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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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시장 1권호 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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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배진영*22)

본 연구는 현행 경제학원론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것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오스트리안 패러다임의 도움으로 제시하였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

제학원론의 핵심은 시장경제 원리의 규명이 되어야 한다. 둘째, 모든 내용은 인간

행위에 그 근본을 두어야 한다. 셋째, 시장경제 원리의 설명이 살아 있는 내용으로

짜이기 위해서는 열린 경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론이 현실을 설명해준다고 하여,

그것을 위한 비현실적 가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경제학원론

의 내용은 일관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경제학의 인식 대상이 인간의 경제행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케인스 경제학

이 중심이 되는 거시경제학이 경제학원론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

요하다. 특히 케인스 패러다임의 핵심 거시 변수인 소비함수와 투자함수가 결코 안

정적이지 못하다면 이 패러다임의 효용성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오스트리안 학자

들은 그 안정성에 깊은 회의의 시선을 보낸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국민경제의 관

리와 통제를 필요로 하는 정치가 및 관료들과 정부 정책을 미리 예견하고 이를 이

용하고자 하는 개인에게나 필요한 학문이다. 즉, 국가 엘리트와 금융 전문가의 양성

에나 필요한 학문이다. 일반 학생들의 대상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 경제학은 일반

학생들에게 유용해야 경제학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핵심 용어: 경제학원론, 시장경제, 오스트리안 학파, 거시경제학

* 인제대학교 국제경상학부 교수, 경남 김해시 어방동 607번지(e-mail: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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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필자는 대학교 강단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경제학원론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이 수업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았다. 대체로 많은 학생들이 이 수업으로부터 실제의

상황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의아스러워 했다. 이것은 미시경제학적인 부분과 거시

경제학적인 내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개별 경제주체의 경제행위를 다루는 미

시경제학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필자 스스로도 초기에는 기존의 경제학원론

1)의 내용에 대한 스스로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애썼다. 미시경제학적인 내용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고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줄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또한 거시경제학을 통해 국민경제의 움직임을 이해

시킴으로써 학생들이 현실의 경제 상황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주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학생들로부터 오는 반응은 대체로 미시경제학적인 내

용은 전혀 자신의 피부에 와 닺지 않는 내용이고, 국민경제의 이해는 국가경제를

경영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또는 경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에게나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전혀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무엇인

가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자유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초등학교와 중등 및 고등학교에서

의 경제교육의 문제와 이에 대한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가 비록 그것이 아직 현실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한국 대학교에서의 경제교육 특

히 경제학원론의 내용과 그 방향에 대한 논의도 그동안 적지 않게 수행되었다. 김

영용(2006), 곽태원(2002), 백훈(2001), 박명호(2001), 이지순(1999), 이준구(1989) 등

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2000년, 2001년 한국경제학회에서 논의(홍덕기(2000), 손정식

(2000), 안국신(2001), 박명호(2001), 김병주(2001))된 바 있다. 김영용과 백훈을 제외

하고서는 그것의 실질적 내용에 대한 검토보다는 교육적 방법과 실용성(이지순, 홍

덕기, 손정식, 안국신, 곽태원), 한국적인 내용(이준구, 김병주)의 추가와 그리고 수

학적 묘사의 자제(김병주, 박명호)를 요구하고 그 개선을 제시했을 뿐이다. 아마 현

1) 현행 경제학원론으로 여기에서 검토될 교과서는 1974년 처음 출판된 후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었던 조순/정운찬/전성인/김영식의 경제학원론과 최근 국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

는 맨큐(Mankiew, N.G.)의 경제학원론이다. 물론 그 외에도 수많은 경제학원론들이 인기를 누리며

시판되었고 지금 시판되고 있지만 이들 내용은 이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이 둘 교과서의 내용만

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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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경제학원론 내용에는 문제가 없음을 전제로 한듯하다.

따라서 현재 한국의 대학 강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학원론의 내용이 학생 교

육용으로 정말 문제가 없는지 이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실질적으로 수행된 것은

한, 두 편의 논문에 불과하다. 경제학원론을 외형적으로 어떻게 꾸미고 학생들에게

어떤 기법으로 이를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제학원론에 어

떤 내용을 담아야 하며 그것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그리고 현재의 그 내용에

는 현실을 잘 담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외모의

치장을 통한 편법보다 정도이다.

필자는 경제학원론을 가르치면서 실제로 적지 않은 내용에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발견하였다. 필자의 이런 생각을 공론화 하여 토론

의 장을 만드는 것은 한국의 경제학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올바른 경제교육을 위

해서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사료된다. 특히 여러 국가시험들에서 경제학원론

은 중요한 과목으로 수험생들에게 택해지고 있는 만큼 그것의 내용 개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의 경제학원론은 마샬과 왈라스 그리고 케인즈를 이론적 틀로 하고 있다. 국

내에서 현재(영미 경제학) 형태의 경제학원론의 체계를 갖춘 것은 조순(1974)의 경

제학원론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현재의 경제학원론의 역사는 40년이 넘으며 그 후

그것의 내용은 첨삭을 통하여 그 부피가 늘어났을 뿐 근본적인 내용 변화는 없다.

40여 년 전의 경제 상황과 오늘날의 그것과는 너무나 다르며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

가 직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경제 과제 역시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원론

의 내용이 오늘날의 상황과 그 과제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심각히 검토해 보아야 하

며 그 내용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이 오늘날의 학생들

이 경제학원론으로부터 피부에 와 닺는 내용을 배울 수 있고 그로부터 그들의 경제

생활에 도움을 주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본 글은 먼저 경제학원론 강의 내용과 관련하여 국내에서 지금까지 논의된 연구

와 토론 내용을 검토한 후, 그 내용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어서 제시된

방향을 그나마 최선으로 담고 있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사상을 요약하고 케인스

식의 거시경제학이 경제학원론에 담겨야 하는지를 논한다.

Ⅱ. 선행 연구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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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신(2001)은 경제학원론을 배우는 학생들이 경제학은 어렵고 재미없으며 실용

성이 없는 학문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 과목을 회피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시사 토픽과 네트워크 경제토픽을 첨가

하고 많은 실례의 제시와인터넷 및 현장교육의 활용과 같이 강의 기법을 개선할 것

을 권고하고 있다. 홍덕기(2000)와 손정식(2000) 역시 경제학원론의 강의 기법을 개

선하여 경제학이 학생들에게 고답적이고 지루하며 어려운 과목으로 인식되지 않기

를 주문한다. 이지순(1999) 역시 현재의 경제학이 너무 어렵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

기 때문에 학생들이 외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강의 기법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안국신은 여전히 현재의 경제학원론의 내용들이 그 뼈대를 유지해야 하며

현재의 미시경제학적 그리고 거시경제학적 내용이 경제학을 경제학답게 만든다고

하였다. 그는 그 모든 내용이 너무 방대하므로 그것의 핵심만 추려서 강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여전히 기존의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즉 학생들이 경제학원론을 기피하는 이유를 그 내용보다

는 것 치장과 강의기법에만 찾고 있다. 홍덕기, 손정식, 이지순 역시 기존의 강단

경제학의 내용들에 대해서는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김병주(2001)는 저명한 경제학자들 슘페터(Schumpeter), 피구(Pigou), 쿠르그만

(Krugman), 갤부레이드(Galbraith), 불로그(Blaug), 블랙하우스(Blackhouse), 마이어

(Mayer), 말린보드(Malinvaud)가 전통 경제학 교육에 대해 비판한 내용을 요약한

후 한국의 경제학의 연구와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경제학 기초 원리

들의 절대성에 관한 교육 못지않게 한국의 현실 즉 한국적인 경제학의 설립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리스트(F. List)를 비롯한 19세기의 독일 경제

학계의 학풍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 경제학이 특이한 임시병리학을 위해서

더 없이 좋은 연구병동인 만큼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경제연구가 수행되어야 하

고 이를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고 하였다. 김병주는 특히 이준구(1989)의 ‘자주

적 한국 경제학’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준구는 한국적 경제학의

정립 외에도 한국의 경제학 교육 기법 즉 일방 통행식인 암기 위주의 강의를 비판

하면서 이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김병주는 경제학의 거장들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것들은

경제학의 방향에 대한 지적뿐이지 현실의 경제학 특히 경제학원론의 내용을 구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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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그와 이준구의 한국 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단지 경제학에

한국적인 내용을 담아주기를 요청할 뿐이다.

김병주는 또한 경제학에 수학적 기법의 강조가 가져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

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박명호(2001)가 주고 있다. 박명호는 1992년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학은 딱딱한 학문이 되고 있는가?’라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들을 요약하면서 경제학 교육에 대한 문제들의 개선을 시도하였다. 그는 그 국제학

술대회가 '최근 경제학의 엄밀성 추구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말랭보

(Malinvaud)의 지적에 대체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경제학에 수학적 기법의 동원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견지하고 있다. 박명호

는 앞에서 언급한 이들보다는 진지하게 현제의 경제학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

다. 그러나 그는 21세기 신경제의 정보재와 수확체증의 문제 그리고 컴퓨터의 파급

의 문제는 기존의 경제학과 그다지 상치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으로 진지하게 탐구한 것이기 보다는 일종의 견해 표명 수준

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이것은 현재의 경제학원론 내용 그 자체에 대한 문제라

기보다는 기존의 경제학이 이러한 새롭고 추가적인 문제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

는 고민일 뿐이다.

박명호는 새로운 시대적 경제 환경에 대해 기존의 경제학원론이 이를 잘 담고 있

는가에 대해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적 경제 환경이란 정보재, 수확체

증, 컴퓨터와 같이 표면적으로 새롭게 나타난 경제현상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

인 변화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자유의 확산으로 경제 문제를 국가 경제와 세계 경제

의 차원보다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려는 경향을 확연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이

러한 경향은 한국의 대학생에서 더욱 뚜렷이 발견된다. 경제 발전 과정에서는 국가

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었고 그 당시의 대학생들은 보다 엘리트 의식을 지녀 국민경

제의 발전과 그것에 대해 자신도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포부도 있었다. 그러

나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성공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경제학원론이 인간 개인의 행동 양태의 변화와 경제 속성의 변화에 관한 내용을 좀

더 많이 담아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대한 주목할 만한 비판적인 연구가 최근 김영용(2006)과 백

훈(2001)에 의해 시도되었다. 백훈은 이미 1979년 손정식(1979)에 의해 지적된 우리

나라 경제학원론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의 문제를 부적절한 우리말 표현,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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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용어 개념 정의, 잘못된 표현,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용어의 관

점에서 재지적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비록 용어에 대한 문제에 한정했지

만, 그것이 한국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대한 비판이란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

다. 그렇지만 그것은 용어 사용에 한정한 것이라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대한 본격적

인 비판적 검토라 할 수 없다.

경제학원론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비판이 김영용에 의해서 수행되었다. 그는 기

존의 경제학원론이 지나친 추상화와 보이지 않는 손의 명제에 대한 비판을 통해 경

제학원론이 제도주의자들의 내용이 가미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방법론적 다원

화가 우리의 경제학원론에서도 허용되어야 함을 주장하고서 제도주의에 입각하여

서술된 경제학이 학생들에게 소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기존의 경제학원론 체계에 적지 않은 비판을 가하고 있다. 특히 닫힌 세계(closed

system)만을 다루고 있는 현재의 경제학원론은 현실경제를 다룰 수 없음을 지적한

다.

김영용은 경제학의 추상적 모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 바탕 위에서 경제학원론

이 보다 풍요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

나 그는 시장을 하나의 제도로서 보고 다양한 제도들이 어울려야 함을 강조하고 있

을 뿐이다. 즉 시장이 실패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그 보완으로서 또 다

른 제도의 도입의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에 의한 경제학원론의 목적은 시장경

제 원리의 규명과 설명보다는 현실 경제의 모습을 담는 그릇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는 기존의 경제학원론 자체에 어떤 논리적 결함을 지적하

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필자가 갖고 있는 기존의 경제학원론에 갖고 있는 문제의식과는 다른 점

이다. 필자가 견지하는 경제학원론 내용의 방향은 학생들의 실생활에 유용해야 하

며 그 내용이 현실과 괴리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

리의 규명과 그것의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필자의 이런 방향을 보다 잘 반영

하고 있는 학파가 하이에크와 미제스로 대변되는 오스트리안 경제학이다.

Ⅲ. 오스트리안 경제학의 패러다임

오스트리안 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원론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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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 개선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라스바드(2006)에 따

르면 오스트리안 학파는 크게 세 줄기로 나뉜다. 하나는 미제스(L. v. Mises)를 중

심으로 하는 인간행위학적 패러다임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행위학적 행동과 선택보

다는 지식과 발견을 강조하는 하이에키언(F. A. v. Hayekien) 패러다임이다. 마지막

하나는 라흐만(L. Lachman)의 제도주의적이면서 반(反)이론적인 접근법이다. 아래

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미제시안과 하이에키안 패러다임을 경제학원론의 기

본방향 제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1. 미제시안(Misesian)의 인간 행위 중심의 패러다임

인간행위학적 패러다임은 자유와 소유권이 확립된 시장경제에서 인간에 대한 어

떤 사전적 가정 없이 인간이 행동할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행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체계화하였고 이로부터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현재의 경제학원론

에서와 같은 전지전능한 인간을 가정하지 않는다. 단지 인간행동이 실재함을 분석

의 근본 전제로 삼으며 인간행위에 대한 공리에서 인간행위의 목적과 수단 간의 관

계를 정립하고 있다. 이 패러다임은 인간의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리들을 인

간 행위의 공리로 삼고 있다(Rothbard, 1993: 1∼66).

인간 행위에 대한 첫 번째 진리는 인간 행위는 오직 개별 행위자에 의해서만 행

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행태의 조직체(정부나 단체)도 그것의 행동 또

는 목적 같은 것은 은유적인 표현에 불과하지 실체는 없다. 따라서 행위에 대한 분

석은 오직 개별 행위자에 머물러야 하며 인간 행위에 관한 분석이 경제이론의 본체

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라는 거대한 조직의 움직임에 관한 설명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둘째, 목적 지향적 행동은 수단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인간행위에 대한 분석은 행

위의 목적을 분석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선택에 한한다. 즉

경제이론의 진리들은 목적과 수단들 간의 체계적인 관계를 포함하지만 욕구들의 구

체적 내용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셋째,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것이 선택되었다면 다른 목적들은 충족되지 못한

채 남아 있어야 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시간은 항상 희소하다. 시간은 누구에게

나 언제나 희소하기 때문에, 인간 행위에 있어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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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행동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변함없는 진리는 인간은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

며 인간은 가능한 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그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넷째, 행복, 복지, 만족, 효용과 같은 선호척도(가치)는 결코 계측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심적 이윤(심적 소득-심적 비용)을 극대화하고자 하며

그것은 결코 측정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계측 가능한 것처럼 가정하여 이론을 구

성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특히 효용은 결코 양적 개념이 아니고

순위이기 때문에 이를 수리적으로 접근하려는 모든 시도 특히 미적분을 통해 한계

효용과 총효용 개념을 정의하고자 하는 시도는 근본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섯째, 인간은 자신의 가치척도 상에서 가장 긴요한 것부터 수단을 선택한다. 이

로부터 한계효용과 한계수확은 체감하는 것이지 심리적이거나 기술적인 특성에서

그것이 체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행동의 원리로서 반드시 체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에 소위 신경제의 특징으로 거론되는 한계수확체증을 갖고 기존

의 경제학원론을 비판하는 것은 오스트리안 경제학을 잘못 이해한 결과이다. 한계

개념은 인간 행위의 당위에서 나온 것이지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나 생산의 기술적

특성에서 나오는 개념이 아니다.

여섯째, 인간행위학은 인간행동을 분석하는 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의 기본

은 어떤 행동도 선호를 기초로 선택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행위학의 한

하부 학문인 경제학이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과정을 묘사한다(Mankiew, 2005: 545)

는 것은 학생들에게 경제학의 초점을 크게 흩뜨려 놓는다.

2. 하이에키언(Hayekien)의 열린 세상 속에 부족한 인간 지식을 전제

로 하는 패러다임

하이에크는 세상은 복잡함과 불확실성에 가득 차 있는 데 반해 인간 지식은 매우

한계가 있다는 현실 세계를 직시하면서 그의 이론을 전개한다. 그는 현실 세계를

직시하면서 그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열린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열린 세계를 전제로 하는 하이에키언 패러다임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2).

첫째, 열린 세계에서 인간 행위의 기본적인 문제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

2) Hayek(1980)를 중심으로 요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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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부족’이다. 인간은 주어져 있는 자원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인간에게 유

익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학은 인간지식의 한계를 근원적인 전제 조건

으로 삼으면서 인간 행위를 연구해야 한다. 경제학은 인간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 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으며 그것을 외연적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길을 연

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하이에크는 이를 경쟁질서 속에서 찾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경쟁은 인간으

로 하여금 어딘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주어져 있지 않은 사실을 찾아내

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그것은 현재 존재하지 않은 사실을 새롭게 발견해내기도

한다. 하이에크는 이를 탐색과정과 발견적 절차로 하였다. 이것은 경제학이 전지전

능한 대표적 인간의 시장균형 결정을 설명하는 이론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시장의 실

질적인 경쟁 과정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경제학원론에서 설

명하고 있는 균형 개념에서는 경쟁이라는 단어가 실질적으로 의미하는 경쟁 활동

즉 경쟁의 과정을 전혀 묘사하지 않고 있다. 경쟁은 환경의 끊임없는 변화를 수반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여건의 자료를 일정한 것으로 취급하는 전통적 이론에서는

완벽하게 경쟁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셋째, 기존의 전통 경제학은 닫힌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닫힌 세계는 외부 환

경과의 단절 속에서 시스템 그 자체적으로 완결된 계(界)이다. 이 속에서 기계적 인

과 관계만이 존재하며 원인이 동일하다면 그 결과도 항상 동일해진다. 여기에는 내

재적 그리고 창조적 인과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한 개인의 경제행위 분석은

동의반복어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그것의 결론은 이미 그 가정 속에 이미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은 현실의 경제 모습을 설명하기 보다는 단지 논리적 유희에 불

과하다. 시장경제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제된 가정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달

성될 수 있느냐가 분석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닫힌 세계를 그리고 있는

미시적 분석을 수많은 개인들의 상호 영향을 다루는 사회 과정의 문제를 분석하는

데까지 확장하려고 하는 것은 불법적이며 현실의 모습을 크게 오도시킬 수 있다.

넷째, 특히 균형 상태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지식을 균형이 이루기 전에 그가

이런 지식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개인 앞에 놓여 있는 다양한 대

안들에 관한 지식은 시장 과정의 결과이다.

다섯째, 하이에크에게 있어서 개인이라 함은 홀로 독립된 개인이 아니다. 개인의

행위가 사회적이라고 하는 것은 각자의 행위는 다른 사람들을 향한 것이고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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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면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시경

제학에서 개인을 홀로 독립된 대표 인간을 전제하여 분석하는 것은 가장 바보스러

운 출발이다.

여섯째, 특히 합리적인 개인을 가정하는 것을 배격한다. 하이에키언 패러다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시장 과정을 묘사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인간

의 가정이야말로 즉 인간 이성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야말로 전체주의와 사회주의로

이끄는 시발이라고 보고 있다. 인간이 이룩한 대부분은 인위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

니라 자발적으로 형성된 것이며 이것이 고전파 경제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완전한 지식을 전제로 하여 개인이 최적의 균형 상태를 이르게 하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시장경제를 가장 오도하게 하는 것이다. 완전한 지식

을 가진 개인은 경제동물(economic man)이라는 상상의 괴물에 불과하다.

일곱째, 인간은 분별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서 분석이 시작되어야 한다. 하

이에키언들은 사실 인간 본성에 대해 이보다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입장을 취하였

다. 어떤 때는 선하다가도 악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지적이다 어떤 때는 바보스럽

기도 한 그런 성품을 가진 인간들이 구성된 것이 이 사회의 진실한 모습이다.

3. 오스트리안 관점에서 현행 경제학원론 비판의 한 예- 잉여의 개념

미제시안과 하이에키안들이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분석하는 핵심 고리를 요약

하면, 그것은 먼저 인간 행위가 분석의 기본 대상이어야 하며, 그 인간의 지식은 완

전하지 않으며 열린 세계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분석의 대상은 기

본적으로 인간이어야 하며 지식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

서 현행 경제학원론이 비판받아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인간

중심의 분석이 아닌 데서 나오는 비현실적인 설명과 현실의 오도, 둘째, 완전한 인

간을 가정하는 분석 모델의 허구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행 경제학원론 내용 중 잉

여의 개념을 한 예로 하여 그것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잉여의 개념은 명확한 듯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

다. 소비자잉여란 구매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구매 대가에서 실제로 지불한 대가

를 뺀 것이다. 즉 소비자 잉여는 구매자가 거래함으로써 얻는 이득이다. 현행 경제

학원론(조순, 정운찬, 전성인, 김영식, 2009: 131∼133; Mankiew, 2005: 158∼163)은

Page 11: 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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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이를 시장의 작동 결과 그저 얻어진 것처럼 설명한다. 원론은 한 개인의 수

요곡선을 통해 시장 균형 가격을 표시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하여 소비자 잉여를 설

명한다. 소비자는 시장 균형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도 기꺼이 지불하면서 구입

하고자 하는 수량이 있었는데, 그보다 낮은 균형가격에서 균형 량을 구입할 수 있

기 때문에 그가 지불한 것보다 더 많은 심리적 잉여를 얻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설

명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 균형에 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단지 가상의 중

개인(auctionaer)이 균형을 달성해준다는 전제 하에서 그 결과에 대해서 해석할 뿐

이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균형에 이르는 과정이다. 인간의

행위는 단지 균형에 이르는 과정에 관여할 뿐이다. 그래서 원론은 인간 행위에 대

해 어떤 설명도 해주지 못한다. 거기에는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여 그가 균형을

이끌고 균형이란 결과가 인간에 가져다주는 효과를 분석할 뿐이다.

현실에서 균형 상태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주 우연적이고 찰나적으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일과성 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론은 학생들이 매일 행하는

행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학생들에

게 시장경제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로 하여금 시장

경제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고 오해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 오해

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한 단초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림 1> 소비자 잉여

Q0

a

P

Q

P0b

cP1

Q1

D

0 Q3

P3e

Page 12: 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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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행위들이 서로 얽혀 있는 시장의 실제 모습을 보면 잉여는 그저 얻은 것이

아니고 미래 예측을 위해 투입한 노력과 미래의 불확실성의 두려움을 이긴 결과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경제학원론과 같은 설명은 잉여를 그저 얻은 것으로

각인시켜 이렇게 이득을 취한 사람을 향해 물욕적이고 탐욕적이라 하면서 세상의

비난을 퍼 붇게 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모든 인간은 교환을 통해 잉여의 이

득을 갈구함에도 말이다.

잉여가 결코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림 1에서 소

비자는 가격 P3에서 0P3eQ3의 돈과 수량 Q3와 교환하는 것이 그에게 이득이다. 그

크기는 aP3e이다. aP3e라는 적지 않은 잉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교환을

집행하지 않고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 이유는 단지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

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기대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맞으면

(예를 들어 P0) 그에게 더 많은 이득(P0P3eb)를 남겨주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예

를 들어 P1) 그는 손해(P1P3ec)를 입게 된다.

균형이 가격 P0에서 이루어졌다면, 그는 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그의 더

큰 이득은 가격 추이에 대한 예측을 잘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예측을 바탕으로 미

래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참을성 있게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이 바로

도전이다. 그의 도전에는 손해라는 실패의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시장에서 결정

되는 균형 가격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사실 어느 누구도 모른다. 시장 참여자

들은 그저 판매대에 붙어 있는 가격만을 보고서 자신의 선호와 미래의 가격 추이에

관한 예상에 따라 구매 여부를 결정할 따름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균형가격 P0보

다 더 높은 가격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그 아래에서 구매할 수도 있

다. 어쨌든 그림 1과 같은 설명으로 소비자 잉여가 마치 그저 얻은 행운으로 오도

하게 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소비자 잉여

는 철저히 미래에 대한 예측력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도전에서 얻을 수 있는 대

가일 뿐이다3).

생산자 잉여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자가 그저 얻은 잉여가 아니라, 그가 불확실한

미래를 비교적 잘 예측하고 미래의 불안감에 대한 도전의 결과이다. 판매자는 제품

을 가능한 높은 가격에 팔고자 한다. 개인의 공급곡선은 주어진 가격에서 그가 판

3) 라스바드는 시장의 균형가격을 정확히 예측할 경우 수요곡선은 그림 1과 같은 모양이 아니라 균형

가격에서 공급곡선과 만나는 점까지 거의 수평선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의 이러한 설명은 잉여

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Rothbard, 1993: 11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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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하고자 하는 수량을 나타내는 곡선이다. 그 곡선의 어느 점에서도 그는 교환을

하면 이득을 얻는다. 그것이 생산자잉여이다. 그러나 균형가격 가까이 가서 판매할

수록 그는 더 많은 잉여를 얻게 된다. 문제는 그 누구도 균형점을 모른다는 사실이

다. 따라서 판매자의 가격 추이에 관한 예측력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도전에 의

해 그는 더 많은 잉여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예측이 잘못되었을 경우 그는 손해

를 입는다.

더 많은 잉여를 얻고자 하는 소비자와 생산자의 미래 지향적 도전이 많으면 많을

수록 시장은 보다 빨리 균형점에 수렴하여 거래는 대체로 균형점 근처에서 이루어

지게 된다. 즉 더 큰 교환 이득을 얻기 위한 거래가 활성화되면 될수록 시장가격은

보다 균형점 근처에서 움직이게 되며 되사기와 되팔기를 통한 투기적인 동기를 줄

여주게 한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탐

욕이라 질타하는 거래 이득 추구가 오히려 시장을 안정화시켜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원리이며 경제학원론은 이 점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한

다.

물론 경제 환경이 끊임없이 바뀌는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서는 그 균형점도 한 점

에서 결코 머무르지 않으며 이에 따른 잉여의 크기도 쉼 없이 바뀌게 된다. 움직이

는 과녁과도 같은 이 잉여를 쟁취하려는 자들은 시장에서 항상 존재한다. 이런 자

들이 시장에 득실거릴수록 시장은 되사기와 되팔기 같은 투기적 행위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욱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

Ⅳ. 경제학원론의 기본 방향

1. 시장경제 원리 규명과 이의 교육이 핵심이다.

경제학원론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원리를 교육시키는 데 최고의 가치를 두어

야 한다. 시장은 부족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해 인간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하나의 질서이다. 시장 외에도 부족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 방법들 하나하나가 바로 제도이다. 인간은 오래 전부터 풍요롭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꿈을 루소와 플라톤 그리고 생시몽이나 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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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스와 같은 현인들로부터 꾸어 왔다. 지금도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학자

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꾸리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들이 그리는

세계는 모두 부족한 자원의 배분의 방법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모든 학문의 대상

과 그것의 교육은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으며 헨젤

(Hensel, 1965: 5)이 말하였듯이 그 주제로부터 벗어나면 학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경제학원론에는 부족한 자원을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수록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다. 한 경제질서의 운영과 기

능 그리고 원리들을 설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이 교육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원화라는 이름으로 그 원리와 기능에서 일관되지 못하고 상충되는 내용

을 백화점 식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되면 오히려 세상을 보는 눈을 흐리게 하고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경제질서의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오늘날

한, 두 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기본 경제질서로 채택하고 있

다. 그것은 시장경제가 제도 경쟁에서 다른 여러 제도들에 비해 우월했음을 의미한

다. 따라서 경제학원론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짜이는 것은 당연

하다. 각국의 특수하고 고유한 경제현실을 반영한 경제학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은 적어도 경제학원론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교육은 최

소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터득한 후 상급 과정에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이다. 이 점

에서 선행연구에서 지적한 이준구, 김병주의 한국적 경제학과 김영용의 제도주의

경제학의 도입은 경제학원론의 내용으로서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2. 인간 행위가 중점 내용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존 경제학원론이 시장경제를 충실히 그리고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가? 시장경제는 각자의 경제행위 속에서 자발적으로 형성된 경제질서이다. 그

러므로 경제학원론이 시장경제 원리의 규명과 이의 교육이 핵심이라면, 그 내용은

먼저 인간 행동의 원리에 그 바탕을 두어야 한다. 시장경제가 자발적으로 형성된

질서라는 것은 그것이 현실의 환경과 인간의 행동 원리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원론의 내용은 시장경제를 통해 개인의 행위가 사회 전체와의 조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밝히고 그것을 교육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지

전능하며 객관적 합리성을 지닌 인간이 최적의 균형을 찾는 현재의 경제학원론의

Page 15: 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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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현실의 인간 행위의 모습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론은학생들에게 무료

함과 식상함을 주기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국민경제를 분야별, 기능별, 그리고 몇

가지 가격 변수만을 갖고 설명하는 지금의 케인스 식 거시경제학 부분은 그것이 인

간 행위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원론에

거시경제학을 다루어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논하기로 한다.

현재의 경제학원론도 마샬과 왈라스의 틀을 빌려 엄격한 가정 속에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수미일관되게 설명하고자 한다. 원론은 모든 재화와 용역의 시장이 존재하

고 이들이 모두 시장을 통해 거래된다면, 완전경쟁 시장 하에서 효용과 이윤을 극

대화하고자 하는 대표 인간의 경제행위는 사회 전체를 파레토 최적 상태에 이르도

록 함을 화려하게 보여준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현실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는 경제학원론

을 10년 넘게 가르치면서 많은 학생들이 시장경제의 원리와 그 역동성을 전혀 이해

하지 못한 채 그것의 기술적인 내용들 몇몇만 암기한 채 거기에 머무르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시장경제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정확히 대답하는 학생은 드물

었다. 물론 학생들의 지적 수준 차이도 있겠지만 이것은 국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이런 결과는 바로 사람들에 의해 어우러지

는 시장경제 질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들의 놀이터를 설명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원론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 질서에 적응하고 개발하는 힘

을 길러주는 데 초점이 맞추어 져야 한다.

특히 오늘날 정보전달이 과거의 수직적 전달체계에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

크 경제체계의 수평적 전달체계로 바뀌었다. 이 결과 정보량은 폭발적으로 증대하

였고 이 속에서 개인 중심의 판단과 선택 그리고 이의 책임은 더욱 중요해졌다. 경

제 규모가 커지고 정보량의 폭발적 증대는 시장경제 질서 속에서 인간 각자의 행위

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규명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이에 대한 교육이야말로 대

학생들이 학교에서 습득하고 사회에 나가야 할 필수적인 내용이다. 따라서 현대 경

제의 전개는 경제학원론이 개인의 경제행위에 더욱 초점을 맞추어야 함을 요구한

다4).

4) 조순․정운찬․전성인․김영식의 경제학원론에는 미시경제학의 최근 동향으로 행동경제학을 소개

하고 있다. 그 소개는 한 장의 소주제로 다루고 있어서 그것이 결코 경제학원론의 중심이 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오스트리안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행동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심리학에 더

가까운 것이다(조순, 정운찬, 전성인, 김영식, 2009: 458∼464).

Page 16: 현행 경제학원론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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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열린 경제 속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설명해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서 가장 흔한 불만이 미시경제학이 모델에 의해 지나치게

추상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이 나와 나의 미래 직업과 관련하여 어떤 의미

도 찾지 못하겠다고 한다. 단지 학자들의 논리적 유희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신랄한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교육자라 하면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진정으로 이것

이 학생을 위한 학문인지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현재의 미시경제학의 모델은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만들어진 닫힌 세계(closed

system)를 전제하고 있다. 주어진 전제조건들 하에서 최적화와 균형 개념을 유도한

다. 이것은 내적 일관성만 유지하면 된다. 하이에크가 지적했듯이 이 모델에서는 이

미 주어진 조건들에서 그 결론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가르침은 동의반복어

(tautology)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가 강단에서 이론의 완결성의 놀라움을 배우며

가르치고 있을 뿐이지, 그것이 함축하는 인간의 행동 패턴을 설명해주고 그 원리를

현실에서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과 이와 관련된 인간 사이의 조정과 협력에 관해서

그것은 어떤 답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민경국, 2009). 맨큐의 경제학원론은 이 문

제를 의식해서인지 그것을 축소하거나 책의 끝부분에 다루고 있다5).

닫힌 세계는 바깥 세계와의 교감이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래서 급속히 변모하

는 현대시장경제의 핵심을 설명을 하는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 교육의

핵심은 간단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각 개인은 적응과 개발을 통해 시장경제 자체

를 역동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현행 경제학원론의 내용에는 내적 모델과 외적 조건들과의 교감이 차

단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혁신적이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 모습과 이

로부터의 진정한 시장경제의 모습을 전혀 그려내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시장경제의 참모습을 그리기 위해서는 열린 세계를 전제해

야만 하고 그 속에서의 인간 행동원리의 규명은 자연스럽게 시장의 역동성과 혁신

적인 모습을 담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대학생들에게 시장의 올바른 모습을 전달

해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에 진출할 때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서 시

장에 임해야 하는지를 제시해줄 수 있다. 이를 위한 경제학원론의 내용은 균형으로

5) 맨큐는 소비자 행동이론을 미시경제학의 마지막 부분인 7부에서 다루고 있다(Mankiew,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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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하는 경로와 그 균형이 깨어지는 과정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은 시간을

핵심 변수로 고려해 넣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경제학원론은 시간의 문제를 전

혀 고려해 넣고 있지 않다. 시간의 고려는 결국 경쟁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

를 어떻게 경제학원론에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자유로운 경쟁은 시장

경제의 필수 전제조건이면서 그것을 작동하게 하고 그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원동

력이다. 경제학원론은 이런 경쟁의 과정을 충분하고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못하다. 경제학원론을 배운 학생들의 머리 속에는 경쟁의 목표상으로 완전

경쟁을 그리고 있을 뿐이다. 완전경쟁 시장의 조건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결코 우리

가 생각하는 경쟁의 모습이 아니며 경쟁의 과정과는 전혀 무관하다. 그것은 이 세

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경쟁이 없는 상태이다. 세상에 나서는 학생들에게 치열한

현장의 경쟁이 아니라 저 세상의 일을 가르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물론 그것

이 논의의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틀에서 머무는 한 여전히 세상의 실제

경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매 한가지이다.

4. 가설의 현실성이 그것의 비현실적 가정을 정당화 해주지 못한다.

신고전학파를 신봉하면서 자유 시장경제를 설파하는 경제학자들 중에는 더러 정

부의 큰형(big-brother) 역할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신고전학파의 이론에는 정

부보다 훨씬 강력한 초거대 큰형(trans-super big-brother)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

지 못한다. 현행 경제학원론은 신고전학파의 많은 이론들을 담고 있다. 이들 이론들

은 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경제인을 전제로 해서 최적화와 균형의 개념을 통해 유도

된 것들이다. 신고전학파 내에서도 최적화와 균형의 개념에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

나, 이들 비판의 해소 역시 여전히 최적화와 균형의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현행 경제학원론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초거대 큰형인 전지전능한 경제인이 만들어

낸 세상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 마치 정부가 국민의 공복으로서 시장의 문제를 해

결해주는 큰형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는 믿음을 가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비현실적 가정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은 이에 의해 유도된 가설이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는 이유뿐이다. 그렇다면 자체적으로 전혀 현실적이지 못한 가정을 갖고

이론의 전개 과정을 장황하게 도입하기 보다는 현실의 모습을 그냥 가설로 제시하

는 것이 좀 더 솔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가설을 현행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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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학원론은 한계효용균등의 원리, 무차별곡선, 또는 현시선호이론 등을 통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으나, 이들 이론들이 잘못된 가정 하에 출발할 수밖

에 없다면, 간단히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늘어

난다고 가설을 세우는 것이 비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유도된 가설보다 더 비과학적

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주어진 전제 조건 하에서 단지 이론의 전개 과정만이 논리적이고 완결성을 갖추

었다고 해서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물론 사회 과학은 자연 과학처럼 실험을 하기 위한 조건을 갖추기 어려우며, 자연

과학에서도 진공 상태와 같은 비현실적인 상태에서 실험을 행한다. 자연 과학은 진

공 상태의 환경을 인간이 실제로 실험실에서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가설 유도의

시작을 진공 상태라는 비현실적인 환경을 전제로 하여 조금씩 그 조건을 완화하면

서 가설을 수립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인간이 그것을 조금씩 완화해가면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전지전능한 중개인과 합리적 경제인

을 가정하는 것은 결코 과학적이지 못하다. 사회과학은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과

그 결과를 다루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사람이 분석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경제

학의 분석 대상은 인간의 놀이터가 되어야지 결코 신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

다.

5. 학생들에게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유용한 내용이어야 한다.

아담 스미스(A. Smith)는 글래스고우 대학교에서 1751년 그의 생애 첫 강의를 맡

았다. 그 때 스미스가 맡은 과목은 논리학 강좌였다. 밀러(J. Miller)와 스튜어트(D.

Stewart)에 따르면 그의 논리학 첫 강좌는 다음과 같은 각오와 마음가짐으로 진행

되었다. “스미스 씨는 전임자들이 행한 강의계획에서 대부분 탈피하여 형이상학이

나 논리 위주의 수업 방식보다 학생들의 관심을 더욱 유발시킬 수 있는 유용한 내

용을 가르쳐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A. Smith, 2002: 5-6).”

오늘날 경제학자로서 우리 모두는 경제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아담 스미스의 첫

강좌에서 다짐한 그의 각오를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경제학원론이 학생들을 대

상으로 한 것이라면 그들에게 유익하고 유용한 내용으로 짜여야 한다. 단지 좀 더

쉬운 서술과 삽화와 현실 사례의 제시와 같은 외형적인 모습의 개선만을 통해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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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에게 겉모습만 매력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은 근본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것일 뿐이

다.

학생들에게 유익하려면 학생들이 현장에서 매일 행하는 행위들이 현실적으로 설

명될 수 있도록 모델과 수학에 치우친 내용을 지양하고 그 가정들이 현실의 모습에

서 크게 괘리 되지 말아야 한다. 닫힌 세계에서의 동의반복어적인 개념의 강좌는

오캄의 면도날(Ocam's Razor)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다.

6. 내용은 일관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경제학원론이 학설사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그 내용은 서로 모순되지 말아야 한

다. 원론은 가치를 주관적인 가치로서 측정될 수 없고 개인 간 비교될 수도 없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경제학원론은 이를 일관되게 다루고 있지 못하다. 소비자 이론에

서 선택을 설명하기 위한 무차별곡선 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무차별곡선 지도는 서

수적 순위를 말한다고 자랑하지만(조순, 2009: 106∼133; Mankiew, 2005: 522∼545),

한 상품 군과 다른 상품 군의 만족이 똑 같다는 것은 인간 행위에는 있을 수 없다.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어떤 경우에도 우선순위가 매겨질 수밖에 없음은 명백하다.

무차별적인 마음의 연구는 단지 심리학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일 뿐이다. 경제학은

행위의 결과를 갖고 연역적으로 추론하는 학문이다. 모든 선택 대상은 동점 없이

서수적으로 순위를 매길 수밖에 없다. 특히 무한히 많은 상품 군을 부드러운 선으

로 연결하여 이 위에 있는 모든 점들은 동일한 만족을 준다는 것은 가치는 주관적

이라는 정의에 너무도 배치된다(Rothbard, 1993: 265∼268).

뿐만 아니라 가치에 관한 비 일관적인 내용은 생산자 이론에서도 발견된다. 기회

비용은 ‘무엇을 얻기 위해 포기한 것들 중 가장 큰 만족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Mankiew, 2005: 7, 62; 조순, 정운찬, 전성인, 김영식, 2009: 17) 즉 차선책의 가

치로 정의된다. 그렇다면 차선책이 없는 즉 다른 용도로 전혀 사용될 수 없는 것이

라면, 그것의 가치는 0이 된다. 그런데 생산자 이론에서 기간을 단기와 장기로 구분

하고서 비용을 단기비용과 장기비용으로 나눈다. 이 때 단기는 노동을 제외한 다른

생산요소의 변경이 불가능한 기간을 말하며 장기는 모든 생산요소들의 변경 가능

기간을 말한다. 이것은 단기에서는 노동을 제외하고는 모든 다른 생산요소들이 차

선책으로 사용될 곳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회비용의 정의에 따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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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생산요소들의 가치는 0이 되어야 한다. 즉 이들의 단기비용은 0인 것이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교과서는 단기에 가변비용과 고정비용으로 나누고서 고정된

(변경 불가능한) 요소들의 비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설명한다(조순, 정운찬, 전성인,

2009: 187∼ ; Mankiew, 2005: 314∼). 분명 기회비용 정의에 반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일어나는 문제이다. 우리는 수요곡선과 공급곡

선을 한 그림에 담아 시장의 균형을 설명한다. 그런데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유도

되는 과정을 본다면 각각의 유도에서 고려되는 시간의 길이는 분명 다름을 발견하

게 된다. 수요곡선의 유도에는 시간의 문제를 도입할 필요가 없지만, 공급곡선의 유

도에서는 시간의 개념을 도입한다. 단기와 장기의 공급곡선은 분명 다른 형태를 갖

고 있다. 이를 한 그림에 동일하게 놓고 시장의 균형을 찾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

지를 안고 있다. 수요곡선은 주어진 가격에 즉각적인 자신의 선호를 반영하고 있지

만, 공급곡선은 생산이라는 과정을 전제로 하여 유도된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

다. 수요곡선과 시간적 일치를 위해서는 이미 생산된 제품의 재고만을 대상으로 하

여 공급곡선의 개념을 유도해야 한다.

비 일관적인 내용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이 거시경제학 부분이다. 물론 거시경

제학이 아직 정형화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거시경제

학의 방법론적 문제와 그것의 핵심 패러다임인 케인스 경제학의 유용성과 오용 가

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장을 마련하여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Ⅴ. 거시경제학의 방법론적 문제와 케인스 경제학의 유용

성 및 오용 가능성

1. 나무와 숲의 비유

우리는 많은 경우 그럴 듯한 논리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대표적

인 것이 나무를 다루는 기술과 숲을 관리하는 기술은 다르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분석 방법을 달리하려고 하는 시도다. 미시경제학은 외

형적으로는 개인과 유사한 기본 조직단위인 가계와 기업을 분석 대상으로 삼지만

거시경제학은 이와는 무관하게 기술적인 통계 부문을 갖고 국민경제를 크게 몇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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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으로 나누어서 그것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그것은 인간 행위와는 무관하거나

심지어 배치되기도 한다.

나무와 숲은 그 대상이 분명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다루는 기술도 분명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나무의 생육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나무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관심 대상이 나무이며, 그 나무의 생육에 관심을 가질

뿐이다. 만약 인간의 관심 대상이 숲이라면, 우리의 관심은 숲 전체를 구성하는 나

무의 종류와 분포 등에 관한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나무와 숲의 관계는 우리가

나무의 생육에 관한 기술이 자동차 생산의 기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과 아무런 차

이가 없다. 우리의 관심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무도 될 수 있고, 숲도 될 수 있

으며, 자동차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무가 어우러져 숲이 되는 것처럼 개별 인간이

모여 국가가 된다고 하여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의 논리가 달라야 한다는 것은

견강부회이다.

경제학은 ‘경제주체가 펼치는 경제활동과 이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을 고찰의

대상으로 삼는 학문(조순, 정운찬, 전성인, 김영식, 2009: 8),’ ‘사람들이 자원배분에

관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를 연구하는 학문(Mankiew, 2005: 4)’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경제학의 대상은 인간의 경제행위가 그 중심에 있다. 경제

학은 인간이 그 주체인 인간 그 자체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 인간이 모여

국가가 된다고 하여도 그 분석의 대상과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는 인간에 두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무와 숲은 모두 인간의 객체이기 때문에, 분석의 시작과 그

과정이 달라도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경제학의 대상은 환경 변화에 치열

하게 적응하면서 상호 의존적인 인간들의 사회이기 때문에 인간을 떠난 국가를 하

나의 객체인 물적 대상으로 간주하고서 분석할 수 없다. 그 결과는 미시경제학에서

신의 세상을 다루었던 것과 같이 지극히 오도된 세상의 모습을 이끌어 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경제학자들이 거시경제학도 미시경제학의 기반

위에서 체계화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Janssen, 1993: viiii).

사실방법론 측면에서 거시경제학의 가장 크고 오랜 논쟁거리는 거시경제학이 미

시경제학적인 기반을 두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미시와 거시 그 자체

의 구분도 명확한 것도 아니다. 미시경제학이 인간 행위 분석에 기반을 둔다면 가

격 및 시장, 분배, 더 나아가 일반 균형 분석을 미시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일반 균형 분석은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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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그러나 이들 문제들은 인간 행위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미

시경제학의 범주에 포함하여도 논리의 일관성 문제는 없다.

사실 케인스의 일반 이론이 등장하기까지는 경제학에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았다. 그러나 케인스는 소비, 투자, 저축, 정부지출, 수출, 수

입, 물가, 국민소득, 이자율, 환율과 같은 몇 개의 변수들의 관계 속에서 국민경제

전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틀을 마련하였다. 실로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임에 틀림

이 없다. 국민경제가 살아 있는 주제로 남아 있기 위해서는 분석의 관점을 미시적

의사결정의 집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클릭(V. Click)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

가 있다(Cohn, 2007: 71). 그러나 케인스의 거시경제 분석 틀이 인간 행위를 분석의

시작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 외에도, 그것이 유효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전

제되어야 할 것은 그가 다루고 있는 변수들 간의 관계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

다.

2. 거시경제 변수의 안정성

루카스가 1976년에 이미 지적하였듯이 거시경제변수와 그것들의 관계는 결코 안

정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개인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정

부나 타인들의 반응이 어떠한지를 미리 예측하고서 그것을 자신의 의사결정에 반영

하기 때문이다(Janssen, 1993: x). 특히 케인지안들의 시작과 끝은 단지 소비뿐이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의 처방책도 소비 진작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

러면서 저축률이 높을수록 판매액을 감소시켜 위기를 더 심화시킨다고 한다. 케인

스의 이런 주장과 정책 처방이 타당하기 위해서는 소비함수의 안정이 무엇보다 전

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정부지출의 증대에 의한 소득 상승이 소비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그것이 다시 소비로 연결되어 케인스가 말하는

승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 행동을 조금이라도 관찰하면 그 관계는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다. 라

이스만은 소비의 승수효과를 매우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

(MPC)이 0.75라고 해서 10,000원을 소비자의 주머니에 집어주면 그것이

× = 40,000원의 승수 효과를 내느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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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sman, 2009. 2. 256)). 만원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소비자가 신발을 만원 주고

사면 소매상의 판매자는 만원 중 7,500원을 다른 소비재를 구입하는 데 사용되어야

하고 그 7,500원을 받은 사람이 또 다시 5,625원을 소비재 구입을 위해 지출해야 하

며, 이런 과정이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위

한 저축이라든지 생산적인 용도로 지출한다면 이 연쇄 과정은 축소되고 만다. 특히

경제위기 시에는 이 가능성이 아주 높다. 경제주체들은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주머

니에 들어오는 돈을 소비하기보다 저축할 가능성이 무엇보다 높기 때문이다. 라크

웰은 ‘돌’을 ‘빵’으로 만드는 승수효과는 없다고 단언한다(Rockwell, 2009. 2. 27).

게다가 소비 진작은 일회용품적인 소비재가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와 같은

내구 소비재에서 일어나야 경제위기 극복의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

보다 저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라이스만은 소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먼저

소비자들이 저축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냉장고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백만 원

이 넘는 돈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은 저축 행위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

문이다. 무엇보다 소비 진작 정책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침해하여 장기적으로 경

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원을 저축-투자자로부터 빼앗아 소비자

에게 주는 것은 만원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isman, 2009. 2. 25). 그런데 문

제는 이런 잘못된 처방에 의한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에 의한 손실은 대부분 드러나

지 않는다는 데 있다(Rockwell, 2009. 2. 27). 이런 이유 때문에, 정책이 실패하더라

도 이의 집행에 관여한 정치가나 관료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들은 경제적 논

리가 아니라 정치적 논리로 예산 확대를 통해 권력을 강화해주는 케인지안의 처방

을 선호하고 열광한다.

라스바드는 케인지언들이 가정하는 안정적인 소비함수를 인간의 행동 양식에 비

추어 강력히 비판하고 있으며, 특히 승수의 개념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한다

(Rothbard, 1993: 752∼759).

케인스의 틀이 유용하기 위해서는 소비함수 못지않게 투자함수도 안정적이어야

한다. 케인지안들은 이자율을 유동성 선호 관점에서 바라본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6) Ludwig von Mises Institute 인터넷 사이트의 Mises Daily에 게재된 논문이라 페이지를 명시할 수

없음. 아래의 L. h. Rockwell; D. French; M. Pollaro도 마찬가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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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이 떨어지고 투자가 촉진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통화량 변동의 전

달 경로는 대체로 통화량 변동 → 이자율 변동 → 투자 변동이다. 그래서 위기 극

복을 위해 의도적인 낮은 금리의 지속을 정책 대안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의도적인

낮은 금리는 경제주체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잘못된 투자로 이끌기 때문

에, 정책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매우 우려되며 급기야 경제위기로 이끈다. 케인스가

말하는 투자함수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안들은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을 저축 확대가 아니라 신용 확대에 의한

거품 조성에 있으며 거품은 허술한 은행 시스템에 의해 더욱 부풀어지고, 거품은

바로 그 허술한 시스템에 의해 터진다고 보고 있다(전용덕, 2009. 5. 25: 2 ; 김이석,

2008. 11. 28: 4∼7). 최근의 세계경제위기 역시 이러한 과정에 의해 촉발되었다. 이

들은 신용 확대에 의한 거품의 배후를 낮은 정책 금리에서 찾는다. 이들은 케인지

안들이 보는 통화량 변동의 단순한 전달경로를 믿지 않는다(Polaro, 2009. 3. 18: 3

∼8). 의도적인 통화량 변동은 단지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잘못된 경제행위로 이끌

뿐이라고 본다.

라스바드는 케인지안의 통화량 전달경로에 이론적으로 섬세하게 반박하고 있다.

그는 케인즈의 통화량 변화에 의한 이자율의 변화 그리고 투자에 대한 영향의 메카

니즘을 부정한다. 그는 이자율이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선호의 변

화가 소비-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Rothbard, 1993: 751∼752).

3. 세상 설계자와 이를 이용하는 자들을 위한 케인스 경제학

케인스의 경제학이 학생들의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경제학적인 사고를 배양하기

위한 학문으로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그것은 국민경제를 조망하고 이를 관리, 감

독하고 조절하고자하는 욕심을 갖는 정치가나 관료 그리고 이러한 정치-경제적인

관심을 갖고 이를 선제적인 투자로 이득을 올리려는 사람들에게만 적합하다. 물론

모든 개인들이 정치가와 관료들의 대응을 예측하고 이를 선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라면 케인스의 경제학의 습득은 중요하다. 정부의 크기가 관료와 정치가의 습성

상 결코 작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케인스

이론의 습득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케인스 이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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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것은 정부의 대응 논리를 가르치고 개별 경제주체로서 정책 추진 과정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논리를 가르쳐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제 위기의 근원지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있다. 경제 위

기는 대체로 두 방향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지역 균형 개발과 서민 보호 정책과 같

이 사회적이고 평등주의적 정책들에 의한 도덕적 해이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낮은

금리에 의한 과오 투자와 유동성 증가에 의한 전반적인 과소비로 인한 물가상승이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다(전용덕, 2009. 5. 25: 2∼3 ; 김이석, 2008. 11.28: 4∼7).

최근의 경제 위기 뿐만 아니라 1920년대의 대공황도 마찬가지이다(Rothbard, 1993:

186∼193; 프리드만, 2003, 110∼124 ; 2005, 25∼27 ; Rockwell, 2009. 2. 27; 민경국,

2008. 6. 18: 9∼15 ; French, 2009. 3. 26 ; Kydland, 2009. 4. 25).

서민 및 균형 정책과 낮은 금리는 대체로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추진된다. 정치적인 논리에 민감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경제주체들은 이들 정

책 추진에서 이득을 추구해 낸다. 정책에는 항상 독점적 지대의 여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경제에 잘 적응하고 개발해내는 자들은 지속적으로 부를 확

대해 나가는 반면 그렇지 못한 자들은 제자리에 머물게 되기 마련이다. 아니 이들

은 물가상승과 정책의 차별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재산 가치의 하락을 감수해야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경제 위기를 저질러 놓은 정부가 다시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경제 위기를 초래한 정책들을 처방으로 내놓는

다는 점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중과 여론들은 정부의 위기 구원 정책에 지

지를 보낸다는 점이다. 위기에 봉착한 자들에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경제 환경의 변화와 정부의 대응에 익숙한 자들은 이미 위기가 닥쳤을

때 정부 정책 방향을 파악하고서 자신의 투자처를 선제적으로 찾아 나서면서 다시

부를 키워나갈 기회를 포착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잠시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지

만 결국은 이들의 대응에 의해 무력화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부익부, 빈익빈은 그 누구도

아니고 바로 정부가 조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시경제학은 학문으로서의 진실을

가르치기 보다는 정부 관료와 정치가들의 정책 기술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가르

치는 것에 불과하다. 케인스 식 거시경제학은 현실 경제의 진단과 처방에 있어서

시장경제의 원리를 왜곡하고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그것의 내용은 시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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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 원리와 무관하다.

Ⅵ. 결론

한국의 경제학 교육은 지난 50년 간 기존의 교육 내용에 대해 간간이 비판의 목

소리는 나왔으나 큰 줄기에는 어떤 변함없이 진행되어 왔다. 간간이 나온 비판의

목소리도 경제학원론의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고 그 목소리도 그

다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의 내용 개선과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외형

적인 모습의 변화나 강의 기법에 약간의 개선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제학에 흥미를 잃어갔다. 본 연구는 이런 문제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취지에 적합한 경제학 사조가 미제스와 하이에크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안

학파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먼저 인간행위를 분석의 기본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열

린 세상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에크는 열린 세상과 함께 인간의

지식은 완전하지 않음을 전제로 하여 지식의 문제가 시장경제 이론의 핵심이 되어

야 함을 밝히고 있다. 오스트리안 학파의 정신에 비추어 현행 경제학원론의 기본방

향이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경제학원론의 핵심은 시장경제 원리의 규명이 되어

야 한다. 둘째, 모든 내용은 인간 행위에 그 근본을 두어야 한다. 셋째, 시장경제 원

리의 설명이 살아 있는 내용으로 짜이기 위해서는 열린 경제를 전제로 해야 한다.

넷째, 경제학원론의 내용은 일관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다섯째, 이론이 현실을 설

명해준다고 하여, 그것을 위한 비현실적 가정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끝으로 케인스 패러다임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거시경제학이 경제학원론에 반드

시 담겨야 하는지를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거시경제학의 도입을 나무와 숲의

비유로 그 정당성을 찾으려 하나 그것은 견강부회의 비유이며, 그것은 인간 행위에

서 출발하는 미시경제학적 내용과 논리 전개에서 일관성을 결여할 수밖에 없다. 게

다가 케인스의 거시경제학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그의 거시경제 변수가 안정적이어

야 하나 오스트리안들은 소비함수와 투자함수가 결코 안정적이지 않음을 밝히고 있

다. 게다가 국민경제를 몇 가지의 거시경제 변수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국민경제의

관리와 통제를 필요로 하는 정치가 및 관료들과 정부 정책을 미리 예견하고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개인에게나 필요한 학문이다. 시장경제는 인간 상호 간의 교류에

의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경제질서이다. 경제학원론 내용의 기본방향은 시장경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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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인간 행위와는 무관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케

인스 식 거시경제학은 경제학원론에 담지 않는 것이 경제학원론의 취지에 맞다.

최근 탈러와 선스타인의 저서 ‘넛지(Nudge)'가 국내외적으로 베스트셀러로서 인

기를 얻고 있다(Thaler and Sunstein, 2009).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정부의 시장 개

입을 은근히 정당화해주는 간교한 면을 엿보게 하며 탈러가 행동 경제학자이기보다

는 행동 심리학자에 더 가깝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와

간섭의 은밀한 타협을 보여주고 있고, 정부의 친 시장 개입이 어떤 방식이어야 하

는지를 제시하고 있어서 미국이나 영국, 호주 그리고 한국의 지도자에게 큰 관심을

끈 책이다. 필자에게 이 책이 흥미를 끈 것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실제

의 인간 모습을 전제로 하면서 그의 생각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한 이유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경제학원론이

실제의 인간 행위에 바탕을 두는 내용으로 체계화해야 학생들에게 유용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이 글이 한국의 경제학 교육에 대한 공론의 장의 계기가 되기를 바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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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itical Review of the 'Principles of Economics'

for its total Revision

J.Y. Bae

This paper examines critically the contents of current 'principles of economics'

and with the help of the paradigms of 'Austrian School' puts forward the basic

directions in which its contents should be organized. The students should feel

that economics is useful to them so that they are interested in it. To fulfill this

aim its contents should be written in the following directions. First, Its core

contents should be dedicated to presenting the functions of market economy and

its principles. Second, They should base on the foundation to explain actions of

human beings, Third, a theory should be structured not on assumptions of a

closed model but on an open one. It allows students to approach a more realistic

world. Even if a theory can explain the real world, its unreal and strong

assumptions are not justified. Fourth, they should be written consistently from

the beginning of the book to the end.

If the fundamental object of economics is to cognize the economic actions

ofindividuals, it needs to be rebuked that macro-economics which is built on the

Keynsian thoughts should be included in the 'principles of economics'. Above all

the macro-variables such as consumption and investment must be stable in their

functions so that the Keynsian model is able to explain a real national economy.

But since they are never stable according to the Austrian economists, we can

not trust the usefulness and feasibility of the model. In addition, the national

scoped analysis is needed to the politicians and officials who are willing to

restructure a national economy and as its results to control individuals, and to

the financial experts who will make use of every economic policy. Today's

students tend to show more interests in developing and improving their own

lives than in understanding the circulation process of a national economy and 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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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erminants. We must always keep in mind what Adam Smith said in his first

lecture: "The lecture should be useful for the students".

Key Words: Principles of Economics, Market Economy, Austrian School,

Macro-Econo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