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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7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산록도~색달쓰레매립장~색달천~한라산둘레길~돌오름길~나인브릿지숲길~서영아리 습지~서영아리 정상~임도~안덕쓰레매립장 입구 지난 14일, 30℃를 웃도는 무더위 날씨 속에서도 탐방객들의 선택은 에코투어 탐방이었다. 거의 열외 없이 버스에 가득 찬 인원으로 후끈 달아 오른 버스 내부 온도는 벌써부터 여름 투어의 느낌을 물씬 알려주는 듯했다. 코스 진행을 맡은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코스를 답사할 때에도 더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날씨가 좋아 서 더 좋은 탐방이 될 것 같다 면서 숲 안에는 밖의 공기와 또 다른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것 이라며 다섯 번째 에코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산록도로에서 탐방객들은 가볍게 몸을 풀고 난 뒤 이번 에코투어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몇시간 걸어서 색달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색달천은 물이 흐르 진 않았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습기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돌에 핀 부처손과 지류 등 은 탐방객들의 발길을 더디게 붙잡았고 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탐험은 힘이 들면서도 또 다른 도전의식을 심어 주었다. 하천 옆으로 조금은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다른 코스가 있 었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냇가의 돌을 밟고 올라가는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땀을 식히고 숨을 돌리기 위한 휴식은 짧게만 느껴졌다. 험한 하천을 지나 둘레길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탐방객들의 짧은 탄식이 들 려왔다. 대부분 앞으로는 편한 길이 나올 것임 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행 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는 오름을 하나만 오르고 하천을 따 라 걷고, 돌오름과 서영아리 주변을 돌아보게끔 짜여져 있었다. 김방수(58)씨는 모임 활동을 하 고 있지만 하천을 따라 걷는 코스는 쉽게 접할 수 없어서 하천도 보고 숲과 오름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에코투어의 매력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탐방객들끼리 자기소개를 갖고 다시 탐방을 이어갔다. 허리까지 오는 조 릿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숲길은 정글 같았다. 조릿대 길의 푹신한 바닥과 우거진 풀들이 탐 방객들이 자연 깊은 곳에 들어와 있음을 피부 로 느낄 수 있었다. 탐방로 곳곳에서는 네로 황 제가 좋아해 그 무게만큼 금을 지급했다는 달 걀버섯부터 다양한 식생이 탐방객의 시선을 끌 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습지에 도착했다. 깊은 곳에 물을 머금고 있는 오름의 모습이란. 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폭 가리지만//보고 싶은 마음/호수만하니/눈 감을 밖에 . 식사 후 자기 소개때 탐방객 중 한 분이 읊었던 정지용의 시 호수 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물에 다가가고 싶 었지만 울창한 수초 군락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 코스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수면에 비치 는 오름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라고 했다. 하지만 탐방객들은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했다. 습지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한 뒤 서영 아리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에서 유 일하게 등반하는 오름으로 등산로가 만만치 않 았다. 마치 등반을 하는 듯한 경사가 심한 난코 스로 30분 가까이 오른 뒤에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름 끝자락에 헹기소라는 큼지막한 소(습지)를 품고 있는 것 외에도 마보기와 하 늬보기오름 등 동서남북으로 오름을 끼고 중앙 에 위치한 신비한 오름은 투어의 정점을 찍기 에 충분했다. 정상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운 쌍바위가 탐방객들의 사진 코스로도 인기를 끌었다. 단체 사진을 찍 고 난 뒤 오름을 내려왔다. 이번이 번째 투어라는 김수보(53)씨는 지난 번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분이 참가하 는 것을 보고 놀랐다 평상시 혼자 올 수 없 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고, 또 해설 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하 천에 있는 구멍이 나 있는 기괴한 암석들에 대 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함께 오고 싶지만 일반적인 코스가 아니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고 덧붙였다. 4시쯤이 돼서야 종착점에 도착했다. 도보로 2 만3000보, 약 11㎞를 걸은 탐방객들은 무더운 날씨와는 상관없이 내면 가득 자연이 주는 여 유와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에코투어를 마무리 했다. 한편 오는 28일 진행되는 제6차 에코투어는 5 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숲길~한라산둘레 길(수악길)~영천~임도~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 수련장 코스로 이어진다. 조흥준[email protected] 솔비나무꽃 달걀버섯 강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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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획 2018년 7월 26일 목요일 7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산록도로~색달쓰레기매립장~색달천~한라산둘레길~돌오름길~나인브릿지숲길~서영아리 습지~서영아리 정상~임도~안덕쓰레기매립장 입구

지난 14일, 30℃를 웃도는 무더위 날씨 속에서도

탐방객들의 선택은 에코투어 탐방이었다. 거의

열외 없이 버스에 가득 찬 인원으로 후끈 달아

오른 버스 내부 온도는 벌써부터 여름 투어의

느낌을 물씬 알려주는 듯했다. 코스 진행을 맡은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코스를 답사할

때에도 더웠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날씨가 좋아

서 더 좋은 탐방이 될 것 같다 면서 숲 안에는

밖의 공기와 또 다른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것

이라며 다섯 번째 에코투어의 시작을 알렸다.

산록도로에서 탐방객들은 가볍게 몸을 풀고

난 뒤 이번 에코투어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몇시간 걸어서 색달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색달천은 물이 흐르

진 않았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습기를

한껏 머금고 있었다. 돌에 핀 부처손과 지류 등

은 탐방객들의 발길을 더디게 붙잡았고 그들의

시선까지 사로잡았다.

하천을 거슬러 오르는 탐험은 힘이 들면서도

또 다른 도전의식을 심어 주었다. 하천 옆으로

조금은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다른 코스가 있

었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은 냇가의 돌을 밟고

올라가는 모험을 피하지 않았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땀을 식히고 숨을 돌리기 위한 휴식은

짧게만 느껴졌다. 험한 하천을 지나 둘레길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탐방객들의 짧은 탄식이 들

려왔다. 대부분 앞으로는 편한 길이 나올 것임

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행

군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는 오름을 하나만 오르고 하천을 따

라 걷고, 돌오름과 서영아리 주변을 돌아보게끔

짜여져 있었다. 김방수(58)씨는 모임 활동을 하

고 있지만 하천을 따라 걷는 코스는 쉽게 접할

수 없어서 하천도 보고 숲과 오름도 볼 수 있는

장점이 에코투어의 매력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탐방객들끼리 자기소개를

갖고 다시 탐방을 이어갔다. 허리까지 오는 조

릿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숲길은 정글 같았다.

조릿대 길의 푹신한 바닥과 우거진 풀들이 탐

방객들이 자연 깊은 곳에 들어와 있음을 피부

로 느낄 수 있었다. 탐방로 곳곳에서는 네로 황

제가 좋아해 그 무게만큼 금을 지급했다는 달

걀버섯부터 다양한 식생이 탐방객의 시선을 끌

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난 후 습지에 도착했다. 깊은

곳에 물을 머금고 있는 오름의 모습이란. 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폭 가리지만//보고 싶은

마음/호수만하니/눈 감을 밖에 . 식사 후 자기

소개때 탐방객 중 한 분이 읊었던 정지용의 시

호수 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물에 다가가고 싶

었지만 울창한 수초 군락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이번 코스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수면에 비치

는 오름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라고 했다.

하지만 탐방객들은 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

했다. 습지에서 다시 에너지를 충전한 뒤 서영

아리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코스에서 유

일하게 등반하는 오름으로 등산로가 만만치 않

았다. 마치 등반을 하는 듯한 경사가 심한 난코

스로 30분 가까이 오른 뒤에야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오름 끝자락에 헹기소라는 큼지막한

소(습지)를 품고 있는 것 외에도 마보기와 하

늬보기오름 등 동서남북으로 오름을 끼고 중앙

에 위치한 신비한 오름은 투어의 정점을 찍기

에 충분했다. 정상에는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무게를 가늠하기 어려운 쌍바위가 탐방객들의

사진 코스로도 인기를 끌었다. 단체 사진을 찍

고 난 뒤 오름을 내려왔다.

이번이 두 번째 투어라는 김수보(53)씨는

지난 번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분이 참가하

는 것을 보고 놀랐다 며 평상시 혼자 올 수 없

는 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고, 또 해설

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특히 하

천에 있는 구멍이 나 있는 기괴한 암석들에 대

한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친구들과 함께 오고

싶지만 일반적인 코스가 아니라 쉽게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고 덧붙였다.

4시쯤이 돼서야 종착점에 도착했다. 도보로 2

만3000보, 약 11㎞를 걸은 탐방객들은 무더운

날씨와는 상관없이 내면 가득 자연이 주는 여

유와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에코투어를 마무리

했다.

한편 오는 28일 진행되는 제6차 에코투어는

5 16도로~효명사~선돌계곡~숲길~한라산둘레

길(수악길)~영천~임도~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

수련장 코스로 이어진다.

조흥준기자 [email protected]솔비나무꽃 달걀버섯 강희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