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무릎 꿇은 나무

예수회 후원회

무릎 꿇은 나무

초판 1쇄 발행 2011년 5월 9일

지 은 이 장영희

펴 낸 곳 예수회 후원회

펴 낸 이 정규한

책임편집 윤현숙

교 정 강동준

디 자 인 손지현

출판대행 마리페이퍼

등 록 제321-2010-000173호 2010년 8월 26일

주 소 서울 서초구 방배1동 927-16 2층

전 화 010-2230-2990

이 메 일 [email protected]

http://mariepaper.blog.me

Ⓒ 예수회 후원회, 2011

값 7,000원

ISBN 978-89-965034-1-5 02040

*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장영희 지음 | 김점선 그림

나무

무릎 꿇은

4 무릎 꿇은 나무 추천사 5

『무릎 꿇은 나무』의 출간을 함께기뻐합니다

지난해 개봉한 이태석 신부님의 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 는 무심한 일상에 지쳐있던 우리영혼

을 정화시켜 준 단비 같은 영화였습니다 모래바람 서걱거

리는 건조한 영혼에 사랑의비를 듬뿍 내려 주었고 우린 무

방비 상태로 흠뻑 젖었습니다 지금도 그 영화를 생각하면

눈물이납니다

고 이태석신부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환자 병동에 레지나라는 환자가 있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다 떨어져 나간 말기 환자입니다 가진 거라고는

저주받은 병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항상 행복합니다

작은 것에 고마워하고 항상 즐겁게 삽니다 다른 환자들과

잘 어울리고 그들을 보살피려 합니다 레지나에게서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밝은 웃음과 이 신부님의 글에서 만난

레지나라는 여인의 행복한 얼굴에 장영희 교수의 환한 웃

음이 겹쳐집니다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으로 투병을 하던

모습은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떠나기 한 달 전쯤 제가 마지

막 병문안을 갔을 때입니다 비록 황달기 가득한 얼굴이었

지만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어

떻게저런 밝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지내심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울지 마 톤즈 를 보면서 뇌리에 꽂혔던 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극심한 고통의 암 투병 중임에도 환하

게 웃던 신부님의 얼굴입니다 장영희 교수가 마지막으로

보여 준 그 웃음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무엇이 어떤

힘이 그 지독한 고통 중에 있던 그들을 저렇게 환한 미소

를 짓게 했을까요

부활이신 예수님을 미리 만났기 때문일까요 아님 이미

부활을 체험했기때문일까요

이 책의 ‘내게 아주 특별한 부활이야기’라는 글에서 보

면 장영희 교수는 어린 시절 좋아하던 테레사 수녀님이 깨

진 화병을 본드로 감쪽같이 붙여 놓고는 예수님처럼 이 꽃

병도 부활했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며 “깨어져서 망가

져서 생명이 없어졌지만 다시 온전하게 된 것이 바로 부활

이에요”라고 했던 그 부활의 의미를 투병의 과정에서 직접

경험하였다고 고백합니다

“사람들은 암 투병은 고통스럽고 비참한 것으로 생각

한다 그리고 내가 겪어 보니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래도

추천사

추천사 7

깊어진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어

느 분은 후원회지에 실린 장영희 교수의 글을 읽는 낙으로

살았는데 이제는 그 낙이 없어졌다고 안타까워하던 분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장영희 교수의 유고집『무릎 꿇은

나무』가 다시 삶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

아서 한없이기쁩니다

‘예수님 부활’의 진정한 의미는 예수님이 눈에 보이는 모

습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 삶에 위로와

힘을 주시고 우리 안에 살아 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

수님이 남기신 말씀에서 큰 위로와 힘을 얻습니다 물론 부

활하신 예수님은 성체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위로와 힘을

주십니다 그렇다고 장영희 교수가 예수님은 아닙니다 허나

우리는 그녀가 남긴 글을 통해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삶

의 용기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배웠습니다

이 책으로 다시 부활한 장영희 마리아는 행복한 사람

이었고 우리는 그녀와 함께 행복합니다

2011년 5월

류해욱 신부

이제 돌이켜 보면 나는 투병 기간에 바로 오래 전 테레사

수녀님이 말씀하셨던 ‘부활’의 마음을 배웠다 생명의 소중

함을 배우고 내가 아프니 남의 아픔까지도 이해하고 위로

할 줄 아는 마음 내 곁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나는 배웠다”

이제 새로 ‘부활’하여 일상으로 복귀하는 기쁨을 나누

고 있다고 찬란한 봄빛 속에 빛나는 산만큼 들만큼 하늘

만큼 큰 희망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다시 만난다고 했던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 2년은 진정 부활을 체험한 삶이었지

싶습니다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던 장영희 교수

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장영희 교수 서거

2주기를 맞으며 예수회 후원회에서는 장영희 교수가 생전

에 예수회 후원회지에 기고했던 보석처럼 빛나던 글을 모아

『무릎 꿇은 나무』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 출판하게 되었

습니다 육신은 이미 하느님께로 돌아갔지만 영혼은 책으

로 거듭나서새롭게 부활의기쁨을 누리게되었습니다

예수회의 많은 후원회원들은 장영희 교수의 글에서 큰

위로를 받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장영희 교수

가 우리 곁을 떠나기얼마 전부터 더 이상 후원회지에 글을

실을 수 없게 되자 많은 후원회원들은 장영희 교수의 병이

6 무릎 꿇은 나무

2 희망을 말하다

마음이 최고잖아요 48

콩알만큼의 희망 52

토니 57

천사를 찾습니다 62

가을 차 조리법 67

돈과 사랑 72

무릎 꿇은 나무 77

위대한 순간 82

행복의 교훈 87

나의 연구년 92

차례

추천사『무릎 꿇은 나무』의 출간을 함께 기뻐합니다 4

1 신앙

붙어 가는 신앙 12

하느님과 멋진 춤을 16

마이클의 크리스마스 22

내게 아주 특별한 부활 이야기 26

오늘 미사 후기 30

너는 누구냐? 34

Who, Me?누구요, 저 말이에요? 38

예수님 뒷모습 42

3 인간 장영희

너만이 너다 100

못 말리는 내 상상력 104

침묵과 말 110

스물과 쉰 116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121

가을 단상 125

백혈구의 사랑 이야기 131

만약에 136

뼈만 추리면 산다 141

10 11

1

신 앙

언젠가는 훨훨 날아 주님 은총에 보답하는

당당한 주님의 딸 되게 하소서

13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입한 우리 학교 여교수 레지오

‘기쁨의 샘’에서도 나는 그저 대충 그야말로 무늬만 단원이

다 매주 각자의 선행 봉사 묵주기도 등의 실적을 보고하

게 되어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선행과 봉사는

한 게 없고 묵주기도는 다른 선생님들은 삼십 단은 기본이

고 오십 단 백 단을 보고하시지만 나는 매번 기어들어 가

는 목소리로 기껏해야 대여섯 단을 보고한다

그럴 때마다 다음 주는 기필코 적어도 십 단은 해 와야

지 마음먹어 보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운동할 때 운전할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등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보라

고 다른 선생님들이 충고해 주시지만 게으른 나는 운동은

아예 하지 않고 운전할 때는 창밖 구경하느라고 성모님은

잊어버린다 또 워낙 성질이 급한 나는 누구를 기다릴 때너

무 초조하고 불안해서 기도하는 것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나름대로 잠자기전 평온할 때 진정내 마음 다해 성모님께

기도 바쳐야지 야심차게 계획해 보지만 침대에 앉아 묵주

기도를 시작해서 채 일 단이 끝나기도 전에 내 머리는 어느

새베개 쪽으로 떨어진다

각 레지오 단체가 바친 묵주기도 수와 선행 기록은 본

부에 올라간다는데 그러니 나 때문에 우리 레지오의 점수

가 깎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다른 단원들이 열심히 하니

붙어 가는 신앙


벌써 두 시간째…… 예수회 후원회에서 발행하는 소식

지『이냐시오의 벗들』에 들어갈 원고 소재가 생각 안 난

다 새로 시작하는 칼럼이니만큼 최대제 신부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그런 멋지고 감명 깊은 글을 쓰고 싶은데

없는 재주에 마음만 앞설 뿐이다 애꿎은 냉장고 문만 계

속 여닫는 나를 보고 옆에서 동생이 한마디 한다 “걱정하

지 마 언니 글이 좀 약해도『이냐시오의 벗들』에 다른 좋

은 글들이 많잖아” 그 말이 조금은 위로가 되어 몇 줄 써

놓고 수십 번을 고쳐 보지만 그래도 자꾸 자신이없어진다

괜히 쓴다고 했다 칼럼을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쓸 말이

없다 그때 마침 전화가 울리고 내일 여교수 레지오 모임에

서내가 교본 공부 발표할 차례라고 단장님이알려 주신다

할 수 없이 잠깐 원고를 제쳐 놓고 레지오 교본을 꺼냈다



제 재주만큼만 주님 향한 마음 솔직하게 표현해서 잘 붙어

가게 해 주시고 레지오에서도 제가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

가게 돌보소서 그래서언젠가는 저도 훨훨 날아 주님 은총

에 보답하는 당당한 주님의 딸 되게 하소서”

믿는 마음 하나로 의지해 간다

『레지오 교본』 85쪽―내가 발표해야 할 부분은 그리

스도와 신자들의 일치는 마치 한 몸에 붙어 있는 머리와

지체들과 같다는 바오로 성인의 말을 설명하고 있었다 “신

체의 모든 부분은 서로 의존하며 하나의 생명이 신체의 모

든 부분을 함께 살린다……” 그러니 우리 신자들은 마치

한 몸에 붙어 있는 지체처럼 서로 연결되고 서로 도와 생명

이신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룬다는 말이다 계속 읽어 나가

는데 내 눈을 확 잡아끄는 말이 있었다 “그중 어느 한 부

분이뛰어나면 다른 부분은 그 덕을 본다……”

맞다 이거다 내가 모자라면 남의 덕을 보면 되지 않는

가 우리 학생들 말처럼 ‘걷는 놈 위에 뛰는 놈 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나는 놈 위에 붙어 가는 놈이 있다’

는데 다른 ‘지체’들에 붙어 가면 되지 않겠는가 『이냐시오

의 벗들』에서는 다른 필자들에게 붙어 가고 레지오에서는

기도 많이 하시는 선생님들께 붙어 가고 내 미약한 신앙도

내 주위의 신심 좋은 신부님과 수사님들에게 슬슬 눈치 보

며 붙어 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자생력이 생겨 조금씩 혼자

걸을 수 있지않을까

그래서 나는 기도한다 “너그러우신 주님 저의 붙어 가

는 신앙을 돌보소서 앞으로『이냐시오의 벗들』에서 제가



아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두려워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최대제 신부님이내게전화해서 “이번에는 선생

님제자들이 무더기로 서품을 받으니 당연히 선생님이 축

하 글을 쓰셔야지요” 하고 원고 청탁을 하셨습니다 최 신

부님이 말씀하기 전부터 아니 작년에 내 제자 수사님들이

부제품을 받을 때부터 혹시 내게 서품 기념 축하 글을 쓰

라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해 왔던 일이었지요 걸핏하면 온

갖 핑계로 주일미사도 빼먹는 내가 감히 새로 서품 받는 신

부님들에 대한 바람이나 격려의 글을 쓰라니 모르긴 몰라

도 예수님이 슬며시미소 지으실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서품되는 부제님들 대부분

이 내가 잘 아는 분들입니다 김치헌 윤성희 부제님은 서강

대 영문과 졸업생으로 내 수업을 기록적으로 많이 수강한

하느님과 멋진 춤을 직속 제자이며 이근상 부제님은 내가 한 학기 동안 영작문

‘개인 교습’을 했었고 류충렬 조인영 부제님도 내가 자주 뵙

고 좋아했던 분들입니다 그러니 내가 지인으로서 그리고

스승으로서 새 사제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을 법도

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참

으로 새삼스럽습니다 교실 안에서만 만나던 ‘귀여운’ 우리

제자들을 이제 성당에서 제의를 입은 모습으로 만날 생각

을 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기쁘고 마음 설레기도 합니다 그

리고 이제 난 하늘나라에 빽줄이 동아줄처럼 튼튼해졌다

고 내심회심의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마음이 짠해 오는 것을 느낍니다

사제의 길이 얼마나 외롭고 어려운 길인가를 잘 알기 때문

에 내 제자들이 그 길을 택했다는 것이 대견하지만 안쓰럽

기 때문입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한 가정을 꾸미

는 것도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든데 사제가 된다는 것은 누

구 제자 누구 아들 김치헌 윤성희 이근상 류충렬 조인영

은 없어지고 오로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새 사제님들께 나는 ‘됨’에 대해 말

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기쁜 날 좀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 신부님이 내게 원고 청탁을 하신 바로

다음 날 나는 아주 슬픈 경험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17 하느님과 멋진 춤을

19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슬픈 경험이었지요

그날 아침 수업이 없어 늦잠에서 깨어나 나는 여느 때

처럼 무심히 이메일을 열었습니다 지난달 한 번 내게 찾아

와 상담한 적이 있던 컴퓨터학과 3학년 엄 군의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강박증 환자라고 죽음까

지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 사는 게 너무 괴롭다

고 말이지요 한 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면서 난 세례 준비

반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믿어 보는 게어떨까 예쁜 여자 친

구를 사귀어 보는 건 어떨지 집중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

면 강박증은 충분히 나을 수 있는 병이고 이미 나아서 학

교 잘 다니고 있는 학생도 많이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

고 다시 날 찾아올 구실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내 수필집

을 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독후감을 써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게 꼭 한 달 전 일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온 장

문의 메시지에서 엄 군은 이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 그날 절 이해하시고 절 위로하려고 해 주신데 대해 감사

드립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너무 깜깜해서 그 말씀은 한

줄기 빛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제 모든 죽음의 준비를 마쳤

습니다 독후감을 내지 못하고 가서 죄송합니다……” 8시

16분에 발송된 그 메일을 연 것은 9시 50분쯤이었습니다

정신없이 그 학생의 부모님과 학교에 알리고 행방을 찾던

12시 반경 관악경찰서로부터 그 학생이 9시 50분에 봉천역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속절없이 그 학생을 보내고 나서 참 많이 생각했

습니다 내가 그날 아침 조금만 더일찍 일어나서 그 이메일

을 열었다면 상담 때 그 학생이말한 ‘죽음’을 좀 더진지하

게 들었다면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

면 그 학생의 생명을 지켜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왜 하

필이면 내게 유서를 남겼을까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아팠으면 그렇게 죽음을 택했을까 그리고 나는 너무 늦

게 지금에야 깨닫습니다 내가 그 학생에게 해 준 말은 선

생이 제자에게 아프지 않은 사람이 아픈 사람에게 어른

이 어린 사람에게 의례적으로 하는 껍데기 말에 불과했다

는 것을 내가 그 학생에게 조언한 것은 진정한 조언이아니

었고 단지 그 학생 위에 서서 선생으로서의 체면에 맞는 ‘이

론’을 떠들었을 뿐이었다고 내가 바로 그 학생이 ‘되어야’

했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닫습니다 내가 바로 그 학생이 되

어서 그의 그 깜깜한 세상에 함께 들어가 손을 잡아 주었

어야 했는데 무서워 떠는 그 학생을 꼭 안고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내가 널 구해 줄게’ 하고 말해 주었어야 했

는데 그걸 못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 학생 위에 ‘군

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18 무릎 꿇은 나무 하느님과 멋진 춤을

20 무릎 꿇은 나무 21

새 신부님들이 예수님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바로 그

런 뜻입니다 사제들은 예수님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예

수님이 되어야 합니다 사제들은 하느님의 대변자로서 만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고 힘든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의 깜깜한 세상에 함께 들어가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합니다 스승은 그렇게 하지 못해서아까운 생

명을 보냈지만 내 제자 신부님들만은 꼭 그렇게 해 주리라

믿습니다

어디선가 영어 단어 인도, 이끎 의 스펠링을 멋지

게 뜻풀이 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는 물론 의 첫

글자이지요 는 라고 합니다 그럼 나머지 다

섯 철자 춤추다 가 남습니다 즉 는 하느

님 안에서 너와 내가 함께 춤추는 일이라고 합니다 난 춤

을 못 추지만 함께 추는 춤의 제일 원칙은 박자를 맞추는

일이 아닐까요 내가 한 발 내밀면 상대방이 한 발 들이밀

고 상대방이 내밀면 내가 들이밀고 그렇게 하느님 안에서

덩더꿍 춤추는 일이 바로 라는 겁니다 자 이제

신부님들이 하느님과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출 음악의 서곡

이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이번에는

를 통해서만 보았던 사제 서품식에 가 보려고 합니다 우리

제자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모습

을 보면 감격하여 눈물이 날 듯도 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자

랑스러워 저 멋진 새 신부님들을 잠깐 동안이라도 내게 맡

겨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 가득하겠지요 그리고

신부님들께이제 사랑하는 내 제자가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사제에게 새로운 사랑을 고백하겠지요 사랑합니다 신부님

하느님과 멋진 춤을

[도서] 무릎 꿇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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