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한국소설… ‘문학 한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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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17일(화요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한강(46)이 한국 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 ‘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이후 ‘문학 한 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 정했다. 2002년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 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확정됐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국 연방 국가 작가에 게 주어지는 이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비(非)영연 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어진다. 영화로 따지면 아카 데미상의 외국어 작품상 격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역사는 길지 않지만 권위를 자랑 한다. 캐나다 출신 작가 앨리스 먼로(2009), 미국 소 설가 필립 로스(2011) 등 거장 소설가들이 수상해왔 다. 한 작가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출판사 창비가 2007년 펴낸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 3편을 묶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3 편이다. 과거 자신의 다리를 문 개가 잔인하게 잡아먹 힌 것을 본 뒤 악몽이 시달리던 주인공 ‘영혜’가 채식 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들이 참다 못해 그녀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손목을 긋는 등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영혜 는 식물과의 동화를 꿈꾼다. 육식은 폭력적인 세상을 연유한다. 영혜는 폭압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 부림친다. 외국 언론은 기괴한 내용을 시작인 언어로 풀어낸 점 을 높게 평가했다. 내용과 형식의 이질적이면서도 묘 한 조합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한 작가는 시인이기 도 하다. 장편마저 시의 문장으로 풀어내며 주목 받 아왔다. 그녀의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77)은 딸에 대해 “그 사 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 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 다”고 평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공도 크다. 그녀는 한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어를 배운 지 약 7년에 불과한 그녀는 한 작가의 세심한 언 어의 결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작가는 사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맨 부커상 후보에 오른 직후 ‘채식주의자’ 판매가 20배 가량 뛰었다고 하지만 언론이나 문학계의 뜨거운 관 심에 비하면 온도차가 있다. 개를 잔인하게 때리는 등 해외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주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며 문학적 으로 높게 평가받는 부분도 분명 크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심사위원회를 이끈 영 국 인디펜던트지의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톤킨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 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 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했다. 이미 영국과 미국 포함 20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이 번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 로 ‘한류 문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세계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가 주목 받고 있다. 구병모의 청소년 도서인 ‘위저 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좋 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현지 유력 주간 ‘디 차이트’가 선정한 ‘2015 범죄소설 톱 10’에 올랐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다. 이 책은 지금까지 30여개국에 저작권이 팔렸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노력에 힘 입어 세계 수십 개국에 한국 문학이 소개됐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등이 주목 받았다. 김영하,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도 해외에서 관심 을 받는 작가들이다. ‘문학 한류’가 표절, 문단 권력 등으로 인해 한동한 침 체했던 국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거라는 기 대감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구세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 각도 있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반갑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 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 한 뒤 클래식음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예다. 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단행본 출 판사의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공통적인 원인으로 독 서 매체 환경의 변화, 경기 침체의 흐름 속에서 전반 적인 독서율의 하락(2년 전 대비 –8.5%), 도서구입비 지출의 감소(전년 대비 –8.4%)에서 찾았다. ‘채식주의 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뒤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 서 보듯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올해 초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교양 ‘뉴요커’가 문학에 관심이 없는 풍토에서 노벨문학상에 매달리 는 한국의 상황을 꼬집는 등 상에만 매달리는 ‘성과주 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강하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로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영국의 문학상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한강(46·서울예술대 미디어 창작학과 교수)은 밀도 있는 구성과 시적인 문체가 특징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 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 랑’(1995), 장편 ‘검은 사슴’(199년) 등을 통해 슬픔과 외로움 위주의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다뤘다. 2005년 중편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을 안으면서 주 목받았다.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이 상 역사상 첫 1970년대생 작가였다. 다른 70년대생 작가와 차별 화된 진중한 문장과 세계관으로 호평받았다.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 과비평’ 여름호 게재된 중편이다. ‘몽고반점’ ‘나무 불 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창비)로 출간됐다. 이와 함께 여행산문 겸 소설인 ‘사랑과 사랑을 둘러 싼 것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眼)을 잃어가는 남 자의 이야기인 ‘희랍어시간’,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 자들의 창백한 얼굴을 그린 ‘소년이 온다’ 등이 대표 작이다.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 상 등을 받았다. 한 작가의 가족은 문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불의 딸’ ‘포구’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77)이 부친이다. 남편은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인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다. 부친은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 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했다. 한 작가는 2002년 펴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 과지성사)의 ‘작가의 말’에서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벽녘에 꾸었던 꿈, 낯선 사람이 던지고 간 말 한마디, 무심코 펼쳐든 신문에서 발견한 글귀, 불쑥 튀어나온 먼 기억의 한 조각들까지 모두 계시처 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내가 소 설을 쓸 때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이라고 썼다. 그녀는 25일 신작 소설을 ‘흰’(난다)을 내놓는다.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는 총 65개의 이야기가 실렸다.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 를 바탕으로 쓴 글로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 게 하는 시심 어린 한 작가의 문체가 돋보인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한강(46)이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 는 ‘맨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다. 1969년 제정된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맨부커상은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을 선정한다. 2005년 신설 된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원작의 언어와 상관 없이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 서 설립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했다. 영어로 번역,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그 첫 해에 한 작가가 상을 받아 의미가 크다. 특히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을 제치고 이제 막 영미권에 소개되기 시작한 그녀라 높은 평가를 받 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런던대 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데보라 스미스 (28)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Porto- bello)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앞서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서 2010년 출간된 데 이어 스페인어,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차례로 출간된 후 영미권 진출 을 노렸다. 스미스가 2013년 런던 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의 준 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판이 만들어졌다. 영국의 대표 문예지 ‘그란타(Granta)’를 인수한 포르토벨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 영역 샘플과 함께 홍 보 자료를 건네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듬해 2014 런던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한 작가가 참 가, 런던과 에든버러 등에서 문학에서 영국 독자의 반응을 확인한 출판사는 ‘채식주의자’의 출간을 확정 했다. 이후 출판사는 ‘그란타’의 네트워크를 활용, 현지 문 단과 독자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에 총력을 가했다. 2월 호가스(Hogarth) 출판사에서 미국 판을 출간한 직후, 가디언과 뉴요커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우아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라는 서평이 실렸다. ‘채식주의자’는 선집 등에 단편이 수록됐던 것을 제외 하면, 영어로 번역돼 본격적으로 소개된 한 작가의 사 실상 첫 작품이다. 이전에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프랑스어, 스페 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6개 언어권에서 8건이 출간된 바 있다. 현재 4개 언어권 5건이 번역, 출간 준 비 중이다. 특히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바람이 분다, 가라’ 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서 “격정적이면서 아련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문체와 시각의 변화를 다루는 능 수능란함을 펼쳐보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 작가는 2002년 ‘한-영 젊은 작가 문학 세미나’를 시작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독일 라이 프치히 도서전, 영국 런던 도서전, 도쿄 도서전, 부에 노스아이레스 도서전 등에서의 문학 교류 행사를 통 해 해외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email protected] 세계가 인정한 한국소설… ‘문학 한류’로 이어질까 데보라 스미스 탁월한 번역 , 한국 문학번역원 지원이 수상에 큰 몫 한강, 세계3대문학상 맨부커상 수상 ‘채식주의자’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아카데미상 외국어 작품상 받은 격 서양평단 ‘기괴한 아름다움’에 충격 20여 개국서 출판, 컬트족도 생겨 소설가 한승원의 딸 한강 시와 소설부문 차례로 등단 정밀한 구성· 시적 문체 특징 【서울=뉴시스】한강, 작가 【서울=뉴시스】한강 ‘채식주의자’ 【 런던=AP/뉴시스】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런던 빅토리아앤드 앨버트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이 끝난 후 취재진을 위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5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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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1: 세계가 인정한 한국소설… ‘문학 한류’로 이어질까image.newsis.com/pdf/NISX20160517_0014088021.pdf · 10’에 올랐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2016년 5월 17일(화요일)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한강(46)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이후 ‘문학 한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했다. 2002년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명칭이 맨부커상으로 확정됐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영국 연방 국가 작가에게 주어지는 이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비(非)영연방 작가와 번역가에게 주어진다. 영화로 따지면 아카데미상의 외국어 작품상 격이다.

2005년부터 시작돼 역사는 길지 않지만 권위를 자랑한다. 캐나다 출신 작가 앨리스 먼로(2009),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2011) 등 거장 소설가들이 수상해왔다. 한 작가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출판사 창비가 2007년 펴낸 ‘채식주의자’는 연작소설 3편을 묶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3편이다. 과거 자신의 다리를 문 개가 잔인하게 잡아먹힌 것을 본 뒤 악몽이 시달리던 주인공 ‘영혜’가 채식주의자로 돌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가족들이 참다 못해 그녀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손목을 긋는 등 스스로를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영혜는 식물과의 동화를 꿈꾼다. 육식은 폭력적인 세상을 연유한다. 영혜는 폭압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외국 언론은 기괴한 내용을 시작인 언어로 풀어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 내용과 형식의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합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한 작가는 시인이기도 하다. 장편마저 시의 문장으로 풀어내며 주목 받아왔다.

그녀의 아버지인 작가 한승원(77)은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공도 크다. 그녀는 한 작가와 함께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국어를 배운 지 약 7년에 불과한 그녀는 한 작가의 세심한 언어의 결을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작가는 사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직후 ‘채식주의자’ 판매가 20배 가량 뛰었다고 하지만 언론이나 문학계의 뜨거운 관심에 비하면 온도차가 있다.

개를 잔인하게 때리는 등 해외에서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주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괴하면서도 아름답다”며 문학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부분도 분명 크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심사위원회를 이끈 영국 인디펜던트지의 문학 선임기자인 보이드 톤킨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은 우아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묻어난다”며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공포의 기괴한 조화가 이뤄진다”고 평했다.

이미 영국과 미국 포함 20개국 이상에 수출됐다. 이번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으로 ‘한류 문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세계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가 주목 받고 있다. 구병모의 청소년 도서인 ‘위저

드 베이커리’는 멕시코에서 초판만 1만부를 찍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정유정의 ‘7년의 밤’은 지난해 말 현지 유력 주간 ‘디 차이트’가 선정한 ‘2015 범죄소설 톱10’에 올랐다. 편혜영의 장편소설 ‘재와 빨강’과 ‘홀’은 내년과 2018년 미국에 출간될 예정이다.

앞서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 초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부터다. 이 책은 지금까지 30여개국에 저작권이 팔렸다.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등의 노력에 힘 입어 세계 수십개국에 한국 문학이 소개됐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등이 주목 받았다. 김영하, 천명관, 김애란, 김사과 등도 해외에서 관심을 받는 작가들이다.

‘문학 한류’가 표절, 문단 권력 등으로 인해 한동한 침체했던 국내 문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거라는 기대감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구세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시

각도 있지만 내수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반갑다는 목소리가 높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지난해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한 뒤 클래식음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예다.

출판저작권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공통적인 원인으로 독서 매체 환경의 변화, 경기 침체의 흐름 속에서 전반적인 독서율의 하락(2년 전 대비 –8.5%), 도서구입비 지출의 감소(전년 대비 –8.4%)에서 찾았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뒤 판매량이 늘어난 것에서 보듯 출판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올해 초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교양 ‘뉴요커’가 문학에 관심이 없는 풍토에서 노벨문학상에 매달리는 한국의 상황을 꼬집는 등 상에만 매달리는 ‘성과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강하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편소설 ‘채식주의자’로 한국 작가 중 처음으로 영국의 문학상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한강(46·서울예술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은 밀도 있는 구성과 시적인 문체가 특징이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장편 ‘검은 사슴’(199년) 등을 통해 슬픔과 외로움 위주의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다뤘다.

2005년 중편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을 안으면서 주목받았다.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이 상 역사상 첫 1970년대생 작가였다. 다른 70년대생 작가와 차별화된 진중한 문장과 세계관으로 호평받았다.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는 2004년 계간 ‘창작과비평’ 여름호 게재된 중편이다. ‘몽고반점’ ‘나무 불꽃’과 묶여 2007년 장편소설(창비)로 출간됐다.

이와 함께 여행산문 겸 소설인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眼)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인 ‘희랍어시간’,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의 창백한 얼굴을 그린 ‘소년이 온다’ 등이 대표작이다.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등을 받았다.

한 작가의 가족은 문인 집안으로 유명하다. ‘불의 딸’ ‘포구’로 유명한 작가 한승원(77)이 부친이다. 남편은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오빠인 한동림도 등단한 소설가다.

부친은 딸에 대해 “그 사람의 언어와 내 언어는 다르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을 읽어보면 시적인 감성이 승화된다”고 평했다.

한 작가는 2002년 펴낸 장편 ‘그대의 차가운 손’(문학과지성사)의 ‘작가의 말’에서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새벽녘에 꾸었던 꿈, 낯선 사람이 던지고 간 말 한마디, 무심코 펼쳐든 신문에서 발견한 글귀, 불쑥 튀어나온 먼 기억의 한 조각들까지 모두 계시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런 순간들이, 내가 소설을 쓸 때 가장 사랑하는 순간들”이라고 썼다.

그녀는 25일 신작 소설을 ‘흰’(난다)을 내놓는다. 세상 모든 ‘흰 것’들의 안팎을 헤집는 총 65개의 이야기가 실렸다. 2013년 겨울에 기획해 2014년에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쓴 글로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력하게 하는 시심 어린 한 작가의 문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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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가 한강(46)이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다.

1969년 제정된 맨부커상의 자매상이다. 맨부커상은 영어로 쓰인 최고의 소설을 선정한다. 2005년 신설된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 부문은 원작의 언어와 상관 없이 영어로 널리 읽히는 작가의 공을 기리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올해부터는 번역상의 의미도 포함했다. 영어로 번역,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상을 수여한다. 그 첫 해에 한 작가가 상을 받아 의미가 크다.

특히 노벨상 수상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과 중국 문단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옌렌커 등을 제치고 이제 막 영미권에 소개되기 시작한 그녀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채식주의자’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과 런던대 SOAS 한국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한 데보라 스미스(28)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Porto-

bello)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앞서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성곤)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서 2010년 출간된 데 이어 스페인어, 중국, 포르투갈, 폴란드에서 차례로 출간된 후 영미권 진출을 노렸다.

스미스가 2013년 런던 도서전 한국 주빈국 행사의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발판이 만들어졌다. 영국의 대표 문예지 ‘그란타(Granta)’를 인수한 포르토벨로 출판사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 영역 샘플과 함께 홍보 자료를 건네준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듬해 2014 런던 도서전 주빈국 행사에 한 작가가 참가, 런던과 에든버러 등에서 문학에서 영국 독자의 반응을 확인한 출판사는 ‘채식주의자’의 출간을 확정했다.

이후 출판사는 ‘그란타’의 네트워크를 활용, 현지 문단과 독자를 대상으로 사전 마케팅에 총력을 가했다. 2월 호가스(Hogarth) 출판사에서 미국 판을 출간한 직후, 가디언과 뉴요커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동시에

우아한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이라는 서평이 실렸다. ‘채식주의자’는 선집 등에 단편이 수록됐던 것을 제외하면, 영어로 번역돼 본격적으로 소개된 한 작가의 사실상 첫 작품이다.

이전에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돼 6개 언어권에서 8건이 출간된 바 있다. 현재 4개 언어권 5건이 번역, 출간 준비 중이다.

특히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바람이 분다, 가라’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서 “격정적이면서 아련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문체와 시각의 변화를 다루는 능수능란함을 펼쳐보인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한 작가는 2002년 ‘한-영 젊은 작가 문학 세미나’를 시작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 영국 런던 도서전, 도쿄 도서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도서전 등에서의 문학 교류 행사를 통해 해외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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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한국소설… ‘문학 한류’로 이어질까

데보라 스미스 탁월한 번역 , 한국 문학번역원 지원이 수상에 큰 몫

한강, 세계3대문학상 맨부커상 수상

‘채식주의자’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아카데미상 외국어 작품상 받은 격

서양평단 ‘기괴한 아름다움’에 충격

20여 개국서 출판, 컬트족도 생겨

소설가 한승원의 딸 한강

시와 소설부문 차례로 등단

정밀한 구성· 시적 문체 특징

【서울=뉴시스】한강, 작가

【서울=뉴시스】한강 ‘채식주의자’

【 런던=AP/뉴시스】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이 끝난 후 취재진을 위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5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