년에는미즈키시게루기념관이

건립돼만화가와만화에등장하는요괴들에관한정보를소

개하고있다.

요괴거리의효과는엄청났다.작은어촌마을사카이미

나토는‘미즈키시게루로드’조성이후한해평균관광객이

160만명에이르는관광명소가됐다.이들이뿌리고가는돈

만한해에50억엔,우리돈으로540억여원에이른다.인구

4만명의스러져가던시골마을이‘이야기’하나로불황을모

르는풍요로운도시가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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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2: 우리만의 이야기, 우리만의 캐릭터sitehomebos.kocca.kr/k_content/vol20/vol20_12.pdf화계의거장이다.52조 원을벌었다는포켓몬의 귀여운 요괴 캐릭터도이

1조 원을 벌어 온 곰돌이

대중문화콘텐츠의인기를지역콘텐츠와연계하는방법은

손쉽고효과적이다.하지만동시에지나치게수동적이라는

단점역시안고있다.그지역배경의작품이히트하지않는한

경제효과를기대할수없기때문이다.그러므로지역콘텐츠

개발의핵심이라면역시그지역전통의이야깃거리를현대

에걸맞게재생산해서널리알리는방법일것이다.특히매스

미디어가고도로발달한현대에이르러서는‘무엇을만드느

냐’보다‘어떻게알리느냐’가중요하다고할수있는데,그방

법에관한한일본은모범이될만하다.

일본에는‘유루캬라(ゆるキャラ)’라는단어가있다.‘유루이마스코트캐릭터’의줄임말로,만화가겸캐릭터제작자

겸수필가인미우라준이1980년대에만들어낸조어이다.익

숙한영어단어앞에‘느슨하다’는의미의일본어형용사‘유루

이’가붙은까닭은유루캬라가일반적인상업용이미지캐릭

터와는성격이약간다르기때문이다.유루캬라는각종이벤

트나캠페인,또는지역전반의정보전달등에쓰이는마스코

트캐릭터를일컫는말이다.지역PR이주목적일경우에는‘고

토치캬라(ご当地キャラ,본고장캐릭터)’라고부르기도한다.유루캬라라는개념을이끌어낸미우라준은유루캬라가

갖춰야할조건으로다음세가지를꼽는다.첫째향토애넘치

는강력한메시지를가질것,둘째몸동작이나행동거지가불

안정하거나유니크할것,셋째사랑스러운느슨함을가져야

할것이다.

한국에서도꽤나화제가된곰돌이캐릭터‘쿠마몬’은

유루캬라또는고토치캬라의대표적인예다.구마모토현이

2010년에발표한지방PR캐릭터쿠마몬은2011년전국유

루캬라그랑프리에서1위를차지하는등일본전역에서큰인

기를끌었다.2013년발표된일본지방경제종합연구소의설

문결과에따르면“규슈에서정보제공이가장인상적인현”

을묻는질문에쿠마몬발표이후구마모토현의성적이크게

올랐다.규슈내에서는6위에서2위로,간사이지방에서는6

위에서3위로,도쿄를비롯한수도권에서는7위에서5위로

뛰어올랐다.방문횟수또한전체적으로는10퍼센트,간사이

방문객은23퍼센트증가했다.

2010년대초반의쿠마몬에이어현재인기를끌고있는

구마모토현마스코트캐릭터쿠마몬

유루캬라는시즈오카현하마마쓰시의마스코트캐릭터‘슛

세다이묘이에야스군(出世大名家康くん)’이다.하마마쓰와관계깊은일본의영웅도쿠가와이에야스에서모티프를얻

은캐릭터다.슛세다이묘이에야스군은지난해유루캬라그

랑프리에서1위를차지하고자동차와음료수CF에도출연하

는등쿠마몬못지않은인기를누리고있다.그와더불어시즈

오카현과하마마쓰시또한막대한홍보효과를거두었다.

유루캬라중심의지역홍보활동에대한비판이전혀없

지는않다.‘지자체하나에유루캬라하나’라는공식이일반화

한현재,유루캬라그랑프리에서좋은성적을남기기위해세

금을낭비한다는지적이지역주민들사이에서제기되곤한

다.특히이벤트나부서단위에서안이하게캐릭터를만들어

내다보니같은지자체내에서유루캬라가여럿생기거나,캐

릭터개발비규모가비대해진나머지정작필요한곳에세금

이쓰이지못하는등의부작용도보고되고있다.그러나이런

유루캬라또는고토치캬라가향토정보의PR에무엇보다효

과적이라는사실은‘쿠마몬캐릭터하나로발생된경제효과

가1,000억엔,우리돈으로1조원이넘는다’는일본의현실

이입증하고있다.

최고의 자산은 정체성

공항이나철도역을만들고숙박업소를늘린다고해서지역이

저절로되살아난다는환상은일본에서이미사라진지오래

다.산업화가진행되고버블경제가붕괴하면서지역주민들

이‘스트로효과(교통망이정비되면교통기반의‘입구’에해

당하는지역에경제활동이집중돼‘몸통’인마을이나지역의

경제활동은오히려쇠퇴하는현상)’를직간접적으로숱하게

경험해왔기때문이다.

그들은본디제조업이발달되지않은지역이다른곳의

성공사례를무조건좇다보면오히려부작용만속출한다는

사실도잘알고있다.수요의거품이사라지면후발주자가가

장먼저피해를입는다.그들은제조업에어설프게뿌린투자

가불경기에는지역민의목을조른다는사실을숱한시행착

오끝에피부로느껴왔다.

일본은이제지역의정체성을완성해나가는데집중하고

있다.지역만의이야기를개발하고널리알리는것이야말로지

역발전을도모하는최적의방법임을알고있기때문이다.버블

경제의붕괴라는불행은그들에게‘지역콘텐츠가곧지역의정

체성이고지역의자산’이라는교훈을아프게일깨워주었다.

구마모토현 사카이미나토시의미즈키시게루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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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7 08Focus In World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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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콘텐츠는 사람과 이야기, 장소가 만든다고들 한다. 그런 점

에서 역사가 깊으면서도 그 유・무형의 유산이 체계적으로 보존

되어 있는 편인 유럽은 지역 콘텐츠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은 살아남고 실험은 계속된다

국토가넓고여러왕국으로나뉘었다가통일된경험이있는

스페인은지역콘텐츠의성격이분명한국가중하나다.남쪽

안달루시아지방에있는도시세비야가대표적인경우다.투

우와플라멩코,카르멘이라는세가지대표적인문화자원을

소유한세비야는매년4월이되면‘페리아데아브릴(Feria

deAbril,4월제)’이라는축제를열어그풍성한자산을과시

한다.플라멩코드레스를차려입은아가씨들이성장(盛裝)한

청년들과마차에올라투우장을찾고,관광객들은동이트도

록먹고마시며놀수있다.수만명의관광객이몰리는세비야

최고의성수기다.

스페인에서경제적으로가장발달한지역카탈루냐는

현대에나타난귀중한자원으로인해미식여행의중심으로

떠올랐다.카탈루냐크레우스곶에있었던레스토랑‘엘불리’

가그자원이다.미슐랭스타세개를받았고영국잡지<레스

토랑>이선정한세계최고의레스토랑에다섯번뽑힌엘불리

는실험적이고창의적인요리로전세계를사로잡았다.

현재엘불리는“기본으로돌아가기위해”폐업한상태

지만셰프페란아드리아의동생이바르셀로나에레스토랑

‘티켓’을열었다.이레스토랑은두달전정오부터예약할수

있지만예약이열리자마자몇분안에마감된다고한다.건축

가가우디의도시로유명한바르셀로나는이렇게막강한지

역콘텐츠하나를더보탤수있었다.

현대와과거가뒤섞이면서도시전체가수많은지역콘

텐츠를생산하기도한다.수백년간유럽의중심이었던영국

런던은영화<노팅힐>의무대인포토벨로마켓,비틀즈멤버

네명이횡단보도를건너는음반<애비로드>재킷사진배경

으로유명해진애비로드,뮤지컬<오페라의유령>전용극장

등이있는극장가웨스트엔드처럼현대문화와미디어에기

반한지역콘텐츠도풍성한도시다.하지만런던은이처럼자

랑할만한자원만콘텐츠로활용하는건아니다.런던의가장

어두운얼굴중의하나가대표적인지역콘텐츠가되고있다.

주말밤이면런던화이트채플지역에는수백명의관광

객이모인다.19세기말에다섯명의매춘부를난도질해살해

한잭더리퍼의행적을따라가기위해서다.이도보여행을파

는여행사들은유명한잭더리퍼관련서적작가를고용하거

나다큐멘터리를제작하는등다양한홍보수단을동원해관

광객을유혹한다.

지금‘잭더리퍼관광’을마친여행자들은근처유명한

베이글가게에들러빵을사먹는다.베이글은유태인들이먹

는빵이다.당시화이트채플은유태인밀집거주구역이었고

잭더리퍼의살인현장에“유태인은죄가없다”는낙서가남

아있었기때문에잭더리퍼가유태인이라는설이끈질기게

나돌곤했다.잭더리퍼와유태인박해에얽힌어두운역사가

흥미로운관광상품과맛있는음식으로되살아난셈이다.

행운은 준비된 이들의 것

때로지역콘텐츠는외부에서동력을얻기도한다.사회주의

혁명이전쿠바의수도아바나는퇴폐적이고향락적인사교

클럽으로유명한도시였으며자연스럽게최고의음악과뮤지

션들을소유한도시이기도했다.미국과유럽의상류층들이

아바나로몰려들었다.하지만사회주의정권이들어서면서

아바나는전성기에작별을고하고고립시대로들어섰다.

빔벤더스감독의음악다큐멘터리<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은사회주의혁명이후잊혔던쿠바의노장뮤지션들을

다시한번무대로불러낸영화다.이영화가성공하면서리더

콤파이세군도가이끄는‘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밴드’는뉴

욕카네기홀을비롯한여러나라에서공연했고,그들이들려준

쿠바음악을찾아수많은여행자가역으로아바나를찾아왔다.

미국의경제봉쇄정책으로인한부채와국민총생산하

락을감당할수없어진쿠바정부는1994년부터관광산업을

국책사업으로추진했다.하지만국가주도의진흥책보다외

국인이만든영화한편이쿠바관광산업을위해더많은일을

한것이다.그렇다고이것을우연으로만볼수는없다.쿠바

정부는음악에지속적인관심을기울였고,1970년대에는실

비오로드리게스와파블로밀라네스로대표되는새로운장르

‘누에바트로바’를적극적으로후원했다.말하자면,쿠바는준

비가되어있었던것이다.

지역콘텐츠는느닷없이하늘에서떨어지기도한다.스

페인의소도시보르자에살던할머니가오래되어흐려진성

당프레스코벽화를자기멋대로복원해버린다음그말도안

되는벽화를보기위해관광객들이찾아왔다.성당이첫나흘

동안거둔입장료만2,000유로였다.하지만거의모든지역

콘텐츠의자원은스스로자랄수있도록충분한시간과양식

을주어가꿔야한다.가난한삶속에서도노래와음악을잊지

않았던쿠바사람들이그랬듯이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원을 발굴한 세계의 지역 콘텐츠

모든 것은 콘텐츠가 된다글편집부쿠바아바나거리의

기타리스트

영화<부에나비스타쇼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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