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선거보도감시단 10호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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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www.ccdm.or.kr / 02-392-0181 전국언론노동조합 media.nodong.org / 02-739-7285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0호 2014.5.8(목) 김황식 후보의 박근혜 대통령 선거개입설 … ‘朴心 해프닝’으로 처리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 령이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 이슈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저조하고 선거관련 보도 자체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김 후보에게 선거에 출마하 라고 권유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같 은 당 이혜훈 예비후보 표현대로 사실이면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언론이라면 박 대통령의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를 짚어봐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는 이 사안을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간의 경쟁 속에서 나온 ‘박심 해프닝’으로 처리했고, 보도도 많지 않았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지역 전략공천과 섞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관련 보도는 2일에 시작되었다. JTBC <김황식 “박 대통령이 출 마 권유” 파문>(2일, 조익신 기자)과 채널A <또 ‘박심’ 전쟁... 비 방 토론회>(2일, 노은지 기자)가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두 보도 모두 박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 의 공방으로만 처리하였다. 3일에는 KBS와 MBC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나 이들 방송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문제를 더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보도 말미에 김 후보 발언을 슬쩍 끼워넣기 한 수준 이었다. SBS는 관련 발언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채널A,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은 뭇매 수준의 보도 쏟아내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 공천논란과 관련한 내용은 전 방송사가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다. 전략공천의 문제는 여야 모 두 비슷하게 갈등이 되고 있지만 유난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 공천만을 흠집내려고 방송사들이 총동원된 인상을 준다. 특히 채 널A는 총 6건으로 집중적으로 관련 내용을 다뤘으며 내용도 대 놓고 편파적이다. 채널A <광주 ‘반발 단일화’ 폭풍 부나 >(5일, 노 은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인 광주시장 선거 때문에 예 상치못한 몸살을 앓고 있다. 탈당한 두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하 면, 전략 공천한 당 후보가 질 수 있다는 관측에, 지도부가 전전긍 긍하고 있다”라는 매우 감정적인 앵커멘트를 했다. 기자도 “한 여 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32.1%로 무소속 단일후보에 비 해 22.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새정치연합이 전 략공천의 정당성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광주시장 선거 승리를 낙 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출처 조차 불분명한 여론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기자 마음대로 선거 결과를 관측한 것이다. ‘세월호 정치인 구설수’도 편파적...정미홍은 봐주고 김영배는 죽이고 문화일보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부적절한 건배사’를 비판하 면서 과도하게 지면을 할애했다. 문화일보는 <온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데… 성북구청장은 ‘건배사’>(4월24일), <‘술자리 건배 사’ 성북구청장 비난 쇄도>(4월25일), <‘술자리 건배’ 성북구청 장, 이번엔 ‘축소 해명’ 논란>(4월28일), <이러고도 “건배 제의만 했다”>(5월1일) 등 관련 기사를 1면과 사회면에서 주요하게 다루 면서 “김영배 구청장이 여러 차례 술을 마셨으며 9시보다는 더 ▵ 5월 5일자, 채널A <종합뉴스> 화면 캡처 오래 있었다”, “거짓해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화일보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정 미홍 씨가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했던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 았다고 허위 주장한 뒤 사과한 내용을 지면에 담지 않았다. 조중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세월호 괴담’과 ‘유언비어’를 문제 삼아 왔지만, 정작 확인되고 잘못을 인정한 ‘괴담’에는 침묵 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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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언론시민연합 www.ccdm.or.kr / 02-392-0181 ○ 전국언론노동조합 media.nodong.org / 02-739-7285

공정선거보도감시단 10호2014.5.8(목)

김황식 후보의 박근혜 대통령 선거개입설

… ‘朴心 해프닝’으로 처리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

령이 자신에게 출마를 권유했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 이슈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서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저조하고 선거관련 보도 자체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김 후보에게 선거에 출마하

라고 권유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같

은 당 이혜훈 예비후보 표현대로 사실이면 대통령이 탄핵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언론이라면 박 대통령의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이를 짚어봐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방송에서

는 이 사안을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간의 경쟁 속에서 나온 ‘박심

해프닝’으로 처리했고, 보도도 많지 않았으며,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지역 전략공천과 섞어서 문제의 심각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

관련 보도는 2일에 시작되었다. JTBC <김황식 “박 대통령이 출

마 권유” 파문>(2일, 조익신 기자)과 채널A <또 ‘박심’ 전쟁... 비

방 토론회>(2일, 노은지 기자)가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두 보도

모두 박대통령의 선거 개입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경선 과정에서

의 공방으로만 처리하였다.

3일에는 KBS와 MBC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으나 이들 방송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광주광역시장 전략공천 문제를 더 비중있게

보도하면서 보도 말미에 김 후보 발언을 슬쩍 끼워넣기 한 수준

이었다. SBS는 관련 발언 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채널A, 새정치민주연합 전략공천은 뭇매 수준의 보도 쏟아내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 후보 공천논란과 관련한 내용은

전 방송사가 매우 비중있게 보도했다. 전략공천의 문제는 여야 모

두 비슷하게 갈등이 되고 있지만 유난히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

공천만을 흠집내려고 방송사들이 총동원된 인상을 준다. 특히 채

널A는 총 6건으로 집중적으로 관련 내용을 다뤘으며 내용도 대

놓고 편파적이다. 채널A <광주 ‘반발 단일화’ 폭풍 부나 >(5일, 노

은지)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텃밭인 광주시장 선거 때문에 예

상치못한 몸살을 앓고 있다. 탈당한 두 무소속 후보들이 단일화하

면, 전략 공천한 당 후보가 질 수 있다는 관측에, 지도부가 전전긍

긍하고 있다”라는 매우 감정적인 앵커멘트를 했다. 기자도 “한 여

론조사 결과 윤 후보의 지지율은 32.1%로 무소속 단일후보에 비

해 22.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새정치연합이 전

략공천의 정당성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광주시장 선거 승리를 낙

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마무리 멘트를 하였다. 출처

조차 불분명한 여론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기자 마음대로 선거

결과를 관측한 것이다.

‘세월호 정치인 구설수’도 편파적...정미홍은 봐주고 김영배는 죽이고

문화일보는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부적절한 건배사’를 비판하

면서 과도하게 지면을 할애했다. 문화일보는 <온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데… 성북구청장은 ‘건배사’>(4월24일), <‘술자리 건배

사’ 성북구청장 비난 쇄도>(4월25일), <‘술자리 건배’ 성북구청

장, 이번엔 ‘축소 해명’ 논란>(4월28일), <이러고도 “건배 제의만

했다”>(5월1일) 등 관련 기사를 1면과 사회면에서 주요하게 다루

면서 “김영배 구청장이 여러 차례 술을 마셨으며 9시보다는 더

▵ 5월 5일자, 채널A <종합뉴스> 화면 캡처

오래 있었다”, “거짓해명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화일보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출마했던 정

미홍 씨가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가했던 청소년들이 ‘일당’을 받

았다고 허위 주장한 뒤 사과한 내용을 지면에 담지 않았다.

조중동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세월호 괴담’과 ‘유언비어’를

문제 삼아 왔지만, 정작 확인되고 잘못을 인정한 ‘괴담’에는 침묵

해 버린 것이다.

KBS·MBC, ‘박근혜 헌정 방송’으로 추락

박근혜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한 KBS와 MBC의 노력이 지나치

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다. 27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

한 날, 두 방송은 정 총리의 사의 표명과 청와대의 입장을 주요하

게 보도했다.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큰 상황에서 참사

를 수습 중이던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책임 회피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두 방송은 총리 사의에 대한 실종자와 희생

자 가족들의 실망감과 배신감 등의 지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

면 이날 TV조선과 채널A는 실종자 가족들이 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을 한 꼭지로 다뤘다.

△ KBS <“모든 어린이들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5.5, 단신)

29일 대통령의 안산 분향소 조문을 지상파 3사는 톱보도로 비

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없었다. KBS <분향소

조문…“안전한 나라 만들 것”>, MBC <“미흡한 대처 사과” 희생

자 조문>, SBS <“국민 여러분께 죄송”‥분향소 조문>에서는 현장

에 있는 유가족들이 내뱉은 쓴소리는 보도되지 않았다. 정치인들

의 조화 거부를 두고 3사 보도는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유족들

의 요구로 분향소 밖으로 치워졌다”고 표현했다. 유가족의 ‘거부’

를 유가족의 ‘요구’로 순화시킨 것이다. YTN과 TV조선은 조화

가 치워진 것도 언급하지 않았다.

가족 분노 뺀 채 ‘총리 사의’만 전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사고 대처를 비판하는 게시

글에 대한 검색이 쇄도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가 접속 장애를 보

였다. 이에 YTN <청와대 홈페이지 일시적 접속 장애>, JTBC <

청와대 홈페이지까지 한때 마비>, TV조선 <청와대 홈페이지 한

때 마비> 등에서 관련 내용을 다뤘다. 반면 지상파 3사는 조회수

가 60만 건을 넘었고 댓글이 1천 개에 육박하는 등 화제가 된 이

런 사안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30일은 가족들이 대통령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 표

명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유가족의 사과 거부는 유감”이란

발언, ‘유가족 조문 연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KBS와 MBC는

이 세 사건 모두를 보도하지 않았다. SBS는 <‘국무회의 사과’ 거

부.. 연출 논란까지>, (30일, 정준형 기자)에서 이 사건을 묶어 보

도했다. JTBC는 세 가지 사건을 두 꼭지에 나눠 보도했다.

채널A <靑 “참사 수습 후 사표 수리”…배경은?>(27일), YTN

<참사 대응 ‘실망’... 지지율 ‘급락’>(2일, 단신), TV조선 <대통령

지지율 급락>(2일), 채널A <“수습 미흡” 48%로 가라앉은 지지율

>(2일)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급락을 보도했다. 그러나 지상

파 방송3사는 박 대통령 지지도 하락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대통령 지지도 하락, 보도없어

MBC, 가족 입장 뒷전-대통령 발언만

KBS ‘대통령 페이스북 내용’도 다뤄

’대통령 비판 글’ 보도조차 안해

조화 ‘거부’, 가족의 ‘요구’로 순화

朴대통령에 불리한 내용은 누락

KBS는 5일 세번째 꼭지로 <“모든 어린이들 건강하고 밝게 자라

길”>을 보도했다. 보도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린이날을 맞아 페

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길

바라면서 축복의 하루가 되기를 기원했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단신이었지만 세 번째 꼭지로 비중있게 다룬 이 보도는 세월호

참사 와중에 박대통령 관련 호감 보도라면 무엇이든 뉴스로 다루

겠다는 KBS의 충성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대통령이 진도를 방문한 4일 보도에서 MBC는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 MBC <“수습 때까지 무한 책임감”

>에서는 “가족들은 철저한 구조 수색과 책임자 처벌을 요청했

다”고만 언급하고 유가족들의 입장이나 태도 등을 전혀 담지 않

았다. 반면 SBS, KBS, YTN은 가족들의 항의와 울분을 전했다.

SBS <실종자 가족 면담‥“무한한 책임 느껴”>에서는 “일부 가족

들은 ‘기다리라고만 하는데 그게 언제까지냐’, ‘흉탄에 부모를 잃

은 대통령도 우리 심정을 알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고 보도했고, YTN은 “면담 도중 가족들 사이에

서는 고성과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고,

KBS는 “수색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대해 눈물을 흘리

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라고 가족의 반응을 보도했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朴바라기 KBS KBS 내부 비판 “현장서 기레기 중 기레기로 취급”

KBS의 뻔뻔함이 극에 달했다. KBS는 <‘공영방송 독

립 훼손’ 입법 속전속결>(30일, 김병용 기자)에서 방송

법 개정안을 보도하면서 “방송법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서 여야

가 정치적 야합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야당의 정략적인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 요구를 여

당 지도부가 무분별하게 수용한 겁니다”라면서 “방송의 공영성

을 외쳐왔던 여야 원내 지도부가 법안 처리 성과에 집착해 오히

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

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른 지

극히 주관적인 주장을 담은 의견보도에 가깝다. 방송법의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주요 갈등 요인은 방송사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였다. 게다가 KBS가 사장에 대한 최소한의 인물 검증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서 “공영방송의 독립성

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KBS는 현재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보를 양산하고, 박근혜 대통령만을 엄호하

느라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내

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를 취재한 KBS 38·39·40기 취재·촬영기자들이 세월호 사고 보도

를 반성·비판하는 글 10건을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기

자들은 KBS 뉴스에서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

고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 기자는 글에서 “요즘 취재 현장에서 KBS 기자는 ‘기

레기 중 기레기’”라고 지적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뜻

△ KBS <‘공영방송 독립 훼손’ 입법 속전속결>(4.30)

뻔뻔한 ‘공영방송 독립 훼손’ 보도

하는 네티즌 용어이다. 편집자 주) 그러면서 해당 기자는 “얼마

전 한 후배가 세월호 관련해 시민 인터뷰를 시도하다 대여섯 명

의 시민에게 ‘제대로 보도하세요, 왜 그따위로 방송해서 개병신

(KBS) 소리를 들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보도본부장, 보도

국장의 각성을 호소했다.

KBS 막내기자들이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보도국장의 수준은

어떨까? KBS 새노조 특보에 따르면 김시곤 보도국장은 앵커들

에게 검은색 옷을 입지 말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고 한다. KBS의 보도를 어떤 사람들이 만드는지, 누구를 중심으

로 돌아가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 KBS

에 대한 비판과 분노도 모른 채, 수신료 인상 운운하더니 급기야

는 자사 메인뉴스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 침해라는 뻔뻔한 주장

을 하는 KBS는 이미 상식도 염치도 언론으로서의 본분도 다 던

져버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세월호 출구전략 찾기’에 바쁜 언론

문화, 동아, 조선일보가 ‘세월호 출구전략’ 찾기에 본격적인 시

동을 걸었다. 지방선거는 한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는데 믿었던

‘대통령 지지율’마저 ‘무능’으로 급락하다보니 마음이 급했나보

다. 지금도 진도 앞바다에서는 실종자 수색 작업이 한창이고 유

가족들의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출구 전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이고 예의에 맞지 않다. 기껏 출구전략을 내놓

은 이유라는 것도 ‘지역 경제 우려’라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문

화일보는 사고 열흘째인 지난달 25일자 사설에서 <‘세월호 참사’

경제 충격도 苦心할 때다>라고 강조하더니 급기야 5월 2일 1면

머릿기사에 <2014.04.16. 대한민국이 멈췄다>를 올렸다.

동아도 4월28일자에 <개점휴업 대한민국>에서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의 여파로 유통업계 등 경제 분야도 침체에 빠졌다”며

‘출구전략’을 제시했고, 조선도 5월 1일자 <음식점도 옷가게도

택시도...우울증 빠진 경제, 서민들에 직격탄>이란 제목의 기사

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가 보름 정도 계속되면서 중소 상인

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적었다. 언론에게 ‘의제 설정’의 기

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숨은 의도가 있는 의제 설정

은 곧 들통이 나고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대한

민국이 멈춘 게 아니라 이런 기사들을 쏟아낸 언론들의 윤리의

식이 작동을 멈춘 게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볼 문제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의 삐딱한 이중잣대지하철 사고 사과한 박원순에는 ‘2시간만에’ 왔다며 타박

사과 안 한 박 대통령에게는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지난 5월 2일, 서울 상왕십리역에서 달리던 전동차가 앞에 멈춰

서 있던 전동차를 추돌해 2명이 중상을, 230여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신호기기 이상과 노후화된 전동차가 원

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현장을 방문해 수습

대책을 점검하고 사과한 뒤 당일 밤 “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

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 5월 3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대단한 정치인”, “이게 바로 소통”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

들은 박 대통령이 2주가 넘도록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조선일보도 세월호 보도 내내 정부와 박 대통령을 분리시

키면서 ‘박 대통령은 고군분투하지만, 정부가 무능하다’는 논조를

이어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시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문

제제기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 4월 17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 화면 캡처

다음날 조선일보는 <사고 2시간 지나서야 나타난 박원순 시장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3면에 배치했다. 기사는 “박 시장이 시청

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상왕십리역에 나타난 것은 오후 5시 40분

쯤”이라면서 “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는 비판기사였

다. 또한 대책본부를 상왕십리역에 차렸다면서 “한 달 앞으로 다

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번 사고를 서울시와 최대한 분리시키

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5월 4일자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서도 같은 비판이 제기

됐다. 출연진인 신혜식 씨는 “박원순 시장의 이런 늑장대처는 과

거에도 있었다”며 노량진 사고와 삼성동 헬기 사고 때의 영상을

내보냈고, 또 다른 출연진인 진성호 씨는 “박원순 시장이 관할, 소

재를 저렇게 가르는 것으로 비판을 받는 것 같다”며 “대단히 실망

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렇게 똑같은 일을 두 가지

잣대로 보고 행동하는 것이 싫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은 앞서 지난달 17일 진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에 대해서 그야말로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대통령은 당시 유족

들을 만나 책임 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으나 신혜식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간 모습을 보면서 아주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대통령으로서 정말 어려운 자리에 간 거고, 유가족들의 항의 및,

물론 격려도 받았지만 어쨌든 그런 모습 자체만 해도 대통령이

상당히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의식을 얼마나 느끼고 있느냐를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선정(善政)’을 강조했다. 진성호 씨도 박 대

통령이 처음 방문했을 때 욕을 먹다가 마지막에 박수를 받았다며

황당한 TV조선과 채널A의 뉴스 속 대담 ‘말말말’

TV조선 <뉴스표 판>(4월 30일)

앵커가 광주 전북지역의 경선 룰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묻자,

최병묵 편집장이 “광주나 전북이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었던

것은 결국은 새정치연합, 그러니까 안철수 대표 측이 정정당당

하게 경쟁하기보단, 뭔가 자꾸 다른 수를 부려서“라고 말했다.

앵커가 다시 “뭔가 자꾸 거시기를 부려서…”라고 말하니 최병

묵 편집장이 “그렇죠. 다른 수를 부려서 자기 후보를 당선시키

려고 하니까”라며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꼬는

발언을 했다.

채널A <종합뉴스>(5월 4일)

앵커가 “대통령의 사과가 어때야만이 정말 진정성이 느껴질

수 있는 걸까요?”라고 묻자 이영작 석좌교수가 “그거는 지난

대통령들이나 박원순 시장이나 그 분들의 사과와 박대통령의

사과를 비교를 해봐야 되는데요.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까

지 사과를 한 적이 없고요...그러나 과거 대통령들은 하루 만에

사과하기도 하고 삼일 만에 사과하기도 하고 뭐 며칠 전에 박

원순 시장은 현장에서 사과하고.. 근데 그런 사과가 무슨 의미

가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정말 립서비스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