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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정년교수 인터뷰 | 2020년 8월 31일 월요일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다재다능한 엔지니어 지난달 21일,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132동)에서 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이 교수는 40 여 년간 통신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팩 스 머신, 서울시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 등을 개발했고,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연구에 힘써 왔다. 그의 연 구실은 여느 연구실처럼 책과 문서가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굵은 붓터치로 강렬한 색채를 표현한 커다란 그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저 그림처럼 강 렬하게 살고 싶다”라며 “퇴임은 많은 일 중 하나의 큰 일을 마무리하는 것일 뿐, 앞으로도 회사 운영을 비롯 해 IoT 관련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송수신기술연구실 지도교수로 유·무선 통신 시스템 송수신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어떤 연구인가? A. 유·무선 통신이 간섭 현상 없이 원활하게 이뤄지도 록 하는 연구와 IoT 연구를 진행했다. IoT는 모든 사 물에 아이디를 부여해서 관리자가 인터넷을 통해 어 디에서나 사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IoT 가 보편화되면 삶이 안전해지고 편리해진다. 나의 위 치를 항상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oT를 활용 하면 사물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 작동한다. 예를 들 어 이 연구실에는 전등 두 개에 같은 세기의 빛이 들 어온다. 눈의 피로를 덜고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창문 에 가까운 전등은 불빛을 약하게, 복도 쪽 전등은 불빛 을 강하게 해야 한다. IoT를 도입하면, 센서를 붙여서 전등 두 개의 불빛을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밖이 어두 워짐에 따라 불이 점점 밝아지게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병원 입원실과 마트 등에서 서로 다른 불빛을 사용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소비 심리를 촉진하기 도 한다. 현재는 IoT가 상용화되지 못해 젊은 세대도 이것이 어떤 기술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IoT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힘쓸 것이다. Q. IoT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 A. 기존에 우리나라는 소위 ‘찍어내는 사업’, 즉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3차 산업, 4차 산업에 힘써 야 할 때다. IoT는 이런 변화의 가장 기저에 있는 기술 이 될 것이다. IoT 기술은 병원, 사무실, 농업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연구를 할 때, 신종 코로 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인부가 줄어서 원격 작 동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땅속에 IoT 센서를 달아 기계가 물을 줘야 할 때를 스스로 파악해 작동하 면, 인부가 줄더라도 농작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간 연결은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면서 이미 가능해졌다. 이제는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시대다. 따라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엔지니어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 고, 엔지니어링을 활성화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앞으로의 내 목표다. Q. 학생들과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힘든 것과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하라는 말을 해주 고 싶다. 학생들이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일하다가 힘들면 자신이 이 일이랑 안 맞나 보다 생각하고 다 른 일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으려 하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하 며,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 면 자기 가치도 높아지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한 분 야에 완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 연구해야 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도전할 만한 과제를 찾고, 이 를 오랫동안 연마해서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전문가 가 되길 바란다. 이용환 교수는 하나의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일념 지차(一念之差), 남보다 반보만큼 앞서가라는 영선반 보(領先半步),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하라는 공자의 정 명(正名) 등의 문구를 연구실에 적어 놓고 늘 본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다 보 면 기회가 저절로 생기니, 어려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 하고 끈기를 가져라”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원숙 한 학자임에도 열심히 연구를 지속해 가는 그의 모습 에서 우리나라 통신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신다솜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김별 기자 [email protected]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사람이 산을 낮출 수는 없다 지난달 20일 신공학관(301동) 연구실에서 성원용 교 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연구실 벽면 화이트보 드에는 성 교수의 향후 일정, 계획 등이 빼곡히 적혀 있 었다. 성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둔 아쉬운 소회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Q. 어떤 준칙을 갖고 학생들의 연구를 지도했나? A. 연구한다는 것, 그리고 지도한다는 것은 정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구한다는 것은 자기와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해도 논문이 통과되고 졸 업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박사 논문을 볼 때면 서로 적당히 타협하자는 요구가 많다. 이때 나는 학생들에게 “너는 일생에 한 번 에베레스트를 등정하 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사람이 산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논문을 쓸 때도 남들보다 반 발자국만이 아니라 상당히 앞서려고 노력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할 때는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과 순수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201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에서 서울대 공대 가 어려운 도전보다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 비판하며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그런 입 장을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당시 학장의 부탁을 받아 내가 주도해서 백서를 집 필했다. 우리나라는 GDP가 지난 몇십 년간 크게 성장 했다. 따라서 서울대는 더이상 제3세계 대학교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교수나 정부가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은 아직 과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에 돈이 많아지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학교를 포함한 어 느 조직이든 좋은 문화를 가지는 것은 어렵다. 지적 호 기심이 넘치는 공간인 대학은 자잘한 프로젝트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에 도전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미진한 것이다. 혁 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학교의 문화를 바꾼 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구성원들에게도 단기적으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는 그들에게도 장기 적으로 이익이 된다. Q. 정년 퇴임 후 계획은? A. 컴퓨터나 인공지능에 관한 쉬운 책을 쓰려고 한다. 이를 써서 PDF로 인터넷에 업로드해 무료 내지는 저렴 한 가격으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강의도 유튜 브에 올릴 것이다. 이에 더해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1 년씩 강의할 것이다. 이후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책을 쓰고, 고등학교에 가서 한 학기씩은 가르칠 것이다. 이런 계획을 갖게 된 까닭은 시대착오적인 중· 고등학교의 수학 교육과 대학교 1학년 교육 때문이다. 우리 자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를 때 풀던 수학 문제들 을 보면 변별력을 내고자 너무 꼬아서 공대 교수인 나 조차 풀지 못할 때가 있다. 이로 인해 대학에 입학한 학 생 대다수가 입시 때문에 배운 수학을 다 잊어버리고 이들 중 문과 학생들은 ‘문송’하다는 말까지 한다. 즉, 쓸모없는 수학을 배운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몇백 년 전, 사람 의 연산 능력이 1초에 한 번도 안 되던 시절에 정립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한 대면 1초에 10테라 번은 연산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는 동안 학교에서 가 르치는 수학은 바뀌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비비 꼬인 수학 문제 풀이 대신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인 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아 이디어를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문 프로그래머를 구해서 아이디어를 구현하도 록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문제다. 컴퓨터 시대에 컴퓨 터를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 간에는 생산 력 차이도 있지만 상상력 차이도 병존하기 때문이다. 성원용 교수는 학생들에게 “딴짓을 많이 해보라”라 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탐색하라는 의 미에서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배운다면 딴짓할 기회 가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하는 그로부터 퇴임 후에도 이어질 교육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화랑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김별 기자 [email protected] 인문학 공부가 즐거운 로봇공학자 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133동)의 건물 입구에서부 터 출입문 앞에 놓인 로봇이 눈에 띄었다. 출입구에서 몇 걸음 안 가 이범희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연구실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이 교수가 우연히 문 밖으로 나왔고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인터뷰 를 진행할 때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치는 그였다. Q. 2008년부터 약 2년 동안 서울대 정보화본부장으 로 재직했다.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정보화본부장 재직 시절, 서울대에서 예비군 명단과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한 본 부 직원이 첨부파일에 그 정보가 있는 줄 모르고 자료 를 배포한 것이다. 교육부, 감사원, 국가정보원, 행정안 전부 등에서도 어떻게 된 것이냐며 연락이 올 정도로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정보화본부장으로 서 학내 정보관리책임자 60~70명을 본관 대회의실로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걸 주의해야 할지, 대처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논의했다. 이로 인 해 서울대가 당시 사건 해결을 위해 긴급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릴 수 있었다. 사태 해결 이후 그 본부 직원으로부터 “잘 해결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Q. 로봇공학자임에도 인문학인 신학을 오랫동안 공부 했다. 신학 공부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로봇 공학을 공부하다 보니 결국엔 인간을 떠올 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로봇 을 만들 때 인간이 얼마나 오묘한 작품인지 알게 됐 다. 만약 내가 공학만 공부했다면, 평생 살아가며 사건의 한쪽 면만 봤을 것이다. 그러나 신학을 배움 으로써 사건을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 됐 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와 같은 공학적 질문에서 벗어나, ‘미래에도 로봇이 계속 존 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인문학적 질문도 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면서 인문학 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그래서 내 인생에 가장 잘 했던 일을 꼽으라면 신학을 공부한 일을 꼽을 것이 다. 신학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그래서 삶이 행복했다. 로봇공학자들도 가능하면 인문학이 나 신학을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로봇 알고리즘 중 인간과 비슷한 알고리즘이 있나? A.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한 알고리즘은 없다. 사람들 은 10~20년이면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건 껍데기를 모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일례로, 사람은 오감이 존재하고 자극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만, 컴퓨터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힘 들다. 5살 아이에게 컵을 가져오라고 하면 잘 가져 오지만, 로봇에게는 너무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이 런 작업조차 어려운데 로봇이 인간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반복적인 작업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인간과 로봇은 본질적으 로 다르다. 로봇에서 말하는 지능은 연산을 빨리해 낸다는 의미에 가깝기에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완 전히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Q. 로봇공학자로서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와 같이 미래를 표현하는 여러 말이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다. 로봇은 하나의 동작을 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주가 되는 것은 결국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표현은 틀린 것 이다. 인공지능 또한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알파고 와 이세돌의 대국도 사실상 몇백 대의 슈퍼컴퓨터 와 이세돌의 두뇌의 대결이었다. 이에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라기보다는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 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범희 교수는 가장 우수한 학생 및 동료들과 평 생을 보냈다며 더는 아쉬움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 뷰의 끝자락에서도 자신은 행운아였고 넘치는 은혜 를 받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그가 삶의 행 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후학들에 게 “로봇공학에 대한 지나친 환상보다는 그것에 근 간이 되는 기술 하나를 깊게 연구했으면 한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박건우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송유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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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정년교수 인터뷰 | 2020년 8월 31일 월요일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다재다능한 엔지니어지난달 21일, 뉴미디어통신공동연구소(132동)에서

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이 교수는 40

여 년간 통신 연구를 진행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팩

스 머신, 서울시 버스 도착 안내 시스템 등을 개발했고,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연구에 힘써 왔다. 그의 연

구실은 여느 연구실처럼 책과 문서가 가득했지만, 그

중에서도 굵은 붓터치로 강렬한 색채를 표현한 커다란

그림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저 그림처럼 강

렬하게 살고 싶다”라며 “퇴임은 많은 일 중 하나의 큰

일을 마무리하는 것일 뿐, 앞으로도 회사 운영을 비롯

해 IoT 관련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Q. 송수신기술연구실 지도교수로 유·무선 통신 시스템

송수신 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어떤 연구인가?

A. 유·무선 통신이 간섭 현상 없이 원활하게 이뤄지도

록 하는 연구와 IoT 연구를 진행했다. IoT는 모든 사

물에 아이디를 부여해서 관리자가 인터넷을 통해 어

디에서나 사물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IoT

가 보편화되면 삶이 안전해지고 편리해진다. 나의 위

치를 항상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oT를 활용

하면 사물이 스스로 상황을 인지해 작동한다. 예를 들

어 이 연구실에는 전등 두 개에 같은 세기의 빛이 들

어온다. 눈의 피로를 덜고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창문

에 가까운 전등은 불빛을 약하게, 복도 쪽 전등은 불빛

을 강하게 해야 한다. IoT를 도입하면, 센서를 붙여서

전등 두 개의 불빛을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밖이 어두

워짐에 따라 불이 점점 밝아지게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병원 입원실과 마트 등에서 서로 다른 불빛을 사용해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 하거나, 소비 심리를 촉진하기

도 한다. 현재는 IoT가 상용화되지 못해 젊은 세대도

이것이 어떤 기술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퇴임 후에도

IoT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힘쓸 것이다.

Q. IoT 분야의 전망은 어떤가?

A. 기존에 우리나라는 소위 ‘찍어내는 사업’, 즉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3차 산업, 4차 산업에 힘써

야 할 때다. IoT는 이런 변화의 가장 기저에 있는 기술

이 될 것이다. IoT 기술은 병원, 사무실, 농업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미국에서

스마트 파밍(smart farming) 연구를 할 때, 신종 코로

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인부가 줄어서 원격 작

동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땅속에 IoT 센서를

달아 기계가 물을 줘야 할 때를 스스로 파악해 작동하

면, 인부가 줄더라도 농작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 간 연결은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면서 이미 가능해졌다. 이제는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는 시대다. 따라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엔지니어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

고, 엔지니어링을 활성화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앞으로의 내 목표다.

Q. 학생들과 미래의 연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힘든 것과 하기 싫은 것을 구분하라는 말을 해주

고 싶다. 학생들이 쉬운 일만 하려고 하고, 일하다가

힘들면 자신이 이 일이랑 안 맞나 보다 생각하고 다

른 일을 찾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남들이 하지 않으려 하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하

며, 자신이 한 말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

면 자기 가치도 높아지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한 분

야에 완숙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 정도 연구해야

한다. 관심 있는 분야의 도전할 만한 과제를 찾고, 이

를 오랫동안 연마해서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전문가

가 되길 바란다.

이용환 교수는 하나의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일념

지차(一念之差), 남보다 반보만큼 앞서가라는 영선반

보(領先半步),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하라는 공자의 정

명(正名) 등의 문구를 연구실에 적어 놓고 늘 본다고

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다 보

면 기회가 저절로 생기니, 어려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

하고 끈기를 가져라”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원숙

한 학자임에도 열심히 연구를 지속해 가는 그의 모습

에서 우리나라 통신계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신다솜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김별 기자 [email protected]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사람이 산을 낮출 수는 없다지난달 20일 신공학관(301동) 연구실에서 성원용 교

수(전기·정보공학부)를 만났다. 연구실 벽면 화이트보

드에는 성 교수의 향후 일정, 계획 등이 빼곡히 적혀 있

었다. 성 교수는 정년 퇴임을 앞둔 아쉬운 소회와 향후

계획을 이야기하면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Q. 어떤 준칙을 갖고 학생들의 연구를 지도했나?

A. 연구한다는 것, 그리고 지도한다는 것은 정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연구한다는 것은 자기와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해도 논문이 통과되고 졸

업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항상 최고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박사 논문을 볼

때면 서로 적당히 타협하자는 요구가 많다. 이때 나는

학생들에게 “너는 일생에 한 번 에베레스트를 등정하

는 것”이라고 말한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는 사람이

산을 낮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논문을 쓸 때도

남들보다 반 발자국만이 아니라 상당히 앞서려고 노력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할 때는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과 순수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2015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백서’에서 서울대 공대

가 어려운 도전보다는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 비판하며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그런 입

장을 취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당시 학장의 부탁을 받아 내가 주도해서 백서를 집

필했다. 우리나라는 GDP가 지난 몇십 년간 크게 성장

했다. 따라서 서울대는 더이상 제3세계 대학교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교수나 정부가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은 아직 과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에

돈이 많아지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학교를 포함한 어

느 조직이든 좋은 문화를 가지는 것은 어렵다. 지적 호

기심이 넘치는 공간인 대학은 자잘한 프로젝트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것에 도전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

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미진한 것이다. 혁

신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학교의 문화를 바꾼

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구성원들에게도 단기적으로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변화는 그들에게도 장기

적으로 이익이 된다.

Q. 정년 퇴임 후 계획은?

A. 컴퓨터나 인공지능에 관한 쉬운 책을 쓰려고 한다.

이를 써서 PDF로 인터넷에 업로드해 무료 내지는 저렴

한 가격으로 내려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강의도 유튜

브에 올릴 것이다. 이에 더해 대학교를 돌아다니면서 1

년씩 강의할 것이다. 이후에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위한 책을 쓰고, 고등학교에 가서 한 학기씩은 가르칠

것이다. 이런 계획을 갖게 된 까닭은 시대착오적인 중·

고등학교의 수학 교육과 대학교 1학년 교육 때문이다.

우리 자식들이 대학 입시를 치를 때 풀던 수학 문제들

을 보면 변별력을 내고자 너무 꼬아서 공대 교수인 나

조차 풀지 못할 때가 있다. 이로 인해 대학에 입학한 학

생 대다수가 입시 때문에 배운 수학을 다 잊어버리고

이들 중 문과 학생들은 ‘문송’하다는 말까지 한다. 즉,

쓸모없는 수학을 배운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몇백 년 전, 사람

의 연산 능력이 1초에 한 번도 안 되던 시절에 정립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컴퓨터 한 대면 1초에 10테라

번은 연산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는 동안 학교에서 가

르치는 수학은 바뀌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비비 꼬인

수학 문제 풀이 대신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인

공지능을 구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아

이디어를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전문 프로그래머를 구해서 아이디어를 구현하도

록 하는 것과는 매우 다른 문제다. 컴퓨터 시대에 컴퓨

터를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 간에는 생산

력 차이도 있지만 상상력 차이도 병존하기 때문이다.

성원용 교수는 학생들에게 “딴짓을 많이 해보라”라

고 말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것을 탐색하라는 의

미에서다. “학생들이 컴퓨터를 배운다면 딴짓할 기회

가 많아지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하는 그로부터 퇴임

후에도 이어질 교육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용화랑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김별 기자 [email protected]

인문학 공부가 즐거운 로봇공학자자동화시스템공동연구소(133동)의 건물 입구에서부

터 출입문 앞에 놓인 로봇이 눈에 띄었다. 출입구에서

몇 걸음 안 가 이범희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연구실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이 교수가 우연히 문

밖으로 나왔고 환하게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인터뷰

를 진행할 때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매우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치는 그였다.

Q. 2008년부터 약 2년 동안 서울대 정보화본부장으

로 재직했다.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A. 정보화본부장 재직 시절, 서울대에서 예비군 명단과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돼 난리가 났던 적이 있다. 한 본

부 직원이 첨부파일에 그 정보가 있는 줄 모르고 자료

를 배포한 것이다. 교육부, 감사원, 국가정보원, 행정안

전부 등에서도 어떻게 된 것이냐며 연락이 올 정도로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정보화본부장으로

서 학내 정보관리책임자 60~70명을 본관 대회의실로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걸 주의해야 할지, 대처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논의했다. 이로 인

해 서울대가 당시 사건 해결을 위해 긴급대처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에 알릴 수 있었다. 사태

해결 이후 그 본부 직원으로부터 “잘 해결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Q. 로봇공학자임에도 인문학인 신학을 오랫동안 공부

했다. 신학 공부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A. 로봇 공학을 공부하다 보니 결국엔 인간을 떠올

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면서 로봇

을 만들 때 인간이 얼마나 오묘한 작품인지 알게 됐

다. 만약 내가 공학만 공부했다면, 평생 살아가며

사건의 한쪽 면만 봤을 것이다. 그러나 신학을 배움

으로써 사건을 인문학적 관점에서도 볼 수 있게 됐

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와 같은

공학적 질문에서 벗어나, ‘미래에도 로봇이 계속 존

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인문학적 질문도 하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신학을 공부하면서 인문학

의 즐거움도 알게 됐다. 그래서 내 인생에 가장 잘

했던 일을 꼽으라면 신학을 공부한 일을 꼽을 것이

다. 신학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었고, 그래서

삶이 행복했다. 로봇공학자들도 가능하면 인문학이

나 신학을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로봇 알고리즘 중 인간과 비슷한 알고리즘이 있나?

A.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한 알고리즘은 없다. 사람들

은 10~20년이면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건 껍데기를 모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일례로, 사람은 오감이 존재하고 자극에 대해 즉각

반응하지만, 컴퓨터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힘

들다. 5살 아이에게 컵을 가져오라고 하면 잘 가져

오지만, 로봇에게는 너무 어려운 작업인 것이다. 이

런 작업조차 어려운데 로봇이 인간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반복적인 작업에 있어서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인간과 로봇은 본질적으

로 다르다. 로봇에서 말하는 지능은 연산을 빨리해

낸다는 의미에 가깝기에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완

전히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Q. 로봇공학자로서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나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와 같이 미래를 표현하는 여러 말이 있지만,

정확한 표현은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다. 로봇은

하나의 동작을 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주가 되는 것은 결국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봇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표현은 틀린 것

이다. 인공지능 또한 일종의 소프트웨어다. 알파고

와 이세돌의 대국도 사실상 몇백 대의 슈퍼컴퓨터

와 이세돌의 두뇌의 대결이었다. 이에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사회라기보다는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

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다.

이범희 교수는 가장 우수한 학생 및 동료들과 평

생을 보냈다며 더는 아쉬움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

뷰의 끝자락에서도 자신은 행운아였고 넘치는 은혜

를 받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그가 삶의 행

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로봇공학자를 꿈꾸는 후학들에

게 “로봇공학에 대한 지나친 환상보다는 그것에 근

간이 되는 기술 하나를 깊게 연구했으면 한다”라는

조언을 남겼다.

박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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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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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환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성원용 교수전기·정보공학부

이범희 교수전기·정보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