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뒤르케임: 사회적 사실

뒤르케임의 생애와 학문

사회적 사실

사회와 개인

자살론

아노미

사회적 원인

에밀 뒤르케임(Émil Durkheim, 1858-1917)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케임은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또는 사회학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뒤르케임은 증조부, 조부, 부친이 모두 랍비이었다.

콩트의 비서였던 뒤르케임은 에콜노말에서 철학을 공부한 후,1887년 세계 최초로 보르도 대학교 사회학 교수가 되었다.

이후 소르본느 대학교의 첫 번째 사회학 교수로 부임했다.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뒤르케임은 노동의 분업, 종교, 사회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로유명하다.

현대 사회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1895년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을 출간하고, 세계 최초로 사회학과를 대학에 창설했다.

1898년 세계 최초의 사회학 저널 L'Année Sociologique 을 창간했다..

프랑스의 연대주의

뒤르케임은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1871년 프랑스 공화국이 부활한 이후 공화주의를 지지하였다.

1894년 드레퓌스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하였다.

뒤르케임은 ‘사회주의’의 기원에 대해 강의했으며(1896년), 사후에1928년 조카 마르셀 모스에 의해 출간되었다.

뒤르케임은 마르크스주의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를 반대했다.

뒤르케임의 자유주의는 직능조직의 상호협력을 강조했다.

뒤르케임의 ‘연대성’은 프랑스의 ‘연대주의’에 영향을 주었다.

뒤르케임과 프랑스 민족주의

뒤르케임은 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지원했으나, 민족주의적 열광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프랑스 극우파는 뒤르케임의 유태인 출신을 공격하기도 했다.

전쟁 중에 많은 제자들이 사망했으며, 아들 앙드레도 전사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뒤르케임은 1917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회적 사실

뒤르케임은 ‘사회적 사실(fait social)’이 개인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보았으며, 다른 사회적 사실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사실을 분석하는 것은 심리학 또는 생물학등 다른 차원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사회학자는 사회의 논리 자체를 찾아야 한다.

사회가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자연과학처럼 사회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사회학자는 사회의 행위자들이 말하는 답변을 무시하고 그들의 의식 속에 있는 감추어진 설명을찾아야 한다.

사회적 사실의 세 가지 속성

뒤르케임은 사회적 사실이 개인에 대해 ‘외재성’과 ‘강제성’을 가지면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 1895).

사회적 사실은 개인적 사실과는 구분된다. 개인으로부터 외재한다 (외재성)

사회적 사실은 개인을 구속하는 성격을 가진다 (구속성)

사회적 사실은 특정한 사회 전반에 걸쳐 일반적으로 산재한다(공통성)

사회적 사실을 관찰하기 위한 규칙

뒤르케임은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1895)에서 “사회적 사실을사물(thing)처럼 생각하라”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사실이 물리적 사실과 같지 않지만,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과학 연구의 관찰에서 필요한 세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모든 선입관을 배제해야 한다 (과학적 기준)

모든 사회학적 연구의 대상은 미리 어떤 공통적이며 외형적인 특성으로서 정의된 현상의 집합을 포함해야 한다 (과학적 조사)

사회적 사실의 개별적 표상과 떨어진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객관성)

비교의 방법

뒤르케임은 자연과학처럼 관찰 대상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과학은 직접적 실험 대신 간접적 실험인 비교의 방법이 유일한방법이라고 보았다.

단순한 진보의 연속이 인과관계에서 아무런 단서를 주지 못한다고 보았으며, 콩트의 역사적 방법을 거부했다.

과학적 방법이 되려면 하나의 결과는 그에 상응하는 하나의 원인을 가진다는 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떤 결과가 여러 가지 원인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는 원인과 결과의 헤어날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든다.

자살이 한 가지 이상의 원인을 가진다면, 실제로 자살의 종류가한 가지 이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는 구조인가?

에밀 뒤르케임은 사회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인간의 행동은 사회에 있는 구조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뒤르케임은 <사회의 노동분업>(1893)에서 “사회는 사람들이 너무 자주 생각하는 것처럼 비논리적이고, 무논리적이고, 일관성이없고 병적인 것이 전혀 아니다. 아주 반대로 ‘집단적 의식’은 의식중의 의식이기 때문에 심리적 생활의 가장 높은 형태이다”라고주장했다.

사회와 개인

뒤르케임은 인간사회도 자연과학처럼 객관적인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사회의 숨겨진 논리를 이해하면 개인의 행동을 알수 있다.

뒤르케임에 따르면, 사회학자는 사람들이 말하는 답변을 무시하고 의식 속에 있는 감추어진 구조를 설명해야 한다.

뒤르케임의 분석은 사회를 하나의 체계(system)로 보며, 사회 현상이란 사회 자체의 기능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하지만 사회의 기능은 사회의 체계 속에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사회는 단순하게 개인의 집합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다양한 층위의 구조를 통해 인간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존재이다.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구조로 보는 뒤르케임의 사고는 프랑스의구조주의 사상가들뿐만 아니라 현대의 사회과학자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구조적 사회학

사회가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인간의 개인적 행동은 사회구조의영향을 받는다고 보았다.

뒤르케임은 합의와 갈등의 논쟁에서 합의의 측면을 강조한다.

사회가 다양한 개인과 집단으로 분화되어 갈등이 발생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보았다.

구조주의

의자는 나무로 이루어졌지만, 모든 나무가 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결합 방식에 따라 의자가 되기도 하고 책상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의자의 구조와 책상의 구조가 다르다.

구조주의는 사회의 다양한 사실에 관한 사례나 유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심층적이고 보편적인 규칙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구조주의는 기본적으로 사회가 개인보다 먼저 존재하며, 사회가 개인의행동을 결정적으로 규정한다고 본다.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행동자체의 내용보다 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근친결혼에 대한 새로운설명을 제공한다. 레비스트로스는 근친결혼의 금지를 결혼제도에 있는‘호혜성의 원칙’이라는 교환구조로 설명한다. 받으면 반드시 되돌려주어야 하는 호혜성의 원칙에 따라 결혼을 통해 서로 다른 집단들 사이에 규칙적인 ‘여자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사회집단들의 차이를 인정하는 동시에 서로 다른 사회집단들을 하나로 결합시킨다.

구조적 사회학에 대한 비판

뒤르케임의 구조적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회가 인간 외부에 존재하는 하나의 실체라면 모두가 사회에 대해 동일하게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나의 사회를 인식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조지 허버트 미드 등 20세기 상징적 상호작용주의 이론가들은 개인만 존재할 뿐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우리가 사회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간주한다.

상호작용주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란 상징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체계를 형성하는 인간들의 집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회적 현실의 창조자는 개인이고, 사회적 현실은 항상 유동적이고 달라진다. 사회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자살론>(1897)

뒤르케임은 기능주의적 관점으로 사회적 합의와 사회 체계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졌다.

개인적 사실로 보이는 자살을 사회적 사실로 간주하고, 당시 유럽 사회의 급증하는 자살 경향을 병리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대표적 저서인 『자살론(1897)』에서 자살은 개인적 행위로 보이지만 자살을 강제하는 사회적 유형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로 다른 종류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살에 관한 광범위한통계를 자세하게 비교하여 분석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가 카톨릭 신자보다 자살률이높다. 카톨릭 신자의 자살률이 낮은 것은 카톨릭이 강력한 공동체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주의 성향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자살과 사회학

뒤르케임은 자살이 심리학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학의 문제로 보았다. 그는 자살률과 사회통합 사이에 상호관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의 외부에 있는 사회적 압력이 자살률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개인이 속한 사회집단에 강하게 결속되어 있고 욕망과 야심이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는 사람들은 자살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았다.

뒤르케임은 19세기 말 프랑스 정부의 공식통계를 조사하여 개인들이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되어 있을 때 자살률이 높다고밝혀냈다.

뒤르케임에 따르면, 대개 여성보다는 남성이, 가난한 사람보다는부자들이, 결혼한 사람들이 혼자인 사람들의 자살률이 높다. 여성, 빈곤층, 기혼자들이 긴밀한 사회적 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시대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다. 자살률은 전쟁이 발생한 시기에낮아지고, 경제 불안의 시기에 높아졌다. 전쟁 시기에 사회적 통합이 더 커지는데 비해, 경제가 불안한 시기에는 사회적 통합이약화된다.

자살의 4가지 유형

뒤르케임은 사회적 통합과 자살률 사이에 경험적인 상호관계가있다고 보았다.

그는 자살의 4 가지 유형으로서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숙명적 자살, 아노미(anomie)로 인한 자살로 분류했다.

이기적 자살은 자신만 구원되기를 원하여 일어난 자살을 가리킨다.

이타적 자살은 사회적 연대, 특히 기계적 연대가 강한 사회에서발생한다. 일본의 할복자살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숙명적 자살은 노예사회와 같은 극단적 통제가 있는 사회에서 발생한다. 숙명적 자살은 규범의 과잉으로 인한 자살을 가리킨다. 감옥과 군대와 같은 극단적 통제가 있는 사회에서 발생한다. 종교단체 광신도의 집단자살이 대표적이다.

아노미

자살 가운데 사회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노미’로 인한 자살이다.

이는 개인의 부적응과 이탈, 소속감의 상실, 규범의 부재로 인해일상적 사회생활에서 규범과 규칙이 실종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뒤르케임은 산업사회에 아노미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았다.

뒤르케임은 산업사회에서 개인주의가 확대되면서 아노미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았다.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사람은 과거의생활방식과 가치 규범과 다른 새로운 현실에서 혼란을 겪는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의 자살율이 높아졌다. 사회가 붕괴될수록 자살률이 높아진다.

1998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자살율이 급증하고 있다. 오늘날한국 사회에서 가족의 사별, 직장의 해고, 사업의 파산, 경제적빈곤, 명예 또는 인기의 상실도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적 원인

뒤르케임은 자살이라는 사건을 개인의 의지와는 독립된 ‘사회적사실’로 보았다는 점이다.

자살 역시 순수한 개인 의지의 결과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자살은 사회적 원인을 갖는다.

자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적 사실을 분석하는 것은 심리학이나 다른 차원으로 환원할 수 없으며,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는 사회의 논리 자체를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자살률이 종교 집단의 특징과 상관관계가 있듯이, 모든 사회적사실은 다른 사회적 사실과 인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원인이있어야 결과도 있다는 것이다.

사회의 논리가 원인이고 개인의 행동은 결과이다.

상관관계

실증주의는 ‘사회법칙’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법칙은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나아가 확실성을 의미한다. 과학에서는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서 ‘상관관계’(correlation)를 추적한다.

사회에 관한 연구도 상관관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통계학에서 상관관계란 두 개 이상의 차원이나 변수 사이의 규칙적 관계를 가리킨다. 상관관계는 긍정적인 경우도 있고 부정적인 경우도있다.

예를 들어, 직장 활동을 하는 여성의 인구가 많은 경우 이혼율이높아진다면, 여성의 경제활동과 이혼율은 상관관계가 높다고 볼수 있다. 경제성장이 이룩한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사례가 많다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과관계

그러나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인과관계’(causal relation)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통계적과정은 흔히 개연성을 보여주지만 우연성도 보여준다.

한 사건의 확률은 그것이 발생한 상대적 빈도를 보여줄 뿐이다. 이러한 경우 확률의 의미를 확률을 만드는 근거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혼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주의가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 설명은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은 우리가 인간의 행동을 해석할 때 발생하는 많은 오류 중 하나이다.

기능주의의 문제

뒤르케임의 접근방법은 현대 사회학에서 ‘기능주의(functionalism)’라고 부르는 방법과 유사하다.

기능주의적 분석은 사회가 하나의 체계이며, 사회적 현상은 사회자체의 기능이라고 본다.

한 기능은 사회의 체계 속에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분명하거나 불명료하다.

그러나 사회 행위자의 행동은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목적을위하여 기능을 한다고 본다.

사회적 사실을 기능적으로 해석하려는 뒤르케임의 시도는 많은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다음 수업에서 종교의 사례를 통해 설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