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시의 인문학 - Dongguk · 등잔불 벌써 키여지는데····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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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주

서정주 시의 인문학

수대동시

흰 무명옷 갈아입고 난 마음

싸늘한 돌담에 기대어 서면

사뭇 숫스러워지는 생각, 고구려에 사는듯

아스럼 눈감었든 내 넋의 시골

별 생겨나듯 돌아오는 사투리.

등잔불 벌써 키여지는데····

오랫동안 나는 잘못 살었구나.

샤-ㄹ르·보오드레-르처럼 설ㅅ고 괴로운

서울여자를

아조 아조 인제는 잊어버려,

선왕산그늘 수대동 십사번지

장수강 뻘밭에 소금 구어 먹든

증조할아버짓적 흙으로 지은 집

오매는 남보단 조개를 잘 줍고

아버지는 등짐 설흔 말 졌느니

여기는 바로 십년 전 옛날

초록 저고리 입었든 금녀 꽃각씨 비녀하야 웃든

삼월의

금녀 나와 둘이 있던 곳

머잖어 봄은 다시 오리니

금녀동생을 나는 얻으리

눈섭이 검은 금녀 동생

얻어선 새로 수대동 살리.

아버지는 타관으로 벌이 나가고

어머니도 할머니도 밭에 나가고

빈집엔 다섯 살짜리 나 혼자뿐.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선

서글프게 울어대는 뻐꾹새 소리뿐

머리에도 뼛속에도 가슴속에도

끊임없이 스며드는 뻐꾹새 소리뿐

뻐꾹새 소리뿐

개울가로 달려가서 개울 속을 보면은

거기 어린 구름에서도 뻐꾹새 소리뿐

집으로 되돌아와 숨을 죽이며

벽에 흙을 떼어서 먹어보면은

그 속에서도 울어대는 뻐꾹새 소리뿐.

우리가 옛부터 만들어 지녀 온 세 가지의 방 –

온돌방과 마루방과 토방 중에서, 우리 도시 사

람들은 거의 시방 두 가지의 방 – 온돌방하고 마

루방만 쓰고 있지만, 질마재나 그 비슷한 촌마

을에 가면 그 토방도 여전히 잘 쓰여집니다. 옛

날엔 마당 말고 토방이 또 따로 있었지만, 요즘

은 번거로워 그 따로 하는 대신 그 토방이 그리

워 마당을 갖다가 대용으로 쓰고 있지요. 그리

고 거기 들이는 정성이사 예나 이제나 매한가지

지요.

마 당 방

음 칠월 칠석 무렵의 밤이면, 하늘의 은하와 북

두칠성이 우리의 살에 직접 잘 배어들게 왼 식

구 모두 나와 딩굴며 노루잠도 살풋이 부치기도

하는 이 마당 토방. 봄부터 여름 가을 여기서 말

리는 산과 들의 풋나무와 풀 향기는 여기 저리

고, 보리 타작 공타작 때 연거푸 연거푸 두들기

고 메어 부친 도리깨질은 또 여기를 꽤나 매끄

럽겐 잘도 다져서, 그렇지 광한루의 석경 속의

춘향이 낯바닥 못지않게 반드랍고 향기로운 이

마당 토방. 왜 아니야. 우리가 일년 내내 먹고 마

시는 음식들 중에서도 제일 맛좋은 풋고추 넣은

칼국수 같은 것은 으레 여기 모여 앉아 먹기 망

정인 이 하늘 온전히 두루 잘 비치는 방. 우리 학

질 난 식구가 따가운 여름 햇살을 몽땅 받으려

홑이불에 감겨 오구라져 나자빠졌기도 하는 일

테면 병원 입원실이기까지도 한 이 마당방. 부

정한 곳을 지내온 식구가 있으면 여기 더럼이

타지 말라고 할머니들은 하얗고도 짠 소금을 여

기 뿌리지만, 그건 그저 그만큼한 마음인 것이

지 미신이고 뭐고 그럴려는 것도 아니지요.

고향엔 언제 가볼까

1) 고향에 돌아가는 마음

수 대 동

고향 질마재마을 근처의 강(장수강) 주변의 마을, 물이 끼고 돈다는 뜻

수다동으로 불림

풍천장어가 나는 곳

고향엔 언제 가볼까

1) 고향에 돌아가는 마음

수 대 동

장수강은 풍천이라고도 불림

선왕산, 장수강 등의 구체적 장소

‘고구려에 사는 듯’이 보여주는 추상적 공간

조상 대대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살아온 민족의 고향이라는 의미가 강함.

고향엔 언제 가볼까

1) 고향에 돌아가는 마음

고향, 돌아가는 곳

별 생겨나듯 돌아오는 사투리의 마을

자연의 이법처럼 고향에 돌아오는 게 순리

어머니 무릎에서 배우던 토속 언어들이 다시 나의 의식을 지배

사투리는 전라도 방언이라는 뜻이 아니라 겨레의 언어

고향엔 언제 가볼까

2) 감각화되는 장소

빈집 지키기의 강한 유년 기억

외로움의 내면화

적절한 고독은 자기를 성찰하는 힘 길러 줘

혼자 있는 훈련은 지금도 소중해

스마트폰을 던지고 자연의 소리 속으로 혼자 가보기

고향엔 언제 가볼까

2) 감각화되는 장소

뻐꾹새 소리의 환청 경험

소리에 민감한 독특한 감수성

말하지 않는 것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말하지 않는 것들의 말을 느껴보라는 권유

그의 생각은, 종달새 모양, 이른 아침에,

하늘 향해 자유로이 날아오르고,

인생 위를 떠돌며, 쉽사리 알아낸다,

꽃들과 말없는 것들의 말을!

- 보들레르, <상승> 마지막 연

반복의 힘

고향엔 언제 가볼까

3) 공간의 융합

마당이면서 동시에 방인 장소

가난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가능성 공간

하늘의 질서와 땅의 질서와 인간의 삶이 융합하는 곳

지붕도 없는, 그래서 하늘이 두루 잘 비치는 마당방

이런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삶의 지혜의 일종

1. 나는 내 고향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다.

2. ‘뻐꾹새 소리뿐’의 반복적 효과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적어 보자.

3. 나도 유년에 외롭고 고독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을 글로 적어 볼 수 있다. 적다보면 심리적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 경험

마저 글로 쓸 수 있다.

연 습 문 제

고향엔 언제 가볼까