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김혜정 핵발전을 넘어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 에너지 협동조합 배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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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을 넘어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김혜정 /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

1. 세계 핵산업계와 일본의 흐름

몰락하고 있는 세계 핵산업계

후쿠시마 재앙 이후 세계 핵산업계의 몰락이 확연해지고 있다. 지난 7월 6일 발간된 세계 핵산업동향보고서 2012(The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2)에 따르면 전세계 핵발전 비중이 2010년에 대비해 4.3% 감소하여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핵에너지 비중도 1993년 17%에서 2011년 11%로 하락했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은 탈원전 목표연도를 정해 추진 중이고 네덜란드와 스위스는 신규원전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이탈리아,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태국도 핵발전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지난 1년 6개월간 7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되는 동안 19기가 폐쇄되어 가동 중인 핵발전은 429기로 세계 핵발전 수가 최대였던 2002년의 444기보다 15기가 줄어들었다. 핵발전소 건설비용도 늘어나면서 유럽의 가압경수형 원자로인 EPR 건설비용은 물가상승율을 반영할 때 지난 10년 동안 4배나 증가했다. 핵산업계의 주식가치는 놀라울 정도로 추락하여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동경전력은 2007년 기준으로 주식평가액 96%가 하락했다. 세계 최대 핵발전소 운영사인 프랑스 전력공사의 주식가치는 82%, 세계 최대 핵발전소 시공업체인 아레바(AREVA)도 88% 하락했다. 반면 핵발전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독일의 에너지다국적 기업인 지멘스사는 신용도가 좋아졌고 신규원전 투자를 백지화한 이후 영국과 독일의 RWE와 E.ON은 오히려 신용 등급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이렇듯 후쿠시마 영향으로 2011년 세계 핵발전 설비용량이 줄어든 반면 풍력발전은 100만KW급 원전 41기에 해당하는 용량인 41GW가 늘어났다. 2011년 세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액은 2600억 달러로 2004년의 5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재생가능에너지 누적투자액은 1조 달러에 달하지만 핵발전 투자액은 1200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얼마 전 원자력에 친화적인 조직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향후 5년간 재생가능한 에너지에서 생산한 전력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국혁명으로 번지고 있는 일본의 반원전 운동

후쿠시마 사고 당사국인 일본 핵산업계도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과 국민들의 탈원전 운동에 부닥쳐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 핵산업계와 정부는 원전 반대 여론에 밀려 지난 15개월간 50기 가동을 전면 중단해오면서 원전 재가동과 수명연장을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삼아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6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들은 지난 5일 오이 원전 재가동을 시작으로 원자력 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강력한 국민들의 반대로 다른 원전의 재가동은 불투명하다. 일본 정부의 오이 원전 3호기 재가동 결정은 들불처럼 번지는 일본 국민들의 반원전 운동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70%가 원전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지만 전력부족을 구실로 원전 재가동을 밀어붙이자 일본 국민들은 반원전 운동은 민주주의 쟁취의 의미가 녹아있는 수국혁명으로 번지고 있다. 수국은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인데 아랍지역에서 일어난 반독재 시위에서 연상을 하여 이름을 지은 것으로 반원전 운동에 민주주의 쟁취 목적의 의미가 녹아있는 뜻이라는 것이다. 지난 16일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이 제안한 ‘원전과 작별하기 10만명 집회’의 인사말에서 “750만 명의 탈원전 서명 명단을 총리실에 전달했는데,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바로 다음날 원전 재가동을 선언했다며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는 정부에 모욕감을 느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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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보다 값싼 전력 요금과 인위적 수요 증가

우리나라에서 원전 확대의 핵심적 동력은 값싼 전력요금에 기초한다. 1970년대 마련된 에너지 계획에 따라 우리나라는 1980년 무려 8기의 원전을 건설했다. 갑자기 늘어난 원전으로 인해 80년대 평균 설비 예비율이 63.3%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남아도는 전기를 팔기 위해 아홉 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인하했으며, 1985년도에는 심야전력제도를 도입하는 등 원가 이하 전기 공급을 통한 인위적 수요를 조장해 왔다. 그러자 1994년에 들어 다시 전력예비율이 6%대로 급감하자 원전 증설의 명분으로 삼았다. 원전 증설을 위해 전기 요금을 인위적으로 인하한 결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전력 요금이 싸다. 그것도 OECD 국가들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지난 2010년 주택용은 OECD 평균의 47.8%, 산업용은 OECD 평균의 54.6%에 불과했다.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하다 보니 1차 에너지인 석유 가격보다 2차 에너지인 전력 요금이 더 싼 기현상이 발생했다. 1차 에너지는 연료를 바로 사용할 수 있지만 2차 에너지인 전기는 1차 에너지를 전환하여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60%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기가 석유보다 비싼 것이 기본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분석한 2009년 국가별 에너지원별 가격을 비교해 보면, 석유 값을 100으로 놓고 볼 때, 한국(83.3), OECD 평균(213.3), 미국(181.3), 영국(303.4), 일본(252)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기 요금이 석유보다 싸다 보니 등유 소비는 지난 2001년에 비해 52%나 감소한 반면 전기 소비는 68%나 증가했다. 값싼 전력 요금을 통해 수요를 늘려 나가다 보니 가정, 산업, 농가, 학교 등에서 경유나 가스를 이용하던 시설이 전기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전기 난방의 급증으로 인해 지난해 전체 전력의 24%를 전기 난방이 차지했다. 전기 난방 급증으로 2011년 겨울 전력난이 발생하자 정부와 원자력계는 이를 다시 신규 원전 건설 명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원가보다 값싼 전력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다시 전기 소비를 하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전력 요금을 통해 인위적 수요를 확대한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간 우리나라의 전기 소비는 124% 증가했다. 반면 대부분 OECD 국가들의 전기 소비 증가는 10% 미만에 그쳤다. 예를 들면 1998년에서 2008년 사이에 독일 5%, 덴마크 6%, 영국 7%, 일본 6%가 증가했다.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원전 비중이 75%인 프랑스의 경우도 전기소비가 18% 증가에 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1차 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1.2% 증가하지만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의 93%는 선진국이 아닌 개도국에서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 회원국들의 에너지 수요는 정체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2006년 대비 에너지 소비 증가를 32%나 높게 예측했다. 지금까지 급증한 에너지 수요도 무시하고 앞으로도 개도국보다 더 많은 에너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 국가들의 경우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 않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GDP가 44% 성장하는 동안 전력 소비는 68%나 증가하여 경제성장률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전력 사용량이 OECD 평균의 1.7배 수준으로 우리보다 GDP 수준이 높은 일본, 독일, 프랑스보다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은 일본에 비해 3배나 떨어진다. 한국 정부의 전력정책은 값싼 전력 요금을 기초로 하여 인위적 수요를 늘린 다음 다시 원자력발전을 건설하는 식의 공급위주 에너지 정책으로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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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 폐쇄와 핵폐기물 처리비용 포함되지 않은 경제성 평가

원자력발전은 설계수명이 다하면 폐쇄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 원전의 평균 수명은 23년 정도이다. 2011년 7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의 129기가 폐로(廢爐) 절차에 들어가 있고 17기 원전은 이미 해체가 완료된 상황이다. 원자로 해체 방법도 즉시 해체, 지연해체, 영구 밀봉 등으로 나뉘어지는 등 각 국가의 기술 수준과 사회적 수용성에 따라 해체 방식도 달라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전 1기당 폐로 비용을 1조 5천억 원으로 잡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도쿄 전력(TEPCO)은 사고가 난 원전을 폐쇄하는 데 1기당 1조 3,500억 원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설계수명이 다한 노후 원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전 폐쇄와 관련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이다. 폐로 비용을 3,250억 원 정도로 추산한 것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폐로 비용이 충분한 조사와 해외 사례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로 잡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발전소 건설허가 신청시 해체계획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전확대 계획만 있을 뿐 폐쇄계획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없다. 폐쇄에 따른 절차나 기준조차 없이 턱없이 낮은 비용으로 폐로 비용을 산출해놓은 것이다. 원자로 폐로뿐만 아니라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비용에 관한 부분도 중요한 문제이다.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만약 정부계획대로 한다면 재처리를 통한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핵폐기물을 직접 처분하는 것보다 더 높은 비용이 들어간다. 장정욱(일본 마스야마대 경제학부)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경제 산업성은 재처리가 직접 처분보다 약 4배의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경우 롯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건설비가 애초에는 9조원이었으나 현재는 약 29조원으로 늘어났다. 일본 경제 산업성이 40년 무사고를 전제로 가동했을 때에도 무려 약 225조 6천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원전 폐쇄 계획서도 없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국내 원전 발전 단가에는 원자로 폐로 비용과 사용후 핵연료 처분 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원자력 발전을 가동하면 사용후 핵연료가 포함된 고준위 핵폐기물을 처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해야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관련한 절차와 비용 마련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도 않은 채 원전 확대만 계속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갈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따른 수송 및 관련 시설 건설, 최종 처분장 건설 등도 추진계획만 있을 뿐이다.

3.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 원자력보다 경쟁력을 얻고 있는 재생가능한 에너지

원자력은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 비용은 6배나 증가했다. 국제적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기 1킬로와트시를 생산하는 데 원자력은 14~16센트가 드는 반면 풍력발전은 7센트밖에 들지 않는다. 원전 건설 계획 때 세운 예산은 설계상의 결함과 여러 공사 지연 때문에 시간에 비례해 비용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캐나다 온타리오 주 달링턴 원전의 경우 건설 계획 초 6억 달러였던 예산이 20억 달러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Rex Weyler, Nuclear Delusions, 2011). 원전 건설 후에 운영 첫해의 비용은 킬로와트시당 29센트가 든다. 반면 풍력발전은 4~6센트밖에 들지 않는다. 현재 가장 비싼 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도 5년 내에는 킬로와트시당 5~10센트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Beyond Nuclear, 2010, Renewable Electricity Production&Nuclear Power: A Climate-Saving Comparison). 이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2010년부터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태양광 발전이 더 경쟁력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원전으로 핀란드에서 건설 중인 올킬루오트 원전의 경우 건설 기간이 연장되고 여러 가지 설계상 결함이 드러나면서 건설비용이 82억 달러로 늘어나서 적어도 90% 이상의 예산이 초과되었다. 세계 전문기관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에너지 발전 비용이 폭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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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핵에너지보다 더 경쟁력을 갖춘 풍력발전에 이어 태양광 발전마저 원전을 따라잡으면 원자력발전 비용은 더 상승할 일만 남아 있다.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현재 전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을 하는 나라는 31개국에 불과하지만, 2010년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정책적 목표를 세우고 투자한 나라는 119개국에 이른다. 2011년 세계 핵발전 용량은 감소했지만 재생가능한 에너지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매년 24%, 태양광 발전은 매년 40% 이상씩 급성장하고 있다. 풍력발전은 핵발전에 경쟁력을 갖춘 지 오래되었으며 태양광 발전도 미국이나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핵에너지보다 가격이 더 싸지고 있다. 21세기 재생 가능 에너지 정책 네트워크(Renewable Energy Policy Network for the 21st Century, REN21)>가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가 2,110억 달러(230조 원)를 기록해서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다. 그 결과 2010년 전 세계 전력 생산의 20%가 수력을 포함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부터 공급되었다. 반면 지난 2009년 원자력은 전 세계 전력의 13%를 담당했을 뿐이다. 독일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직후 전체 17기 원전 중 8기 원전을 폐쇄한 다음 2011년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이 122TWh로 갈탄(153TWh)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면서 석탄(114.5TWh)과 원자력(102TWh)을 앞섰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산업의 눈부신 성장은 독일 경제의 주축이 되었다. 2010년 독일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 40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원전 의존도가 가장 높은 프랑스는 원전에 40억 달러를 투자했을 뿐이다. 2000년 이후 유럽연합의 핵발전 용량은 14GW 줄었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142GW 증가했다.

에너지 효율 혁명

원자력발전을 줄이는 데 있어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값싼 전력 요금 때문에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가 고착되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국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1997년 최종 에너지 소비의 32%에서 2006년 38%로 증가했다.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는 것이야말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 건물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의 경우 단열만 잘해도 건물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현재 나와 있는 기술만 적용해도 88% 정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1) 건축 기술이 나와 있다. 전 세계 조명 기구를 에너지 효율이 더 좋은 절전형으로 교체할 경우 세계 전력 사용량의 12%를 감소할 수 있다. 기존 백열전구를 절전형 형광 전구로 교체할 경우 전력 소모를 75% 줄일 수 있으며, 발광다이오드(LED)의 경우 무려 85%까지 줄일 수 있다. 때문에 유럽연합은 백열전구 사용을 2009년까지 단계적 폐기, 호주는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소, 캐나다는 2012년까지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신규 빌딩 중 주거용은 2020년까지, 상업용은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 효율을 통해 건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제로(0)로 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1972년부터 2006년까지 35년간 에너지 효율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1인당 전기 사용량이 미국인 평균 40% 이하에 그쳤다. 이러한 에너지 절약으로 24개의 석탄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은 물론 1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했다.

독일은 8기 원전 폐쇄 이후 올해 가장 추운 2월, 전력요금 인상없이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통해 원전 18기에 맞먹는 전력을 유럽국가들에 수출해왔다. 같은 시기 프랑스는 전체 58기 원전 중 55기를 가동하면서도 전1) 단열, 기밀, 3중 유리, 열교환 기술 등 첨단 건축공법을 통해 열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

인 건축방식으로 지은 건축물. 능동적으로 에너지를 끌어 쓰는 액티브 하우스(Active House)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패시브 하우스는 집 안의 열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도 실내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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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이 부족해 이웃나라로부터 수입해야만 했다. 게다가 독일의 전기요금은 프랑스의 37%에 불과했을 뿐이다. 원전 폐기 결정을 밝힌 스위스도 향후 중장기적으로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정책적 결단만 있으면 원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세종대 박년배 교수의 「한국의 전력부문 지속가능 에너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현재 정부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의 10% 정도만 증액하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가동하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까지만 인정하고 더 이상 추가 건설을 하지 않고 수명이 다한 원전(고리 1호기만 포함)은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전제이다. 현재 상태에서 출발하여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업과 에너지 효율 사업에 투자할 경우 2050년 거의 원자력이 없는 사회에 이를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육상 풍력발전에 필요한 면적도 전체 국토 면적의 약 2% 정도면 가능하다. 이러한 에너지 시나리오를 추진하게 되면 2008년 대비 이산화탄소도 80% 이상 줄일 수 있다.

4. 원자력을 넘어 탈핵의 시대로 국민의 79% 고리 1호기 폐쇄해야 한다고 생각

후쿠시마 재앙이후에도 정부와 원자력계가 몰락이 확실해지고 있는 핵산업을 강력하고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10일 서울 시청광장과 부산역 광장에서 동시에 개최된 후쿠시마 1주기 대회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대중 탈핵집회로 자리매김 될 만큼 시민들의 뜨거운 탈핵열기가 확인되었다. 후쿠시마 1주기 집회 직후 알려진 고리 1호기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사고와 은폐 사건은 그러잖아도 고리원전의 중고부품과 짝퉁부품 납품비리 문제로 분노한 부산시민들과 고리원전 1호기 폐쇄운동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미 설계수명이 지난 고리원전 1호기 폐쇄운동은 후쿠시마 이후 국내 탈핵운동진영이 집중적으로 벌여온 활동이다. 비상디젤발전기 고장 은폐사고 이후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서울의 원자력안전위원회앞에서 지난 4월 9일부터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한 1시간 릴레이 캠페인’을 벌여오다 6월 18일부터는 ‘고리 1호기 닥치고 폐쇄’ 농성 카페를 차리고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농성을 해오고 있다. 환경단체는 물론 한 살림, 여성민우회생협, 아이쿱 등 생협의 조합원 엄마들과 인터넷 카페모임인 차일드세이브, 핵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연대, 원불교환경연대 등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다양한 그룹이 매일 돌아가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과 울산지역에서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시위와 탈핵문화제를 비롯하여 ‘고리 1호기 폐쇄 1만인 인증샷’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를 원하는 국민 여론도 공동행동의 탈핵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7월 환경과 자치연구소가 부산시민대상 여론조사결과 △ 부산시민의 원전 위험성 인지 (매우 위험하다. 대체로 위험하다)가 2011년 58.6% →2012년 77.9%로 20% 상승, 모르겠다는 층은 2011년 22.3% →2012년 5.8%로 현격히 낮아졌다. △ 노후 된 고리1호기를 폐쇄할 것에 대한 견해에서는 2011년에는 ‘잘 모르겠다.’가 45.4%로 가장 높았지만, 2012년은 ‘낡고 오래된 원전이므로 시민 안전을 위해 폐쇄해야 한다.’가 71.5%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환경연합이 후쿠시마 사고 1주기를 맞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79%의 국민들이 고리원전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ㆍ김두관 후보 탈핵 비전 발표 등 줄이은 정치권의 탈핵 선언

이를 반영하듯 지역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탈핵활동도 활발하다. 부산광역시의회는 고리 1호기 폐쇄 촉구 대정부 건의안을 제출했으며 울산광역시의회와 경남도의회도 고리 1호기 폐쇄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부산시도 2차례에 걸쳐 안전성이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는 한 고리 1호기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후쿠시마 이후 부산시는 원자력안전대책위를 구성하고 원자력계라는 부서도 신설해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는 국회개원이전부터 여러 초재선 국회의원들이 탈핵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왔다. 초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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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원 모임인 ‘초생달’은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 방문과 지역주민 면담을 가진데 이어 고리 원전 1호기 현장 방문도 진행했다.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대표의원 유인태)’과 ‘아이들에게 핵없는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의원 김제남)’은 19대 국회의 탈핵 입법 과제 및 에너지 정책대안에 대한 토론회와 워크샵 등을 진행하며 개원 초기부터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 모임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고리 1호기 폐쇄를 위한 국회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한 발의안도 제출되어 있다. 지난 13일에는 민주당의 문재인ㆍ김두관 후보가 일제히 고리 1호기 폐쇄 및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중단과 신규원전 건설에 반대한다는 탈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문재인 후보의 탈핵 제로 연도가 2060년인 점과 김두관 후보의 구체적 계획이 없는 채 나온 2040년 원전 제로 선언은 한계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들이 탈핵에너지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 사업 확대를 통해 탈핵연도를 앞당기겠다고 한 것은 탈핵운동의 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대선 국면에서 두 후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을 포함한 모든 후보들이 탈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유권자들이 평가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탈핵운동의 활동력에 달려있다.

2012 대선을 통해 탈핵의 고리를 만들어야

힘없고 나이든 노인들이 주로 사는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서는 일이 아무런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에 몸을 던져 싸워온 노인 분들이 있었기에 밀양 송전탑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핵발전소 반대운동으로 이어져 올 수 있었다. 밀양주민의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탈핵희망버스는 지난 14일 신규원전부지인 삼척ㆍ영덕 지역까지 3차례 이어졌다. 삼척에서는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핵발전 유치를 강행하는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에 밀양을 비롯한 전국에서 많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지난 87년 영광에서 원전 피해보상운동을 시작으로 25년여 세월동안 부침을 거듭하며 험난하게 걸어온 한국의 탈핵운동이 후쿠시마 재앙을 계기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 집중활동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재가동을 허용하고 지역주민들의 지원 속에 신고리 5,6호기 공청회가 진행되는 등 원전 드라이브 정책을 막지는 못하고 있지만 탈핵운동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이전과 달리 생협의 조합원 여성들과 자발적인 젊은 엄마들의 참여, YWCAㆍYMCA 등 기독교 단체와 교회, 가톨릭 교회의 조직적 활동 등 탈핵운동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맹신에 빠진 정부와 핵산업계가 장악한 현재 에너지정책 구조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다 대중적이고 조직적인 탈핵운동과 이를 통한 시민의 힘을 바탕으로 국회의 활동을 끌어내고 대선 국면에서 노후원전 폐쇄와 신규원전 백지화 등 핵발전 이슈를 의제화하여 이를 통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다음 정권에서 탈핵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원자로에 불을 붙인 고리 1호기 폐쇄는 탈핵의 고리를 만드는 첫 출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